박석환, 뉴미디어 시대의 만화, 웹툰. 소비자가 곧 콘텐츠다, 계명대신문, 2009.3.9

달라진 생활공간과 사라진 만화독자

만화가 달라졌다. 아니 만화책을 읽는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졌고 만화독자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여전히 행동 발달 과정의 하나로 집에서 책을 읽는다. 그 책 속에는 아직 만화책이 있다. 하지만 집이 전자기기 충전소가 된 청소년의 경우, 이동할 때는 휴대폰 액정을 보고 MP3를 듣는다. 교실에 가서야 교과서를 보고 운동은 e스포츠(게임 또는 인터넷)로 대신한다. 만화책이 있을 공간도 상황도 없다. 얼마간 종이만화의 사수대 역할을 하며 만화방을 지켰던 청춘들은 문밖출입을 삼가 하고 인터넷과 케이블TV 앞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본다. 직장인들도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한 한 때를 보충해주던 신문이나 잡지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그처럼 한때 신문의 구원투수이자 만화계의 큰 태양 역할을 했던 신문만화 마저 위축기에 접어들었다. DMB 등장 이후로는 화장실도 더 이상 만화책과 함께 하는 생활공간이 아니다. 종이만화계에는 소녀적 취향을 지닌 일부 여성 독자의 첫사랑이 남아있는 정도고 뉴미디어의 접근률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이 새롭게 만화책 읽기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최근 사이트를 새롭게 단장하고 서비스를 강화한 네이버 웹툰

뉴미디어는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부여한다.


과거 만화책을 볼 수 있었던 공간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제 동네에서 대본소와 대여점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의원, 미장원, 찜질방, 카페, 터미널, 은행 등 대기 시간이 필요한 모든 공간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던 만화책도 사라졌다. 대신 대형 LCD모니터와 케이블 선이 들어와 있다. 만화책을 통해 찾았던 생활의 여유와 몰입이라는 가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의해 완전하게 대체됐다. 하지만 만화의 영토는 넓고, 만화 형식이 지닌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영원하다. 그처럼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를 죽이기도 하지만 기존 미디어의 색다른 가치와 역할을 강조해 주기도 한다. 과거 속보 시장을 TV에 빼앗긴 신문이 분석 시장을 얻었던 것처럼, 만화책은 오락성 대신 정보성을 얻었다. 가수들이 LP에 이어 CD를 버리고 핸드폰 벨소리를 택하게 만든 것처럼 이제 신세대 만화가들은 만화잡지나 만화책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만화 채널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뉴미디어 환경의 도래는 우리 만화계에 두 가지 가치를 강조했고 이는 그대로 새로운 시장이 됐다. 하나는 정보성(지식)이 강조된 교양학습만화책이고 또 하나는 오락성(감동)이 강조된 웹툰(Web Cartoon)이다. 


웹툰, 만화계의 천대 속에 유명 포털의 프렌차이즈 스타가 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광고 모델이 된 조석의 마음의 소리

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창작된 웹툰은 초기 인터넷 이용자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만화계 내외부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는 과거 만화책에 주어진 주홍글씨만큼이나 컸다. 이용자는 그 작품이 지닌 '새롭고 예외적인 가치'를 인정했지만 만화계는 숙련 되지 않은 작화 능력이나 진지하지 못한 서사 방식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웹툰의 이용자는 '그림 잘 그리는 강풀(<순정만화>)과 조석(<마음의 소리>)'을 원하지 않았고 '감성적이지 않은 파페와 포포(<파페포포 메모리즈>)', 진지한 메가쇼킹과 곽백수를 사랑한 적도 없는데 꼭 거꾸로 놀이라도 하듯 원하지 않은 것을 들어 비판했다. 오냐오냐 하고 키운 자식보다 맞고 자란 자식이 효도하는 걸까. 웹툰은 종이만화계의 별종 스타였던 양영순(<천일야화>)과 강도하(<위대한 캣츠비>)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심하게 공들인 작화와 너무나 진지한 서사 구조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는 곧 출판을 목적으로 한 종이만화보다 더 매력적인 웹툰의 출판 버전으로 이어졌다. 또 종이만화의 새로운 활력소였던 영화나 TV드라마의 판권마저 싹쓸이했다. 웹툰은 이제 만화계가 아닌 포털사이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며 색다른 만화 붐을 주도하고 있다. 


웹만화, 갈라졌던 만화 독자를 한자리에 모으다


웹툰은 서사성을 담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초기 플래시 애니메이션 형식을 포함한 짧은 만화라는 개념에서 탈피한다. 이제 카툰과 코믹스의 개념을 포함해 웹만화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었다. 유명 포털의 막강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웹만화는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의 긍정적 경쟁을 주도하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포털의 트래픽(사이트 이용률) 경쟁이나 광고 유치에 만화가 무료로 이용된다는 방식으로 인식하거나 무료 만화를 창작한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한 태도이다. TV를 보면서 수신료를 내는 것이지 드라마 제작비를 내는 것은 아니다. 만화잡지 역시 제 값을 받고 팔았다기보다 단행본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홍보 매체의 성격으로 뿌렸다는 표현이 옳다. 이 역할을 포털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하고 있을 뿐이다. 주간 10만 클릭을 기록한 만화라면 광고 매출은 10만원이다. 이는 기존 종이만화 시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포털의 원고료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포털이 과도하게 웹만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 역시 잘 못된 정보이다. 무엇보다 웹만화가 일군 가장 큰 업적은 갈래갈래 찢어져 버렸던 만화세대를 한자리에 모으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풀의 순정만화 영화 홍보 만화


기존 종이만화는 코믹스, 순정, 무협액션(대본만화), 교양 등의 분야로 분리되어 있었고 분야별로 창작자, 출판사, 유통구조가 달랐다. 또 분야별로 특정 세대나 연령대의 독자를 분할해 가지고 있었다. 이 구조는 60년 대 이후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도전 그리고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며 체계화 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분야의 등장은 새로운 독자층을 주도했다기보다는 고정 된 시장을 나눠가진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웹만화는 이렇게 나뉘고 이탈했던 독자층, 특이 취향에 매몰된 독자층, 만화책에 접근할 기회가 없던 이들까지를 웹이라는 무한한 접근성을 통해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마치 70년대 온가족이 함께 보던 교양만화잡지의 전성시대를 재현한 것 같은 위대한 성과이다. 이는 '개방․참여․공유'라는 웹2.0의 정서에 맞춰 작가 선정과 작품 관리를 이용자의 품평에 맡긴 포털의 편집 정책에서 비롯된다. 소비자가 곧 콘텐츠인 시대가 됐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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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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