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아이들과 함께 보는 재밌는 만화 세상, 2008.9.4

아이들 세상을 지배하는 만화

 

 만화에 대한 학부모의 생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넌 매일 만화만 보니!’라고 하는 쪽이 있고 ‘공부 다 했으면 만화 봐라?’라고 하는 쪽이 있다. 앞쪽이 전통적인 ‘만화무용(無用)론’이다. ‘책은 사람을 만들지만 만화책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 뒤쪽은 ‘만화휴식론’이다. 앞의 주장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지만 일종의 청량음료 정도로 여기는 태도다. 이 두 인식은 한국만화 탄생 100년(1909년 ‘대한민보’에 서화가 이도영이 최초의 우리만화를 발표했다)을 한 해 앞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만화의 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아이들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출판만화의 판매시장 규모는 3,219억원이었다. 이중 학습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인 2,111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락만화 시장이 영화나 드라마에 내용을 제공하는 콘텐츠 라이센스 사업으로 변하면서 만화산업의 전체 규모는 확대됐지만 실 도서 판매율은 감소 중이다. 하지만 아동 대상 학습만화의 실 도서 판매율은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동네 만화방에서 용돈을 쪼개 빌려보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사서 보는 비율이다. 이는 학부모가 아이들이 볼만한 만화를 직접 골라서 사준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화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변한 걸까? 물론 다양한 변화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만화무용론과 만화휴식론은 매우 많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새롭게 학부모로 유입된 이들 중 일부가 조금 다른 인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고 기존 학부모 중 일부가 ‘게임이나 인터넷보다는 만화책이 낫다.’며 절반의 지지를 선언한 정도다. 무엇이 철웅성 같던 인식의 벽을 허물고 조금씩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일까. 이들을 이끈 이론적 배경이 ‘만화활용론’이다. 만화 형식을 활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교과 학습 효과도 누리고 만화 읽기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연상 능력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대처력 그리고 만화 보기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이미지 해독력, 만화의 전통적 주제인 꿈과 열정 등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로부터 이른바 에듀테인먼트 산업의 꽃인 에듀코믹스가 탄생한다.

이쯤 되니 만화가 결코 무용한 것은 아니고, 만화책 보면서 쉬라고 했는데 스스로 공부를 한 격이 된다. ‘기억력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대 흐름도 한 몫 했고 문화산업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지면서 ‘가난한 환쟁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일부 학부모의 경우는 전집으로 구성된 교양학습만화 시리즈를 직접 사줄 뿐 아니라 아이들과 교양 수준을 맞추기 위해(?) 남몰래 읽기도 한다. 달라진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만화를 보면서 헛된 몽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문명의 탄생과 그 의미 등에 대해 질문한다. 또 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미숙할지 모르지만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보통 지식과 사고로는 할 수 없는 질문이고 진취적 태도다. 생각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부모들이 보던 때와 달리 만화의 내용이나 형식도 달라졌고 이를 수용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교양학습만화다.

 

역대 최강의 학습만화 베스트셀러를 소개한다. 

>> 필독!! 요즘 아이들의 교양

* 세계역사-21세기 먼나라이웃나라, 이원복, 김영사, 전 12권 

교양학습만화계의 고전이다. 1천 만 부 이상 팔렸으니 출판사의 주장처럼 ‘국민 만화’라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초판본에서는 세계여행 자유화 시절의 유럽을 소개했지만 개정판을 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편을 추가했다. 책이 지닌 다양한 미덕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다. 추가로 전 세계적인 축구열풍과 함께 왜 독일 대표팀이 ‘전차군단’이고 포루투칼이 ‘무적함대’인지, 영국은 왜 잉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로 나뉘어서 월드컵에 나오는지를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한다.  

* 신화-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이광진 외, 가나출판사, 전 20권

‘먼나라 이웃나라’ 1편에서 유럽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꼽힌 책이 ‘그리스로마신화’다. 이를 화려한 그림과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엮은 것이 이 작품이다. 만화의 고전에서 언급한 작품이 또 하나의 고전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 작품 역시 1천 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교양과 학습 그리고 재미를 추구하는 이 장르 만화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이 척척 내놓는 신들의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 왜 그리스의 신과 로마의 신이 이름만 다른지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 한국사-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이현세 외, 녹색지팡이, 전10권

극만화계의 위대한 거장 이현세가 만화계의 변화에 맞춰 내논 작품이다. 무수히 많은 한국사 소재의 만화가 있지만 이만큼 화려한 연출과 섬세한 고증,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역사적 문물을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다. 단군부터 김구까지 한국사의 중요한 사건과 당대의 생활사를 한 눈에 조감해 볼 수 있다. 역사 인물 카드를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한국사 인물이 등장한다. 가물가물하게 기억나는 역사 인물의 의미에 대해 학부모의 기초상식을 점검해 볼 수 있다. 특히 TV사극으로 만들어졌던 위대한 장군과 왕들의 이야기는 꼭 챙길 필요가 있다. 

* 고전-이문열 이희재 만화 삼국지, 이희재, 아이세움, 전 10권

‘이문열 삼국지’는 우리 출판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가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도록 원작의 구성에 맞춰 만화로 그린 작품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여러 편의 단편을 작업하면서 ‘만화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배 만화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작가의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새털처럼 많은 ‘삼국지’ 만화판 중 으뜸이다. ‘삼국지 100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이 부담스럽다면 이 만화로도 충분하다.  

>> 한 줄로 읽는 요즘 아이들의 학습 그리고 꿈

학습에 필요한 만화

* 영어-그램 그램 영문법 원정대, 장영준, 사회평론

제목처럼 초등학생이 알아야할 기초 영문법과 모험 이야기를 결합한 작품이다.

* 한자-마법천자문, 시리얼, 아울북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자를 서유기 이야기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마법 주문으로 외우게 한 작품이다.

* 과학-WHY, 조영선 외, 예림당

두말이 필요 없는 만화판 과학상식 대백과사전이다. 권별 태마에 맞춰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지식 정보가 녹아있다.

* 수학-판타지 수학대전, 그림나무, 주니어랜덤

한자도 만화를 통해 외울수 있는 것처럼, 수학 공식도 만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꿈꾸기를 도와주는 만화

* 수집-유희왕, 다카하시 카즈키, 대원씨아이, 전 38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차곡차곡 모으는 태도는 그것이 게임카드라 하더라도 매우 진지한 생활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

* 취미-환타지스타, 미치테루 쿠사바, 삼양출판사, 전25권

아이들 세상에서 축구는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 패션이다. 또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팀과 리더에 대한 이야기다.

* 모험-원피스, 오다 에이치로, 대원씨아이, 현 49권

학습만화의 모든 구성은 모험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모든 이에게 흥미 이상의 가치를 전한다.

* 열정-카페타, 소다 마사히토, 학산문화사, 현 15권

카트레이더 게임에 열광하는 아이에게 전하는 본격 레이싱 만화다. 탈 것에 대한 욕망과 승부에 대한 열정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이다. 옛날 생각처럼 아이들이 만화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집에서 사주지 않아도 알아서 어떻게든 이 장르의 만화를 접한다. 문제는 학부모들이다. 만화를 몹쓸 것이라 여긴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이 장르의 만화를 권하지 않고 스스로 읽으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이들의 달라진 지식과 사고의 폭을 따라잡지 못 할 것이다. 암기하고 있는 수학공식이나 구구단, 영어단어 몇 개로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은 없다. 아이들에게는 지식을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법과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는 교양학습만화를 읽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트렌드고 학부모가 아이들의 세상을 함께 인식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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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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