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9강. 만화비평가 또는 리뷰어의 조건과 자질, 2008.12.22

만화비평가 또는 리뷰어의 조건과 자질


‘만화는 재밌게 보면 되는 것인데 무슨 비평이 필요하냐?’, ‘만화비평가는 만화산업과 출판권력에 기생하는 존재인데 정당한 평가가 가능하냐?’는 것이 만화비평과 만화비평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같은 ‘비평 무용론’과 ‘비평가 불신론’은 이른바 순수예술로 분류되는 문학, 음악, 미술은 물론이고 대중예술로 분류되는 영화, 방송, 가요 분야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새롭게 제출된 대부분의 문화예술 형식은 여전히 이 두 가지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대로 미리 답하자면 만화비평은 만화의 재미를 해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이와 재미를 공유하고 재미의 가치를 확대 발전시키는 한편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만화비평은 산업과 별개일 수 없지만 산업과 하나가 아니다. 산업 안에 있을 때 만화비평은 윤택해 질지 모르지만 당당할 수 없다. 그래서 만화비평은 산업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소비자의 눈높이를 거스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만화의 전진을 위해 노력한다.

창작자는 늘 비평의 기준을 넘어서고 이론은 늘 대중의 선택보다 늦는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비평의 전통과 수준을 넘지 못하는 창작이 넘치고 몰아주기 식 소비심리가 존재한다. 이는 만화문화의 발전을 막는 저해 요소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를 공격적으로 막아설 만큼 우리의 만화비평은 발전해있지 않다. 다행인 것은 나름의 이론과 방법론을 지닌 비평이 지속적으로 제출되고 이해관계자 간 토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활성화 된 인터넷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폭넓게 비평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만화리뷰가 발견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찾아내 소개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해 이를 개선해 간다면 만화비평이 꿈꾸는 만화 문화의 점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만화비평가, 만화리뷰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건과 자질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만화리뷰어는 만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절대적 기준은 있을 수 없다. 만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회화적 표현양식이고 문학적 요소와 영상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인쇄매체다. 미술, 문학, 영상, 출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지식이 있다면 기초 자질을 갖췄다 할 것이다.


둘째, 만화리뷰어는 넓은 시각과 공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를 선호하는 만화리뷰어가 있을 수 있지만 편향된 시각을 지녀서는 공신력 있는 리뷰어가 될 수 없다. 특히 공사가 분명해야 하고 각종 인연의 고리에서 독립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만화리뷰어는 무엇보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기초적인 맞춤법과 문장 구성력도 없이 근거 없는 주장과 무리한 해석을 난무해서는 곤랂다. 만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고 만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주장과 평가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는 논리적 글쓰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말로 비평하고 글로는 주장만 하거나, 자료만 제시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스스로의 권위를 해하는 일이다.


넷째, 만화리뷰어는 누구보다 성실해야 한다.

각종 매체에서 연재되고 있는 만화작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또한 창작자, 생산자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현장 소식에 능통해야 한다. 좋은 만화리뷰는 현장과 괴리되어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다.


다섯째, 만화리뷰어는 기본적으로 만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만화에 대한 애정 없이, 사람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 없이 만화작품을 도마에 올려놓고 요리해 보겠다는 심보로는 누구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 비평은 어느 분야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맹목적 비판이나 부정을 위한 부정의 논리를 전개해서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부의 지지는 물론이고 만화비평의 궁극적 목적인 만화발전에 기여 할 수 없다.


* 사진은 한 대담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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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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