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리뷰쓰기 4강-리뷰 중심의 만화소비 구조 정착을 위해, 2008.12.21

리뷰 중심의 만화소비 구조 정착을 위해


1. 까칠한 만화리뷰어가 우리 만화 발전 앞당긴다

글쓰기라는 것은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또 한 두 번 써본 것을 다른 이에게 공개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리뷰라는 글의 속성을 이해하고 만화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면 다른 글쓰기에 비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생산자나 배포자가 대우 받는 세상이 아니다. 문화에 권력이 있다면 이는 이미 소비자에게 넘어 갔다. 그중 가장 강력한 소비자 파워를 행사하는 이들이 바로 리뷰어, 리뷰를 쓰는 사람이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열독자 1만 명보다 까칠한 만화 리뷰어 1천 명이 우리만화의 시장 활성과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2. 전문가 리뷰보다 일반인 리뷰의 활성이 더 중요

이미 다수의 리뷰어들이 만화평론가, 만화칼럼리스트 등의 직함을 달고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필자의 경우 전통 미디어인 신문이나 잡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화평론가 중 한명이다. 리뷰어의 활동이 대두되면 상대적으로 필자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혁명이라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많은 이의 참여가 우선되고 경쟁이 심화되면 그만한 규모의 성장과 발전이 따를 것이다.

오히려 만화작품에 대한 감상과 평가 그리고 분석적 글쓰기가 몇몇 전문가의 몫으로 제한됐던 기존 시스템에 더 많은 문제와 한계가 있었다. 일반 도서에 대해 독후감을 쓰듯이,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영화 관람일기를 쓰듯이, 여행기나 상품평을 쓰듯이 만화 리뷰 쓰기도 그처럼 대중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한 블로거 리뷰어가 전통미디어로 진출하고, 전통미디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블로그 리뷰 활동을 선언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만화의 소비자가 리뷰어가 되고 리뷰어의 생산자가 다른 리뷰어의 소비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만화리뷰도, 우리만화도 또 한번의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아쉬운 대목이 많다. 만화리뷰의 생산량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 수준과 편차는 안타까울 정도로 심하다.


3. 양적 팽창만한 질적 발전 이뤄져야

필자 역시 마감에 쫓기다 보면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원고를 넘길 때가 있다. 그때의 죄스러움, 인쇄된 글을 확인할 때의 곤혹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쓰였으리라 생각되는 다른 이의 글을 접할 때가 있다. 가볍게 웃고 말지만 덜컥 걱정이 쌓이기도 한다. 그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만화리뷰, 만화평론의 수준이 곧 우리만화의 수준으로 이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몇 평론가와 칼럼리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화 지면이 있는 신문이나 잡지의 만화전문기자, 가끔 서평 코너에 만화를 소개하는 문화부 기자, 자신이 기획한 작품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홍보용 리뷰를 쓰는 만화편집자, 인터넷서점이나 인터넷만화방에 작품 정보를 쓰는 담당자, 출판사나 비영리법인의 만화모니터링 담당자, 전문적인 리뷰어로 활동하는 블로거, 블로그에 만화소비 경험을 게재하는 순수 소비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불성실한 글을 쓰고 있다.

더군다나 본인만 알 수 있는 암호 수준의 감상과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평가도 넘쳐난다.

양적 팽창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불성실한 글, 비정상적 글이 늘어나면서 성실한 글, 정상적인 글이 묻히거나 사라진다면 이 역시 불행한 일이다. 양적팽창과 함께 질적 변화에 대해 관심있는 이들의 지혜가 모여야 할 시기가 됐다.


** 오늘의 짤방은 서울애니센터에서 모였던 만화 전문가들의 모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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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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