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리뷰쓰기 3강-화 리뷰 쓰기는 생산적 소비활동, 2008.12.21

만화 리뷰 쓰기는 생산적 소비활동


1. 리뷰는 감상을 이야기하듯 적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아기에 처음 만화를 접하게 된다. TV애니메이션일 때도 있지만 성장기를 거치면서 이야기의 연속성, 문화소비 형태의 개인성, 생활환경의 이동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책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많은 이들이 수많은 만화작품을 감상했고 그 경험을 이야기해왔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만화방에서 작품 선정을 하기도 했고 자신이 읽은 작품을 추천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만화리뷰를 간단히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경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처한 운명적 상황과 이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대사를 기억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고 목표가 동일한 주인공을 찾는 것 역시 간단하다. 그처럼 상대가 처한 상황에 걸 맞는 만화의 한 장면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몇몇 전문가나 열혈 만화팬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늘 해 왔던 것이지만 말로 했기 때문에 적당한 기준과 방법론이 정리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또 글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2. 리뷰는 문학적 추상성보다는 과학적 구체성이 필요하다

물론 누구나 만화 리뷰를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이른바 글재주가 있는 몇몇 이들만 할 수 있는 문학적 능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술적 방법론에 가깝다. 리뷰는 예술적이고 문학적이라는 추상성보다는 구체성을 지닌 과학적 기술이다. 간혹 만화라는 예술적 창작물의 추상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만화 전문가 중 한명으로 작품 평가에 대한 신비성(?)을 남겨둬야 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작품 평가는 그렇게 전문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다.


3. 평가 역시 기준만 마련되어 있다면 누구나 할 수는 정형화된 업무이다

작품 평가의 정점이라고 해야 할 권위 있는 만화상의 심사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 전문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개입될 수는 있다. 하지만 작품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 중에 추상성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모든 심사 평가에는 자격기준과 선정 원칙이 정립되어 있다. 이 기준이 없는 심사에서는 심사위원단이 다른 심사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수립한다. 이 기준과 원칙에 따라 평가할 뿐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누가 그 심사에 참가하더라도 비슷한 결과 값이 나온다. 이 기준과 원칙을 벗어나서 평가한 경우 뒷말이 나오는 것이고 추상적인 전문성을 인정해 달라는 오기 섞인 발언이 쏟아지는 것이다. 즉, 만화 작품 평가에 대한 기준과 원칙만 정해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감상을 평가로 옮길 수 있다.


4. 평가는 작품에 대한 생산적 소비활동이다

감상이 작품에 대한 소비활동이라면 평가는 작품에 대한 생산적 소비활동이다. 소비활동에는 자유도가 있어야겠지만 생산 활동에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창작이 기준을 파괴하는 행위라면 평론은 창작의 유형을 분류해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평가는 이를 이론으로 받아들여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만화에 대한 평가가 동일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더 많은 소비자가 그 목적에 맞게 소비할 수 있다. 물론 이를 글로 쓴 리뷰는 평가 외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 그 것이 곧 가치다. 평가는 동일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평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가치는 또 다른 상황과 고민 속에서 리뷰어가 찾아내야 할 몫이다.


5. 중요한 것은 가치를 찾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 만화의 역사가 인정하고 있는 좋은 작품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있다. 필자는 여기에 ‘이야기의 힘’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더해서 작품을 평가한다. 즉 이 작품을 읽고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현재의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필자는 리뷰를 쓸 때도 이 요소를 강조한다. 단순하게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의 힘을 발휘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를 리뷰에 담아 보낸다.


6. 리뷰는 만화소비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리뷰가 만화 감상에 대한 피드백이라면, 리뷰에 대한 피드백은 해당 만화를 소비하고 각자의 삶 속에서 작품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 즉 만화소비를 유발시키는 한편 소비를 통해 독자의 삶이 새로운 에너지로 넘쳐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것이 생산적 소비활동이고 문화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 만화산업의 가치 사슬 중 리뷰의 관여 단계

 제작 이후 단계에서는 리뷰 활용 마케팅은 이제 일반적 홍보 활동이 됐다.

제작 이전 단계에서 기획, 창작진영이 어떻게 리뷰를 활용해야하는지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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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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