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Meet the Blogger 만화평론가 박석환님을 만나봅니다!, 2008.12.17

 

 

 

Q.    대개 사람들은 만화에게서 가벼운 재미를 얻으려고 하지만, 평론의 대상이 된 만화는 무거운 짐, 미뤄둔 숙제와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화 평론가로서 직업적으로 대하는 만화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박석환 님이 생각하는 만화 평론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대중이 좋아하는 만화가 ‘좋은 만화’죠. 저한테도 그런 만화는 강장제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만화는 ‘나쁜 만화’예요. 나쁜 만화는 귀찮은 손님일 때도 있고 위협적인 적일 때도 있어요. 일단 일이 됩니다^^. 대개 평론의 대상이 되는 작품은 대중의 눈을 피해간 나쁜 만화입니다. 대중의 눈은 정확하잖아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좋은 만화는 찾아내요. 그런데 같은 걸 반복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좀 색다른 시선으로 봤을 때 좋은 만화, 즉 ‘의미 있는 작품’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독자가 보기에 재미는 덜하고 부담은 커지겠죠. 저 역시 그런 작품에 대한 반응은 ‘자, 자 일하자!!’ 입니다^^.

-       평하고 논한다는 것은 무척 외로운 작업입니다. 줄타기 하는 심정이죠.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쇼(?)도 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만화평론은 다른 장르에 비해 매력이 있습니다. 만화 자체가 ‘연관 산업에 대한 파생 효과’가 높은 창작 산업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평한 작품이 캐릭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죠. 이런 경우 촉매제 역할이라도 한 것처럼 뿌듯합니다. 먹은 것 없이 배부르다고 해야 되나요^^.

 

Q.     박석환 님께서는 자신을 만화적 인간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요, 박석환 님을 만화의 세계로 이끌어준 내 인생의 만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A-       지금 보니 좀 민망한 표현이네요. 저는 서사만화를 즐깁니다. 극화, 코믹스라고도 하고 소년만화라고도 하죠. 이 장르의 만화가 지니는 가치가 ‘꿈’ ‘도전’ ‘우정’ ‘성취’ 같은 것입니다. 조금 허황된 꿈을 꾸는 주인공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담죠. 우정과 성취는 선택적 요소로 등장하고요. 지금도 그런 만화를 즐기고 꿈을 지닌 소년의 도전에 감동합니다. 저 역시 좀 근거 없는 자신감과 넉넉한 열정을 지니고 있어요. 실수는 하지만 실패는 모릅니다. 타협은 하지만 포기하지 않죠. 더 이상 키가 크지는 않지만 계속 성장한답니다. 만화 주인공처럼 사는 거죠^^.

-       제가 만화를 처음 본 때는 만 5세 때 입니다. 1978년이죠. 당시 글을 몰랐기 때문에 제목은 긴가민가했는데 몇 해 전에 답을 찾았어요. 만화가 이두호 선생님이 그린 <바람처럼 번개처럼>이라는 야구만화예요. 1983년에 <유령타자>라는 제목으로 재출판 됐을 때는 정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조선을 그린 이두호>라는 책을 쓰면서 다시 봤죠.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번개처럼 빠른 공은 바람소리가 나는 법이지.” 최고 투수의 공을 쳐낸 타자가 한 말입니다. 늘 더 높은 곳을 지향하고 설계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죠. 이렇게 만화에서 삶의 태도를 배우면서 살았답니다.

-       이 작품으로 만화 읽기를 시작했고 성장기에는 동시대의 소년들처럼 이상무, 허영만, 이현세 선생님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저를 ‘만화소년’으로 만든 작품을 꼽자면 이상무의 <울지 않는 소년>, 허영만의 <무당거미>,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습니다. 울지 않아요 챔피언이 될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우리 만화도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또 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만한 우리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박석환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세계로 수출되는 우리만화는 크게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일본만화의 전통아래 있는 작품들이죠. 둘째는 만화가의 독특한 인식과 체험이 담긴 문예성 강한 작품이고요. 셋째는 한국적 코드 즉 역사나 환경에 입각한 작품입니다. 세 영역이 단계적으로 진행됐고 현재는 각각의 레이블을 형성하며 수출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보다는 로맨스에 비중을 두고 싶고, 문예성보다는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 그리고 정보통신 환경 하에서 도출된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웹툰에서는 연우의 <핑크레이디>, 하일권의 <삼단합체 김창남>, 김혜진과 요한의 <펫 다이어리>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       ‘만화’라는 브랜드가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브랜드라면 독자적인 가치가 문화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안정적 내수 기반이 필수인데 현재는 생산자도 수용자도 변하고 있는 터라 동일한 가치의 상품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현 수준에서는 오히려 만화가가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세계화 전략으로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다수의 만화가들이 일본이나 미국 현지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들 또는 진출 가능한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죠.

 

Q.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만화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웹툰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하는데, 박석환 님께서 바라보시는 웹툰만의 매력이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대세는 웹툰이다’라는 정책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대중문화의 핵심은 ‘손쉬운 접근성’이예요. 문화에 대한 접근 자체가 도전이 되면 그건 곧 ‘소수문화’가 됩니다. 저는 소수문화로서의 만화를 응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중문화로서의 만화가 성립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오프라인만화와 온라인만화가 기존의 위치와 지위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웹툰으로 인해 만화가 여전히 대중문화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계상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출판만화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 웹툰은 IT강국 코리아의 만화가들과 수용자들이 새롭게 구축해낸 우리 만화의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국의 ‘웹’이 만들어낸 ‘툰’입니다.

-       문제는 웹툰에 대한 만화계 내부의 부정적 인식입니다. 전환기적 인식 임에 분명한데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웹툰은 외롭게 발전 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제 툰이 아니라 웹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만화계와 포털 간에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Q.     블로그 곳곳에서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박석환 님의 자녀들은 만화만큼은 여느 아이들보다 자유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쯤 꼭 읽었으면 하는 만화가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그리고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읽기 좋은 작품이 있다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A       ‘만화책 보지 말고 공부해라!!’라고 호통치는 부모님은 요즘 없지요. ‘제발 게임 좀 그만해라!!’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아이들의 시간 사용이 문제지 만화나 게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작품은 그 자체로 완결되어 있는 것이고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죠. 이 세계에 얼마나 들어갔다가 나오느냐의 문제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가 문제죠. 그래서 미디어는 ‘혼자 놀게 던져주는 장난감’은 아닌 것 같아요. 부모가 함께 해줘야 하는 것이죠.

-       부모가 먼저 시작하려면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나라>를 읽으면 됩니다. 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 거리가 가득합니다. 아이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런데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좀 어렵습니다. 교양 수준에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꼭 읽어야죠. 각종 상표와 상품 이름에 대해 아이와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하면 한자 단어 때문에 고민할 겁니다. <마법천자문>을 읽혀야죠. 이런 책은 그냥 던져주면 어느 날부터 아이가 한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물론 부모가 가끔 ‘불 화’ ‘바람 풍’하면서 에너지파를 날려줘야 하고 한자카드 한 세트 정도는 사줘야지요. 한자어나 고사성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이문열 이희재의 만화 삼국지>를 읽으면 됩니다. 삼국지 100번은 읽어야 한다니까 부모님도 같이 읽으면 처세에 대해 색다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현세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는 TV사극 주인공과 ‘겨레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부르면서 목차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됩니다. 아이의 독서가 조선시대를 넘어서면 동전과 지폐의 모델을 찾아내게 해서 상금을 주는 것도 괜찮죠. 이러다 보면 아이가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른들도 만화책을 봐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거죠. 저도 아이 몰래 화장실에서 몇 번이나 다시 펼쳐봤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취미와 연관된 만화작품을 찾아보는 노력 정도는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유소년 축구를 합니다. 좀 잘 해요^^. 단독 돌파에 재미가 붙어서 좀처럼 나누는 축구를 하지 않길래 패스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미치테루 쿠사바의 <환타지스타>를 보여줬습니다. 지금은 축구의 기본인 2 : 1패스를 즐기며 생각하는 축구를 한 답니다. 만화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만화에 담긴 소재에 미치는 거죠.

 

 

Q.     보통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때 만화를 본다면, 박석환 님의 휴식은 만화 이외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즐기는 취미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휴식용 만화 읽기가 있고 업무용 만화 읽기가 있습니다. 그것처럼 놀이용 글쓰기가 있고 벌이용 글쓰기가 있지요. 하하하.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놉니다. 오히려 가족과 논다거나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갈 때 가정의 화목과 튼튼한 교우 관계 유지를 위해 일하러 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       전에는 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사회인 야구를 했어요. 요즘 참석 못하고 있지만 창단 첫해와 이듬해에는 열정적이었습니다. 가장 못한다는 8번과 벤치가 주 역할이었지만 배트 하나 들고 타석에 설 때의 긴장감 그리고 ‘깡’하는 배트의 울림은 정말 짜릿합니다.

 

Q.     최근에 출간하신 저서 <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 리뷰 쓰기>의 머리글에서 만화 리뷰는 그 꿈을 먼저 경험하고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일이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모든 블로거들은 잠재적인 만화 리뷰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이들이 좀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그야말로 꿈을 공유할 수 있는 리뷰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선 써야죠. 만화에 담긴 꿈, 동경, 희망 이런 것들을 읽어냈다면 그것들에 대한 감상을 쓰면 됩니다. 대개 감상을 적으라고 하면 줄거리를 적거나 ‘재미있었다’는 표현의 극한을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시도는 좋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죠.

-       만화에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가 사는 삶의 배경이 있고 사건이 발생하죠. 이 사건을 이해하거나 해결하려는 주인공의 태도가 있습니다. 이 사건과 태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라면’이라는 전제 하에 주인공에게 벌어진 사건에 대해 해석해보는 것도 좋겠고, 자신에게 벌어졌던 비슷한 사건을 예로 들어서 주인공의 태도를 평해보는 것도 좋겠죠.

-       글감이나 주제를 잡지 못했다면 본문을 먼저 작성하는 것보다 키워드(태그)를 적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죠. 작품을 보며 떠오른 단어들을 쭈욱~ 적어놓고 마인드맵을 하듯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떠오른 심상을 적어가는 거죠. 일단 고민하고 써야 합니다. 쓰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잘 쓸 수 있는 고민도, 발전도 더딜 수 밖에 없어요.

 

Q.     블로거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글로 남김으로써 감수성 및 정체성을 표출합니다. 박석환 님이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템을 세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A-       놀이와 벌이가 잘 분리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여전히 만화만 생각합니다.

-       내년이 현대 만화 탄생 100주년 입니다. 만화100년을 재정리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서 ‘옛날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만화 수집 블로거’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       또 웹툰 창작과 소비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위해 ‘웹툰작가’들과의 만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만화 그리는 블러거’들과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       그리고 만화리뷰쓰기에 대한 책을 냈는데 이를 주제로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만화가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만화리뷰’가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화 리뷰 쓰는 블러거’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는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일반적인 아이템이라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니까 이동형 입출력장치와 저장매체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각종 기기를 기능별로 구입했다가 통합된 기기로 바꾸고… 이걸 다시 기능별로 재구매하는 ‘최악의 패턴’을 지니고 있습니다. 500만 화소급 핸드폰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 될 줄 알았는데… 넷북, 똑딱이, 피뎅이, 볼펜형 녹음기 등 독립형 기기의 구매 리스트를 감춰두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박석환 님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요?

A-       박석환에게 ‘블로그는 비어있는 말칸이다’. 서사만화는 칸의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말칸에 담긴 내용에 따라, 칸과 칸 사이의 연결을 통해 의미가 전달됩니다. 만화가가 조율을 하기도 하지만 독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필름이나 방송처럼 일방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저한테 블로그는 꼭 채워놓고 싶은 말칸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수리술술 꽉꽉 채우다가도 어느 날은 말줄임표를 찍는 것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큰 창이 있는 화장실처럼 조심스럽죠. 그래서 반쯤은 벗고 반쯤은 가리고 있답니다. 비어있는 말칸과 꽉찬 말칸 그리고 칸과 칸 사이, 즉 포스트와 포스트 사이를 읽어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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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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