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이제 돼지털?…디지털!
냉장고로 인터넷을 하는 시대. 아내에게 싱싱한 생선을 전화기로 보여주면서 통화하는 시대. 이 모습을 본 할머니의 한 마디 외침.
“돼지털?”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한 전자회사의 CF는 기술 발전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인공위성으로 길을 알아서 찾아주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장치)덕에 모르는 길도 척척 찾아 갈 수 있는 지금, 10년 전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SF영화 속을 보는 듯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술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와 같은 템포의 스텝을 밟는다면 머잖아 우리도 돼지털을 외치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의 출판만화도 고속인터넷이라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했다. 출판만화 시장의 불황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냐, 아니면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새로운 만화의 장(章)을 시작할 것이냐. 이런 물음은 시장이 위축됨과 인터넷 만화의 운영정지 및 폐업처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점차 부정적으로 결론지을 듯 했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 만화, 혹은 디지털 만화론을 주창한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 박. 석. 환. (뚜둥~)
만화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언어
만화평론가 박석환은 온라인 만화가 곧 만화의 미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존의 발표됐던 출판만화에 고정된 형식과 관념이 온라인을 통해서 새롭게 발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디지털만화론 『잘가라, 종이만화』(2001, 시공사)는 그의 온라인 만화에 대한 생각은 물론, 앞으로 출판만화와 동시에 온라인 만화라는 새로운 표현 양식을 갖게될 우리 나라 만화의 미래를 예감케 하고 있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은 만화를 단순한 책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게 만화란 현대 대중사회와 문화를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또 전파하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제 1의 언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일본 출판만화의 강력한 힘은 출판된 책뿐만 아니라 스토리, 캐릭터, 음악과 같이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저’(one source multi user)라는 개념에 철저하게 부합시켰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즉 만화라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의 유무가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대중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출판만화의 불황이 장기화로 돌입한 지금 새겨 들어볼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성애만화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현재 그의 공식 홈페이지 ‘코믹스팸(www.comicspam.com)에는 성애만화라는 코너를 통해서 유럽의 작가와 일본, 그리고 우리 나라 만화가들의 성애만화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유럽 작가와 일본, 우리 나라 작가의 특징을 비교해가면서 읽으면 매우 재미있을 듯 하다. 우리 나라 출판만화 중에 간과된 몇 가지 만화장르 중에 하나인 성애만화는 평론가들과 만화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박석환의 성애만화 탐구는 정보전달과 자극적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다. ’만화는 언어‘라는 그의 지론처럼 성애만화라는 숨겨진 언어를 탐사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은 1997년 스포츠서울 만화평론부분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 및 만화페스티벌의 기획자와 심사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또한 각종 신문 및 방송매체를 통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도록 노력했다. 그러다 인터넷 만화 포탈 사이트 ‘코믹플러스’(현 NJOY365)에 몸담게 되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온라인 실무와 더불어 전문 만화지식이 집약된『잘가라, 종이만화』(2001, 시공사)라는 정식 디지털 개념서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서점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박석환의 홈페이지 ‘코믹스팸’에서 그러한 그의 글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일반적인 만화 작품비평 뿐만 아니라 그가 각종 신문 및 매체에 연재했던 글들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추억의 만화방을 찾아 탐문기를 업데이트한 그는 딱딱한 평론가가 아닌 만화를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으로 과거를 추억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인터넷과 홈페이지라는 기술의 덕일 테니 디지털의 기쁨이 한층 늘어난다.
다시 디지털이다
분명 우리 나라에서 인터넷은 이제 생활 속에 깊이 잠식했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이점은 출판만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온라인 만화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되었다. 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세계1위와 온라인 만화는 결국 한국형 만화라는 새로운 현상을 낳았고 그런 점에서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화 된 만화가 성장하게 된 것이다. 평론가 박석환은 그런 시대적 미래에 발맞춰 온라인 만화가 갖춰야 할 것, 나아가 우리 만화가 살아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디지털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
-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등단하고 나서 한국만화문화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쥐게 되어서 오히려 거북한 부분이 많았는데 만화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특히 그랬다. 발이 넓지도 않고 실제로 다리도 짧아서(천성상 움직이는 것도 싫어한다) 연구활동의 대개는 문헌조사를 중심으로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 의 오혜성 식으로 말하자면 '도서관과 만화방은 내게 성전이었고 PC통신과 인터넷은 복음이었다.' 또 한만연의 정체성이 한국만화사 정립에 있었던 만큼 이를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검토 된 것이 CD롬과 PC통신이었고 다행스레 몇몇 관련 업체들의 제안 작업에 참여했었다. 연구원 기관지인 <코코리뷰> 와 첫 평론집인 <만화시비 탕탕탕>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 등을 통해 간간이 만화와 멀티미디어 또는 인터넷과의 접목을 검토했다.
1999년 말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만화 포탈 코믹플러스 프로젝트 개발 진행 제안을 받았고 2000년 초에 이를 근간으로 집필을 계획했던 '디지털만화론'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연구저술지원 공모에 당선되면서 이 책(잘가라 종이만화)이 나오게 됐다. 디지털 시대에 젊은 만화평론가에게 주어진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저술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진다.
디지털만화와 출판만화의 가장 큰 차이점, 혹은 디지털만화만이 갖는 장점이라면?
-현재 시점의 디지털만화와 출판만화는 다른 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디지털만화는 어떻게 하면 출판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까에 목적을 두고 있다.
출판만화보다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 출판만화처럼 만들려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 대중의 인식이 디지털만화와 출판만화가 다른 것을 출판만화보다 못한 것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 적으로는 저장의 용이성과 보존성 찾기의 편리함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멀티미디어 기능의 추가로 인해 달라진 형식적인 측면 등을 꼽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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