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타’는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자동차경주를 소재로 한 만화다. 그런데 여느 자동차 소재 만화와는 다르다. 초특급 경주용차, 질주 쾌감, 레이싱 걸 등 이 장르의 화려한 요소들은 제거됐다. 주인공 타이라 캇페이타가 처음 펼치는 자동차 경주는 초등학생 카트 대회다. 엄마를 잃은 주인공을 위해 가난한 아빠가 버려진 부품으로 만들어 준 것이니 성능도 보잘것없다.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카트로 경주에 나선 것. 한 대라도 추월해 보고 싶지만 자꾸만 뒤처진다.
재정적 지원과 특급 장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자동차 경주다. 주인공은 절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에 가까이 가게 해줄 뿐,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열정의 작가 소다 마사히토다운 설정이다.
작가는 전작 ‘출동 119구조대’에서는 거대한 화재 현장 앞에 선 소방관을, ‘스피드 도둑’에서는 속도와의 경쟁에 나선 사이클 선수를, ‘스바루’에서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발레리나를 그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주인공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이 곧 한계가 되지만 이를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과 경쟁이라도 하듯 작품마다 더 혹독한 환경, 더 많은 한계를 제시해 왔다. 그때마다 주인공들은 지원과 혜택이 아니라 스스로의 열정과 협력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더 어려졌다. 전반부는 유명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로 익숙해진 카트 경주가 펼쳐진다. 카트를 통해 자동차경주의 세계에 빠진 주인공은 정식 포뮬러 경주에 나서게 된다. 자동차 경주만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머신을 타고 서킷을 달리는 주인공은 라이벌과의 치열한 승부를 통해 경쟁과 도전, 승리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레이싱 후진국에서 F1(Formula One)이라는 세계 최대 경주에 참가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만화적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이미지를 꿈꾸고 도전한다. 14권이 출간된 현재, 주인공의 나이는 16세 소년이다. 소년은 쉽게 배우고 원칙대로 행동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한계를 인정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잃지 않고 몰입한다. 어른이 되면 지키기 힘든, 소년 특유의 장점이다. 그리고 꿈, 도전, 열정이라는 소년 만화의 영원한 테마가 만들어 낸 전형적 주인공의 매력 요소다. 또래의 소년이 읽는다면 그만한 열정을 삶의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다 큰 어른이 읽는다면 소년의 순수한 열정으로 재무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2010년이면 전남에서 국내 최초의 F1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린다. 포뮬러 자동차와 레이싱 기술, F1 대회에 대한 상식도 미리 챙길 수 있다.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동아일보, 2008.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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