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만화가 뜬다! 드라마-영화 원작으로 각광,2004.05.16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의 원작으로 각광받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대중문화산업 전반에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만화·소설 등 하나의 원작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붐이 일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만화가 각 분야의 원작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꾸준히 만화의 영화·드라마화가 추진돼왔고 요즘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90년대 순정만화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원수연의 ‘풀하우스’는 김종학프로덕션과 판권 계약을 맺어 오는 7월에 KBS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인 엘리가 아버지의 유산인 집 ‘풀하우스’에서 영국의 인기배우 라이더와 어쩔 수 없이 동거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원작만화는 국내는 물론이고 대만 홍콩 등 동남아 일대에도 수출돼 인기를 모은 작품. 드라마는 무대를 국내로 옮겨 시나리오작가 한지은(송혜교)이 만화의 뼈대인 ‘풀하우스’를 놓고 아시아의 인기 배우 이영재(비)와 계약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티격태격·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보여준다.

주연배우를 캐스팅하는 단계부터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풀하우스’ 마니아들이 브라운관으로 옮겨진 원작에 얼마나 높은 점수를 줄지 궁금하다.

‘2003 대한민국만화대상’에서 인기상과 신인상을 거머쥔 박소희의 ‘궁’도 최근 ‘앞집여자’ 등 히트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에이트픽스와 드라마·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궁’은 ‘영국이나 일본 왕실처럼 현대 한국에도 왕실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낡고 쓸쓸한 고궁 대신 늘 왕족들의 바쁜 일상으로 활기찬 궁이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왕세자와 왕세자빈의 정략결혼을 다뤄 여성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에이트픽스는 이미 영화화된 바 있는 김혜린의 순정만화 ‘비천무’도 일찌감치 ‘찜’해 드라마화를 추진해왔고 김수용의 히트작인 ‘힙합’의 판권도 갖고 있다.

미디어다음에 연재됐던 인터넷만화 강풀의 ‘순정만화’도 한 영화사와 판권 계약이 맺어진 상태. 서른살 노총각과 여고생, 연상녀와 연하남의 언밸런스 커플이 빚어내는 순수한 사랑 얘기로 연재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해왔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된 만화도 수두룩하다. 드라마 사극에 새 바람을 몰고 온 MBC-TV의 ‘다모’는 방학기의 ‘조선여형사 다모’가 원작이고, 영화 ‘올드보이’는 일본 만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SBS-TV의 ‘미스터Q’ ‘아스팔트 사나이’, 영화 ‘비트’ 등도 허영만의 만화를 토양으로 해 태어났다.

만화계에서는 만화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만화가 드라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의 모체로서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만화의 컨셉트만 몰래 따서 쓰던 것에 비하면 정식 계약에 따른 활용은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면서 “드라마나 영화 상영에 맞춰 원작을 재출간하는 등 출판계의 적극적이고 발빠른 사전준비가 따라야 드라마의 인기가 만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정은기자 mo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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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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