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동아일보 박석환의 만화방은 최근 출시된 강도하 작가의 '로맨스킬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원고는 반쯤 정리했고 내일 마감할 예정입니다(아이쿠... 급 추가입니다. 마감은 했는데... 당일 지면사정으로 한주 쉬었다가 다음주에 게재된답니다..ㅇ, 5월5일자입니다 --;) .
연재 호흡을 맞춰서 1번, 연재 종료 후 또 1번, 원고 쓰면서 1번 더 읽었습니다.
세번째 읽으면서는 200자 원고지 8매라는 제한된 지면에서 할 수 있는 논의를 넘어선 그림들이 그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쓰고 지우기를 수차례해야하지요.
이야기의 골격도 알려주고 옆쪽으로 삐쳐져나간 대목들도 달아주고
본문 정독보다는 각주와 미주 같은 요소에 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도 들려주고
작가의 이력과 앞으로의 역할 등등도 정리해주고...
하다보면 아래한글의 페이지 넘긴 선이 몇차례나 보였다 사라졌다 합니다.
그리고 나서 후회하지요. 이걸 어떻게 8매로 정리해!!
물론 그만한 수고가 필요한 작품이니만큼 곱게 저장해뒀다가 다른 매체에 한번 더 하지 뭐.
하면서 툭툭 털어버리겠지요 --;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강도하의 '로맨스킬러'를 해석하는 일이...
사실 강도하 작가, 강성수 형님은 제가 만화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쥐고 공식적으로 처음 만났던 만화가입니다.
아실려나?
97년에 실험만화 히스테리를 발표했을 때 신일섭 형님과 함께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11년 전이지요. 그들의 실험에는 박수를 보냈지만 100% 공감을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문화적 맥락이나 순서없이 미국이라는 용광로에서 녹아난 포스트모더니즘을 수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땐 저도 어렸으니... 저항하는 실험정신에 저항했던 셈이지요 --;
대신 박수를 보냈던 부분은 그때도 저의 관심사였던 종이+만화라는 형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부분이었습니다.
한창 만화의 산업화 담론과 함께 만화의 지형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선이되던 시기였으니까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종이에 인쇄된 것이 만화가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만화'라는 주장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었음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후에 몇몇 활동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다양한 만화행사가 생기고 만화동호인들이 늘면서 이른바 '전시만화'의 전통이 생겨났고
만화가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공간 개념이 생기면서 '행위만화(만화포퍼먼스, 코스프레극)'의 전통이 보편화됐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만화는 그간의 여러 음해론을 벗어던지고 전혀 색다른 표현형식과 미디어가 될 것으로 믿은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만화가 아니라 디지털+만화를 제안하게 됐던 것이고
만화+책이 아니라 유통망+만화라는 사업모델을 형성할 수 있었으니 개인적 연 치고는 깊습니다.
당시에도 강성수 형님은 실험만화를 하는 분들 중에서도 월등한 작화 테크닉과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언더의 둔탁함이랄까 그런 것이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만화, 설치만화, 행위만화로 분주하더니
급기야 청소년보호법 문제로 온 만화계에 투쟁전선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만화다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야말로 멀티플 아티스트입니다.
'위대한 캣츠비'로 많은 것을 벗어던지고 대중작가로 거듭난 셈이지요.
하지만 '로맨스킬러'에서는 그 시절의 멀티플 아티스트를 다시 만난 느낌입니다.
마치 작가의 후일담을 변주한 것처럼도 해석되는 대목이 많은데...
이 작품을 위해 앞의 작품이 준비됐다면 만화가로서의 삶을 스스로의 의지와 계획만으로 경영해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98년 한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두호, 이현세 선생님과 함께 원수연 선생님, 강성수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두분이 결혼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한참을 지나서 2004년 쯤 되던 해에 두분이 함께 쓰던 작업실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만화 회사에 다녔지만 직접 작가 계약이나 작품 편집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심 자유롭게 만났는데
입장이 입장인지라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던 듯 싶습니다.
사실 그때는 한창 회사가 매출을 발생시키던 때라 아쉬울 것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조금 한가해졌었을 때지요.
내심으로는 요즘은 어느쪽에 관심을 두고 계실까?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없을까하면서 찾았던 듯 싶습니다.
기억으로는 같이 버스를 타고 홍대 근처로 나왔던 것 같은데...
아이구... 이거 사담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토요일자 리뷰에서 제가 이 작품을 해석하고 소개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행간을 읽어주시기를^^
추억의 사진한장으로 마무리!!
* 자료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을 디카로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렸던 건데...ㅋㅋㅋ 소박한 좌담회입니다.
오른쪽 상단에서 대담정리하고 있는 분은 지금 뭐하실려나. 열정적인 만화가 지망생이었는데...
앞편의 팔리지 않는 책을 쌓아두고 찍은 사진을 덜컹 게재하다니... 이 편집부의 자신감이라니...
저 눈빛들은... 사실 이때는 모든 것이 확정적으로 해석되던 시기였습니다. 젊었지요...
지금은 사진으로만 봐도 저분들의 눈빛에 위축될 듯 싶은데... 그때는 멀쩡했습니다.
오른쪽 하단의 ... 긴머리 소년이었으니까요^^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