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만화읽기하면 어떨까?, 2007.06.01


얼마전 아이들과 월드컵공원에 갔습니다.

전날 야근을 했던 탓에 아이들은 안사람과 같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으로 하고

저는 잔디밭이나 벤치에 누워 자는 것으로 약정을(?)을 하고 나섰지요.

도착해서 약속했던 대로 저는 누울 자리를 찾았고

머리받침용으로 차에 있던 4권짜리 만화책 한셋트를 들고 내렸습니다. 

안사람과 아이들은 놀이공원으로 가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머리받침용 만화의 랩을 벗기고 한장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따스한 햇빛과 공원이라는 개방된 공간의 기운 때문이었는지

책장에서 묘한 광선 같은 것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낯설었습니다.

낯선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간 제가 읽었던 만화 또는 만화를 소비했던 공간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거나 실내였습니다.

만화방 쇼파, 학교 책상 밑, 내방 구석이나 마루 등등등

다른 사람이 왕래하거나 시끌벅적한 곳은 아니었지요.

무엇보다... 형광등이나 조명등 아래였습니다.

물론 그런 공간쯤 되어야 만화주인공과 나의 일체감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지니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원에서 만화책을 읽다보니까... 이것참 개운하달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좀 더 선명하게 보였고

기다란 서사도 끈긴데 없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내밀함이랄까 하는 쪽에서 찾아지는 조금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거세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침한 카페나... 동아리룸에서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공원 잔디에서 둘러 앉아 만화를 읽고

벤치에 모여 앉아 독서토론도 하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민 공원에서 만화읽기 캠패인 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매달려 만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종이책을 한봉지씩^^ 들고 와서 나눠먹고 바꿔먹고

그러면 매일매일이 만화잔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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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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