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한 만화콘텐츠의 서사구조와 이데올로기 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만화 콘텐츠의 서사구조와 이데올로기 연구

- 만화 《천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


Narrative Structure and Ideology of Cartoon Contents

-A Semiotic Approach on a Cartoon titled as Mythology of the Heaven's-



I. 서론


1. 문제제기

서사체 방식을 취하고 있는 소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TV드라마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판타지의 열풍이 거세다. 전통 설화를 매개로 한 판타지, 역사적 사실에 흥미 있는 서사적 장치를 도입한 팩션(Fact + Fiction)의 붐은 세계적인 대중문화 현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텍스트 기반 매체에서 출발, 이미지 기반 매체로 확대 재생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현재 판타지는 전 세계 문화산업 시장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문화산업은 한국적 판타지라 할 수 있는 대하역사드라마와 함께 가요, 영화, 만화 등 ‘한류’열풍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현재 국내 문화산업은 시장 규모가 44조원에 이르고 수출 시장 규모는 6억 3,000만 달러로 수입 규모를 앞질렀다. 과거 문화수입국에서 문화수출국으로 위상이 전환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콘텐츠의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과 이야기 소재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화산업의 핵심은 콘텐츠’ 즉, 이야기 소재라는 인식 하에 2003년부터 ‘문화 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부록1 참조)’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판타지와 팩션의 붐이라는 시장 트랜드와 맞물리면서 관련 산업계와 학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 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은 이야기체 형식으로 전해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 원형을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비디오 등의 디지털 형식으로 제작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 상품 개발에 기초 자료로 응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으로 2006년 현재 9개 주제, 178개 과제, 23,907건의 문화 원형 디지털 콘텐츠가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어 있다(부록1 참조).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TV드라마 《별순검》, 영화 《왕의 남자》 등이 창작됐다. 단순히 이야기체 방식으로 전해 내려오던 우리의 전통문화와 설화가 관・산・학・연의 공조로 현대적 상상력과 기술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모습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자 이를 이용한 창작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호응 뒤에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토분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계획을 담은 동북공정 사업 등이 알려지면서 우리 역사 문제는 정치적이고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특히 역사왜곡이 영토분쟁으로 이어지면서 기록이 분명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복원과 해석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상고사(上古史), 우리 민족의 형성 과정 등에 관한 학술적 연구가 활발해졌고 대중적 관심과 함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높아졌다. 한편, 단군(檀君)을 숭배하는 민족종교가 활성화되고 증산도에서 발행한 《개벽》이라는 교리집이 네티즌들의 패러디 대상이 될 만큼 폭넓은 반응을 일으켰다. 또한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던 단군 동상이 특정 종교 집단에 의해 훼손되는 등 종교적 갈등 양상도 나타났다.

판타지와 상고사에 관련 된 문화적 트랜드, 산업적 영향력, 정책적 지원, 외교적 대립, 학술적 연구, 종교적 이탈행동이 어떤 유기적 관계에 의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판타지 장르의 유행, 설화적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전통 문화 원형 콘텐츠의 상품화는 자칫 우리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왜곡을 낳고, 모종의 이데올로기(Ideology)를 생산하여 종교적 갈등과 외교적 마찰까지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전통 문화 원형적 요소를 담고 있는 창작 텍스트를 선정하여, 그 콘텐츠에 담긴 서사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연구하고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여 밝히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우리의 설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팩션, 우리의 전통설화 등 이야기체 전통에서 찾을 수 있는 콘텐츠 원형에 대한 관・산・학・연의 재발견 작업이 이어지면서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대중적인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전통 문화 원형을 찾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붉은악마의 휘장일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사용한 휘장은 우리 선조들이 잡귀의 침범을 막기 위해 문이나 사래 끝에 걸었던 귀면(鬼面)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도깨비 형상은 우리의 상고사 속 전쟁 영웅인 치우천왕을 상징화한 것이다.

1999년 응원단의 회원이었던 한 디자이너의 권유로 귀면와 이미지가 응원단의 공식 캐릭터로 지정됐다. 치우천왕의 상징이 그려진 대형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축구시합(1999년 3월 29일)에서 1 : 0으로 승리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4강 신화를 창조해냈고 우리의 거리 응원과 치우천왕의 깃발은 전 세계 축구 축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귀면와 그리고 치우천왕이라는 전통 문화 원형이 축구 경기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월드컵이 국가 간 민족주의의 대립을 극명하게 드러내 스포츠 냉전시대를 구축하고, 탈냉전시대의 갈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라면, 치우천왕이 그려진 초대형 깃발과 북소리는 우리 민족에게 어떤 통일 된 이데올로기를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도구는 TV를 통해 월드컵 중계를 지켜보던 세계인들에게‘지칠 줄 모르는 한국 축구’와 ‘역동적인 한국경제’를 동일한 것으로 기억하게 만들었고, 우리 국가의 대외적 이미지와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축구 국가대표팀 붉은악마가 치우천왕의 이미지를 공식 캐릭터로 지정하기 이전인 1997년에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현세가 치우천왕이 등장하는 만화 《천국의 신화》를 발표했다. 발표 이전 10여 년의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하는 이 작품은 이후 10여 년의 창작 기간을 거쳐 2006년 5월 8일 신문 연재를 끝으로 50여권 분량으로 완결됐다. 이 작품은 1차 출간 분량이 발표되던 시점에 ‘청소년보호법’이 공표되고, 상고시대의 성풍속(性風俗) 묘사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갖게 한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기소(起訴) 당하면서 작품의 내용과 의미보다는 ‘음란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정 공방으로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만화가 이현세는 우리사회가 판타지, 상고사, 전통 문화 원형 콘텐츠 산업 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이전에 우리의 상고시대를 판타지 만화로 그려냈다. 동아시아 지역의 설화와 역사를 망라하고, 부족한 사료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끼워 맞추어 재구성해 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 원형 콘텐츠 디지털화 사업의 개념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만화 《천국의 신화》는 문화 원형 콘텐츠 디지털화 사업의 중요 선례로서 논의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현세는 이 작품의 책머리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 재확립’을 위해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문화 원형 콘텐츠의 서사구조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10년 간 스포츠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연재되고 단행본을 통해 다양한 독자에게 읽힌 만큼 작가가 주장한 것과 같이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어떤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우리 사회에 유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본 논문에서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와 소재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생성하고 있는지 기호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II. 기존 문헌 고찰 및 이론적 배경


1. 만화와 문화 원형 콘텐츠


1) 우리 만화의 발전과 의미


(1) 우리 만화의 개념

일반적으로 우리가 ‘만화(漫畵)’라고 지칭하는 용어에는 다양한 형식이 내포되어 있다. 신문의 컷, 캐리커쳐, 시사카툰, 4칸만화, 1~6페이지 분량의 신문연재극화도 만화라고 하고, 잡지에 실린 16페이지 내외의 단편만화, 연재만화도 만화라고 한다. 200페이지 내외로 묶인 만화책도, 수 권에서 수 십 권에 이르는 만화책 시리즈도 만화라 한다. 심지어 TV에서 방송되는 애니메이션도 만화라 하고, 무언가 가볍고 유치한 것도 만화라고 한다. 웃기는 것도 만화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도 만화라 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식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화를 구분하기 위해서 매체 개념을 포함해서 신문만화, 만화잡지 또는 잡지연재만화, 만화책이라고 하기도 한다. 내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발행주기에 따라, 생산방식에 따라, 유통형식에 따라서도 세분화된 명칭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물론 나라마다 명칭과 그 의미도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생산자들의 입장일 뿐 수용자 입장에서는 다시 만화일 뿐이다.

만화에 대한 정의도 매우 다양하다. 간단하게 이를 특징별로 정리하자면 ①약화(略畵) ②연속화(連續畵) ③복제화(複製畵)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형식의 회화적, 명시적, 서사적 표현물이 곧 만화이다. 일본에서는 이 조건에 준하는 작품을 도바에(鳥羽繪), 펀치(Punch), 골계화(滑稽畵) 등으로 불렀다. 기록에 의하면 만화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우키요에(浮世繪, 일본 풍속화)의 대가 호쿠사이(葛飾北齋)가 1814년 발표한 ‘호쿠사이 만화’로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인쇄술의 도입과 신문의 등장으로 이 같은 성격의 표현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삽화(揷畵)’를 최초의 우리 만화로 평가한다. 이후 신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명칭이 등장했는데 철필사진, 다음엇지 등으로 불렸다. ‘만화’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 전후이다(박석환, 2005). 과거 몇몇 작품이 세계의 출판 시장에 진출했을 때 우리 만화는 일본 만화를 뜻하는 ‘Manga’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만화의 세계 진출이 활발해지고 국제 도서전 등에서 좋은 수출실적을 기록하면서부터 세계의 서점에 한국 만화를 뜻하는 ‘Manhwa’라는 분류명이 널리 쓰이고 있다.


(2) 우리 만화의 발전

1950년 대, 근대적 개념의 우리만화는 일제강점기의 저항정신과 신(新) 문물 도입을 주장하는 계몽정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만화는 급속하게 진행된 근대화와 물질문명의 변화에 대한 표피적 세태풍자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해방에 이은 한국전쟁으로 이데올로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만화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다.

1960년 대, 미군정 치하에서는 미국만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유입되어 소개됐다. 이 때의 만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과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를 심어줬다. 이웃한 일본은 소년만화를 중심으로 전후(戰後)의 어린세대에게 경제 재건의 의지를 전달했다. 한국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의 문화는 암시장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고 일본만화는 어느덧 우리 어린이들의 꿈을 대표하기에 이른다.

1970년 대, 빈곤한 경제 환경 속에서 만화책을 빌려주는 만화방(貸本所, 대본소)이 호황을 누리면서 일시적으로 만화가는 귀한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원본만 구하면 되는 일본만화의 불법출판이 기승을 부렸다. 이후 만화책 유통을 독점화하고 생산을 통제한 사업가가 나타나면서 만화계는 기형적 성장기에 접어든다.

1980년 대, 군부통치와 강제동원령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군사정권은 대중문화의 검열을 강화하여 엄숙주의 문화정책을 추진했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의 향락주의적 요소를 이용하여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했다. 만화계에서도 이 시기를 대표하는 두 가지 시스템이 구축됐다. 엄숙주의 문화정책을 대표하는 교양주의적 입장의 학생잡지(‘어깨동무’ ‘소년중앙’ ‘새소년’) 진영과 소비주의적 입장의 대본소 만화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진영이 나뉘었다. 결과적으로 80년대를 주도한 진영은 교양주의적 잡지 체제 하의 작가진영이 아니라 소비주의적 대본만화 체제 하의 작가진영이었다.

1990년 대, 만화방을 주요한 유통망으로 활용했던 대본계 만화의 주체들은 인기작가 1명의 이름으로 년 300여 권의 만화책을 뽑아내기도 했다. 만화방 업주는 이 작품을 저항 없이 구매했다. 만화 폭독자(暴讀者)들이 생겨났고 그야말로 인기작가의 이름만 있으면 팔려나갔다. 이때 만화창작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대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됐다. 인기작가의 작업실에는 100명 이상의 분업작가들이 일을 하고 있어서 ‘만화공장’이라는 비판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창작 시스템은 높은 고용을 창출했고 도제식 만화전문훈련을 제공하여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작품의 질적 하락과 함께 대본계 만화가 쇠퇴하는 주 원인이 된다. 이와 함께 심야만화방을 중심으로 청소년 탈선이 사회문제화 됐고, 무등록 출판사가 불법적으로 발행한 일본만화 해적판의 폭력성과 선정성도 만화계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시켰다. 만화방은 곧 퇴폐와 향락주의의 시작점으로 논의됐고 엄숙주의의 철퇴를 맞는다.

2000년 대, 정확히는 1998년을 기점으로 동시구독률을 극대화한 일본식 만화전문잡지가 창간됐다. 교양주의라기 보다는 건강한 오락성을 추구했다. 이 잡지에 수록되어 인지도가 높아진 작품은(잡지의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를 전제로) 2~3개월 주기로 단행본으로 발행됐고 서점과 문방구 등에 판매용으로 유통됐다. 대본계 만화를 중심으로 조직된 유통 체계는 일대 혼란을 겪게 된다. 대본계 만화 진영은 긴장했고 이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낸 만화출판물은 코믹스(Comic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만화계의 주류로 떠오른다.

코믹스계 만화의 등장은 만화계 내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외적 요인이 작용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경제적으로는 88올림픽 이후의 호황기였다.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비용에 대한 지출이 늘어났다. 이로인해 문화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높아졌다. 미국의 대중문화 세계화에 대한 반발로 출발한 영국의 문화연구(British Cultural Studies) 이론이 국내 사회학자들에 의해 빠르게 전파됐고 우리의 하위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신세대가 문화소비의 주요한 세력으로 등장했고 창작물에 대한 심의 완화와 일본문화개방이 논의됐다. 이런 문화사회적 변화는 변방의 문화였던 만화계도 변화시켰다(박석환, 2006).

80년 대 대본계 만화의 주요 창작양식이었던 스포츠극화가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대립과 승리의 거대담론을 형성하다가 무너졌다면 90년대 코믹스계 만화는 학원을 중심으로 한 현실과 가상세계의 판타지를 그려내며 떠올랐다. 현재 대본계 만화는 스포츠신문과 인터넷만화 서비스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코믹스계 만화는 감성과 교양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점계 만화, 명랑과 엽기성을 바탕으로 등장한 온라인계 만화와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3) 만화가 이현세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의미

만화가 이현세(1954 ~ )는 80년대 대본계 만화의 대중화와 전성기를 주도한 스타 작가로 현재는 스포츠신문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1979년 《시모노세끼의 까치머리》로 데뷔한 이현세는 프로 야구 소재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남성중심 사회에서 고통 받는 여성의 삶을 그린 《며느리 밥 풀 꽃에 대한 보고서》, 공상 과학 만화 《아마겟돈》, 한일 전쟁 소재 만화 《남벌》, 상고사 소재 만화 《천국의 신화》에 이르기 까지 폭넓은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창작해냈다.

만화 평론가 손상익은 ‘이현세는 성인 독자층을 만화방으로 끌어들여 어른 독자도 만화를 보는 시대를 열었고 이와 함께 작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인의 반열에 올라 CF모델로 활동하는가 하면 각종 매체의 단골 취재원으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연예인 못지않은 활동을 펼쳤다(손상익, 2003).’고 했고, 일요신문의 기자 김성호는 ‘이현세는 늘 아무도 하지 않는 새로운 일을 꾸미고,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영락없이 성공했다. 그의 손은 미다스의 손이었다(김성호, 1996).’라고 증언한다. 반면 이현세는 찬사만큼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만화평론가 김이랑은 ‘이현세는 항상 지배이데올로기의 대변자라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힘의 논리, 즉 강자의 이데올로기였다면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에서의 지배이데올로기는 바로 남성 주도의 사회이데올로기이다. 순이는 이 지배이데올로기에 순응하지 않고 대항했기에 결국은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만했다. 이것이 남성만화가가 그린 여성만화의 한계이자 이현세 만화의 한계이다(김이랑, 1998).’라고 지적한다. 또 만화 평론가 박석환은 ‘이현세 논의는 만화 자체의 담론화에 의해, 만화의 대명사로 굳어진 인식의 덕 이상’을 지니지 못했다며 ‘1980년대 생 독자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만화가 이현세의 대표성을 부정했다(박석환, 1999).

10여 년 간에 걸쳐 창작된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 역시 작품 발표와 동시에 비난과 찬사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평가는 ‘힘에 대한 강렬한 희구를 통해 이현세 만화의 전형을 이루는 민족주의, 사랑지상주의, 영웅주의의가 총 망라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시인 이택광은 ‘《천국의 신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단지 무대를 선사시대로 옮겨 놓은 현대판 액션일 뿐이다(이택광, 1997).’라는 비판적 견해를 밝혔고, 교수 박종천은 ‘《천국의 신화》에 나오는 신화적 영웅들은 다면적인 갈등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를 구원해야 하는 영웅적 소명과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복한 사랑의 완성 사이에서 영웅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대체로 영웅의 소명이 공동체의 질서 건설과 연관된다면, 영웅의 본능은 사랑의 완성으로 설정된다(박종천, 2005).’며 비판적 견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2) 만화의 구성 요소와 서사구조

만화를 구성하고 있는 외적 요소를 체계화 하면 ‘판형→양면→단면→단→칸→그림→효과선→효과문자→지문→말풍선’으로 나뉜다.

만화의 판형은 도서의 출판과 유통을 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만 만화작품의 창작 형식 및 방향 설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만화책의 판형은 4*6판과 신국판이 주종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청소년 대상으로 대여점 유통용 작품은 4*6판, 어른 대상의 작품이나 서점 판매용은 신국판으로 출판된다. 아동용 도서의 경우는 국배판이나 변형판으로 출판된다. 이처럼 작품의 주독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관례적으로 판형이 정해지고 판형의 크기와 주독자의 독서력에 따라 단의 개수, 칸의 크기와 배열, 말풍선의 크기 등이 결정됨으로 판형도 만화를 구성하는 한 단위이다.

만화의 면은 양면과 단면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표지를 펼쳤을 때 좌철 만화의 경우는 오른쪽 단면에 속표지를 두고, 속표지를 넘겼을 때 양면으로 펼쳐지는 부분부터가 본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면은 만화적 시간과 이야기의 출발을 알리는 장치이다. 면은 만화의 기본 구성단위인 칸을 담고 있고 칸의 크기와 배열, 그림 연출 등을 총체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칸이 사각 틀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같이 면도 사각 틀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으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큰 칸, 또는 칸을 담은 칸으로 볼 수도 있으나 칸이 사건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면은 어떤 상황이나 특별한 공간, 특징적인 순간을 묘사한다. 몇몇 특이한 형식을 취한 만화작품의 경우 면을 칸으로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마치 동화책과 같이 면에 표현된 그림의 연관성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으로 연속 예술로서의 만화가 지닌 특성과는 다른 의미이다.

만화의 단은 좌에서 우로 구성된 칸의 나열을 의미하고 위에서 아래로 전개되어 사건과 화자의 전환을 의미한다.

만화의 칸은 표현형식, 서사형식으로서의 만화를 특징 짖는 가장 중요한 단위이다. 칸은 면 안에 존재하며 대체로 사각 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때때로 원, 다각형 등의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칸은 시간, 공간, 사건의 진행, 등장인물의 행동 등을 담는다. 칸의 배열은 만화연출과 만화에서의 이야기 전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체로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나열되어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순차적으로 배열된 칸의 구성 형식은 연속 동작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 촬영 기술의 발견 이전에 구축되어 사진과 영상 촬영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보됐다. 그러나 사진 촬영이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기술로 발전한 것과 달리, 만화의 칸과 연출은 극적인 사실을 표현하기 위한 기교로서 발전했다.

만화의 그림은 대체로 이갸기의 기초 구성단위인 칸 안에 표현된다. 그린이의 화풍에 따라 다양한 그림 형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만화체, 극화체, 순정체로 나뉜다. 만화체는 명랑체라고도 하며 대상을 극도로 단순화시키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그림 형식으로 인물 묘사의 경우 2~5등신으로 표현하여 얼굴의 표정과 뒤뚱거리는 움직임에 중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해학적인 작품에 널리 쓰인다. 극화체는 사실체라고도 하는데 인물 묘사의 경우 5~8등신으로 실제 인체비와 동일하게 표현되고 주로 치밀한 극적 구성을 지닌 작품에 쓰인다. 과거 명랑체로 그려진 만화가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극화체의 만화가 이 같은 내용을 담는 경향도 있다. 극화체는 과도하게 과장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순정체의 경우는 동아시아권 만화 전통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그림 양식으로 9~12등신의 인체비로 표현되며 유럽풍의 배경과 인물들이 묘사되는 소녀 대상의 작품에 주로 활용된다. 각각의 화풍에 따라 만화의 구성 요소 전체에 크고 작은 변화가 발생한다.

만화의 효과선은 움직임, 감정상태, 분위기 등을 연출하는 표현 장치로 칸의 나열이 아닌 칸 안에서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화의 효과문자는 각종 소리와 의성어, 의태어 등을 뜻한다. 그림 안에 문자로 표현되지만 지문과 달리 그림의 일부로서 작용한다. 가령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 속도감을 나타내는 효과선과 함께 ‘부우우~o’등으로 표현된다.

만화에서 지문은 작품의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희곡에서와 같은 용례를 지닌다.

만화의 말풍선은 화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요소로서 만화를 대표하는 장치이다. 대체로 칸 위쪽에 놓이며 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중에 발화자가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요소이다.

만화는 이 같은 조형적 코드와 함께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서사적 코드가 결합해서 완성되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사건과 존재물이라는 두 개의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사건은 어떤 행위와,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으로 이뤄진 것이고, 존재물은 사건 이외에 존재하는 인물과 배경을 뜻한다. 이들 사건과 존재물(인물, 배경)은 이야기를 이루는 주요소들(김승희, 2001) 어떤 의미를 일궈낸다.

만화는 조형적 표현 요소의 친숙함과 서사구조의 익숙함으로 인해 독자가 텍스를 이해하는 방식을 조정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과 해결 방식을 통해 그 사회에 특정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3) 문화 원형 콘텐츠의 개념

문화 원형 콘텐츠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이는 정보화 시대의 완성, 지식기반 사회의 출현과 맞물려서 도출 된 것으로 문화 콘텐츠(Culture Contents)라는 산업적 개념에서 나온 용어이다. 21세기는 인간의 지식, 감성, 창의력, 상상력이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 창조형 문화 콘텐츠 산업이 미래형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요체는 창의적 인력들로 하여금 문화・예술적 소재와 가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발하게 하고, 이를 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확산시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김태웅, 2005, pp. 7~8). 독특한 개성과 심미적 가치가 핵심적 경쟁요소인 문화 콘텐츠 산업이 일반 제조업과 다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하나의 상품을 다양한 채널을 를 통해서 가치창출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 유통하는 시스템을 핵심으로 한다.

둘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의 창작, 생산, 유통 및 소비가 순환적인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각 분야의 관련 기업・기관들이 한 지역에서 공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셋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서 하나의 상품을 형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가 다른 상품으로 융합되거나 다른 산업영역으로 급속하게 팽창되는 특징을 지닌다.

넷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흥행 산업이라는 속성 상 성공했을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바면 실패의 위험성도 큰 산업이다. 문화 콘텐츠 상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상품의 질을 판단할 수 없는 경험재이고, 수요가 상품의 기능성에 의존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가치 판단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수요의 불확실성이 큰 산업이다.

다섯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추가적인 지식, 정보의 투자에 대한 한계수익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이다. 초기비용은 높지만 상품이 제작되면 제조업과 달리 원가 부담 없이 재생산되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부가가치에 가속도가 붙으면 선발기업과 후발기업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이러한 특징과 문화 콘텐츠 상품에 대한 논의는 지식의 저장과 축척, 활용이 디지털 상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 같은 정책적이고 산업적인 관심이 문화 콘텐츠의 표현 기술과 유통 기술에 집중되자 인문학계에서는 인문학적 지식의 위기를 성토했고, 이어서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 또는 이야기가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에 의해 ‘생성’ 된다는 점을 들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인화, 2005)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 지식기반 환경 하에서의 창작 방법론을 의미하는데 이 방법론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문화 원형 콘텐츠’라 지칭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기’ 즉,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라고 할 때,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화 된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법이 되고, 문화 원형 콘텐츠는 이 방법을 통해 전달할 내용이 된다. 그런데 이 내용은 어떤 포괄적인 서사를 지닌 것이 아니라 파편화 되어 있는 재료에 불과하다. 여기서 다시 스토리텔링의 개념적 역할이 주어지는데 파편화 되어 있는 재료를 특정한 서사구조를 지니도록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짜 맞추는 것이다. 이는 기실 도구 활용의 차이점이 있을 뿐 기존의 창작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고, 문화 콘텐츠의 개념과도 유사하다. 그런데 여기서 원형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형(原型)은 그 뜻으로 볼 때 어떤 서사형식으로 가공하기 전의 형태 또는 사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의 원형은 그 의미보다는 전통적인 것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는 세계화와 정보화가 급속도록 진행되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자유로워지자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이 무의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도출 된 것이다(백승국, 2004).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 학계와 문화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화 수출국의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미국과 상대적으로 문화 수입국의 위치에 선 국가들은 자국의 문화를 유지하고 전통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구축하고 있다.

2003년부터 문화관광부가 문화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문화 원형 콘텐츠 디지털화 사업 역시 전통 문화에 기초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토대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역사, 전통, 풍물, 생활, 전승, 예술, 지리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통 문화 원형 자료를 집대성하여 디지털 리소스 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응용 콘텐츠로 개발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응용 콘텐츠 산업의 창작 역량 활성화, 우리의 문화원형을 이용한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 우리의 문화 정체성과 문화 경쟁력의 확보를 꾀하고 있다(문화관광부, 2003).


4) 만화 《천국의 신화》와 문화 원형 콘텐츠

만화가 이현세는 《천국의 신화》를 창작하기 위해 10여 년 간 동아시아 일대의 각종 설화와 역사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이후 10여 년 간의 창작 작업은 이 자료를 세세하게 분류하고 여기서 찾아낸 설화적 메시지를 이야기하기 위한 구조와 갈등 상황을 구축하고 이를 역사적 사건으로 재구성하고 원고 마감 시간에 맞춰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신문, 온라인매체, 단행본의 형태로 상품화되어 판매된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상화판권, 온라인게임판권이 판매되어 새로운 콘텐츠 상품이 제작될 계획이다. 이 같은 창작과정과 상품화 방안은 최근 인문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문화 원형 콘텐츠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개념과 일치한다 할 것이다.

이현세가 《천국의 신화》 창작을 위해 사용한 원형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대체로 언론계, 학계, 만화평론계에서는 이 작품이 계연수가 편집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중심으로 각종 사료의 단군신화(檀君神話)를 참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 단군신화의 의의와 논의

단군신화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古朝鮮)에 관한 것인 만큼 오늘날에는 민족 전체의 국조신화(國祖神話)로 여겨지고 있으며 신화의 주인공인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조로 모셔지고 있다. 신화란 원래 당시의 현실 속에서 고대인이 경험한 것을 객관화시켜 형성된 관념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사회적 의식형태의 하나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전하는 신화는 과거의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완전한 형태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 역사발전과정을 거치는 동안 신화도 오랜 세월 변천을 거듭하여 내용의 일부가 소멸하기도 하고 첨가되기도 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설종환, 2006).

단군신화에 담겨진 역사적 현실과 그 시기 및 사실성 여부에 관한 논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군신화》가 시대적 변화를 계기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둘째, 사회경제사적 관점에서 고대국가의 성립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셋째, 《단군신화》가 포용하고 있는 역사의 시대를 고고학적인 연대와 관련하여 신석기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넷째, 《단군신화》를 4단계의 역사적 발전단계가 압축된 것으로 보아 무리사회 단계인 환인시대, 부락사회 단계인 환웅시대, 부락연맹체사회 단계인 환웅과 웅녀의 결혼시대, 국가사회 단계인 단군시대로 보아 한민족의 역사적 체험, 즉 인류사회의 보편적 발전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각 시대를 고고학 자료와 연결시켜 환인시대는 1만 년 이전의 구석기시대와 중석기시대, 환웅시대는 1만 년 전 전후부터 6,000여 년 전까지의 전기신석기시대, 환웅과 웅녀의 결혼시대는 6,300~4,300여 년 전(BC 2300경)의 후기신석기시대, 고조선시대는 BC 2300년경부터 BC 2세기말까지로 보아 신화의 내용 대부분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밖에 단군과 관련된 문헌 중 도가(道家) 계통의 역사서인 《규원사화(揆園史話)》, 《환단고기》 등을 제시하여 단군조선의 역사가 47대의 마지막 왕에 이르기까지 실사(實史)였음을 강조한 견해가 제시되기도 했다.


(2) 《환단고기》의 체제와 역사성

《환단고기》는 하나의 독립된 서사가 아니다. 이 책의 체제는 범례상에 나타나 있듯이 《삼성기(三聖記)》, 《단군세기(檀君世紀)》, 《북부여기(北夫餘紀)》, 《태백일사(太白逸史)》 등 4권의 사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사서들은 필자, 다루고 있는 시대, 내용이 각각 다르다. 다만 계연수(桂延壽)라고 알려진 인물이 편집하여 《환단고기》라는 통일된 책명을 붙인 것이다. 《삼성기》는 신라의 승려 안함로(安含老)가 쓴 책으로, 고조선 이전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檀君) 시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군세기》는 고려시대 이암(李喦)이 전한 책으로 1세 단군 왕검부터 47세 단군 고열가까지 고조선 2096년 왕조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몽고를 비롯하여 많은 외침을 받았던 고려후기 상황에서 나라의 모습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라의 역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주의 생성과 인간의 성품 등을 역사와 관련시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북부여기》는 고려 말의 학자 범장(范樟)이 전한 책으로, 동명성왕의 아버지이자, 부여의 시조인 해모수로부터 부여 멸망까지의 부여 300년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당시 북방종족 및 한족들과의 갈등 관계를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태백일사》는 조선 연산군 때 학자 이맥(李陌)이 전한 책으로, 환국-신시(神市)-고조선에서 마한, 변한, 고구려, 고려 때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김막순, 1999). 《환단고기》는 우리 역사가 BC 7199년에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근처 세워진 환국(桓國)에서 시작됐고, 환국은 환인이 7대, 3301년 동안 다스렸고, 이어 BC 3898년 산동반도 근처에 배달(倍達)국을 세우고 환웅이 18대, 1565년 동안 다스렸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BC 2333년 조선(古朝鮮)을 세워 단군이 47대까지 다스렸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BC 131년까지만 기록되어 있고 그 다음 부여와 고구려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환단고기》를 조작된 역사책으로 평가하고 주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사료(使料)로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두 사료 외의 한국 사서는 ‘사료가 아니라 사설(使說)’일 뿐이라고 보는 일제 식민 사학의 영향 때문(김막순, 1999)이라는 것이 재야사학계의 입장이다.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근대에서나 사용한 용어들이나 근대에 와서 확인된 사실들이(조인성, 1999)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만화 《천국의 신화》의 체제와 설화 수용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 민족의 상고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각종 신화와 설화를 수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민족의 시원인 하늘사람(밝은사람)으로부터 배달국을 세운 1대 환웅 거발한을 다룬 1부, 천족(天族, 동이족)의 영웅 치우천왕과 황토인(華族, 한족)의 영웅 황제 헌원의 탄생과 대립을 다룬 2부, 견우직녀(牽牛織女) 설화를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천족을 구한 가루치와 두대발의 모험을 다룬 3부, 웅녀(熊女) 설화를 바탕으로 호족과 황토인의 연합으로 패망한 배달국의 마지막 환웅 거불단을 다룬 4부, 거불단의 쌍둥이 아들로 구려국의 왕이 된 가리온과 배달천국을 재건한 검마르 그리고 황토인의 장수가 된 두자성으로 이어지는 삼계의 대립과 통합을 다룬 5부로 완결된다.

부족한 사료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재구성한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는 환국이 세워진 BC 7199년부터 단군조선이 세워진 BC 2333년까지, 지리적으로는 바이칼호수에서 백두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에 기록된 역사적 에피소드를 시기를 뒤바꾸어 수용하는가 하면, 현대과학과 기독교 성격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현상들, 《주역》, 《계사전》 등의 세계관(박종천, 2005)을 수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성은 설화에 대한 구조주의 학자들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할 수 있다. 구조주의 학자들은 ‘신화는 원시사회의 기본 구조를 토대로 어느 종적의 것이든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구조’라고 한다. 즉 신화적인 이야기는 변덕스럽고 무의미하며 불합리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전 세계적으로 반복해 나타난다(김시무 역, 1996)는 레비-스트로스의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2. 대중문화연구와 이데올로기


1) 구조주의적 시각에서 본 대중문화연구

구조주의는 실존주의, 현상학, 해석학의 인간중심적인 사유 방식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구조주의는 언어적 진술을 중요시하는 학문적 흐름으로 언어활동을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의 산물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인간의 의식적 실천이 언어활동에 의해 재구성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구조주의는 인간중심적인 사유체계에 대한 거부와 과학적 지식의 체계화라는 노력 속에서 잉태되었다. 구조주의의 이 같은 측면은 문화를 인간의 실천적 행위의 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상징체계 속에서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구조주의자들은 문화를 어떤 의미 활동의 체계로서 이해하고 있다 할 것이다.

구조주의의 선구자인 마르크스(Marx), 프로이드(Freud), 소쉬르(Saussure)와 현대의 대표적 구조주의 이론가인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의 공통적 입장은 표면적인 사건과 현상이 그 표면 밑의 구조, 자료 및 현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개인의 의식적 결정보다는 그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층구조와 무의식적 동기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박모 역, 2001).

이중 소쉬르는 1915년 《일반 언어학 강의》의 출판으로 기호학(記號學, Semiotics)의 가능성을 제시한 학자이다. 소쉬르의 기호학은 의미체계와 상징체계에 대한 연구를 사회학적 주요 관심사로 부각시켰다. 소쉬르는 인문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을 자연현상과는 달리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의미현상으로 봤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記票, Signifiant)와 기의(記意, Signifie)로 나누고 기표는 소리나 영상, 기의는 개념을 뜻한다고 했다. 따라서 기호를 기표와 기의의 통합체로 제시했다. 소쉬르는 언어의 체계인 랑그(langue)와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말인 파롤(parole)을 구별했는데 랑그는 사회적 산물이며, 파롤은 개인적 행위라 했다. 사회과학에서는 누구나 구조와 행위의 관계를 논의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랑그는 구조이며, 파롤은 행위로 볼 수 있다. 랑그는 비교적 불변하는 구조이며, 파롤은 일시적인 행위를 지칭한다. 전통적으로 언어학자들은 랑그를 연구대상으로 삼아왔으며, 기호학과 그 이론을 응용해서 대중매체의 텍스트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는 학자들도 랑그 체계를 분석대상으로 삼아왔다. 최근에는 파롤에 대한 연구와 랑그에 대한 연구를 통합적으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김승희, 2001).

레비-스트로스는 문화를 하나의 체계로 보고 그 요소들 사이의 구조적 관계를 분석했다. 문화체계에서 보편적 양식은 인간 정신의 불변적 구조의 산물이라 했고, 사회생활의 모든 형태는 정신활동을 규제하는 보편적 법칙의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봤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 언어학의 연구 방법론을 인류학적 연구에 적용시켰다. 언어학의 언어와 말의 개념을 심층구조와 그것이 변형된 표면구조로 설정했고 심층구조는 행위자에게 알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인간이 신화를 어떻게 생각해내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신화가 인간의 의지를 통하지 않고 인간의 입을 통해 자신의 구조를 내뱉게 되는가를 연구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우리가 직접 관할하는 표면구조의 이면에는 깊은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각종 제도, 관습, 신화의 구조 등을 인간의 불변적인 정신의 표상으로 파악했다(정현 역, 1995).

바르트(Barthes)는 대중문화 분석을 위해 소쉬르의 언어학적 모델을 이용했다. 바르트는 신화를 언술 행위의 한 종류라고 해석했고, 신화가 언어와 유사하게 어떤 언술적 행위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소쉬르의 개념을 확대하여 어떤 문화 속에 담긴 기호들의 의미를 창출하는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소쉬르가 논한 의미작용에 문화적 차원을 추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의미작용의 첫 번째 단계는 지시의미의 단계로 기호의 상식적이고 명백한 의미가 창조되어 그 의미가 객관적으로 표현되고 쉽게 인식된다고 했다. 두 번째 단계는 함축의미의 단계로 기호가 사용자의 정서나 감정 및 문화의 가치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의해 의미가 창출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단계에서 신화가 만들어진다고 봤다. 바르트는 신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역사를 자연의 산물인 것처럼 만드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화가 실제로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었던 그 사회의 지배 계급들이 만든 이야기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특정 계급이 유통시키는 이 같은 신화는 그들의 관점에 입각해서 역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만들어진 이야기가 신화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특정한 역사성이 부정되어야만 하고, 특정한 역사나 특정 사회의 산물로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야기로서 제시되어야 하는 것(강태완 역, 2001)이라고 봤다. 즉, 바르트는 신화가 그 사회 지배계급의 가치와 이득을 증진시키고 유지시키는 생각과 실천의 체계이며, 현재의 세상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이데올로기라 했다. 바르트와 구조주의적 영향력 하에 있는 신화 분석가들은 대중문화에 감춰진 신화를 탈신비화 함으로써 신화 내에 숨겨진 역사를 드러내고 신화의 정치・사회적 성격을 폭로하고자 했다.


2)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는 대중문화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터너(Turner)는 이를 문화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범주에 속한다고 했고 케리(Carey)는 영국의 문화 연구를 쉽게 또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데올로기 연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백선기, 1998). 대중문화 연구 및 분석과 관련해서 이데올로기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정의되고 있다.

첫째, 이데올로기는 특정 집단에 의해 부각되는 조직적인 사고체계를 일컫는다.

둘째 ,이데올로기는 일정한 눈가림이나 왜곡, 은폐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이데올로기는 문화적 텍스트나 실천행위들이 어떻게 실제 이미지를 왜곡시키는지 보여준다.

셋째, 이데올로기는 여러 이데올로기 형식들을 일컫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이 개념은 텍스트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대립적인 사회현상 중 한 쪽을 지지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넷째, 이데올로기는 알튀세르(Althusser)의 주장으로,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일상생활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사고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행위에서 찾을 수 있고, 사회적 관계와 상황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이데올로기는 바르트의 주장으로, 이데올로기는 부분적이고 특이한 현상을 보편화하고 정당화함으로써 문화적인 현상을 본질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정의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인식 및 가치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1) 국가권력 이데올로기

국가권력은 국가가 일정한 영역 내에서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하여 행사하는 권력이다. 한마디로 국가의 통치권을 의미한다. 국가권력은 국가의 지배력과 지배적 의사력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경제적 권력관계의 응집을 기반으로 하며, 형식적으로는 법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동의와 강제력에 의한 지배력이다. 즉 국가권력의 기반은 국가기구의 내적인 조직화뿐만 아니라, 경제 및 시민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강제와 동의에 있다. 이러한 형식적 측면에 따라 국가권력은 법적으로 그 정당성을 획득해서 성립하며, 사회에 있어서 강력한 강제성을 반드시 내포하고 있다. 즉 지배자가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국가기관이 이 국가권력으로부터 파생된 권한을 갖고 작동한다. 국가권력의 내용은 지배하는 자의 의사가 지배받는 자의 의사를 강제하는 것이며, 또한 이것을 억압하는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지배하고 강제하며 억압하는 의사는 권력의 구조적 논리를 형성하고 있는 핵심이다. 이러한 국가권력은 사회질서를 유지・창출・재생산하기 위해 국가의 경제적・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기구 및 억압장치를 통해 행사된다(김상법, 2005).

국가권력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도 매우 다양하다. 우선 베버(Weber)의 경우는 국가권력을 합법적인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으로 정의하고, 이와 유사하게 레스키(Laski)의 경우는 국가권력을 강제력에 호소하는 합법적인 권리로 정의하여 두 학자 모두 국가권력의 특질에 대해 강제성보다는 합법성, 즉 동의의 기반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라스웰(Laswell) 역시 베버와 레스키의 입장을 도입하면서 이 경우에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이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만이 그러한 권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동의에 기반 한 합법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국가권력의 개념은 남성독자를 대상으로 한 역사소재의 만화, 정치소재의 만화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국가권력은 통치 이데올로기의 형식으로 묘사되어 특정 사안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무의하게 만들고 지배권력 또는 국가의 판단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남성의 멋이고 가치임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판타지소재의 만화나 스포츠소재 만화에서도 지배자 또는 우두머리의 절대적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서사적 코드로 이용되고 있다.


(2) 식민사관 이데올로기

식민사관은 일제의 한국 침략과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관이다.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역사발전 과정을 부정하고 타율적이고 정체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조작된 역사 연구라 할 수 있다. 식민사관에 입각한 한국사연구는 일제 침략 전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일본은 도쿄제국대학(東京帝國大學)에 1887년 사학과, 1889년에 국사과를 설치하고 독일 랑케 사학의 문헌고증학 방법론에 입각해서 우리 역사 연구를 시작했다. 이중 요시다(吉田東伍), 하야시(林泰輔), 시라토리(白鳥庫吉) 등이 우리 고대사를 연구했다(윤해동, 2003).

이들의 연구는 20세기 초 일제의 한국 침략이 본격화되자 침략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론으로 발전되는데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전개됐다.

첫째, 에도(江戶) 시대 이후 《고지키(古事記)》, 《니혼쇼키(日本書紀)》 등 일본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장하던 신라정복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계승한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이다. 일선동조론은 일본과 조선의 조상은 하나라는 입장이다.

둘째, 시라토리의 주도하에 1908년 설치된 만선지리역사조사실(滿鮮地理歷史調査室)에서 성립된 만선사관(滿鮮史觀)이다. 만선사관은 중국 역사에서 만주사를 분리하는 한편 우리 민족의 역사가 만주의 한 줄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타율성론의 핵심이 된다.

셋째, 경제사를 연구하는 후쿠다(福田德三), 구로타(黑田岩) 등을 중심으로 등장한 정체성이론이다. 이는 당시 우리의 경제가 일본 고대 말기의 촌락경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이 정체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근대사회로 이행하기 위해 일본의 침략은 필수적이라는 침략미화론으로 연결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선동조론, 타율성론, 정체성론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식민사관이 형성됐다.

우리 만화에서 식민사관은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 또는 무조건적 반일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간편한 장치로 자주 등장한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식민사관을 학습한 일본인 등장인물을 내세워 주인공의 저항의식과 반발심리를 강화함으로서 일본인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극복하게 만든다.


(3)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민족주의(民族主義)는 사람들은 누구나 민족국가에 대하여 최고의 충성심을 품게 된다는 신조이다. 국가가 국제정치적 원칙이나 개인 수준의 이해관계보다도 더욱 큰 중요성을 갖는다는 주의로서 정책이나 사상체계라기보다는 정치적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자기 민족을 다른 민족이나 국가와 구별하고 그 통일・독립・발전을 지향하는 사상 혹은 운동이며, 정치적으로는 민족을 사회공동체의 기본단위로 보고 그 자유의지에 의하여 국가적 소속을 결정하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민족(一民族) 일국가(一國家)의 원리를 주장하는 이러한 민족주의는 자각적 민족의식이 성립한 근대 이후의 현상으로서 시민적 자유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루소(Rousseau)와 헤르더(Herder)는 초기의 민족주의 사상가로 유명하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를 연구하고 깊이 자극된 루소는 인간의 정치성향과 종교적인 추구 사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서 정치적 공동체가 모든 생활양태의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고, 전시민이 일반의지의 형성에 참여해야 하며 동시에 정치체제는 공동체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므로 공동체의 특수성을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헤르더는 사회공동체를 문화공동체로서 받아들인 뒤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핵심 요소로서 민간전승과 민족적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족주의에 대한 사상적 기초는 18세기 이전부터 생성되었는데 특히 외부와의 갈등이 빚어졌을 때 두드러졌다.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띠는 민족감정의 발흥에는 복잡다단한 사태의 진전이 배경을 이루고 있었는데 첫째, 절대군주가 등장하여 중세 봉건사회의 지방 분권주의(分權主義)를 타파하고 영토확장과 함께 중앙집권적 국가를 탄생시켰으며 둘째, 생활 및 교육의 세속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국어가 유행하고 교회와 종단의 구속력이 약해졌으며 셋째, 상업이 발전됨으로써 중산 시민계층과 자본주의적 기업형태를 창출해냈다. 정치적・경제적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진 영토적 통일국가에는 중세의 종교운동에 견줄 수 있는 열정이 스며들어 있었고 국가의 중심으로 자처하고 있던 군주는 국민주권 이론과 인권사상에 밀려났다. 군주는 더 이상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었고 국가는 국민의 국가, 민족적 국가, 조국이어야 했다. 이때부터 국가는 민족과 동일시되었으며 문명은 민족적 문명을 의미했다(박유하, 2004). 만화에서 민족주의는 주인공의 영웅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초 장치로 활용된다.


(4) 인종주의 이데올로기

인종주의는 유전되는 신체적 특징과 성격・지능・문화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상이다. 여기에는 어떤 인종은 선천적으로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관념이 깔려 있다. 19세기 중반 인종주의 사상가인 고비노(Gobineau)는 백인종은 다른 모든 인종보다 우수하며, 백인종 가운데서도 최고의 문명을 이룩한 아리아 인종이 가장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체임벌린(Chamberlain)은 이를 계승했다. 영국 태생인 체임벌린은 독일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내면서 고비노 협회에서 활동했으며, 당시 독일의 지배 계급에게 인기를 얻어 어용 인류학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역시 튜튼족의 우수함을 주장했다. 튜튼족이 키가 크고 피부가 희며 얼굴이 길어서 북유럽인의 신체적 특징과 일치한다고 했다. 고비노와 체임벌린은 히틀러(Hitler)의 인종주의적인 정치철학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체임벌린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의 인종주의는 적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독일 민족을 단결하게 하고, 독일 민족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주며, 경제적인 착취와 노예 노동을 정당화했다. 또한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게 하고, 독일 민족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었다. 따라서 인종주의는 독일 민족을 지배하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나치 선전술 가운데 하나였다(구학서, 2002).

이 같은 인종주의는 인간을 파괴하는 식민주의 정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침략했을 때 스페인인들은 인디언의 조상은 스페인인과 전혀 다르며, 따라서 인디언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 인간과 똑같이 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지몽매한 다른 인종들에게 자신들이 문명을 전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주장으로 식민주의를 정당화했다.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는 인종주의적인 우월감은 식민화된 민족에게 그들을 지배한 나라에 대한 원한을 갖게 했으며 이러한 원한은 해방과 독립을 통해서도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우리만화에서 인종주의는 그 전통을 찾기 어려우나 일종의 선민사상, 우월한 혈통과 능력의 계승 등은 영웅소재 만화에서 쉽게 등장하는 서사 코드로 볼 수 있다.


(5)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가부장제는 아버지가 권력을 갖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여성학에서는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영역 전반에서 여성의 성・출산・노동 등을 통제하는 남성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서구 사회에서는 19세기에 전까지 가부장제 가족을 가족의 자연적 원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메인(Maine)은 당시에 등장한 진화론과 가족에 대한 인류학적 발굴을 바탕으로 원시시대(구약성서 시대, 유목민시대)의 인류 상태를 가부장제로 주장하면서 가부장제 가족을 진화의 한 형태로 이론화 했다. 메인은 가부장제는 최고연장자 남성이 가구에서 자녀・주인・노예로 구성되는 가구 성원에 대한 생사여탈권까지도 갖는 절대적인 주권자로 군림하는 가족형태로, 결속의 핵심은 상속규칙에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가부장제 가족이 모여 혈족 또는 친족이 되고 이것들이 모여 부족이 된다고 봤다(이득재, 2004).

20세기에 들어와 가부장제는 베버의 권위에 대한 이론을 통해 다시 주목받게 된다. 베버는 지배를 합리화하는 유형을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 합리적 권위로 나누었다. 가부장제는 장로제와 더불어 전통적 권위 유형으로 분류했다. 장로제는 경제적・친족적 성격을 띠지 않는 집단에서 집단의 신성한 전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장자 남성이 행사하는 권위가 중심이 되는 제도인 반면, 가부장제는 경제적인 친족의 기초 위에서 제도화된 가구 내에서 상속에 의해 임명된 가부장 개인이 가구 성원에 대해 행사하는 권위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베버가 구분한 권위 유형은 순수한 이념형일뿐 역사적 개념은 아니다. 메인과 베버는 공통적으로 가부장이 가구 내의 최고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가부장과 가구 성원들 간의 관계를 지배-종속 관계로 파악하지 않았다. 이는 가부장의 권위가 가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부장 개념은 가족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만화의 전통적 서사 코드이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 대상의 만화에서 부모와의 갈등 요인이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도 축소되고 있다.


III.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1. 연구문제

본 연구에서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서 드러나는 신화와 이데올로기의 의미를 기호학적 방법을 이용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선정했다.


연구문제 1.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나는 서사구조의 의미와


등장인물들의 관계구조는 무엇인가?


연구문제 2.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나타나는 소재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연구문제 3.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나타나는


신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연구문제 4.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나타나는


이데올로기와 신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함축적 의미는 무엇인가?


2. 연구방법


1) 분석대상



만화가 이현세가 10여 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1997년 해냄미디어를 통해 1권을 발표한 이후, 10여 년간의 창작 기간을 거쳐 2006년 5월 완간 된 만화 《천국의 신화》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 만화는 해냄미디어에서 출간한 1부 ‘하늘과 땅(전3권)’, 2부 ‘전쟁의 신(전8권)’, 코믹스투데이에서 출간한(1, 2부 전10권으로 재간) 3부 ‘개벽(1권)’, 조은세상이 이어서 출간한 ‘개벽(2권~3권)’과 4부 ‘신들의 황혼(전5권)’, 5부 ‘대단군(《천국의 신화 II》로 출간, 1~6권)’, 컨텐츠와이드가 이어서 출간한 ‘대단군(7권~26권 출간, 총 30권 출간 예정, 27권~30권 분량은 ‘스포츠서울’ 연재분량)’ 완결편 까지 총49권(재간된 코믹스투데이판 포함 시 5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4개 출판사에서 출간한 모든 판본을 대상으로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나타난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연구하고자 한다.


구분

부제

권호

권제

발간시기

출판사

1부

하늘과 땅

01권

하늘의 도(道)

1997-01

2001-07

해냄

미디어

코믹스

투데이에서

1, 2부 총10권으로 재간

02권

땅의 도

1997-01

2001-07

03권

인간의 도

1997-01

2001-08

2부

전쟁의 신

04권

용(龍)의 탄생

1997-02

2001-08

05권

봉(鳳)의 탄생

1997-03

2001-09

06권

용의 승천①

1997-05

2001-09

07권

용의 승천②

1997-08

2001-09

08권

봉의 승천①

1997-10

2001-09

09권

봉의 승천②

1997-12

2001-10

10권

7년 전쟁①

1998-02

2001-10

해냄

11권

7년 전쟁②

1998-03

2001-10

3부

개벽

11권

신시(神市)

2001-10

코믹스투데이

12권

서왕모(西王母)의 바늘

2003-01

조은세상

13권

천국에 해는 저물고

2003-02

4부

신들의 황혼

14권

야우(野牛)의 난(難)

2003-05

15권

서하신모(西河神母)

2003-05

16권

잠룡(潛龍)

2003-06

17권

봉혈하(鳳血河)①

2003-06

18권

봉혈하②

2003-06

II부

(5부)

대단군

1권

우복동(牛腹洞)

2003-07

2권

쌍둥이 별

2003-09

3권

누란지세(累卵之勢)

2003-11

4권

흐르는 별

2003-12

5권

거무달

2004-02

6권

춘기발동

2004-04

7권

열대야(熱帶夜)

2004-04

컨텐츠와이드

8권

냉우(冷雨)

2005-02

9권

대삼합(大三合)

2005-03

10권

의형제(義兄弟)

2005-03

11권

천부검결(天符劍訣)

2005-04

12권

쌍호동림(雙虎同林)

2005-04

13권

제2차 흑월의 난

2005-05

14권

옥서하의 부활

2005-06

15권

미조(迷鳥)

2005-06

16권

미몽(迷夢)

2005-07

17권

천수(天水)

2005-07

18권

환인령(桓因鈴)

2005-09

19권

쇠별꽃

2005-10

20권

격안관화(隔岸觀火)

2005-11

21권

북막풍운(北漠風雲)

2005-12

22권

대붕복초(大鵬伏草)

2006-01

23권

쌍룡쟁주(雙龍爭珠)

2006-01

24권

대한연방(大桓聯邦)

2006-03

25권

주석지신(株石之臣)

2006-04

26권

천망아(天亡我)

2006-04

27권

‘스포츠서울’ (~2006. 5. 8 연재분, 컨텐츠와이드 출간 예정)

28권

29권

30권

<표1> 분석 대상


2) 분석방법

연구문제 1, 2, 3, 4를 분석하기 위해서 기호학적인 틀을 사용한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방법으로는 통합체 분석과 계열체 분석, 신화분석 방법을 취한다.


(1) 기호학의 개념

기호학이란 기호를 과학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전반의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기호학의 가장 궁극적인 관심사는 기호가 사회 내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의미화 작업을 거쳐서 소통되는 가로 요약할 수 있다(장주혜, 2002). 이런 기호학의 기본 토대는 현상학적 관점으로부터 출발한 퍼스(Peirce)와 언어 구조적 관점에서부터 출발한 소쉬르를 통해서 그 체계가 잡혔다. 이후 바르트와 그레마스(Greimas)를 거쳐서는 기호학이 문화 전반을 분석하는 틀로써 이용되고 있다.

현대의 기호학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학문적인 토대를 이루었는데 유럽의 기호론(Semiology)과 미국의 기호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럽의 기호론은 소쉬르를 태두로 하여 발전하였고, 미국의 기호학은 퍼스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전자를 기호, 의미 및 구조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파악한다고 하여 ‘구조 기호학’이라고 부르고 있고, 후자는 인간들 사이의 기호 작용과 행태에 주목하고 그 사이의 역동적 관계에 주목한다고 하여‘역동 기호학’이라고 일컫는다. 본 논문은 유럽의 기호론, 즉 구조 기호학적 분석방법을 취했다.


(2) 통합체 분석과 계열체 분석

근대 기호학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소쉬르는 기호가 기호를 표상하는 기표와 기호의 의미를 내포하는 기의라는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이들 사이의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관계에 의해 의미가 생성된다고 봤다


<그림1> 소쉬르의 기호 구성 요소

(출처 : 백선기, 2005, p242 재인용)


소쉬르는 기호는 단일자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항상 다른 기호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데 이를 ‘체계’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그는 단어나 기호들은 문장, 언술 속에서 선형적 특성을 보이는데 이 같은 요소들은 일정 원칙에 의해 결합되며 연쇄를 이룬다고 하고, 이를 통합체라 했다. 이와 반대로 종적이며 연상적 관계에 의해 맺는 기호들의 흐름을 ‘연상적 관계’라고 했다.

이 같은 소쉬르의 두 개념이 옐름슬레우, 레비-스토로스 등의 구조주의자들에 의해 통합체 분석(Syntagmatic Analysis)과 계열체 분석(Paradigmatic Analysis)이라는 구조적, 기호학적 분석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정리하자면 텍스트의 통합체 분석이란 어떤 종류의 이야기체를 형성하는 사건들의 결과로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계열체 분석이란 의미를 생성하는 대립들의 숨겨진 패턴을 찾는 것이다.


<그림2> 소쉬르의 계열체적 관계와 통합체적 관계

계열관계

(선택)

한 마리의 … … 예쁜 … … 개가 … … 걸어간다.

두 마리의 … … 큰 … … 고양이가 … … 뛰어간다.

 

통합관계

(연쇄)



레비-스트로스는 이 두 가지 분석 방법에 대해 통합체 분석은 텍스트의 현재적 의미(무엇이 발생하는가)를 드러내는데 반해, 계열체 분석은 텍스트의 잠재적 의미(텍스트가 무엇에 관한 것인가)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통합체는 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기호들을 선택했을 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메시지, 코드로 볼 수 있다. 즉 통합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생성되고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이루는 구조이고 텍스트 안에서 무엇이 발생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통합체적 구조 분석을 통해 텍스트 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어떤 인과구조를 이루는지를 알 수 있으며, 텍스트 자체를 해독하는 명시적 코드와 잠재적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계열체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기호들을 말하며 이들로부터 일정하게 발생하는 의미생성을 읽어 내는 과정이 계열체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의 구조 속에 내재된 의미를 밝혀내기 위해 이항 대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뽑아내서 텍스트 분석을 위한 틀로 재조직하는 것을 말한다.


(3) 의미작용 2단계 분석

기표와 기의는 사회의 관습이나 문화와 깊게 연계되어 있다. 여기서 문화는 사회 내의 신화와 이데올로기와도 연계되며, 기호의 의미는 보다 복잡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관계 속에서 하나의 기호가 기의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는 사회 내의 신화와 그 속에 담겨진 이데올로기로 표출된다. 바르트는 이를 기호의 ‘지시적 의미(denotation)’와 ‘함축적 의미(connotation)’로 발전 시켰다. 바르트는 함축적 의미의 형태를 신화로, 함축적 의미의 내용(개념)을 이데올로기로 해석했다.


<그림3> 바르트의 언어와 의미의 단계적 관계

(출처 : 백선기, 2005, p244 재인용)


바르트는 레비-스토로스의 신화 개념을 확장하여 신화가 단순히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의 가치관이나 신념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일반인들이 자명한 진리라고 믿으며 전혀 의심하지 않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을 신화라고 정의 내렸다. 바르트는 신화란 기호의 기표들을 통해 구성되며, 기호의 기의들을 통해 의미를 표출하게 된다고 했다.


<그림4> 기호, 신화, 이데올로기의 관계

(백선기, 2005, p246 재인용)


여기에는 그 사회의 제반 관계들은 물론이고 문화 현상들도 연계된다. 이처럼 신화의 이야기체를 기호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게 되면 신화 속에 내재된 구조들과 구조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4) 의미 구조 분석

유럽의 기호론은 기호와 의미, 신화, 문화 등의 연계성에 주목했는데, 그레마스는 기호의 구조 분석 방법론을 체계화 시킨 학자이다. 그레마스는 옐름슬레우(Hjelmslev)의 구조적 기호학을 의미작용이 일어나는 생성경로를 따라 파악하고 담화의 구조와 의미를 캐는 기호학으로 전환했다. 또 계열체에 초점을 둔 레비-스트로스의 모델과 통합체계에 초점을 둔 프롭(Propp)의 모델을 결합한다. 프롭에 의해 제기된 민담의 형태학은 그레마스에 와서 상호주체적 관계에 의해 지배받는 구문론적 구조 모델로 변형된다. 그레마스는 담화의 기호체계에 따라 의미가 생성되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김윤배, 2003).

그레마스는 기호의 구성체를 텍스트라 하고 텍스트의 단계를 표출단계, 표층단계, 심층단계로 나누어 이들의 관계를 규명했는데, 각각의 단계별 구조와 구조 간의 관계 속에서 심층적인 의미가 표출된다고 했다.


<그림5> 그레마스의 의미 구조 단계

(백선기, 2005, p247 재인용)


그레마스는 심층단계에서 나타나는 의미소에 집중했는데 이는 표현의 변별 단위, 즉 의미를 나타나게 하는 최소의 의미작용 단위를 말한다. 의미소는 의미소들 사이의 대립, 모순, 연접 관계 속에서 드러나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실제 의미가 내재된다고 했다. 가령 흰색과 검정색이라는 밝기의 특성에 의해 대립되는 개념이 있을 때, 이 기호는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의미소를 낳지만 전체적인 텍스트의 맥락(context)과 의도(intention)에 따라 희망과 절망이라는 의미소를 낳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관계는 또 다른 기호들(흰색이 아닌 색, 검정색이 아닌 색)과 연계되어 기호와 의미소의 복합 구조를 낳게 된다.

이와 같이 유럽의 기호론은 그레마스에 이르면 구조의 기호학에서 의미의 기호학으로 주요 관심이 이전한다. 물론, 의미의 파악을 구조에 의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유럽의 기호론은 텍스트가 지닌 기호를 분석하여 사회 전반의 의미나 가치, 나아가 이데올로기와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텍스트가 지닌 기호를 통해 특정 시기나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찾아내려 하고, 그러한 시기나 시대에 숨기거나 왜곡하려고 시도하는 의도를 들추어내려고 했다(백선기, 2005).

이처럼 유럽의 기호론과 텍스트 분석 방법론을 만화 작품에 적용하면 만화 작품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의미, 작가의 의도를 밝혀 낼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 본 연구에서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이야기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통합체 분석을 사용할 것이며, 등장인물들의 역할 및 속성 분석을 위해 계열체 분석을 사용할 것이다. 두 가지 분석 방법론을 중심으로 그레마스 등 구조주의 기호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분석 도구를 적용할 것이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현재적이고 잠재적인 의미들을 분석해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와 신화의 의미를 연구할 것이다.


 (5) 분석의 틀


만화 《천국의 신화》 분석을 위한 본 연구의 분석틀은 다음과 같다.


<표2> 분석의 틀

합체 분석과 의미

계열체 분석과 의미

신화적 의미

- 서사구조

- 등장 인물 구조

- 등장 인물 간 갈등 구조

- 소재구조

- 역사성 vs 탈 역사성

- 정체성 vs 탈 정체성

- 권력성 vs 탈 권력성

- 여성성 vs 탈 여성성

- 건국신화

- 민족주의

- 국가권력관

- 여성관

기존 신화

대안 신화

만화에 나타난 소재의 의미

사회적 의미

 


Ⅳ. 연구 결과 및 논의


1. 만화 《천국의 신화》의 통합체 분석


1) 만화 《천국의 신화》의 줄거리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세계관은 지리적으로는 바이칼 호수 동쪽 밑에서부터 백두산을 기점으로 하고 있고 시기적으로는 약 1만 년 전인 환인시대부터 단군의 조선 건국까지 약 5천 년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지창조(天地創造) 후 대지의 여신(女神)이 하늘에서 내려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낳는다. 여신을 잡아 삼킨 뱀의 배에서 세 개의 알이 나오고 까마귀가 부화한다. 까마귀는 사람의 아이로 태어나고 세 명의 아이들은 여덟 명의 자식을 낳는다. 이들은 늘 하늘을 살펴 천지간에 있는 자연의 이치에 밝았다. 사람들은 이들을 ‘밝은 사람’이라했다. 후에 하늘님이라 불렸다.

하늘님의 후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두 개의 부족이 되었는데 오름(太陽男)과 내림(太陰女)이었다. 이들은 반목을 거듭하다 큰 전쟁을 벌이게 된다. 하늘님은 사자를 내려 보내 싸움을 중지시키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1대 환인 안파견(安巴堅)을 내려 보낸다. 환인은 하늘님의 후손인 천족(天族)과 그들이 사는 천국(天國, 桓國)을 ‘하늘의 도(道)’로 다스렸다.

천국을 벗어나면 황토인(黃土人)들이 짐승처럼 살고 있었는데 천국의 사람(天人)인 복희와 여와가 진(陳)나라를 세워 ‘땅의 도’로 이들을 교화했다. 후에 7대 환인인 지위리(智爲利)가 후천개벽(後天開闢)이 있을 것을 예감하여 태자 바람에게 새로운 영토를 찾아 신들의 나라가 아닌 인간들의 나라를 세울 것을 명한다. 태자 바람은 장백산(현 백두산) 천지 아래에 배달국(倍達國)을 세우고 1대 환웅이 되어‘인간의 도’를 펼친다. 신이 사라지고 인간의 세상이 펼쳐지자 천족의 후예들과 황토인의 후예들은 양과 음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신(神) 아래 만물이 상생(相生)하던 시대는 지나고 천지인(天地人, 천계, 마계, 인계)이 대립하는 상극(相剋)의 시대가 펼쳐진다. 마계의 조정을 받는 황토인이 배달국을 점령하고 하나라를 세워 세를 펼치고, 마지막 환웅의 첫째 아들인 가리온은 짐승계의 기반을 이용하여 세를 펼친다. 둘째 아들 검마르는 패망한 배달족과 함께 배달국을 재건하여 이들과 대립한다. 검마르는 삼계의 여인들과 남두육성의 기운을 빌어 온갖 시련을 떨치고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삼계를 통합, 조선을 세워 1대 단군이 된다.


<표3> 만화 《천국의 신화》의 내용 요약

부 제

(소 재)

권 수

내 용

1부

하늘과 땅

3권

태초의 지구에 대지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낳는다. 혼돈의 태극(太極)에서 태음(太陰)이 열릴 무렵 커다란 뱀이 나타나 여신을 삼키자 세상은 다시 혼돈에 빠진다.

뱀의 배에서 나온 알에서 까마귀 세 마리가 부화하고 까마귀는 사람의 아이로 태어난다. 아이들은 여덟 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높은 곳을 좋아하여 매일 하늘을 살피니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을 알게 되고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땅을 살펴 비, 바람, 이슬의 작용을 이해했다. 그들은 밝은 사람이라고도 불리고 하늘사람이라고도 불렸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하늘님이라고 불리게 된다.

하늘님의 쌍둥이 자매 오름과 내림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는데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다 큰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에 하늘님이 싸움을 중지시키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환인을 내려 보낸다. 환인은 하늘님의 후손인 천족을 다스렸고 이들이 사는 나라가 곧 천국이다. 그러나 이 곧을 벗어나면 황토인들이 짐승처럼 살고 있었다.

이에 천족의 남매이자 부부인 복희와 여와가 황토인들, 즉 인간 세상을 교화시키기 위해 지금의 하남성 부근에 진나라를 세운다. 복희와 여와는 천지자연의 운행 질서를 담은 상생의 이치와 농사짓는 법, 부부, 가족, 형제 등 인간의 이치를 찾아내 가르쳤다.

환인이 천지개벽에 이은 후천개벽이 있을 것을 예감하여 태자에게 새로운 영토를 찾아 신들의 나라가 아닌 인간들의 나라를 세울 것을 명한다. 태자 바람은 인간 세상을 떠돌며 늑대 무리와의 대립 등 온갖 고생 끝에 백두산 천지 아래에 새 나라 배달국을 세우고 환웅이 된다.

2부

전쟁의 신

8권

배달국은 천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천지인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 무렵, 지금의 황하 유역에서는 배달의 제후국인 진이 수많은 황토인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염제 유망의 다스림을 받는 부족 중 소전이 다스리는 마을이 있었고, 손돌이 다스리는 마을이 있었다.

소전과 음신 서왕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무기는 천국에서 축축 된 늑대 인간 반고의 간교한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고, 손돌의 딸 발기달과 염제 유망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본궁의 눈 밖에 나 산에 버려진 야생 소년은 호랑이를 따라 다니며 야수가 된다. 이무기는 서왕모의 딸과 혼인한 후 반고와 함께 소전의 부족을 장악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다. 황제 헌원은 주변 부족을 하나둘 장악하며 그 세를 넓혔다. 한편 야생 소년은 미리내와의 사랑으로 인간 세상에 적응하며 치우라는 이름으로 성장했다.

헌원의 군대가 미리내를 납치하자 치우는 양과 선의 상징인 자부진인을 찾아 힘을 키운다. 괴인 치우비와 여인국의 전사들인 치우대를 이끌고 진나라의 천군이 된 치우는 황제 헌원과 연인 미리내를 사이에 둔 대전을 펼친다.

치우는 헌원과의 싸움에서 한번도 지지 않은 전쟁의 신이었으나 연인 미리내의 죽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기전 2693년 그 명을 다한다. 황제 헌원의 유웅국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배달국을 위협한다.

3부

개벽

3권

변방의 부족국가들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천족의 배달국은 그 위세가 점점 줄어들면서 왕권침탈의 음모가 벌어졌다. 혁다세 환웅은 두 번째 부인과 공주 직녀를 낳았고 지금의 땅님 사이에 왕자를 두었다. 그러나 왕자는 혁다세 환웅의 자식이 아니라 환웅의 삼신 중 하나인 우사의 씨이다. 우사는 용족(유웅국) 사람으로 사파의 무술인 혈시공을 쓴다. 둘째 부인은 자기 자식을 환웅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우사와 내통하여 백사귀를 시켜 공주를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공주는 소(牛)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한다.

혁다세 환웅의 동생이자 천군의 장수였던 무신의 아들 가루치는 신선술을 익혀 공주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가루치는 선인을 만나 신선술을 익히고 소녀 별마로와 곰을 동료로 맞이한다. 혁다세 환웅이 주최한 무술대회에서 배달국의 분국인 일성국의 왕자 두대발을 만난다. 막상막하의 무술대결을 펼친 두 사람에게 혁다세 환웅은 공주를 찾아 줄 것을 명한다.

우사는 혈시공을 쓰는 3명의 무인을 시켜 먼저 공주를 살해하려 하지만 가루치와 두대발의 활약으로 우사와 땅님의 음모가 밝혀지고 이들은 살해된다. 그러나 공주와 함께 살았던 소는 일성국의 군사들에 의해 죽고 만다. 소는 까치로 환생하여 하늘로 오르고 공주는 소 때들과 함께 사라진다.

가루치는 직녀 공주를 사모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별마로는 가루치와 결혼하여 아이를 두었으나 가루치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두대발은 별마로를 사모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4부

신들의 황혼

5권

혈시의 변이 있은 후 가루치는 풍백의 자리에 올랐고 별마로와 결혼하여 검나루를 낳았다. 혁다세 환웅이 자손이 없었음으로 조카 아들인 검나루가 사실상 환웅가의 유일한 핏줄이었다.

가루치가 배달국을 지켰고 두대발은 배달국의 분국인 일성국의 왕이 되어 용족의 반란을 막았다. 두 영웅의 등장으로 배달국은 겉으로는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견우의 죽음으로 분노한 직녀는 미친 소들을 이끌고 난을 일으켰다. 가루치는 이 야우의 난 때 죽음을 맞이한다. 풍백이 사라진 배달국은 잇따른 괴변과 재앙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 때 혁다세 환웅은 곤륜산의 서왕모 문하에서 방중술을 익힌 옥서하에 푹 빠져있었다. 옥서하의 나이 16세, 혁다세 환웅이 97세 되던 때이다. 옥서하는 뱀과의 동침으로 회임을 하고 음용의 씨를 배달국의 환웅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옥서하는 환웅의 조카 아들인 검나루와 그 엄마 별마로 그리고 새롭게 풍백의 자리에 오른 두대발과 대립했다. 음용의 씨가 출생하기 이전 혁다세 환웅이 천화(遷化)하자 어린 검나루가 환웅의 자리를 잇고 옥서하가 섭정을 하게 된다. 18대 거불단 환웅 검나루는 옥서하가 섭정을 끝내고 20세가 되어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게 되기 전까지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살았다. 옥서하와 음용의 씨인 현무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웅심국왕 용태명이 딸 금달내와의 혼인을 파기하자 검나루는 전쟁을 일으키고 후견인인 두대발과도 사사건건 마찰을 빗었다. 그러던 차에 치우천왕의 유지를 받들어 구려국의 고토를 회복하겠다며 호족이 쳐들어왔다. 환웅은 구려국의 왕인 치우강의 조카 금령의 사랑을 얻어 위기에서 벗어난다.

금달내와 금령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환웅은 옥서하의 꼬임에 빠져 두 사람을 신단수 아래서 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중 한 사람과 혼인하기로 한다. 회임을 한 금달내와 진짜 사랑을 준 금령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환웅은 결국 금달내를 택한다. 이에 분노한 금령은 자신을 사모하던 호족왕 추호풍과 연을 맺고 옥서하와 계략을 짜 금달내, 환웅, 두대발을 차례로 살해한다. 그러나 금달내는 죽기 전 환웅의 씨를 잉태했다. 큰 아들은 금령의 품에, 작은 아들은 환웅을 키운 유모의 품에 안겨졌다.

이후 옥서하는 배달국을 용족의 나라인 유웅국과 합병한다. 음신 서왕모의 오랜 꿈이 결실을 맺어 천족의 나라 배달천국이 용족의 나라에 합병된 것이다. 헌원의 증손자인 황제 제곡은 현무를 양아들로 맞이하고 보위에 올라 국호를 하나라라 했다. 제곡이 자손이 없어서 황태자에 현무, 제사장인 신모에 옥서하를 두었다. 이로서 환웅 시대가 막을 내린다.

5부

대단군

30권

마지막 환웅의 쌍둥이 형제 가리온과 검마르는 각각 구려국의 왕자와 백정의 조카로 성장한다. 외할아버지의 나라 웅심국으로 간 검마르는 개마대령의 벌채 노예가 되어 후에 천족의 난을 일으킨 거무달의 아버지 까귀를 만나 생활한다. 가리온은 구려국의 황제가 된 추호풍의 여섯 쌍둥이 아들과 함께 자부진인의 제자인 희강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한다.

검마르는 외삼촌인 웅심국왕 웅태명의 양녀 소우와 첫사랑에 빠지지만 이루지 못한다. 가리온은 구려국 승상 추여송의 외동딸 소혜와 정분을 나눈다. 소혜는 가리온의 아이를 가졌으나 그 아버지 추백호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황후 금령의 시기로 살해된다. 딸 돌배는 자부진인에 의해 키워진다. 가리온은 후에 소혜의 모습으로 나타난 서왕모의 수제자 옥야월에 의지하게 된다. 한편 월성국왕 두익의 딸 경도를 사모했던 두대발의 아들 두자성은 두익이 딸을 하나라 제곡의 네 번째 비로 주자 월성국을 멸하고 하나라의 장수가 된다. 경도는 검마르의 씨를 받아 하나라의 태자로 키우는데 이 아이가 후에 요나라를 세운 요 임금이다. 요는 제곡이 살해 된 후 돌배와 결혼하여 왕권을 물려 받는다.

금령은 추호풍과 호족을 제거한 후 가리온을 옥좌에 앉히고 구려국의 실권을 장악한다. 가리온은 소혜를 잃은 슬픔과 금령에 대한 분노를 이기기 위해 원정 전투에 매진한다. 희강은 가리온에게 삼계 통치의 상징인 환인령을 찾아주려 하지만 이미 검마르의 손에 들어 간 후였다. 희강과 금령은 검마르를 제거하려하지만 가리온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검마르는 직녀가 환생한 하백족의 공주 쇠별꽃과 남두육성을 만나 배달족 유민을 규합 배달천국 재건을 선포하고 단군으로 추대된다.

이에 따라 천하는 하나라의 두자성, 구려의 가리온, 배달족의 검마르가 삼계 통합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그러나 두자성의 간계로 금령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검마르는 구려 본국을 치려 한다. 가리온도 이를 알게 되고 스스로 죽으려하지만 하나라의 황후가 소혜의 딸임을 알게 된다.

사위가 되는 요임금이 하나라를 구려국의 제후국으로 선포하자 삼계의 대립은 천족 형제의 대립으로 양분된다. 군사 희강의 죽음으로 가리온은 궁지에 몰린다. 검마르는 형의 부대를 칠 수 없어 방황하지만 옥서하의 여난과 함께 주변의 동료들이 하나둘 죽어가자 가리온을 공격한다. 가리온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검마르는 삼계를 통합하여 단군조선을 건국한다.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 내용이 담고 있는 핵심 소재를 부별로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표4> 만화 《천국의 신화》의 부별 소재

천지창조와 후천개벽,

배달국 건국

천족(배달국)과 황토인(우웅국)의 대립

위기에 빠진 배달국

황토인의 배달국 집권

배달재건, 삼계의 대립과 대통합, 단군조선건국


2)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

만화 《천국의 신화》는 신이 세상을 떠난 후 천족에 의한 신탁통치(信託統治)가 이뤄지면서 본격화된다. 신에 의해 세습 된 천족의 권력에 대한 황토인의 대항과 찬탈 욕망에 의해 기존의 균형이 깨어지고, 권력 회복을 위한 대응세력의 결집, 사랑과 전쟁을 통해 균형이 회복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천지창조 후 신이 세상을 다스릴 때는 천족과 황토인, 짐승에 대한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후천개벽 후 신이 세상을 떠나자 천족과 짐승, 천족과 마족, 천족과 황토인 간의 대립이 시작되고 삼계가 분열된다. 삼계분열로 권력관계가 무너지면서 기존 권력자(천족)는 시련에 봉착한다. 권력자는 협력자(신, 짐승, 삼계의 여인 등)의 도움으로 대응세력을 규합하여 권력을 유지하지만 한번 위협 받은 권력은 반복적인 침탈 행위를 부른다.

천족(신, 동이족)에 대한 인간족(황토인, 서이족)과 짐승족의 도발, ‘권력’ 회복을 위한 천족의 대응을 통해 신의 세상에서 마계화 된 인간의 세상으로, 인간의 세상에서 마계화 된 천족과 인간화 된 천족의 세상으로 권력이 변화되어 간다는 것이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이다.

만화 《천국의 신화》의 주요 내용을 연대별로 재구성하여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표5> 만화 《천국의 신화》의 연대표

연도

내 용

부 제

권수

45억 년 전

B.C. 8,800년

B.C. 7,199년

 

 

 

 

B.C. 3,897년

천지창조

선천개벽

1대 안파견 환인 천국(환국) 건국

복희, 여와 황토인 개화, 진나라 건국

7대 지위리 환인 제위

후천개벽

늑대족의 도발

1대 거발한 환웅 신시배달 건국

1부

하늘과 땅

3권

 

B.C. 2724년

 

 

B.C. 2598년

내림신 서왕모, 이무기(헌원) 탄생

치우 탄생, 오름신 자부진인 수련

용과 봉의 승천

우웅국과 구려국의 탁록대전

치우 사망

2부

전쟁의 신

8권

B.C. 2452년

 

 

 

17대 혁다세 환웅

공주 납치

가루치와 두 대발

혈시의 난 진압

3부

개벽

3권

B.C. 2388년

 

혁다세 환웅 음신의 제자 옥서하와 혼인

혁다세 사망

가루치의 아들 18대 거불단 환웅 제위

옥서하 섭정

거불단 웅심국 공주와 혼인

호족의 분노, 배달국 명망

우웅국 합병

4부

신들의 황혼

5권

B.C. 2370년

B.C. 2369년

B.C. 2361년

 

B.C. 2360년

B.C. 2357년

B.C. 2356년

B.C. 2355년

 

 

 

 

 

B.C. 2333년

가리온과 검마르 탄생

우웅국 하나라 건국

수도 이전 후 신시(배달)에 용족의 신전 세움

추호풍의 후처 소혜, 가리온의 씨를 받음

거무달, 흑월의 난

제곡의 후처 경도, 검마르의 씨를 받음

두대발의 아들 두자성 하나라의 대장군 됨

검마르, 직녀의 환생과 만남

천부삼인을 얻기 위한 두 태자 대립

검마르의 아들 요와 가리온의 딸 돌배 혼인

하나라, 구려국 연맹

검마르 배달국 재건, 단군 즉위

가리온과 검마르의 대립

검마르 삼계 통합, 단군조선 건국

5부

대단군

30권


만화 《천국의 신화》의 줄거리와 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서사구조를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6>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적 서사구조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나타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표6>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의 특징

천족에 대한 황토인의 반발로 갈등 발생

 

 

 

 

 

 

 

지배세력의 성립

피지배세력의 통치 욕망 확대

피지배세력 간 결집/ 대항

피지배세력의 승리

 

균형

 

불균형

 

균형회복

 

 

기존 지배세력의 권력 되찾기를 위한 대응과 반발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는 크게 4단계 국면으로 구성된다. ① 지배이념과 지배혈통을 지닌 세력이 등장한다. 그러나 ② 지배세력은 부적절한 권력 남용과 정통성에 대한 시비로 피지배 집단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에 따라 ③ 지배집단에 대한 반발세력은 새로운 정통성을 지닌 집단과의 세력결집을 통해 지배세력에 대항한다. ④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의 대결은 피지배세력의 승리로 끝나고 새로운 지배세력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새로운 지배세력은 피지배세력화 된 기존 세력과 새롭게 등장한 세력의 분노를 양산하고 대립과 전쟁이 반복된다.


<표7>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술 도식

추구

조정(계약)

행위

상벌(처분)

역량

수행

대상설정

대상을 위한

능력 획득

서술 프로그램 수행

긍정적평가

(부정적평가)

1부

신족의 인간세상

무술 수련

모험

배달국 건국

(상극의 시대)

2부

천족의 집권과 황토인의 도발

음・양 세력 간 결집

전쟁

황토인 우웅국 건국

(배달국 위축)

3부

배달국의 후계권

혈사귀와 신선도

모험

배달국 위기 해소

4부

배달국의 통치권

음의 세력과 제후 세력의 결집

전쟁

(황토인의

배달국 지배)

5부

삼계 통합(치)권

음・양 세력과 신흥 세력 간 결집

전쟁

천족의 삼계 통합

 

 

종족의 권력

종족의 정체성

종족 간 결집

종족 간 전쟁

종족의 권력 확대

종족의 정체성 정립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는 이상의 4단계 서사 국면이 반복 활용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대립의 핵심인 권력의 규모가 커지고 문제 해결에 따른 보상인 정체성의 물리적(종족, 영토) 규모도 커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를 그레마스가 프롭이 연구한 민담의 31가지 기능을 재구성하여 제시한 표준 서술도식에 적용해보면 <표7>과 같다.


3) 만화 《천국의 신화》의 주요 등장인물 성격과 역할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인간화 된 천족 후손들의 삼계통합을 서사구조로 하고 있다. 약 5천 년 동안의 역사를 50여 권의 분량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이항대립적 관계에 있는 천족과 황토인, 천족과 황토인의 주변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1) 천족

천족 출신의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은 다음과 같다.


<표8> 주요 천족의 성격과 배경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천족은 대지의 여신을 잡아먹은 뱀의 배에서 난생하여, 하늘에 이르지 못하고(까마귀로 태어남) 땅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하늘에 오른 하늘님의 후손들이다. 또 이 후손들이 무리를 갈라 전쟁을 벌이자 이를 중지시키기 위해 내려 온 하늘님의 사자가 다스린 백성들이다. 즉, 천족은 환인의 씨로 태어난 후손이거나 환인에게 가르침을 받고 통치를 받았던 백성과 그 후손을 말한다. 이중에서 같은 천족으로 불리지만 하늘님과 환인의 직계는 신의 보호를 받는 신족으로 볼 수 있고 권력을 승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환인 시대에는 까마귀, 환웅 시대에는 봉황으로 상징됐다.

신족으로 볼 수 있는 천족은 각각 신계(하늘, 자연, 자부진인, 직녀, 성물(환인령) 등), 인간계(배달족 및 부족국), 짐승계(호랑이, 소(견우), 곰)의 운명적 선택 및 지원을 받아 초월적 힘, 무공과 지략이 뛰어나다. 반면 정이 많아 무리가 쉽게 따르지만 결단력이 부족하다. 특히 사랑하는 여성과는 대대로 이루지 못하여 여난에 허덕이고 혈육은 불행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혈육들은 성장 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으로 무리를 이끌고 잃어버린 권력을 찾기 위해 싸운다.

 

(2) 황토인


황토인 출신의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은 다음과 같다.

 

<표9> 주요 황토인의 성격과 배경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황토인은 만물 창조의 여신 이전에 있었던 태초의 인류로, 천족인 복희와 아화가 흙으로 만든 종족으로 그려진다. 수많은 동물을 잉태하고 부활시키는 능력을 지녔던 여신을 황토인들은 거대한 뱀에게 먹이로 주었다. 이로부터 황토인의 원죄가 시작됐다. 뱀의 몸을 빌어 태어난 하늘님을 따르는 황토인은 천족이 되었다. 그러나 천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이들과 신족이 아닌 천족에 의해 개화된 황토인은 황토인의 신분을 벗지 못했다.

환인 시대에 천족과 황토인의 차이는 신을 섬겨 가르침을 받는 개화인과 미개인의 차이였으나 환웅이 인간세상을 열고 배달국을 세우면서부터는 개화의 여부와 상관없이 혈통에 의해 천족과 비천족, 비천족 중 천족의 부족국과 황토인이 차별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하늘님의 후손이었던 내림신 서왕모는 황토인의 부족장 소전의 신분에 대한 불만을 이용, 이무기를 잉태하여 천족의 반대편 지역에 황토인의 나라를 세우고, 제자 옥서하를 배달국의 황후로 만들어 음의 씨 현무를 출생하게 해서 배달국을 흡수 통합하고 제곡에게 황토인의 나라 하나라를 건국하게 만든다.

황토인의 주요 등장인물은 천족의 경우와 달리 내림신, 마계의 명령을 수행하고 처벌을 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초기에는 마계의 초월적 힘을 사용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인간적 능력으로 나라를 다스린다. 참을성이 없고 포악하지만 용의주도하고 결단력이 빠르다. 그러나 정이 부족하여 정벌국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 배달국 패망 후 황토인은 마계화 되고, 천족은 인간화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3) 주변인물


천족과 황토인의 주변인물들의 성격과 배경은 다음과 같다.


<표10> 주요 조력자 및 적대자의 성격과 배경


만화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천족과 황토인의 주변인은 부족국의 장수, 공주 등이다. 주변인은 양대 체제의 균형과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력을 모아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환인 시대에는 삼계(신계, 인간계 또는 짐승계, 마계)가 하나였다고 하지만 환인을 따른 황토인이 천족이 되면서 천족 또는 인간계에 이르지 못한 삼계의 반발과 분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늑대족은 환인 시대부터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여 복희와 바람과 대립했고 급기야 황토인 소전을 꾀어 이무기를 얻고, 황토인을 통해 늑대족의 인간계 진입 및 독자 발전을 꾀했었다. 그처럼 천족과 황토인의 주변인은 남자의 경우 양쪽 중 한쪽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여자의 경우 미모와 출산 능력으로 종족의 신분 상승, 혈통과 정체성의 변화를 꾀했다. 이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기가 속한 종족과 계파를 중심으로 한 통합을 원했으나 불균형 상태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결국 전통적 지배 세력의 재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협력적 주변인과 적대적 주변인으로 나뉘어 이항대립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용맹하고 진취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성격을 지녔다.


4) 만화 《천국의 신화》의 등장인물 간 갈등 관계

만화 《천국의 신화》는 권력을 통해 혈통과 정체성을 찾으려는 종족 간의 갈등관계가 서사 구조의 중심이 된다. 전체 종족 간 갈등관계를 종족, 국가, 등장인물 간 관계를 도식화(부록3 참조) 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화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종족 간 관계 구조를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7> 만화 《천국의 신화》의 종족 간 관계 구조


만화 《천국의 신화》의 종족간 관계구조는 양의 상징인 천족(신계)과 음의 상징인 황토인(인간계)의 이항대립적 갈등 구조를 이루고 있다. 신에 의한 삼계통합으로 태초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천족과 인간에 의한 삼계통합으로 새로운 균형을 구축하려는 황토인이 대립하고, 천족을 도와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부족국(비_인간계)과 후천개벽 세상에서 지상의 신 또는 인간의 신으로 자리 잡으려는 마계(비_신계)가 대립한다.

신계는 황토인을 이용해 인간계를 마계화하려는 비_신계를 부정하고, 인간계는 신계의 군역, 노역은 물론이고 공주 조공까지 해서 인간계에 오르려는 비_인간계를 부정한다. 이를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에 적용시켜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8> 만화 《천국의 신화》의 종족 간 기호사각형 구조


주요 갈등 관계에 따른 갈등 상황과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신계와 인간계의 갈등 관계


<표11> 천족과 황토인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신계와 인간계의 갈등관계는 조물주와 피조물의 갈등 관계이다. 천지창조와 함께 태초의 인류가 있었고 대지의 여신이 있었다. 대지의 여신은 만물을 창조하였으나 황토인은 무지와 두려움 그리고 유혹에 빠져 여신을 잡아 뱀의 먹이로 준다. 황토인의 원죄 이후 신계와 인간계, 천족과 황토인의 갈등이 시작된다. 천족은 신에 의해 개화된 민족이고 황토인은 개화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천족에 의해 개화됐거나 천족이 흙으로 빗어 만든 이들도 황토인의 둘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황토인은 노란색을 좋아하고 뱀을 창세신으로 믿는 이들로 지리적으로 중국인의 선조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천족은 신족과 신족에 의해 개화된 태초의 인류로 묘사하고 있으며 파란색을 선호하고 까마귀를 창세신으로 믿는 우리 민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천족과 황토인은 조물주와 피조물, 왕과 백성의 관계로 묘사된다. 갈등의 원인 역시 피조물의 반역에 의한 것이다. 황토인은 조물주 또는 왕에 대한 반역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더 큰 반역을 계획한다. 반면 천족은 황토인의 반역에 진노하는 한편, 초월적 통치력으로 화합의 리더십을 펼쳐 보인다. 이는 과도한 자민족 우월주의로 볼 수 있다. 천족의 지도자는 군사와 제사의 수장인 반면, 황토인의 지도자는 제사장을 따로 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역시 정치 체제의 차별이 아니라 태생적 신분에 따른 능력의 차별로 묘사된다. 또한 단군의 삼계통합 이후 황토인의 나라인 하나라의 임금이 된 요를 단군의 배 다른 아들로, 황후가 된 돌배는 단군의 형인 가리온의 배 다른 딸로 묘사하여 지나친 혈통주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2) 신계와 비_신계의 갈등 관계


<표12> 천족과 마계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신계와 마계의 갈등관계는 형제 또는 자매 간의 갈등 관계다. 신계와 마계를 대표하는 오름신과 내림신은 하늘님의 후손으로 쌍둥이 자매였다. 하늘님이 낮과 밤, 시작과 끝 등 서로 대립되는 역할을 주어 오름과 내림은 갈등하게 됐다. 신이 지상을 떠난 후천개벽 시대에 신계와 마계는 천족과 황토인을 통해 갈등을 이어간다. 천족인 단군의 삼계통합으로 작품은 종결되지만 단군의 딸을 받은 내림신을 통해 신계와 마계의 갈등이 끝없이 순환 될 것이라는 암시를 남긴다. 이는 전체 서사에서 드러나는 순환론적 이데올로기로 해석된다.

이처럼 신계와 마계의 갈등 관계는 천족과 황토인의 태생적이고 운명적인 관계처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 그 대립의 대상이 단군의 아들과 단군의 배 다른 딸이 될 것이라는 점도 드러난다. 이는 우리 민족과 중국이 원래는 하나의 민족이었으나 그 역할이 달라 성향이 전혀 다른 두 민족으로 나뉘어 성장했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대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설정은 정신적이고 육체적으로 중국인과 우리 민족이 하나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또, 신계의 주요인물은 남자이고 마계의 주요인물은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후계 구도에 있어서도 마계는 신계나 황토인의 씨를 받아야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역시 자민족 우월주의의 입장에서 출발한 혈통주의와 남근주의적 이데올로기로 해석된다.


(3) 신계와 비_인간계의 갈등 관계


<표13> 천족과 짐승(자연)계와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천족과 짐승(자연)계와의 갈등은 군신 간의 갈등 관계이다. 용맹함과 참을성 없는 호랑이로 상징되는 호족과 뜨거움과 충만함 그러나 달이 기울면 지는 해로 상징되는 일성국은 천족의 무사계급 또는 군역을 전담하는 부족국이다. 반면 풍요로움과 미련할 정도로 근면한 곰으로 상징되는 웅심국과 고요함과 변덕스러운 달로 상징되는 월성국은 천족에 공주를 조공하는 부족국이다.

호랑이에 의해 성장해 구려국을 세운 치우와 구려국의 후손으로 호족의 족장인 추여송과 결혼해 구려국을 재건한 금령은 군사를 일으켜 천족에 대응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중지란을 겪다 살해된다. 반면 월성국의 두대발과 두자성은 천족을 멸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도 군에 대한 충성을 유지해 영웅이 된다. 웅심국의 공주로 마지막 환웅의 씨인 가리온과 검마르를 낳은 금달내, 월성국의 공주로 두자성을 사모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하나라의 황제 제곡과 혼인한 후 검마르와 정을 통해 요를 낳은 경도는 아버지 나라의 안위를 위해 천족의 처가 된다.

군사 조공국은 천족의 무력함에 대해 갈등하고, 공주 조공국은 천족의 방탕함에 대해 갈등한다. 이 같은 설정은 군인 또는 기술천시주의와 여성의 정복을 지리적 정복과 일치시키는 여성관, 조직 사회에서의 수직적 위계질서와 부하에게 비친 상사의 이미지 등을 드러낸다.


(4) 인간계와 비_신계의 갈등 관계


<표14> 황토인과 마계와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황토인과 마계와의 갈등 관계는 상호 협조적이면서도 이율배반적인 관계이다. 신분상승과 국가 통치 야욕을 품은 황토인이 있고, 천족을 말살시켜 음의 세계를 이루려는 마계가 있다. 마계는 황토인에게 음의 씨를 주거나 초월적 능력을 전수하여 천족과 대립시키고, 황토인은 마계의 지원으로 통치 야욕을 넓혀간다. 황토인과 마계는 이 같은 상호협조 관계를 통해 힘의 균형, 권력의 분할과 상호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이상적인 통치 구조로 보이지만, 권력의 양분과 이율배반적 행동에 따른 갈등이 표출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마계가 황토인에게 능력을 부여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은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황토인의 주요인물은 남자, 마계의 주요인물은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이 같은 설정은 권력의 분할이 갈등과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강력한 통치주의, 전제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마계는 여성’이라는 인물 설정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남성의 지위나 위치를 이용하는 악녀주의로 묘사하고 있다.


(5) 인간계와 비_인간계의 갈등 관계


<표15> 황토인과 짐승(자연)계와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황토인과 짐승계(자연계)와의 갈등관계는 상호 협조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인 관계이자, 발탁자와 피발탁자의 관계이다. 황토인이 배달국을 흡수 통합한 후로 천족과 군신관계에 있던 호족, 웅심족, 일성국, 월성국은 발탁자와 피발탁자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는 절대복종의 관계라기보다는 짐승계(자연계)의 능력 또는 미모를 보고 관직이나 황후로 책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관계이다. 짐승계(자연계)는 황토인의 힘을 두려워하거나 태생적이고 운명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분노와 감정에 의해 황토인을 돕거나 배신한다.

이 같은 설정은 태생적이고 운명적인 조직과 관계가 아닌 인위적 계약관계의 위험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6) 비_신계와 비_인간계의 갈등 관계


<표16> 마계와 짐승(자연)계와의 주요 갈등 상황 및 결과

마계와 짐승계(자연계)와의 갈등관계는 뚜렷하게 묘사되고 있지는 않으나 상호협조적인 관계 또는 동업자적인 관계로 볼 수 있다.

늑대족 반고는 조상의 원한을 갚기 위해 황토인인 황제 헌원을 키워 천족과 대립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반고는 음신 서왕모를 이용했고, 서왕모의 딸과 헌원의 결혼을 허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후에 헌원이 근심을 제거하기 위해 반고를 살해한다. 헌원은 스승이자, 군사였고, 연인이었던 반고를 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일족을 멸살하려했다. 이에 늑대족은 외딴곳으로 숨어들어 왕실의 살인청탁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 서왕모가 헌원을 이용해 원한을 갚으려 한다는 것을 초월적 능력을 지닌 서왕모가 모를 수 없다. 이는 자신의 목적과 반고의 목적이 같았기 때문에 모른 척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서왕모의 두 번째 수재자 옥야월은 삼계통합의 적임자라는 예언을 받은 천족 가리온을 제거하기 위해 늑대족을 찾는다.

이 같은 설정은 마계가 인간계 지배의 시작을 늑대족 반고와 함께 한 것처럼 위기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마지막 임무를 늑대족과 함께하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서 시작과 끝, 처음과 나중이 결과론적으로 한 자리에 위치한다는 순환론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 소결(통합체 분석)

만화 《천국의 신화》의 통합체 분석을 통해서 서사구조의 의미와 종족 및 등장 인물 간의 관계구조를 알 수 있다. 특히 그레마스의 표준서술도식, 기호사각형 분석을 통해서 서사구조와 종족 및 등장인물 간의 관계구조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서사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적 서사구조는 다음과 같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동아시아 일대의 신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동이족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우리민족의 시원인‘천국’의 건국과 패망 그리고 ‘단군조선’의 건국을 그리고 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일종의 역사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왕의 출생과 왕족의 출생을 따라 연대기적으로 구성된 왕조사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조정(계약)-역량-수행-상벌’의 서사도식을 따르는 전통적인 민담 형태의 영웅서사물이다.

둘째,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적 서사구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통치 세력에 대한 비통치 세력의 반발로 인한 갈등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갈등의 원인은 지배종족과 피지배종족 간의 권력과 정체성에 대한 것으로, 권력이 없는 종족이 정체성에 대한 반발로 전쟁을 일으켜 권력을 갖고 정체성을 찾는다. 이에 대한 갈등이 ‘균형-불균형-균형회복’의 과정을 이루며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셋째, 만화 《천국의 신화》의 등장인물의 성격 및 종족 간 갈등구조는 다음과 같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양의 상징인 천족(신계)과 음의 상징인 황토인(인간계) 간에 이항 대립적 갈등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신계와 인간계의 대립, 비_인간계와 비_신계가 대립하고 인간계는 비_인간계를 신계는 비_신계를 부정하는 관계에 있다. 신계는 후천개벽시대에 접어들면서 분할 된 삼계를 천족에 의해 통합해서 기존 권력을 유지하려하고, 인간계는 이를 인간 중심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권력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후천적이고, 공격적이며, 개혁적인 황토인은 선천적이고, 수성적이며, 보수적인 천족을 넘어서지 못한다.

넷째,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서 드러나는 의미구조는 다음과 같다.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적 서사구조는 천족에 의한 삼계통합을 다루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실적인 대외(한-중)관계를 뜻하고 동아시아의 통합 주체를 우리민족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통합의 주체가 종족 또는 신분이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는 경우 전쟁에서 패하고, 천족 또는 신계의 여인과 후손을 둔 경우만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세우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 된 통합체 분석 결과,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와 등장인물 간 관계구조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전통과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선천적인 왕족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셋째, 운명적이고 순환론적인 권력성을 강조한다.

넷째, 쾌락주의적이고 모태주의적인 여성성을 강조한다.


2. 만화 《천국의 신화》의 계열체 분석


1) 만화 《천국의 신화》의 소재 분류

만화 《천국의 신화》에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영역의 소재가 등장한다. 이 만화가 우리민족의 상고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국가 건설과 통치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현대적 개념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이 소재로 사용된다. 분량으로도 50여 권(11,000 페이지, 66,000여 컷)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이를 학문적으로 구분한다하더라도 종교학, 천문학, 사회학, 고고학을 아우르고 인류학, 정치학, 역사학, 풍속학, 민속학, 의학, 군사학, 생화학 등의 제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서 소재를 파악하고 분류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만화 《천국의 신화》는 제목 외에 부제, 권제, 편제를 달고 있다. 여기서 편제는 전체적 서사구조 내에서 중요한 서사적 흐름을 지닌 에피소드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 및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특정한 의미작용을 하고 있었다. 예컨대 편제 중 ‘봉혈하전투’는 ‘봉혈하라는 강에서 벌어진 전투’라는 기표이지만 천족의 왕을 뜻하는 ‘봉의 피가 흐르는 강가의 전투’라는 기의와 천족 중 한명이 피를 흘림으로서 피를 흘리지 않은 천족에 의한 ‘삼계의 통합’이라는 기호작용을 하고 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총 31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사흐름에 맞춰 사용된 편제어들이 지시하는 대상은 각각 시간, 공간, 사건, 인명, 대립, 이념, 성적은유, 성의식 등이었다. 지시대상이 혼재된 편제어들도 있었으나 서사흐름의 중요도에 따라 해당 범주로 분류했다. 각각의 지시대상은 크게 4가지 범주로 분류 할 수 있었다. 첫째로 서사의 시공간을 규정하는 역사성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 41편, 둘째로 서사의 주체를 설정하는 정체성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 110편, 셋째로 서사의 갈등과 결과를 이끌어가는 권력성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 112편, 넷째로 서사와 서사 간을 연계하거나 갈등의 원인이나 심화를 제공하는 여성성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 45개로 나타났다.


<표17> 만화 《천국의 신화》의 소재별 분류

지시 대상

시간, 공간, 상황, 사건, 유물, 풍속, 기록 등

인명, 은유, 상징, 대립, 초자연적현상 등

종교, 이념, 신분, 인식, 대결, 능력, 차이 등

출산, 성적은유, 성차별, 성풍속, 성의식 등

편수

51

110

112

45

분류

역사성

정체성

권력성

여성성

총 318편


2) 역사성 관련 소재의 특성 분석


(1) 역사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의 특성분석


<표18> 역사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총 51편)


하늘의 문이 열리다/ 바다가 솟구치고, 땅이 가라앉고/ 세상은 아직 인간이 다스리지 못한다/ 남북 5만리, 동서 2만리/ 남순(南巡)백만리/ 오천년의 새 터전, 신시배달/ 이무기의 늪/ 첫 번째 탁록벌 대전/ 무쇠의 발견/ 유황의 계곡/ 유황의 계곡2/ 혈시(血屍)의 변(變)/ 야우의 난/ 마른 들에 별 하나 바람에 지고/ 지난 밤 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더니/ 까마귀 우는 골에 봉황은 날개를 접고/ 박달의 선택/ 봉혈하/ 신시역사(役事)/ 신단수혈(神檀樹血)/ 흑월(黑月)의 난/ 신시황부(神市黃部)의 전설/ 철천지한(徹天之恨)/ 치우릉(蚩尤陵)/ 대삼합/ 자운곡(紫雲谷)/ 귀숙일(歸宿日)/ 천장총(天葬塚)/ 제천/ 탑돌이/ 산전수전/ 제2차 흑월의 난/ 국장(國葬)/ 환인령(桓因鈴)/ 잠수종(潛水鐘)/ 신전(神殿)/ 비차(飛車)/ 알난하(斡難河)/ 백타(白打)/ 오공림(蜈蚣林)/ 화마차/ 벽암성/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유붕자원방래2/ 춘뢰(春雷)/ 흑교하(黑蛟河)/ 파황곡(破黃谷)/ 전파불사비영웅(戰破不死非英雄)/ 낙성/ 옹성(甕城)/ 갱도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첫째 소재 그룹의 성격은 역사성이다. 역사성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전체 서사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는데 모두 51편에서 드러나고 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위서로 평가되고 있는 《규원사화》와 《환단고기》 그리고 민족적 자긍심 회복을 위해 쓰여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각종 사서의 ‘단군신화’와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창작 한 것이다. 즉 만화라는 매체 자체가 지닌 허구성 외에 사서의 진위성 여부로 인해 이 이야기는 이미 거짓 진술이라는 점을 표면에 드러내고 있다. 또 제목 자체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이야기가 실재하지 않는 신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 《천국의 신화》에는 기존의 단군 관련 이야기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적 요소가 드러나며, 이는 우리 민족의 전통 신화에 대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의 문이 열리다’, ‘바다가 솟구치고 땅이 가라앉고’ 등의 소재는 현대과학이 입증하고 있는 지구의 생성원리와 지표면의 변화에 대한 소재로 이 이야기의 사실성을 부각시킨다. 환국의 영토가 ‘남북 5만리, 동서 2만리’에 이르렀다는 지리적 소재 역시 사실성을 강조하고 있고, ‘제천’, ‘탑돌이’, ‘무쇠의 발견’ 등의 소재와 ‘신단수혈’ 등은 공간성, 무리사회의 의식 등으로 역사적 발전 단계를 살필 수 있다. 또한, ‘치우릉’, ‘천장총’, ‘옹성’등은 물리적 유물로서 국가와 권력의 형성 단계를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100일 동안 먹으려 했다는 단군에 얽힌 유명한 설화 속 동물은 부족국가의 아리따운 공주로 등장한다. 이는 부락사회에서 부락 연맹체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의 부족 간 긴장과 갈등의 서사를 통해 더욱 강력한 사실성과 역사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소재들이 전체 서사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본 연구자가 분석한 318편 중 16%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의 단군신화가 지니고 있던 신화성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2) 역사성 관련 소재와 기존의 단군신화에 대한 특성 비교 분석


기존의 단군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를 비교분석 한 결과 다음의 이항 대립 쌍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의 단군신화가 비과학적인 토테미즘과 비권력적인 부족국가의 모습으로 나타난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는 현대적 개념에서 지배 신앙이랄 수 있는 기독신화를 수용하는 한편, 과학적이고 문명발전 단계에 따른 소재와 함께 철기 개발을 바탕으로 한 권력적인 국가체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화로 인식되고 있는 단군신화를 만화 《천국의 신화》를 통해 역사화 시키려는 의도로, 우리민족이 역사적으로 자주적인 정복주의 국가였고 그러한 권위를 갖추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서 우리 민족 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일제의 식민사관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함께 국가권력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있음을 찾을 수 있었다.


<표19> 역사성 관련 소재와 기존의 단군신화에 대한 특성 비교 분석


기존의 단군신화

역사성 관련 소재

- 태양신화와 토테미즘의 결합

- 천신족과 지신족의 결합

- 곡물재배민족의 제의

- 청동기 시대 초기

- 현대과학과 기독신화

- 본국과 조공국의 화평조약

- 부족 연맹국가 간 갈등

-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발전

비문명발전단계적

비갈등적

문명발전단계적

갈등적

 

기존의 단군신화에 사실성과 역사성을 부여하고

철기를 지닌 정복국가였다는 당위성을 통해

탈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생산


3) 정체성 관련 소재의 특성 분석


(1) 정체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의 특성분석


<표20> 정체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총 110편)

세상은 아직 거칠구나/ 용의 출생/ 새끼 이무기의 노래/ 봉의 출생/ 야생아/ 괴인/ 핏줄/ 봉의 노래/ 봉의 춤/ 식인귀1/ 식인귀2/ 식인귀3/ 별은 탁록에 빛나고/ 서왕모의 나라/ 백사귀(白蛇鬼)/ 광인의 아들/ 낯선 세상 밖으로/ 여륜(艅輪)의 신/ 서왕모의 바늘/ 하늘이 있고 땅이 있다/ 불씨/ 우복동(牛腹洞)/ 복호산(伏虎山)/ 가리온/ 북두칠성/ 견우왕자님/ 홍불(紅弗)/ 천애고아/ 제왕불치(帝王不恥)/ 묘족(苗族)/ 위충(僞忠)/ 치우창(槍)/ 신선(神仙)야불/ 벌채노예/ 까뀌/ 경면화랑(黥面花郞)/ 추여송 (秋如松)/ 삼미선생(三眉先生)/ 거무달/ 월성국/ 삼청/ 소우왕자(素牛王子)/ 산중화랑(山中花郞)/ 추룡궁(墜龍弓)/ 두자성(杜慈星)/ 도룡곡(屠龍谷)/ 냉우(冷雨)/ 아버지/ 신응(神鷹)/ 직녀환생(織女還生)/ 황과 후/ 의형제/ 째마리/ 운몽산/ 수련/ 천부검결/ 마천봉/ 꼭두쇠 희운/ 어디에나 똬리 튼 뱀은 있다/ 까마귀 형님/ 귀향/ 쌍호동림/ 동도원/ 복벽지몽(復辟之夢)/ 금시조/ 두자성과 용태명/ 봉황의 씨앗/ 설총(雪塚)/ 서하 부활/ 쌍옥(雙玉)/ 전쟁터의 개/ 제왕지재(帝王之材)/ 재회/ 희강의 사제/ 황릉/ 환생/ 아, 가리온/ 천수(天水)/ 비목(比目)/ 조포(釣怖)/ 류화/ 불함족/ 환인의 섬/ 형제/ 쇠별꽃/ 하백족/ 팽우/ 요(堯)의 탄생/ 신녀/ 미로아(迷路兒)/ 운명/ 미로아(迷路兒)2/ 봉(鳳)과 사(蛇)/ 봉과 사2/ 호족의 포로/ 동두대왕(銅頭大王)/ 개마족/ 잠룡/ 악귀/ 대붕출림(大鵬出林)/ 황태자/ 단군(檀君)/ 희강 대 희운/ 안동대장군/ 주석지신(柱石之臣)/ 석리황후/ 천망아/ 누리장나무/ 야불신선(野佛神仙)/ 대단원(大團圓)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두번째 소재 그룹의 성격은 종족 간 정체성이다. 종족 간 정체성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전체 서사의 주체를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모두 110편에서 드러난다. ‘이무기의 노래’, ‘서왕모의 나라’, ‘묘족’등의 소재는 뱀, 음신, 고양이 등으로 황토인 관련 에피소드이고, ‘야생아’, ‘봉의 출생’, ‘우복동’등의 소재는 넓은, 하늘, 소 등으로 천족 관련 에피소드이다. ‘전쟁터의 개’, ‘천망아’등의 부정적인 소재는 천족과 대립하는 하나라의 두자성, 구려국의 가리온 관련 에피소드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다’, ‘어디에나 똬리 튼 뱀은 있다’소재에서는 천족과 황토인의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초반부에는 천족의 상징을 까마귀에서 봉황으로 묘사하고, 황토인의 상징을 뱀(이무기)에서 용으로 묘사했으나 후반부에서는 ‘봉과 사’라는 소재로 황토인을 비하하는 한편 천족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소재들 역시 전체 서사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본 연구자가 분석한 318편 중 34%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서사에서 정체성의 비중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 황토인과 천족 간 정체성 관련 특성 비교 분석

정체성 관련 소재를 분석한 결과 황토인과 천족 소재로 양분되어 나타났다. 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항 대립 쌍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표21> 황토인과 천족 간 정체성 관련 특성 비교 분석

황토인

천족

- 땅

- 음신 서왕모

- 뱀

- 용

- 늑대

- 신비적 능력

- 농경, 수렵, 어로

- 제정분리

- 중국인

- 하늘

- 양신 자부진인

- 까마귀

- 봉황

- 호랑이

- 수련적 능력

- 농경, 유목, 제련, 도자

- 제정일치

- 한국인

부정적

비인간적

비현실적

토착적

분권적

긍정적

인간적

현실적

유목적

집권적

 

현실적 대륙국가이고 역사적인 지배국가였던 중국과 현실적인 반도국가이고 역사적으로 중국의 조공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비교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민족국가로서의 정체성 부여

탈농경주의 이데올로기 생산


만화 《천국의 신화》는 황토인을 지금의 중국인으로, 천족을 지금의 한국인으로 직접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대륙국가이고 역사적으로 조선의 조공을 받았던 황제국이었다. 반면 한국은 현실적으로 반도국가이고 역사적으로 조선의 지배를 받았던 신하국이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황토인, 즉 다른 민족과 차별되는 천족만의 공통체적 특수성을 통해 담은 소재의 서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전승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중국 민족에 비해 강력한 통치력을 가졌던 증거로 단군이 제사와 군사를 관장하는 통합적 권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강조하는 한편, 달리는 말에서 활을 쏘고 찐쌀과 말린 고기를 말 위에서 먹으며 전쟁을 치뤘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민족이 유목민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 인식과 정체성에 뿌리 깊이 남아있는 농경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탈농경주의 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4) 권력성 관련 소재의 특성 분석


(1) 권력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의 특성분석


인간은 아직 신을 만나지 못했다/ 때가 되었다/ 인간의 땅에 인간의 세상을/ 유망의 나라/ 조우(遭遇)/ 인간의 덫/ 흐르는 강, 돋는 달/ 중천에 뜬 달, 하늘은 무너지고/ 두더지/ 탁록성 전투/ 사상 최대의 전투/ 지는 해, 차는 달/ 광풍검풍(狂風劍風)/ 광풍검풍2/ 천국에 해는 저물고/ 흰구름 먹구름/ 용의 천하/ 검마르와 부사리/ 창의 귀/ 구사일생/ 일세지웅/ 수교형(獸咬刑)/ 일부이처(一夫二妻)/ 이전투구(泥田鬪狗)/ 토사구팽(兎死拘烹)/ 북궁도화(北宮桃花)/ 화인(火印)/ 자장가/ 희생우(犧牲牛)/ 산주(山主)/ 일인전쟁(一人戰爭)/ 제13식/ 천극지궁(踐棘之宮)/ 광기는 바람을 싣고/ 이대도강(李代䄻僵)/ 수레의 바퀴/ 여우 사냥/ 초설/ 미끼/ 아귀들의 밤/ 그날/ 공모(共謀)/ 길동무/ 읍편(泣鞭)/ 광설(狂雪)/ 진상(眞相)/ 반간계(反間計)/ 전야(前夜)/ 골육상쟁(骨肉相爭)/ 어복(魚腹)/ 금령 부활/ 피바람/ 건곤일척(乾坤一擲)/ 백의종군/ 철군(撤軍)/ 설형진(楔形陣)/ 가리온의 귀환/ 지행술(地行術)/ 살수(殺手)/ 영혈(靈穴)/ 산불/ 수해(樹海)/ 백록녀/ 화광동진(和光同塵)/ 두촉(頭觸)/ 차도살인(借刀殺人)/ 홍방(紅帮)/ 월하연(月下戀)/ 후계자/ 짐독/ 추방/ 부초(浮草)/ 격안관화/ 개전/ 화백/ 은신/ 성동격서/ 전투/ 사간(死間)/ 쌍룡쟁주/ 차륜진(車輪陣)/ 승자와 패자/ 대붕복초/ 불돌의 죽음/ 마칼/ 사태(沙汰)/ 산화(散華)/ 일천의 호랑이/ 알란하 전투/ 백의종사/ 대한연방/ 어접린(魚接麟)/ 호보(虎步)/ 태극진(太極陣)/ 불구대천(不俱戴天)/ 구려정벌/ 맹룡절요(猛龍折腰)/ 두창 대 치우창/ 해후/ 류궐(柳闕)/ 결계(結界)/ 원수(怨讐)/ 강(江) 대 운(雲)/ 격장지계(激獎之計)/ 점령군(占領軍)/ 귀거래(歸去來)/ 자객지변(刺客之變)/ 인검(人劍)/ 봉혈하전투/ 봉혈하전투2/ 일모도궁(日暮途窮)/ 동귀어진(同歸於塵)

<표22> 권력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총 112편)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세번째 소재 그룹의 성격은 권력성이다. 권력성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전체 서사에 원인과 결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체 서사에서 가장 많은 112편에서 드러난다. ‘광풍검풍’, ‘강 대 운’등의 소재는 권력 간 대립에 관한 에피소드이고, ‘중천에 뜬 달, 하늘은 무너지고’, ‘지는 해, 차는 달’등의 소재는 권력 관계의 변화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이 같은 소재의 경우 선천적 능력이나 운명적 상황에 따라 권력의 유무가 가려진다. ‘토사구팽’, ‘이대도강’ 등의 소재는 권력에 이용당하는 것에 관한 에피소드이고, ‘백의종사’, ‘류궐’ 등의 소재는 권력의 무상함, ‘미끼’, ‘공모’, ‘반간계’ 등의 소재는 신하에 의해 배반당한 권력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이 같은 소재의 경우는 공이 있을 경우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자에 의해 지위를 보존하게 되고, 과가 있을 경우는 강제적이고도 종교적인 처벌을 받는다. 권력성 소재의 에피소드들은 정체성 소재의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신분적 차이, 인종적 차이에 대한 통치권력의 운명적 승계로 이어진다. 반면 전체적 서사흐름 안에는 권력을 얻고 잃는 것의 무상함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소재들 역시 전체 서사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본 연구자가 분석한 318편 중 35%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전체 서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 권력성 관련 소재와 기존의 국가권력에 대한 특성 비교 분석

기존의 국가권력과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나는 권력성 관련 소재를 비교분석 한 결과 다음의 이항 대립 쌍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표23> 권력성 관련 소재와 기존의 국가권력에 대한 특성 비교 분석

기존의 국가권력

권력성 관련 소재

- 시민사회 동의

- 경제적 응집

- 합법적 권력

- 경제적 보상

- 강제적 처벌

- 사회적 존경

- 지적 능력

- 하늘의 뜻

- 선천적 능력에 따른 응집

- 종교적 권력

- 지위보존

- 강제적, 종교적, 운명적 처벌

- 신분적 존경

- 지적능력, 전투능력

사회질서 유지

통치권력 유지

 

운명론적이고 선천론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분관계에 따른 노동 착취와 전쟁, 이민족지배 정당화

혈통주의, 인종주의 이데올로기 생산


기존의 국가권력, 즉 현재의 국가권력이 시민사회의 동의와 경제적 응집을 바탕으로 합법적 권력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는 하늘의 뜻과 선천적 능력을 바탕으로 종교적 권력을 통해 통치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권력이 피권력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강제적 처벌에서 나오고, 사회적 존경과 지적 능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 달리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는 종교적이고 운명적인 처벌과 신분과 인종에 의한 존경과 전투능력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민족의 신화를 역사화하여 그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력한 종교적 통치국가의 이상향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지만 과도한 혈통주의, 전쟁과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자민족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 여성성 관련 소재의 특성 분석


(1) 여성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의 특성분석

 

<표24> 여성성 관련 소재 에피소드(총 45편)

성(聖)처녀/ 이무기의 춤/ 님의 소식/ 끝없는 사랑/ 옥서하(玉西河)/ 서하신모/ 웅심국녀(熊心國女)/ 호국녀(虎國女)/ 호국녀2/ 애가전사(愛歌戰士)/ 옥야월(玉野月)/ 별녀상경(上京)/ 장마/ 또 다른 인연 속으로/ 소풍/ 아리새/ 여난(女難)/ 삼미곡의 선녀/ 춘기발동(春機發動)/ 탐화봉접(探花蜂蝶)/ 열대야(熱帶夜)/ 경국지색(傾國之色)/ 낙화혈(落花血)/ 풋사랑/ 낙화유수(落花流水)/ 추월색(秋月色)/ 초야/ 환처(換妻)/ 천하절색/ 원앙지(鴛鴦池)/ 추림(秋霖)/ 추림(秋霖)2/ 운몽애(雲夢愛)/ 사향(麝香)/ 미조(迷鳥)/ 초부의 아내/ 석리(石梨)/ 천하요물/ 옥굴(玉窟)/ 쇠별꽃의 수난/ 낭화(狼火)/ 초야/ 땅님의 숨결/ 귀녀안주(龜女安住)/ 화사(花蛇)/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네 번 째 소재 그룹의 성격은 여성성이다. 여성성 소재는 여성의 성역할로 볼 수 있으며 총45편에서 관련 소재가 드러난다. 여성성 소재는 ‘별녀상경’, ‘춘기발동’, ‘환처’등과 같이 당시의 성풍속과 남녀 간의 성관계를 묘사함으로서 극적 흥미를 유발하기위한 볼거리로서의 여성, ‘성처녀’, ‘웅심국녀’, ‘경국지색’과 같이 산모와 아버지의 정체성과 맞물려 출생의 비밀과 영웅을 생산하는 모태로서의 여성, ‘옥서하’, ‘여난’, ‘화사’와 같이 악마적 성격의 여성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중 전체적 서사흐름과 맞물려 주요하게 거론되는 여성의 역할은 남성인 신계와 대립하는 마계로서의 여성, 남성의 정체성과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모태로서의 여성이 강조된다. 남성 영웅을 행동하게 만드는 원인으로서 사랑하는 여인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여난’소재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여성은 남성 영웅을 시련에 빠트리는 원인이 된다. 특히 마계의 여성은 악마적 여성으로, 신계의 여성은 모태로서의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같은 소재들 역시 전체 서사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본 연구자가 분석한 318편 중 14%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 신계와 마계 간 여성성 관련 특성 비교 분석


여성성 관련 소재를 분석한 결과 마계와 신계 소재로 양분되어 나타났다. 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항 대립 쌍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표25> 신계와 마계 간 여성성 관련 특성 비교 분석

마계(황토인)의 여성

신계(천족, 짐승족)의 여성

악녀

퇴폐적 아름다움

초월적 능력

주도적

쾌락적 성

매매하는 성

집요한 사건 해결 능력

복수

최고 권력자 연모

선녀

순박한 아름다움

인내력

순종적, 독단적

출산을 위한 성

조국의 안위를 위해 헌납하는 성

무모한 사건 해결 능력

용서

비 권력자 연모

자기주도적

가치결여적

가부장적

가치생산적(혈통유지)

 

남성지배구조와 순종적 여성의 출산으로 인해

혈통이 유지되고 국가 형성

전통적 가부장 이데올로기 생산


만화 《천국의 신화》는 마계의 여성과 신계의 여성을 악녀와 선녀로 설정하고 있다. 악녀의 여성성은 퇴폐적 아름다움과 함께 정신적 능력과 신체적 힘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위해 성을 매매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반면 선녀의 여성성은 순박한 아름다움은 있으나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힘은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조국의 안위나 연모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성을 헌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 악녀의 성은 쾌락적이고 최고 권력자를 연모하는데 반해, 선녀의 성은 출산으로 연결되어 국가의 지도자를 낳는다. 이에 따라 악녀는 자기주도적 여성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지만 결과적으로 가치결여적 여성성으로 그려진다. 반면 선녀는 가부장적 여성성을 지닌 것으로 그려지지만 결과적으로 후손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연장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여성의 생사여탈권을 남성이 쥐고 있는 가부장제 구조이고 이로부터 가족의 진화와 국가의 혈통이 유지된다는 전통적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 소결(계열체 분석)

만화 《천국의 신화》의 계열체 분석을 통해서 기존의 단군신화와 역사성 관련 소재의 특성, 황토인 관련 소재와 천족 관련 소재를 통한 정체성에 대한 특성, 기존의 국가권력과 권력성 관련 특성, 마계의 여성 관련 소재와 신계의 여성관련 소재를 통한 여성성에 대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뚜렷한 이항대립을 통해 나타난다.

첫째, 역사성 관련 소재를 기존의 단군신화의 특성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단군신화는 《환단고기》의 위작 시비에서도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비문명발전적 소재로 구성되어 있고, 주로 왕의 계보도와 서사성을 지니지 않은 소재로 구성되어있고 토테미즘적 소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나는 역사성 소재의 특성은 현대과학과 기독신화를 적절하게 수용했고, 시대적 배경을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접어드는 지점으로 하여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문명 발전 단계에 맞춰 재구성함으로서 식민사관으로 뒤틀어진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설화에 대한 탈 설화 이데올로기를 생산했다.

둘째, 정체성 관련 소재를 천족과 황토인 관련 소재의 특성과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황토인의 특성을 살펴보면 농경과 어로 활동을 했고 제사장과 군장이 분리된 국가 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토착민적이고 분권적인 특성이 드러났다. 반면, 천족의 경우는 말과 활을 즐기는 유목민적 생활과 제사장과 군장이 1인으로 되어 있어서 강력한 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특성이 드러났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폐쇄적 농경성에 있지 않고 진취적 유목성에 있음을 강조하는 탈 농경주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했다.

셋째, 권력성 관련 소재를 기존의 국가권력의 특성과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국가권력은 시민사회의 동의를 통해 권력이 형성되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권력이 발동되는 특성이 있었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나는 국가권력은 하늘의 뜻에 따라 선천적이고 우월한 신분이나 인종에게만 주어지고, 권력의 발동은 권력의 세습과 통치를 위해 활용되는 특성이 있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과도한 혈통주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했다.

넷째, 여성성 관련 소재를 마계와 신계 관련 소재의 특성과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마계의 여성은 초월적이고도 사회적인 능력이 뛰어나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 있는 특성이 있었다. 반면, 신계의 여성은 운명론적 세계관으로 가부장적 삶을 살고 있는 특성이 있었다. 또한 여성의 출산능력을 과도한 혈통주의, 인종주의와 맞물려서 신계는 출산을 통한 가치생산, 마계는 출산을 하지 않아 가치결여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특성이 있었다. 이는 남성지배구조 하에서의 전통적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생산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계열체 분석 결과, 만화 《천국의 신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데올로기의 의미가 생산되거나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식민주의적이고 설화적인 역사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았다.

둘째, 외부 침략에 수성적이고, 농경주의적인 민족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았다.

셋째, 동의적이고 법적인 국가권력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았다.

넷째, 자기주도적인 여성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았다.


3.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 분석

만화 《천국의 신화》에 대한 통합체 분석과 계열체 분석을 통해 나타난 의미들을 고찰해 봄으로서, 이 만화에서 새롭게 나타난 신화를 분석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표출된 신화의 의미에서 나타난 유사성 및 차별성을 통해 이 만화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1) 역사성 관련 기존 신화와의 차별성


(1) 역사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난 탈 설화적 의미와 기존의 단군신화가 가지고 있던 지배적 신화를 비교함으로서, 이 사이에서 표출되는 차별성을 통해 신화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신화와 만화에서 나타난 의식의 변화에 따른 의미와 차별성은 다음과 같다.


<그림9> 탈 식민주의적 신화의 에피소드

기존의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환웅의 씨를 받아 단군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는 배달국의 조공국인 웅심국의 공주 금달내가 18대 환웅 거불단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는 것으로 묘사된다. 단군신화에서 마늘을 먹지 못하고 쫓겨난 것으로 묘사된 호랑이는 호족의 공주 금령으로 묘사되며, 금령을 시기하여 황토인과 결탁, 거불단과 금달내를 살해한다.

또한, 기존의 단군신화는 당대의 우리 민족이 동물 숭배사상을 지닌 농경사회로 청동기시대에 단군조선이 개국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는 동물을 지배하는 천족으로 유목사회였으며, 철기시대를 열어 단군조선을 개국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후대의 주몽신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표26> 탈 식민주의적 신화의 의미

 

기존 신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의미

- 일연의 《삼국유사》 기이편

. 삼신과 환웅 강림

. 홍익인간

. 곰과 호랑이 이야기

. 곰에게 씨를 준 환웅 이야기

. 광명사상, 숭천사상, 토템사상

. 농경사회, 청동기 시대

. 요 임금 즉위 50년 경 개국

- 계연수의 《환단고기》 단군세기편

. 삼신과 3천명의 천족

. 홍익인간

. 웅심국의 공주와 구려의 공주

. 웅심국의 공주와 혼인한 환웅

. 광명사상, 숭천사상, 태극사상

. 유목사회, 철기시대(주몽신화)

. 요 임금, 단군의 씨, 즉위 후 개국

 

기존의 단군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난 신화적 의미의 차별성

동물숭배 사상과 농경사회를 거부함으로서

우리민족의 개국신화에 담긴 꾸며진 이야기라는 설화성을 이탈 함

설화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서 역사적 사실성 부여

정복주의적 역사성 강조


(2) 역사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의 특성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 《천국의 신화》는 계연수의 《환단고기》를 사료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신화는 일연의 《삼국유사-기이편》에 수록된 것으로서 편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로 단군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역사학 연구는 우리 민족이 동물숭배 사상을 지닌 농경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토기와 청동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역사책을 그대로 받아들여 단군조선의 건국 시기를 요 임금 즉위 50년 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재야 사학계는 우리 역사학계는 일제의 역사서적 말살정책과 곧이어 자행된 조선사 편찬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는데 우리 역사학계가 이 같은 일제의 식민사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재야 사학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단군신화의 설화성을 제거하는 한편 구체성을 강화하여 역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후대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철기문명을 바탕으로 한 주몽신화를 단군신화에 도입함으로서 문명발전 단계에 따른 진화론적 역사관과 대립되는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만화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천족의 문명발전 단계와는 일치하지만 천족은 철기를 사용하고 황토인은 청동기를 사용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기술우위에 따른 정복주의적 역사성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2) 정체성 관련 기존 신화와의 차별성


(1) 정체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난 탈 농경적 의미와 기존의 농경주의가 가지고 있던 지배적 신화를 비교함으로서, 이 사이에서 표출되는 차별성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신화와 만화에서 나타난 의식의 변화에 따른 의미와 차별성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우리 민족은 강을 중심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기 때문에 농사에 도움과 피해를 주는 비, 구름, 바람을 신으로 섬겼고,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곰, 호랑이를 신으로 섬겼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림10> 탈 농경주의적 신화의 에피소드


그러나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는 우리 민족이 산과 광야을 중심으로 부족을 형성하고 살았으며, 말과 활쏘기에 능하고 찐쌀과 말린 고기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솥이 없는 기동력 있는 전투부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묘사한다. 또 바람 신인 풍백은 군사를 관장하는 왕의 신하로 묘사된다. 동물을 숭배하는 부족을 지배했고, 코뚜레와 쟁기를 개발하여 소를 농사에 이용했는데 이는 유목사회에서 고도로 발달된 농경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반면, 강가에서 부족을 형성하게 된 것은 황토인이 배달국을 점령한 뒤, 천족과 황토인의 혼혈인들이 천민으로 불리어 강가에서 어로 생활을 하며 산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표27> 탈 농경주의적 신화의 의미

기존 신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의미

- 농경사회(황토인)

. 농사

. 비, 구름, 바람 신

. 동물숭배

. 토기

. 강 중심 부족 형성

. 토착적

- 유목/ 농경사회(천족)

. 농사, 수렵

. 바람 신 풍백(군사)

. 동물지배, 소(농사이용)

. 자기

. 산 중심 부족 형성

. 유목적/ 토착적

 

기존의 농경적 정체성과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난 신화적 의미의 차별성

농사에 피해를 주던 동물을 숭배하고 농사를 위해 강 주변에서 토착적 삶을 살았던 농경적 정체성 거부함으로서

우리민족의 정체성에 담긴 농경적이고 반도적인 정체성을 이탈 함

유목주의적 사회에서 과학적 농경사회로 발전

유목주의적 정체성 강조


(2) 정체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의 특성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 《천국의 신화》는 동물을 숭배하며 토착민적 삶을 살았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목사회에서 고도로 발달된 농경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묘사한다. 본시 농본주의는 농업과 농촌사회를 국가존립의 근본으로 중시하고 그 보호를 주장하는 사상이다. 그런데 이는 봉건영주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상품경제가 침투한 봉건주의 말기 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농업발전의 상대적 지체와 전통적 농촌사회의 동요를 맞아 제창된 개념이다. 반면 유목주의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Deleuze)가 설파한 것이다. 이는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 가는 것, 곧 한 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창조적인 행위를 뜻한다.

즉,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 민족이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며 토착민적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배달국 본토를 중심으로 버려진 땅을 생성의 땅으로 바꿔가는 창조적 삶을 살았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 또한 이미 상고 시대부터 성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적 상품경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봉건영주의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고도로 발달된 농본주의 사상이 발생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유목주의적 정체성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3) 권력성 관련 기존 신화와의 차별성


(1) 권력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난 탈 권력적 의미와 기존의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던 지배적 신화를 비교함으로서, 이 사이에서 표출되는 차별성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신화와 만화에서 나타난 의식의 변화에 따른 의미와 차별성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국가권력, 즉 현대사회의 국가권력과 개인의 권력은 의지론적인 통치권자가 시민사회의 동의와 경제적 응집을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취득하고 수평적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또한 이에 따른 처벌과 보상도 합법적인 방식을 통한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드러나는 국가권력과 개인의 권력은 절대주의적이면서 민족주의적이고, 종교적이면서 순환론적이다.


<그림11> 탈 권력주의적 신화의 에피소드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천족의 제후국인 진나라가 황토인에게 점령당하자 첩의 아들로 궁에서 쫓겨났던 천군의 후손 치우는 버려진 황손에서 조국의 위험을 책임질 희망이 된다. 외할아버지 손돌은 치우에게 종교적이고 운명론적인 책무를 부여한다. 또, 패망한 배달국의 마지막 환웅 거불단의 후손인 가리온은 치우릉에서 아무도 쏠 수 없는 치우의 활을 하늘로 쏘아 올려 기상을 변화시킴으로서 치우의 환생임을 확인시키는 등의 묘사로 국가권력을 취득하고 절대주의적 권력을 지닌다.


<표28> 탈 권력주의적 신화적 의미

기존 신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의미

- 시민사회 동의

- 합법적

- 의지론적

- 혈통주의/ 출생지주의

- 수평적

- 보편주의

- 하늘의 뜻

- 종교적

- 운명론적

- 혈통주의/ 출생지주의

- 순환적

- 절대주의, 민족주의

 

기존의 권력성과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난 신화적 의미의 차별성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어 합법적이고 의지론적으로 국가권력이

발생하고 쓰여지는 것을 거부함으로서

기존의 국가권력 이데올로기를 이탈 함

하늘의 뜻에 따른 종교적이고 혈통주의 적인 권력

순환론적, 인종주의적 권력성 강조


(2) 권력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의 특성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 《천국의 신화》는 현재의 권력과 국가권력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권력 형성 과정을 묘사한다. 일반적으로 이현세의 만화에 민족주의적 특징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민족주의는 세계제국 같은 절대적 개념이 있어야 하고, 그 국가가 국민의 국가로 형성되었을 때 가능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현세 만화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힘에 대한 숭배이다. 즉, 강력한 힘을 동반한 권력자가 절대군주로서 등장한다. 이는 매우 상충되는 개념이다. 단, 일제의 식민지배와 같은 상황이라면 강력한 힘을 지닌 절대자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적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공산권의 몰락에 따른 서구와 동구간의 이념적, 군사적인 대립의 냉전구도가 깨진지 오래고, 세계 각국은 이념보다는 이해관계에 의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화 《천국의 신화》는 현재적 개념의 국가권력과는 매우 상이한 권력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이 상고사를 배경으로 절대주의적이고, 봉건주의적인 권력을 묘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이 현재적 상황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는 탈냉전의 시대를 지나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경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면 냉전구도 해체 이후의 새로운 세계평화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종교 갈등, 민족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세계화에 따른 무역과 사람의 교류, 정보화에 따른 인터넷의 보급은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되었던 소수민족과 소수인종에게 민족적 자각을 일깨워주는 계기로 작용했고 이에 따라 신민족주의가 발현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전제로 하면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보여 지는 권력관은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보편주의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차별성에 강조로 해석된다. 민족주의와 자민족 우월주의를 지나 순수 혈통의 권능을 강조하여 인종주의적 권력성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4) 여성성 관련 기존 신화와의 차별성


(1) 여성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난 탈 여성적 의미와 기존의 여성성이 가지고 있던 지배적 신화를 비교함으로서, 이 사이에서 표출되는 차별성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신화와 만화에서 나타난 의식의 변화에 따른 의미와 차별성은 다음과 같다.


<그림12> 탈 여성주의적 신화의 에피소드


기존의 여성성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을 출산의 도구 또는 성적 도구로 봤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강조되면서 이 같은 여성관이 급겨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대중문화에서 다뤄지는 여성의 모습은 ‘엄마와 창녀로 구분’ 된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천족의 황손들은 사랑하는 여성과 혼인하는 여성을 따로 두고 있다. 혼인하는 여성은 정략적인 이유, 임신, 여성이 원해서이고, 사랑하는 여성은 주변의 위협, 여성의 변심 등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다. 때문에 황손인 가리온에게 있어서도 여성은 동반자나 협력자가 아니라 주위하고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성상은 악녀이다. 천족 황손들의 적으로 등장하는 마계의 여성들로 강력한 힘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으나 남성을 위협하고 물신적 성취를 이루다가 끝내 좌절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표29> 탈 여성주의적 신화의 의미

기존 신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의미

- 엄마

. 헌신적

. 고난 극복적

. 출산을 위한 성

. 양육을 위한 삶

- 창녀

. 주도적

. 고난 회피적

. 매매를 위한 성

. 물신적 삶

- 황모

. 순종적

. 고난 수긍적

. 출산을 위한 성

. 양육을 위한 삶

- 악녀

. 주도적

. 고난 돌파적

. 쾌락을 위한 성

. 목적을 위한 삶

 

기존의 여성성과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난 신화적 의미의 차별성

전통적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여성성 이데올로기를 수용 함

출산과 쾌락을 위한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성 강조

 

(2) 여성성 관련 기존 신화와 만화 《천국의 신화》의 신화적 의미의 특성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 《천국의 신화》는 현대적 여성상과는 전혀 다른 전통적인 가부장 시대의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현세의 만화에는 남근중심주의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도 이 같은 남근숭배 사상이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성의 성은 출산과 쾌락을 위한 것으로 그려지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악녀로 묘사되어 기존의 권력자였던 남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비운의 종말을 맞게 되는데 악녀로 묘사되는 여성의 경우는 마치 남성에게 도전했던 삶을 반성이라도 하려는 듯 최고의 권력자인 남성을 연모하고 있었던 것으로 그려낸다. 여성의 신분상승 역시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와 결혼 또는 정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그리고 있어서 현재적 의미의 주도적 여성성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전통적 가부장제적 여성성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5) 소결(신화 분석)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소재로 쓰였던 탈 식민주의적 요소, 탈 농경주의적 요소, 탈 국가권력주의적 요소, 탈 여성주의적 요소의 의미를 통해 기존의 신화와 비교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도표로 정리 할 수 있다.


<표30> 기존 신화와 대안 신화

기존 신화

 

대안 신화

- 설화적(비현실적) 역사성

. 식민주의적 역사관

- 농경적 정체성

. 토착적 삶

- 의지론적인 국가권력성

. 보편주의

- 자기주도적 여성성

. 물신적 삶

- 문명발전단계적 역사성

. 정복주의적 역사관

- 유목주의적 정체성

. 과학적 농경사회

- 운명론적 국가권력성

. 민족우월주의, 인종주의

- 가부장적 여성성

. 출산과 쾌락의 도구

 

1. 정복주의적 역사성

(식민주의 역사관 탈피, 역사적 패배주의 극복, 민족적 자긍심 회복)

2. 유목주의적 정체성

(토착적인 삶 탈피, 농경적 반도주의 극복, 대륙으로 발전)

3. 인종주의적 국가권력성

(세계화와 정보화에 따른 보편주의 경계, 순혈주의 강화)

4. 가부장적 여성성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따른 여성주의 경계, 가부장제 강화)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난 신화분석을 통해서 탈 식민주의적 신화, 탈 농격주의적 신화, 탈 국가권력주의적 신화, 탈 여성주의적 신화의 의미를 밝혀낼 수 있었다.


첫째, 탈 식민주의적 신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상고시대를 다루고 있는 사료들은 역사학자들로부터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또한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상고시대의 단군신화는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왜곡하여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은 역사책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고, 그나마 구담을 통해 전달되면서 비현실적인 이야기화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 구담은 우리 민족이 동물을 숭배하고 강가에서 부락을 이루고 살면서 청동기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 민족이 동물을 숭배하는 부족국가를 조공국으로 두고 있었고, 문명 발전 단계를 앞질러 철기를 처음 사용해서 중국 대륙을 지배했었다는 신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상고시대 건국신화에 역사적 사실성을 부여하여, 정복주의적 역사성이라는 차별적 신화를 구축해서 우리 민족의 식민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둘째, 탈 농경주의적 신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정체성은 농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했다. 이는 본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일어나면서 인구의 도시 이동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봉건영주가 영토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통치 이념으로 사용했던 이론이다. 이는 그 사회와 국가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으나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에 자립잡고 있는 농경주의적 이데올로기는 후진적 사회와 국가체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농사를 짓기 위해 동물과 자연을 숭배하고, 경작 활동으로 진취적 도전 없이 토착적 삶을 살았기 때문에 문명의 발전단계에서 고립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 민족이 동북아시아의 대륙을 중심으로 서역정벌을 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유목적인 삶을 부여하여, 유목주의적 정체성이라는 차별적 신화를 구축해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셋째, 탈 국가권력주의적 신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국가권력, 즉 현재적 의미의 국가권력은 시민의 동의와 경제사회적 응집에 의해 구축되어 법적인 기반 하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일 개인의 독점적 권력이 아닌 국민 모두의 권력으로 시민의 동의 하에 수평적 이양이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그려지는 국가권력은 그것이 절대주의, 봉건주의적 권력이라 하더라도 과도하게 혈통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한 보편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상 징후들, 예컨대 동서간의 이념과 군사적 대립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종교 갈등, 인종 갈등, 문화 갈등 등의 요인에 의해 우리 민족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인종주의적 국가권력이라는 차별적 신화를 구축하고 있고 기존의 국가권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넷째, 탈 여성주의적 신화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여성주의, 즉 현재적 의미의 여성주의는 기존의 남성주의적 성격을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다루어지고 여성은 전통적인 여성관으로 출산과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서의 여성을 다루고 있는 빈도가 여전히 높다할 것이다. 기존의 대중문화는 어머니와 창녀, 또는 어머니와 악녀라는 이항대립적 여성관을 드러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여성관도 전통적 가부장제 하의 여성관이다. 그런데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여성은 단순히 창녀와 악녀라기보다는 남성 주인공과 1 : 1 로 맞서는 강력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남성주의적 여성성에서 더욱 강화된 가부장적 여성성으로 기존의 여성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신화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민족의 역사성을 식민주의적인 것에서 정복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둘째,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농경주의적인 것에서 유목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셋째, 보편주의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국가권력성을 순혈주의, 인종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넷째, 여성해방주의적로 전개되고 있는 여성성을 강화된 가부장제, 여성근원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V. 결론

본 연구는 최근 다양하게 도출되고 있는 문화민족주의적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본 연구의 텍스트가 된 만화 《천국의 신화》는 동아시아 지역에 전승되어 온 전통 신화를 소재로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본 연구는 이 작품의 서사구조와 소재에서 드러나는 문화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그 의미를 밝혀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최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문화 원형 콘텐츠의 디지털화 사업, 대중문화에 대한 구조주의 기호학자의 견해,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기존 문헌 연구를 실시했으며, 만화 《천국의 신화》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을 위해 텍스트의 통합체분석과 계열체분석, 신화분석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구를 적용했다.

통합체 분석 결과 만화 《천국의 신화》는 서사구조와 인물들 간 관계구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강조했고, 선천적인 권력자로서 왕족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 왕족의 권력은 운명론적이고 순환론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었으며, 여성은 쾌락주의적이고 모태주의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계열체 분석 결과 만화 《천국의 신화》는 기존의 식민주의적이고 설화적인 역사 이데올로기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외부 침략에 수성적이고, 농경주의적인 민족 이데올로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현재적 개념의 동의적이고 법적인 국가권력 이데올로기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자기주도적인 여성 이데올로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신화 분석 결과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민족의 역사성을 식민주의적인 것에서 정복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농경주의적인 것에서 유목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보편주의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국가권력성을 순혈주의, 인종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고, 여성해방주의로 전개되고 있는 여성성을 강화된 가부장제, 여성근원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만화 《천국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이데올로기와 신화가 우리 사회에 전달하는 함축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서사구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을 정복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고, 우리 민족의 생태적 정체성을 유목주의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뿌리를 동아시아 대륙으로 규정하고, 우리 민족의 미래도 대륙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역사성과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권력은 특정인에게만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여성을 출산과 위협의 상징으로 도구화 시켰다.

만화 《천국의 신화》에 나타나는 이 같은 의미구조는 순수한 혈통의 운명적인 권력자만이 분열 된 사회 또는 혼란한 국가를 통치할 수 있으며, 이 권력은 특정한 인종에게만 세습되는 것이고, 여성은 이를 위한 도구로서 이용된다는 함축적 의미를 전파하고 있다.

최근 세계는 동서로 나뉘었던 이념대립과 군사적 대립이 끝나고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급속도로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은 세계적인 보편주의와 통합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세계사적 흐름은 종교적 갈등, 민족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문화 수입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문화적 전통성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 민족주의가 발현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의 정치 사회적 현안과도 무관하지 않다. 외환위기에 이은 전통적인 여권과 야권의 자리 이동, 여소야대 정국 하의 대통령 탄핵, 경기침체에 따른 빈부격차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양극화 심화 등은 현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경제적으로 고단한 상황에 처한 우리 민족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요구에 대한 국민적 반발과 자주국방을 천명한 현 정부 앞에 놓인 북핵문제 등은 우리 국가의 외교적 고립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거기에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통치 이념이었던 동아시아 중심국가론은 역으로 중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정치사회적 현상 속에서 만화《천국의 신화》는 우리민족의 상고사와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각시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은 스포츠신문에 매일 연재되고 인터넷 매체에 서비스 됐다. 10년 간 2개월에 1권 분량의 도서로 출간되어 판매됐고 이후 웹북 형태로 판매되는 등 콘텐츠의 윈도우 효과를 실천했다. 10여 년에 이르는 창작 기간을 통해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어서 세계 각국에 수출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판권이 판매되어 제작중이거나 준비 단계에 이르러 있다. 이는 콘텐츠의 원소스멀티유즈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지역의 보편적 신화를 바탕으로 기록에 없는 역사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시각화하고 있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가 곧 별개의 창작물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문화원형 콘텐츠화 사업의 선구적이고 모범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문화산업적이고 외형적인 성과와 달리 이 작품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구조는 과도한 민족주의로 점철되어 있다.

문화 민족주의는 그 자체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자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보존・발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타국의 우수한 문화를 배척함으로서 세계사적 문명발전 단계에서 고립되어 문화 후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전통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의 결과는 늘 기존의 견고한 가치관을 부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신화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화적 다이너마이트를 다루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표31> 분석 결과 요약

통합체 분석

계열체 분석

신화 분석

- 서사구조

- 등장 인물 구조

- 등장 인물 간 갈등 구조

- 소재구조

- 역사성 vs 탈 역사성

- 정체성 vs 탈 정체성

- 권력성 vs 탈 권력성

- 여성성 vs 탈 여성성

- 건국신화

- 민족주의

- 국가권력관

- 여성관

 

기존 신화

 

대안 신화

- 꾸며진 건국 이야기

식민주의적 역사관

- 폐쇄적 민족주의

농경주의적 정체성

- 보편주의적 권력

진화론적 역사관

- 가부장제

능력주의

- 역사적 건국 기록

정복주의적 역사관

- 개방적 민족우월주의

유목주의적 정체성

- 인종주의적 권력

순환론적 역사관

- 여성근원주의

남성우월주의

 

1. 탈 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 생산

설화성 제거, 정복주의적 역사관으로 변화

2. 탈 농경주의적 이데올로기 생산

폐쇄적 농경주의 제거, 유목주의적 정체성으로 변화

3. 탈 국가권력적 이데올로기 생산

변화된 국가권력관 경계, 인종주의적 권력으로 회귀

4. 탈 여성주의적 이데올로기 생산

변화된 여성주의 경계, 여성 근원주의로 회귀


VI. 연구의 한계 및 제언


본 연구자가 분석한 만화 《천국의 신화》는 우리민족의 상고사를 동아시아에 전승되어 온 신화를 바탕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민족의 정복주의적이고 유목주의적인 정체성을 노래하고 있다. 각종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위축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내기 위한 이 작품의 의도와 의미는 만화사적 이전에 문화사적 위치에서 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위해 혈통주의적이고 여성근원주의적 신화를 재생산하여 문화 발전단계를 역행하는 이데올로기를 구축하고 있는 점,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국의 역사를 폄훼하고 있는 대목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1차분의 발표 시기에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작가의 유명세도 한 몫 했겠으나 이로인해 이 작품은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적 담론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담론에 가려져 적당한 평가와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에 본 연구는 만화 《천국의 신화》의 서사구조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분석함으로서 본격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해석적 담론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의 만화연구는 만화 자체의 장르적 특성과 연구 지면의 문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연구 방법론의 제한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연구의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 역시 기존의 기호학적 텍스트 분석 방법론에 기대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만화연구의 틀을 마련했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상비평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존의 만화연구에 비춰 볼 때, 만화 텍스트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방법론은 만화연구의 진일보한 사례로서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편서사만화에 대한 세밀하고 체계적인 분석은 역으로 체계적인 창작방법론의 예로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장편서사만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창작에도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반면 본 연구는 연구 규모와 연구자의 지적 한계 등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한계와 함께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작품이 동아시아 전역의 상고시대 역사와 신화를 다루고 있으나 본 연구의 규모와 연구자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역사적 사실관계와 신화의 인용/ 변형 과정에 대한 사료적 연구, 사료의 변천 과정이나 계기 등에 따른 사회학적 연구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이 작품의 극적인 서사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역사적 사실이나 사료를 수용하는 한편 이를 필요이상 과도하게 변형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다른 연구자의 몫으로 돌린다.

둘째, 이 작품이 동아시아 지역의 상고사를 다양한 사료와 상상력으로 복원해서 시각적 기호들로 재창조하고 있지만 본 연구는 이에 대한 조형기호학적 분석이 부족했다. 만화에 있어서 서사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림으로 묘사된 캐릭터, 그림으로 연출된 사건과 배경 등 이라고 할 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다음으로 미룬 본 연구는 어찌 보면 반쪽짜리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백명이 훌쩍 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한 조형기호학적 생성구조와 사료의 수용양상 등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 있는 것 일뿐만 아니라 만화연구의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셋째, 본 연구는 만화콘텐츠의 문화원형적 의미에 대해 접근하고 있지만 문화원형의 콘텐츠화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적 연구와 사례분석, 그 창작 방법론 등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만화 작품 자체에 담긴 새로운 창작 소재로서의 원형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한 모델도 만화와 콘텐츠 연구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후속연구는 만화 《천국의 신화》는 물론이고, 우리만화 또는 문화원형 콘텐츠에 담긴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임과 동시에 문화콘텐츠 시대에 다양한 콘텐츠 상품 모델을 도출해낼 수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국내 문헌

구학서 (2002). 《이야기세계사-르네상스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서울: 청아 출판사

김기국 (1998). 신창원 사건 보도 뒤집어 보기: 기호학연대(편),《대중문화 낯설게 읽기》, 서울: 문학과 경계사

김막순 (1999). “한국민족의 형성에 관한 연구-《환단고기》를 중심으로”, 국방대 학원 석사학위논문

김상범 (2005). 《당대 국가권력과 민간신앙 》, 서울: 신서원

김성도 (2002). 《구조에서 감성으로: 그레마스의 기호학 및 일반의미론의 연구》, 서울: 고려대학교출판부

김성호 (1996). 《한국의 만화가50》, 서울: 프레스빌

김승희 (2001). “텔레비전 드라마 《아줌마》의 갈등표출과 사회적 의미”, 성균관 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김완준 (2003). “엽기문화에 나타난 신화와 이데올로기 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 학위논문

김윤배 (2003).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기호학적 생성구조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 원 박사학위논문

김이랑 (1998). 이현세의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만화평론가협회(편),《하하 에서 호호까지》, 서울: 교보문고

김태웅 (2005). “원 소스 멀티 유즈 문화콘텐츠의 스토리텔링 구조 비교분석”, 경 성대학교 디지털디자인 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문화관광부 (2003). 《문화산업백서2002》

박석환 (1999). 《만화시비 탕탕탕》, 서울: 초록배 매직스

(2005). 다양한 만화의 세계: 중학교만화교재연구위원회(편),《중학교 만 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06). 《코믹스만화의 세계》, 서울: 살림

박유하 (2004).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 서울: 사회평론

박종천 (2005). 만화와 신화의 경계를 넘어서: 한신대학교인문학연구소(편),《한신 인문학연구》, 6집

방정배 (1995). 《커뮤니케이션 변혁사상 이론》, 서울: 성균관대학교출판부

백선기 (1998). 《언론보도와 신화적 인식》,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4). 《대중문화-그 기호학적 해석의 즐거움》,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미디어와 기호: 권상희 외, 《현대사회와 미디어의 이해》,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승국 (2004). 《문화기호학과 문화콘텐츠》, 서울: 다할미디어

설종환 (2006). 《상상+단군신화》, 서울: 우리겨레

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 (2003). 《만화인명사전》, 서울: 시공사

조인성 (1999). ‘환단고기’에 대한 몇 가지 의문: 단군학회(편), 《학술회의자료 집》

안경전 (1983). 《이것이 개벽이다》상, 하, 서울: 대원출판사

이득재 (2004). 《가부장 제국 속의 여자들》, 서울: 문화과학사

이인화 (2005).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서울: 문화과학사

이택광 (1997). 《영웅신화와 소외성의 조우-이현세론》, 서울: 도서출판 형상

윤해동 (2003). 《식민주의 회색지대》, 서울: 역사비평사

원용진 (1996). 《대중문화의 패러다임 》, 서울: 한나래

장주혜 (2002). “TV외화 《X-File》에 나타난 신화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호학적 연구”,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조희권 (2005). “현대 소설의 만화 변용 과정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한국서양사학회 (2002). 《서양문명과 인종주의》, 서울: 지식산업사

한은경 (2001). 《IMC 광고론》,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허호익 (2003). 《단군신화와 기독교》,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 국외 문헌

Althusser, L. (1977). Pour Marx, trans. Brewster, B. London: NLB. 고길환, 이화 숙 역 (1990). 《마르크스를 위하여》, 서울: 백의

Barthes, R. (1970). Mythologies, Paris: Coll Points. 정현 역 (1995).《신화 론》, 현대미학사

Fiske, J. (1990). Introduction to Communication Studies, London: Routledge. 강 태완, 김선남 역 (2001).《커뮤니케이션학이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북스

Graeme, T. (1992). British Cultural Studies: An Introduction, London: Routledge, Chapman and Hall, Inc. 김연종 역 (1995). 《문화연구입 문》서울: 한나래

Henault, A. (1979). Les enjeux de la semiotique, Paris: PUF. 홍정표 역 (1997). 《기호학으로의 초대》, 서울: 어문학사

Isao, S. (1991). Manga no Rekishi, Tokyo: Iwanami Shoten Publishers, 김광석 역 (2001). 《일본만화의 역사》, 서울: 신한미디어

Lechte, J. (1994). Fifty Key Contemporary Thinkers, London: Routledge. 곽동훈, 김시무 역 (1996).《한권으로 보는 현대 사상가 50》, 현실문화연구

Storey, J. (1993). An Introductory Guide to Cultural Theory and Popular Culture, London: Simon & Schuster. 박모 역 (1994).《문화연구와 문화 이론》, 서울: 현실문화연구


3. 웹사이트

네이버, http://www.naver.com

문화관광부, http://www.mct.go.kr

문화콘텐츠닷컴, http://www.culturecontents.com

문화콘텐츠진흥원, http://www.kocca.go.kr

박석환닷컴, http://www.parkseokhwan.com

백선기닷컴, http://www.commbaek.com

스포츠서울, http://www.sportsseoul.com

엠파스, http://www.empas.com

증산도, http://www.greatkorea.net

한국일보닷컴, http://www.hankooki.com


부록

1. 위서로 평가되고 있는 '환단고기'의 내용을 토대로 한 우리 민족의 국통도


2. 만화 '천국의 신화'의 전체적인 종족 및 등장인물 관계도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Description/논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