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붙자" 고전 영웅의 마력
절대 지지않는 두 친구 전형적 학원액션 만화
‘바람의 전학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형적인 학원액션만화이다. 어떤 사건이 진행 중인 장소로 낯선 사내가 바람처럼 등장한다. 전학이라는 고전적 장치를 통해 등장한 사내는 순식간에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고, 독자의 욕망을 닮은 주인공이 이를 해결한다.
유명한 만화영화 주제가의 한 대목처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등장하는 영웅은 늘 이렇게 출현한다. 이는 영웅 이야기 장르의 제작 공정 중 제1번 생산라인이기도 하고, 흔들림없이 지켜야 할 절대 원칙이기도 하다. 김환의 데뷔작 격인 ‘바람의 전학생’은 이를 아예 컨셉으로 삼은 작품이다.
주인공 성진은 대규모 폭력 조직의 후계자 훈련을 받은 보스의 아들이다. 여느 학원 액션만화의 고교급 파이터와는 급이 다른 싸움꾼이다. 영화배우 최민수 쯤 되는 저음과 몸짓을 지녔지만 슈퍼맨급 정의감과 도덕심이 핵심 무기이다. ‘일단 한판 붙고 보자’ ‘날 죽이지 못하면 네가 죽는다’는 식의 도발과 ‘이 사건은 내가 해결 한다’는 식의 영웅심리로 세상의 온갖 고민을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이다.
주인공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선우 다미는 다중인격장애를 지닌 인물이다. 평소에는 정직한 청년에 불과하지만, 두들겨 맞으면 괴력의 소유자가 되는‘녹색 근육맨 헐크’ 이야기가 다미에게 덧입혀져 있다. 중급 수준의 싸움꾼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 그 어떤 혈전도 승리로 이끄는 괴력을 뿜어낸다. 다미는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등장에 고통을 느낀다. 늘 최악의 혈전에서 승리하고 해결사가 되지만 숨겨둔 비밀이 들통 난 격이라 ‘영웅탄생의 전설’을 뒤로 하고 떠돌아 다닌다.
성진과 다미는 고전적 영웅의 전형적인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다. 이 두 주인공이 힘을 합치면 어떤 싸움에서도 지지 않는 환상의 복식조가 되고 등을 돌려 격돌하면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흥미진진해진다. 물론 이런 식의 전개 역시 뻔한 수법이다.
이쯤 되면 이 작품이 장르의 법칙을 교과서로 한 그저 그런 기성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산된 코믹스계 학원액션만화가 만화 폭식자들의 손을 거쳐 장르의 무덤에 갇힌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고유한 빛을 숨긴 채 만화 열독자들의 ‘찾아 읽기’ 대상이 되고 있다.
김환은 2000년 초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했던 코믹스계 만화가 단행본 중심의 다품종 생산 시장을 열면서 등장시킨 신인 만화가이다.‘다들 똑 같은 헤어스타일 유행 따라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출중한 사람이 눈에 띄는 당연함처럼 김환의 작품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 장르만화의 조립법대로 만들어졌지만 여느 수작과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명품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한국일보, 2004-04-1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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