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책 추천 : 이유정의 열정의 투페이스, 만화규장각, 2007.3.11

만화작가 이유정(1972년 생)은 만화영화제작소에서 일하다가 1994년 「주간만화」 공모전에 독학으로 그린 단편만화 『혈류』가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만화적 감수성과 색다른 그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열정의 투페이스』는 「미스터블루」에 연재됐던 작품으로 1996년 세주문화사에서 발행됐다가 2002년 시공사에서 복간됐다. 

이유정 만화를 구축하는 키워드는 미소녀로 대표되는 에로틱한 신체묘사, 남자주인공에게 부여되는 성도착적 시선 그리고 둘을 이어 이야기를 이끄는 황당한 설정(개그)으로 볼 수 있다. 이 3개의 키워드는 이유정 만화의 매 작품마다 동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스타일이고 『열정의 투페이스』는 이유정의 스타일이 자신있게 드러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지방대학생인 주인공이 변태적 성향의 변장술사를 만나 최고의 미남이 되고 외모를 통해 사랑을 얹으려 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변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왕자와 거지’ 또는 ‘쌍둥이’ 신화를 변주해낸다. 이유정의 작품은 성적으로 과장묘사 된 미소녀와 그들을 색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 간의 에스컬레이터 게임에 불과하다. 스토리가 있다기보다 이미지만 남발하는 그의 작품은 독특한 성적 감수성을 지닌 자의 말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변장이라는 장치가 붙으면서 주인공은 한사람에서 두사람이 됐고 개인의 정서는 대중의 것이 됐다. 독자적 자의식은 일반화의 가능성을 토로하며 독자와의 대화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독특한 성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의 개별적 체험과 상상력이라는 무덤에서 벗어나 ‘한 사람 같은 두 사람’ ‘내안의 또 다른 나’라는 설정으로 독자를 안전하게(변태적이지 않게)작품 속으로 유인한다. 

이유정 작품의 한쪽 측면에는 SF적 코드가 녹아있다. SF를 축으로 펼쳐지는 이유정 만화의 또 다른 키워드는 근미래 신인류(두 얼굴 또는 로봇) 공포(엽기 또는 잔혹)로 읽힌다. 『와일드 스트레스』 『신인류 구원교』 『요동의 벰파이어』 『아시안』으로 이어지는 작품의 줄기에는 SF적 코드를 바탕으로 한 이유정 스타일이 숨쉬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작품에서 이유정은 SF적 코드를 도착적 성표현과 독특한 성적 감수성을 묘사하는 도구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열정의 투페이스』에서 보여준 ‘쌍둥이’ 설화 역시 모든 작품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소녀 로봇. 이런 설정은 비상식적인 또는 금기시 되어있는 남녀간의 성적표현을 우회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열정의 투페이스』에서 주인공의 모습으로 변장한 변장술사는 주인공의 엄마와 함께 침실에 들고 묘한 성적 흥분을 경험한다. 금기시 되고 있는 모자간의 성관계 묘사를 색다른 방법으로 시도한 경우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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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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