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신인철의 울끈불끈 뚜비뚜바, 만화규장각, 2002


만화작가 신인철(1961년 생)은 1991년 「주간만화」에 여러 단편만화를 게재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빅점프」에 『매일 서는 남자』, 1999년 「영점프」에 『차카게 살자』를 연재했다. 2000년 스토리작가 김행장(노진수 1, 2권 참여)과의 공동작업으로 「스포츠조선」에 연재하기 시작한 『뚜비뚜바』는 2000년 도서출판 청솔에서 4권까지 발행됐고, 2001년 시공사에서 『울끈불끈 뚜비뚜바』라는 제목으로 9권까지 발행됐다. 


『울끈불끈 뚜비뚜바』는 등장인물의 독특한 성격을 중심으로 짧은 콩트 형식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캐릭터 만화이다. 작가는 이를 시트콤 만화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일 작품 형식의 창작을 지속하고 있다. 시트콤은 시츄에이션 코미디의 약자로 코믹성 강한 홈드라마를 뜻한다. 다수의 캐릭터를 지닌 인물이 등장하고 매회 색다른 소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등장인물들은 이야기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조율한다. 독특한 상황설정과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따른 순발력이 중요시되는 장르이다. 신인철 만화의 핵심 코드는 이 홈드라마적 설정과 소재에 따른 즉흥력이다. 


『울끈불끈 뚜비뚜바』는 연재 당시 인기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에 걸쳐 설정이 변경되는 수난을 겪기도 한 작품이다. 초기에는 웃음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란 주인공이 웃기는 남자(개그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연극영화과라는 배경 속에서 풀었다. 그러나 도중에 스토리작가가 바뀌면서 이야기는 남성기 류시발 이몽정 박쥐라는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로 바뀌었다. 각 캐릭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눈물겹던 개그맨 수련기도 성체험기 위주로 바뀐다. 스토리작가로서 드라마 구성력이 강했던 노진수와 황당한 엽기 소재에 능했던 김행장이 보여준 차이만큼이나 이 작품은 두 편의 서로 다른 작품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드라마를 소화해야 하는 신문독자들의 호흡곤란 증을 강도 높고 짤막한 성적 농담으로 만족시켰다. 재미라는 미덕으로 단절부위를 메우고 홈드라마적 설정의 캐릭터만화를 지향하고 있는 신인철 만화에 있어 이는 그다지 중요한 결격 사유가 되지 못한다. 


『매일 서는 남자』에서 이 작품을 거쳐 『허걱 패밀리』로 이어지는 동안 신인철이 보여준 홈 드라마적 구성 방식은 김수정 유의 명랑만화 전통을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악취미’라는 새로운 코드와 극화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엽기’가 소재 측면 또는 이야기의 그릇차원에서 논의 될 수 있다면 이 악취미 코드는 이야기의 작은 알갱이 또는 그 내용물 속에서 드러날 수 있다. 또 엽기가 비현실 또는 금기의 영역에서 발원하는 것이라면 악취미는 현실에서 걷어 올린 상식의 반어법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악취미 개그만화는 자칫 현실을 희화하고 경시하는 것에서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신인철이 보여준 만화문법은 현실참여작가군으로 대표되는 우리만화연대 계열의 작가들이 보여준 일상만화의 품격을 유지한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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