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팔 무쇠다리 무쇠머리의 안티 로멘티스트
만화가 상업성을 인식하면서 장르만화의 변천도 급변하고 있었으니 그 대표 주자는 ‘음란성’과 ‘폭력성’. 음란성이 학원만화의 우정을 버무리다 ‘갈 때까지 가버렸다면’, 폭력성은 가공할 액션씬에 대한 볼 권리를 부르짓다 ‘소년 주먹 시대’를 열면서 ‘학원폭력만화’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다. 이 장르 열풍의 진원지가 <로꾸데나시 블루스>(모리타 마사노리 작)였다면 수혜자는 <GTO>(토루 후지와라 작, 국내 출판명 <반항하지마>, 학산刊)이다. 학원폭력만화의 무쇠팔, 무쇠다리, 무쇠머리의 주인공을 학생에서 선생으로 전환, 성공사례를 만든 <GTO>. 원작의 무쇠머리 안티 로멘티스트(?) 이야기를 살린 TV판 애니메이션<GTO>는 <유유백서>를 제작했던 스튜디오 삐에로가 담당했다.
생양아치 학생, 선생되다
<GTO>는 ‘쳐죽여도 시원찮을 놈팽이’인 ‘깡패선생’을 ‘미워 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로 재생산해내면서 학원폭력만화 주인공의 전형화된 직업(학생)을 탈피하고 나선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으니 생 양아치 학생 캐릭터라지만 학생 캐릭터가 접근할 수 있는 한계(주인공이 위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소재와 이야기가 나온다는 전제 하에)가 여실했던 탓. ‘위대한 선생 영길’의 전설이 담긴 <상남 2인조>(한국어판, 학산刊)에서 영길이 아무리 날고 긴다하더라도 상대는 고작 또래의 양아치나 여고생들. 원작자는 주름살 하나 늘지 않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보다는 성장형 캐릭터로 업그레이드 된 오니츠카 에이치(국내판 ‘영길’)를 등장시킨다. 그것도 어엿한 직장인으로. 학생들의 데이트 장소가 빵집이라면 직장인은 다방이어도 좋고, 또 그 이상이어도 좋으니 소재는 무궁무궁, 학생 독자들은 발끈발끈 거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니츠카의 운명은 자신의 캐릭터를 버릴 수 없는 가엾은 지경이었으니 그가 위치한 곳은 여전히 어린 패거리들과의 쌈박질, 젓내나는 여고생들에 대한 군림적 성욕이 불끈불끈 대는 고등학교. 오니츠카는 그곳에서 위대한 양아치적 마인드를 지닌 엄청난 선생으로 재탄생한다.
검정고시에 3류 대학을 졸업, 나름대로 정장에 자동차를 몰고 여성들이 들 끊는 직장을 원했던 선수. 이 선수가 원했던 삶은 ‘주특기-쌈박질’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공간이었으니 35번째 면접에서도 퇴짜를 맞고, 고향으로, 양아치 시절로 ‘나 돌아 갈 꺼야’를 외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선수가 생양아치로 다시 복귀하는 날에는 그저 전편 <상남 2인조>의 2부 밖에 될 수 없었으니, 원작자는 이 선수의 응큼함과 일본 만화 동네의 최대 상품인 ‘세라복 여고생’ 에리카를 등장시킨다. 천하에 하면 안될 짓인 ‘원조교제의 현장’을 이끌던 연출은 이내 이 생양아치 선수가 도저히 원조할 자격이 없는 빈털터리임을 밝히지만, 한번 불붙은 양아치의 정렬은 도저히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회심의 ‘나 돌아 갈 꺼야’를 외치면서 학창 시절로 복귀한다. 칠판을 바라보고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참을 수 없었던 상황이 아니라 교단에서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상황으로.
오니츠카의 위대한 가르침
TV판 애니메이션 <GTO>(국내 미소개)는 현재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중에 있다. 비디오와 DVD가 11권이 출시됐고, 출판만화로는 16권(국내 출판)이 출간됐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GTO>는 학원폭력물의 주인공을 변용, 새로운 시각에서 학원 문제에 대한 접근법과 해법을 찾아나서는 한편, 원작만화의 TV애니메이션화, TV드라마, 극영화로 재창조되면서 만화산업의 모범 답안을 작성했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Driver's High> 역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너는 나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부모세대의 절절한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도관과는 전혀 다른 위대한 가르침을 전달하는 오니츠카.
우리에게는 한국어판 원작만화 <반항하지마>의 매력에 빠져버린 네티즌들에 의해 불법 인터넷판으로 먼저 찾아 들었다. 비디오와 DVD판을 컨버팅한 불법 인터넷판(?)이 소개되고 한국어 팬 사이트가 수 십개에 달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GTO>.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는 절대로 쓰레기라고 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할 정도로 학창시절 선생들에 의해 쓰레기로 낙인 찍혔던 오니츠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생이 될 것을 다짐하는 이 선수. 그러나 새해, 내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한아름씩 안고 사는 어여쁜 학생들의 엽기적인 도발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하는데. 물론, 그의 위대함은 다시 일어서 희망조차도 감추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편에 설 때 빛을 발한다.
가와자리 요시야키의 <무사쥬베이> 등 일본애니메이션을 수입 배급하고 있는 유림엔터테인먼트가 이 작품 TV판 <GTO>의 비디오 판권을 확보, 출시 일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인터넷 제패니메이션 방송국을 컨셉으로 최근 문을 연 애니캐스트www.anicast.com는 3월 중 이 작품의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 할 예정이라고 한다. (끝)
http://www.pierrot.co.jp/title/gto/gto/index.html
<GTO> TV판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의 홍보페이지
http://fujisawa.comic.to
원작자 토루 후지사와의 공식 홈페이지
http://gto.withyou.net
<GTO> 한국어 팬 페이지
씨네버스, 2001-01-30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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