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비인기종목 스포츠만화 베스트 5, 웹진 코믹존, 2000


4년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지구촌 축제 올림픽이 시드니(호주)에서 열린다. 엘리트 선수 만들기에 열성적이었던 대한민국은 매회 ‘콩 만한 나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성과를 올렸다. 뭐든지 앞서가는 일본을 보기 좋게 누르는가 하면,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사 속에서 동급으로 치부될만한 여러 개도국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뛰어난 대한민국의 올림픽 스타들. 벌써부터 스포츠신문들은 ‘시드니 영웅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올림픽 영웅들은 그저 올림픽 영웅일 뿐. 비인기종목이라는 틀에 박혀 '한 철 영웅‘ 흉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때문일까? 만화가 좋아하는 스포츠도 야구, 축구, 농구, 권투 등 인기종목에 집중돼 있다. 단, 이는 우리만화의 사정일 뿐. 탐스러운 만화의 나라 일본의 만화에서 비인기종목은 오히려 주인공의 독특한 열정을 부채질하고 만화의 재미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그려진다.


체조 소재

플라이 하이 / 

글:Morisue Shinji 그림:Kikuta Hiroyuki / (주)대원씨아이 / 2000. 7 / 26권

평성 중학교에 입학한 후지마끼는 체조부에 가입한다. 체조부에 가입한 바로 다음날 지역 체조대회가 열리는데, 주전인 사나다가 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고 후지마끼는 엉겁결에 공식대회에 나가게 된다. 그러나 체조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던 후지마끼는 연달아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우려곡절 끝에 대회가 끝나고 후지마끼는 하나씩 하나씩 기초부터 체조를 배워나가게 된다.   

★★★1/2

즐거운 체조를 즐기는 주인공의 유쾌한 체조선수 성장기. 


싸이클 소재

스피드도둑/ 

Masahito SODA/ 서울미디어랜드/ 2000. 5/ 1,2권

일본작가들은 참 유별난 곳에 관심이 많다. 문화의 다양성 때문에 수준이 높아서일까? 싸이클 마니아인 작가가 만들어낸 '성장형 싸이클 소재 학원만화'. 잘 못된 도시개혁으로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중학교시절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 자전거의 매력에 끌려 오르락내리락 길뿐인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 주인공이 풀어야할 숙제는 언덕 길 정복. 1권에서 겨우겨우 언덕을 이겨낸 주인공은 싸이클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하고, 그곳에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한다. 언덕과의 경쟁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경쟁 대상들의 출현. 작가는 평평한 길에서는 빠르지 않지만 언덕에서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않는, 질 수 없는 주인공을 그려낸다. 하나 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은 주인공의 언덕길 레이스에 긴장을 조장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

질주. 땀 흘리는 질주의 장면들이 소년만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쉬지 않고 뛰어야 하는가?


육상 소재

스타트 / 

글:NAKAHARA YU 그림:SAKATA NOBUHIRO / (주)서울문화사 / 2000. 6 / 17권 

파도섬에 사는 유스케는 촉망받는 육상선수였던 아버지 이키 켄스케의 피를 이어 달리기에 뛰어난 소질을 지니고 있다. 어느날 도심지에서 여행을 온 대기업사장가족의 낚싯배를 몰아주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사장의 딸 나오코를 구하려다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생긴다. 유스케는 나오코를 원망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오코는 어머니와 단 둘이 다시 파도섬에 찾아온다. 

★★★

섬을 배경으로 달리기와 함께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


여자유도 소재

야와라!/ 

Urasawa Naoki/ (주)학산문화사 / 2000. 8 / 23권

유도에는 천재적인 소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야와라는 평범한 성격의 감수성 풍부한 소녀이고 유도에는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평범한 고교생 생활을 해나가는 게 야와라의 꿈이지만 유도가인 할아버지는 야와라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려고 한다. 우연히 야와라의 유도실력을 알게된 스포츠신문기자 마츠다가 야와라를 취재하기 시작하고 야와라는 우여곡절 끝에 공식시합에  데뷔를 하게 된다. 

★★★1/2

야와라가 유도를 계속하게 하기 위해 끝없이 마음 고생하는 주위사람들(독자 포함)이 안쓰럽다.  


테니스 소재

테니스의 왕자/ 

Takeshi Konomi/ 도)대원 2000. 7/ 2권

미주 주니어 테니스 대회 4연패라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료마. 이 테니스 천재 소년이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 료마는 아버지의 스승이 코치로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 학교는 이름난 테니스 명문중학교로 2학년이 되야 겨우 레귤러 멤버에 낄 수 있다. 더군다나 선배들은 엘리트 의식에 빠져 치졸한 텃새로 ‘료마 골탕 먹이기’에 한창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테니스의 왕자’ 료마. 하지만 그에겐 모든 것이 쉽기만 하다. 천재니까. 

★★★

미소년 천재들이 펼치는 주제 넘는(중학생 수준) 플레이가 볼만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