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캐리커처 그리기에 대한 고찰, 미대입시, 1999.07.01

(C)최남진


1. 캐리커처의 용어적 의미

 

캐리커처(caricature)란 인물의 내외형적 특징을 두드러지게 표현함으로서 대체적으로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논 그림이나 이와 같은 기법을 통칭한다. '과장된 것, 왜곡된 것' 등의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caricatura'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프랑스어의 charge, 영어의 to load, to overload에 해당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돼서 '특정부분을 과장하여 표현'하는 캐리커처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대개 조소(嘲笑), 우의(寓意) 등을 수반한 과장된 표현으로 시국을 풍자하고 권위에 반항하며 위선을 폭로하는 등의 성격을 띤다. 우리말로 '인물풍자화'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기법은 특정인물의 얼굴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평소 생활습관이나 버릇, 다른 이들의 보편적인 평가 등을 통합해서 표현한다.

가령 일반인들이 개그맨 남희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회탈 같은 얼굴. 둘째,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로 토크쇼에 강한 개그맨. 셋째, 썰렁하고 대담한 유머 등이다. 이 경우 작가는 남희석의 이미지를 '어디로 뛸지 모르는 하회탈 얼굴의 청개구리'로 묘사 할 수 있다. 남희석의 외형적 이미지와 내적 이미지를 적절히 배합해서 우의적으로 표현 한 경우이다.


2. 캐리커처의 특징


'캐리커처는 르네상스 말기(16세기)에 인간의 개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초상화의 한 기법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초상화가 대상의 아름다움과 사회적 지위 등을 과시하고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던데 반해 캐리커처는 대상의 개별적인 특징을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이런 탓에 초상화가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캐리커처는 이와 반대되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거나 외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우스꽝스러움과 추함, 기괴함 등이 그것이다.  

18세기 영국으로 전파된 캐리커처는 당대의 귀족과 귀족문화에 대항하는 강력한 표현도구 중 하나였다. 캐리커처는 이후 인쇄술의 발달과 더불어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간의 이권다툼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신문의 등장과 발달은 캐리커처의 활용도를 높여줌과 동시에 이 기법을 활성화 시켰다. 발달 단계에서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된 이 기법은 각종 인쇄물 등에서 특정인을 공격하는 용도로 오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쇄술이 특정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캐리커처는 공인들에 대한 사회적 심판의 기능으로 정착됐다. 가령 한 정치지도자를 악어새나 하이에나 같은 나쁜 이미지의 동물 등으로 표현했다면 그 대상은 엄청난 개인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것이 정치지도자를 헐뜯기 위한 작가의 개인적 의사였다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인들의 의사와 동일하다면 그 캐리커처는 강한 사회성을 지닌 예술로 승화될 것이고, 일반인의 의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된다. 현대 신문의 1칸, 4칸 만화가 모두 캐리커처 기법을 승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3. 캐리커처의 현재


서구적 관점에서 만화는 대개 캐리커처, 카툰, 코믹스트립으로 분류된다. 이를 국내 상황에 맞춰 분류한다면 인물풍자화, 1칸 만화, 이야기만화(만화책) 순이 된다. 만화의 발전단계 및 발생단계도 이와 같다. 현재 캐리커처는 각종 인쇄물 등의 컷이나 삽화로 활용되고 있으며, 나름의 독자적인 작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기법 또는 형식으로서의 캐리커처는 만화의 전 영역에 걸쳐 활용된다. 만화가 대상이나 사물을 단순한 선으로 묘사하는 것이나 일부분을 변형시키고, 과장하여 표현하는 그림 형식이라고 할 때, 캐리커처는 만화의 가장 기초적인 창작형식이며 표현기교가 된다. 

캐리커처가 활용되고 있는 최근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컷으로 쓰이는 경우이다. 신문, 잡지 등의 컷에 쓰이는 경우 캐리커처는 사진으로 표현 할 수 없는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 만능 재주꾼이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만화로 그리지 마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독립된 예술작품으로서의 캐리커처도 각종 전시행사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왔다. 하지만 캐리커처는 창작단계에서부터 시사성을 내포하고 있는 탓에 자료로서의 의미를 둘 수는 있지만 긴 생명력을 지니진 못한다.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외형을 단순하게 묘사한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그것이다. 이밖에 '자기PR시대'에 맞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캐리커처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캐릭터산업은 세계시장 기준 1,50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중추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이 캐리커처 기법이다. 산업적인 영향력 외에도 만화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캐리커처 기법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으로 터득해야 할 부분이다.


4. 왜, 캐리커처를 그려야 하는가


만화는 평면의 제한된 공간(칸, 프레임)에 있을 법한 상황이나, 사건 등을 작가가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과장하거나 변형하여 글과 그림 등으로 표현 해낸 것이다. 이를 독자는 자신의 사고-지적 수준과 사회적 정황 등-을 통해 이해하려 한다. 즉, 작가가 처한 현실과 상상력의 소산이 '만화'로 탄생하면 독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나름의 상상력을 통해 만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그 투수 박찬호를 캐리커처 기법을 통해 표현했다고 하자. 사진은 실제 대상의 움직임중 한 장면을 묘사하지만 캐리커처는 인물의 다양한 정보와 함께 작가의 견해나 일반인의 평가까지 담아 낼 수 있다. 물론, 대상에 대한 정보와 작가의 견해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된다. 이 경우 작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빨리 알아 낼 수 있을 법한 이미지들을 한데 모아 놓는다. 다양한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작가는 박찬호의 외형적 특징을 먼저 찾을 것이다. 긴 턱과 턱수염, 찐한 눈썹과 쌍꺼플진 눈 등이 된다. 이와 함께 야구선수라는 박찬호의 직업적 특징도 찾아낸다. 유니폼, 글러브, 야구공, 번호 61번 등이다. 이밖에 박찬호의 내적 특징이나 성격, 대다수가 알고있는 최근의 상황 등도 조사한다. 캐리커처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능동적으로 결합하며 나타난다. 이 세 요소의 결합 과정 중에 작가 나름의 과장이나 상상력이 동원된다. 그러나 그때에도 대상을 통해 독자가 이해하고,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즉, 터무니없는 상상력은 캐리커처를 독자가 이해하는데 혼란만 가중시킨다. 독자는 캐리커처를 한 눈에 보고 이해하길 원하고, 작가는 독자를 위해 쉽고 빨리 알아낼 수 있는 퀴즈를 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의 조합과 독자의 이해를 전제로 한 그림 그리기는 만화창작의 필수적인 수법이고, 이와 같은 캐리커처 기법의 훈련은 만화창작의 기초작법이 된다.


(1) 독자의 반응

다시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경우를 보자. 한 작가가 야구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를 캐리커처로 표현한다. 태권도 선수처럼 날라차기를 하고 있다. 발끝이 돈 보따리를 차버려서 돈이 휘 날린다. 이게 무슨 그림인가? 놀라는 독자도 있을 거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고 웃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박찬호가 한때 상대편 투수에게 이단 옆차기 솜씨를 보여주고 나서 상품가치가 폭락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작가의 비판적 견해에 동감을 표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독자는 그저 만화화 된 박찬호의 얼띤 포즈를 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독자라도 대상에 표현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 가령 박찬호의 외형적 특징과, 직업, 그리고 이단 옆차기를 할 정도의 과격한 성격 등을 알 수 있다. 캐리커처는 이처럼 대상의 다양한 면모를 한 화면에 담아내고 있어야 하고 독자는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마치 도저히 틀릴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2) 만화 캐릭터에 대한 이해

현대 만화는 작품의 주인공,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의 움직임이나 행동이 곧 이야기가 되고, 사건과 해결도 주인공의 움직임을 통해 나온다. 그만큼 현대 만화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인공이 어떻게(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달라진다. 만화의 절반이랄 수 있는 주인공을 창조하는 수련을 쌓기 위해서도 캐리커처에 대한 기법적 이해는 필수적이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에게 연예인 '누구누구와 닮았다'는 말을 간혹 사용한다. TV가 문화의 중심에 위치한 현대에 연예인은 일반인들이 사람을 인식하는 척도가 됐다. 그래서 만화작품에도 연예인 '누구누구와 닮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옷차림이나 성격까지도 유명 TV드라마의 주인공과 닮은꼴들이 나타난다. 이는 자칫 작품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독자에게 쉽고 빠르게 작품의 주인공을 인식시키고, 주인공의 성격을 간파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예측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독자가 쉽게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연예인들은 직업적 특성상 각자가 고유의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가령 텔런트 최민수는 '모래시계'에서의 이미지가 강한 거친 사나이로, 안재욱은 거친 매력에 귀여운 이미지가 첨가된 캐릭터를 지닌다. 이런 전형적인 인물상들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만화주인공들이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창작되는 캐리커처의 기법적 이해가 만화창작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캐리커처는 대상 인물에 대한 작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창작되는 까닭에 만화창작의 '주인공 창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5. 캐리커처 어떻게 그릴 것인가


(1) 대상의 설정

캐리커처의 대상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개 일반인이 알고있는 유명인인 경우가 많다. 이는 캐리커처가 일부의 제한된 독자를 위한 그림(초상화)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까닭이다. 캐리커처는 인쇄술과 신문의 발전과 함께 발달했고, 캐리커처 작가는 만화가인 동시에 언론인의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체로 캐리커처의 대상은 권력자에 집중돼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권력자의 모습은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고, 권력자에 대한 만화적 표현은 대다수의 보통인에게 적절한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상 독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신문에서 캐리커처의 기법으로 가장 많이 그려지는 대상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이밖에 대상 독자층이 학교라면 교장선생님, 가정이라면 아버지,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의 특성, 독자층의 성격에 따라 캐리커처의 대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상은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2) 대상의 묘사

설정된 대상을 적절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우선시 된다. 대상의 일반적인 특징과 독특한 성격 등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박찬호 선수의 경우처럼 외형적인 부분과 내형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묘사돼야 할 부분을 적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키,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정장을 주로 입는지, 평상복을 입는지? 얼굴 생김새 중 특이한 데가 있는지? 얼굴 표정 중 습관적인 부분이 있는지? 자주 취하는 몸짓이 있는지? 등을 찾아야 한다. 또, 직업적인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외적 특징보다 내적 특징을 잡아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인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또는 '보통인이 알고 있는'이라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형적 특징은 대체로 그 사람에 대한 주위의 일반적인 평가가 포함 될 수 있다. 이처럼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이 확정되고,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조사와 정보 수집이 끝나면 형태잡기에 들어간다. 캐리커처는 표현 대상이 누구인지 쉽게 분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대체로 얼굴을 크게 그린다. 2~4등신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이유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얼굴에 가장 많기 때문이고, 감정표현도 쉽기 때문이다.


6. 캐리커처의 신체 묘사


한때 '모여라 꿈동산'이라는 어린이 인형극 프로가 있었다. 커다란 인형 탈을 뒤집어쓴 연기자들이 교훈적인 이야기를 연속극 형식으로 보여준 프로였다. 상당히 인기있었던 프로이므로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인형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통사람보다 4배 이상 큰 얼굴이다. 봉제 인형처럼 큰 눈과 과장된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탈바가지. 이 탈바가지의 정체가 캐리커처의 등신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1) 등신비 

어린이는 성인보다 집중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TV연속극은 연기자들의 표정연기와 대사가 주를 이르는 장르. 커다란 얼굴모양과 복잡한 얼굴표정을 단순하게 처리한 인형 탈은 어린이들의 낮은 집중도를 높여 준다. 이 인형극의 등신비는 대체로 4등신 정도. 명랑체 아동만화의 등신비와 동일한 형태를 보여준다. 최근 유행중인 텔레토비나 각종 캐릭터 상품 역시 4등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사람의 시선을 가장 많이 잡아끄는 신체부위는 눈과 얼굴. 그림으로 묘사된 대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래서 캐리커처도 얼굴이 크고, 몸이 작은 형태로 묘사된다. 대상을 보는 사람은 커다란 얼굴에 집중하게 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신문 등의 매체에 그려지는 캐리커처는 1.5등신의 형태로 그려진다. 표현 대상을 더욱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다른 지면으로 쏠리는 눈길을 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몸을 작게 그리는 것도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초상화가 얼굴을 표현대상으로 하듯, 캐리커처 역시 얼굴을 표현대상으로 한다. 실재하는 인물의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면적을 넓게 잡는 것이다. 둘째, 캐리커처는 과장하여 그리더라도 대상인물이 누구인지 보는 사람이 알 수 있어야 한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얼굴을 외적이미지, 몸을 내적 이미지의 표현 영역으로 양분하고 있다. 즉, 얼굴은 닮게 그리되 몸은 인물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담는 것으로 활용한다.


(2) 포즈

캐리커처는 대상인물을 즉석에서 보고 그리는 경우가 드물다. 사진 등의 정보자료를 바탕으로 인물의 얼굴을 묘사하고, 몸을 표현한다. 얼굴은 대부분 정면을 응시하는데 그 이유는 일반 인물 사진과 사건 스냅사진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사건스냅사진은 인물을 역사 속의 한 장면 또는 풍경의 일부로 보여지게 한다. 그러나 인물사진은 풍경이 인물을 위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캐리커처의 표현 대상이 정면을 보고 있는 것은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된다. 그러나 캐리커처 작가들이 정면으로 찍힌 유명인의 사진을 자료로 삼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다.


(3) 구도

캐리커처의 등신비는 캐리커처의 구도잡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굴이 크고 몸이 작은 형태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역삼각형 구도가 된다. 초기의 몇몇 작가들은 역삼각형 구도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캐리커처를 2~3등신으로 그리면서 삼각형 구도를 사용했다. 그러나 삼각형 구도로 그려진 캐리커처는 하나같이 배가 볼록해질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유명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캐릭터(캐리커처의 형식을 취한)들은 3~4등신으로 그려지고, 힙합바지를 입히거나 신발을 크게 그려 비교적 안정된 직사각형, 이등변삼각형 구도를 취한다. 그러나 캐릭터가 각종 상품의 도안 등에 활용되는 정적인 이미지라는 점에서 캐리커처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각종 매체를 통해 그려지는 캐리커처들은 얼굴 외에 다양한 움직임을 담는다. 최근의 캐리커처는 매우 동적이며, 역삼각형 구도는 역동적인 묘사를 필요로 하는 작가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7. 캐리커처의 연출 유형


캐리커처는 만화에 대한 정통적인 정의와 마찬가지로 과장?변형?풍자의 성격이 강하다.


(1) 특정 부위 과장 

대개의 캐리커처들은 복잡한 영상이미지를 단순한 선으로 묘사한다. 양감과 질감의 표현을 면이 아닌 굵은 선으로 표현한다. 이와 같은 과장의 방법은 일반적인 만화의 형식과도 연계돼있다. 그러나 캐리커처는 실재하는 인물에 대한 '의도적 모방'임을 명심해야 한다. 캐리커처의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특정부위가 의도적으로 과장돼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특정부위는 대개 표현 대상의 가장 독특한 부위가 된다. 가령 권투선수 타이슨이라면 굵은 입술과 목이 될 것이고, 팝가수 마돈나라고 하면 코밑의 점과 야릇한 눈이 된다.


(2) 특정부위 변형 

캐리커처가 대상의 얼굴만을 묘사하지 않는 형식으로 그려졌다면 특정부위의 변형을 찾을 수 있다. 캐리커처의 표현대상은 대개 유명인이다. 이들의 대표적 상징은 이름과 얼굴이다.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하면 떠오르는 얼굴, 그리고 이미지. 유명인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에 수많은 의미들을 담고 다닌다. '이승엽'이라는 이름 속엔 '홈런왕', '프로야구 관중 몰이꾼', '라이언킹' 등의 이미지가 포함된다. 일반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를 캐리커처 작가는 주목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그리면서 특정부위를 변형시켜 그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낸다. 가령 쳤다하면 홈런인 이승엽의 팔이 로봇팔이 될 수도 있고, 이승엽의 방망이는 대포가 될 수도 있다.


(3) 별개의 이미지 결합 

가장 독특한 캐리커처는 별개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결합하는 형식이다. 거짓말 잘하는 정치인의 코가 피노키오처럼 길어진 것을 표현하면 과장이 되고, 입에 지퍼를 달아 잠궈버리면 변형이 된다. 그 정치인을 양치기소년-늑대가 나타났다고 매번 거짓말을 하는 동화 속의 인물-의 상황 속에 등장시키면 절묘한 비유와 풍유가 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미지가 결합한 형태의 비판적인 캐리커처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형식의 캐리커처는 대체로 신문 등의 매체에 게재된다. 가령 정치상황이 어려운 형편에 처한 대통령이 현 상황을 상징하는 고물자전거를 위태롭게 타고 있는 형태 등이 될 수 있다.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미대입시, 199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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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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