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대여점 난립, 국민일보, 1998.09.30

국민일보,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1998-09-30 게재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대여점난립


중소업체서 틈새시장 개척/대형사 눈독 졸작 양산 우려


대량 감원으로 인한 실업인파가 늘어나면서 언론은 IMF 이후 달라진 풍속도를 찾아내고 나름의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언론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린 넥타이 부대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상륙한 곳을 만화방 또는 책 대여점이라고 보도한다.그 결과 그만두겠다고 점포를 정리하던 만화방 만큼이나 많은 수의 책 대여점이 생기고 있다.


출판만화 유통시장은 크게 판매용 출판물과 대여용 출판물로 나뉜다.일반 출판사에서 발행되는 서점용 출판물이 판매용이라면 일일만화로 불리는 만화방 배본용 출판물은 대여용으로 분류된다.이 두 가지를 제외한 새로운 출판물이 바로 A5 판형의 ‘코믹스물’.책 대여점이라는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춰서 서점에서 판매할 수도 있고 대여도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이다.


과거 대여점 시장은 만화계 대형 출판사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서점과 만화방의 배본구조가 틀린 탓에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이다.이 틈새시장의 규모는 지난 96년 현재 1천6백80억원규모.최근 대여점의 급격한 증가로 이 수치는 5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연스럽게 대형 출판사들도 서서히 이 틈새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그동안 만화유통을 왜곡시키고 작품을 질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이유로 터부시됐던 대여시장이 대형 출판사들의 진입으로 다시 거대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했던 출판사는 ‘초록배 매직스’와 ‘아선미디어’다.만화잡지를 중심으로 다수의 만화가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에 비해 이들은 특정 작가를 내세워 특정 장르만화만으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초록배는 야설록에 견줄만한 스토리작가 검궁인과 ‘덩크파이터’의 안철주를 필두로,아선미디어는 ‘낭랑18세’의 김지원을 전면에 내세웠다.기획단계부터 청소년층을 겨냥한 신작 검궁인,천지인의 ‘조화공자’는 일본산 판타지물에 대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록배측은 “서점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1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서점 배본망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서점 배본망이 우리만화의 상업적 안정성을 유지하기위한 받침”이라고 설명했다.또 “과거 대여용 만화가 저급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6개월 이상의 기획기간을 거쳐 작품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책 대여점의 난립과 코믹스 시장의 확산은 분명 만화계의 퇴보현상이다.그러나 틈새시장을 개척해낸 중소 출판사들의 기획력은 평가돼야 할 것이다.오히려 대형 만화출판사들의 몰염치한 끼어들기가 졸작들을 양산하는 만화공장 시절의 악습을 재연시킬까 우려스럽다.  



글/박석환(만화평론,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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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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