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박물관-서울애니센터 촬영 무대 제공
관람객 2배이상 쑥쑥… “예능마케팅 효과”
“‘런닝맨’을 보고 선생님과 함께 왔어요.”
지난달 경기 부천시에 있는 만화박물관 ‘뮤지엄 만화규장각’을 찾은 송모 군(12)은 방문한 계기를 묻는 박물관의 설문조사에 이렇게 답했다. SBS의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본 뒤 박물관을 방문하고 싶어졌다는 얘기였다. 1월 9일 방송에서 유재석, 하하, 지석진, 송지효 등 출연진은 뮤지엄 만화규장각의 곳곳을 돌며 게임과 숨바꼭질을 했다. ‘런닝맨’에 장소를 제공한 박물관 측의 소득은 기대 이상이었다. 1월 관람객이 1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처음엔 ‘런닝맨’에 이끌려 왔지만 막상 박물관을 찾은 뒤 아이들의 반응에 ‘런닝맨’은 없었다. 초등학생 2학년 이모 군(9)은 “4차원(4D) 애니메이션이 가장 재미있고 신기했다. 만화가게에서 옛날 만화도 많이 볼 수 있고, 여러 가지 모형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런닝맨’과 박물관의 협업은 만화와 예능을 결합한 크로스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무한도전 사진전’을 열고 있는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도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 만화 속으로 들어가다’라는 부제의 이 전시회는 ‘무한도전’ 출연진의 촬영 이면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만화가 가미됐다. 만화 작가들이 출연진의 캐리커처를 그려 함께 전시하고 있는 것.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진전 덕분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관람객은 평소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1월 22일 전시가 시작된 뒤 센터를 찾은 인원은 6일까지 3만2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월 관람객이 1만5000여 명이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이경배 만화캐릭터팀장은 “연예인과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예능과 만화를 접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이를 통해 만화가 다양한 매체와 어우러져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박석환 콘텐츠개발비즈니스팀장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시적인 효과를 본 만큼 만화계에서 ‘예능 크로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을 만화 정책이나 마케팅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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