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보는 웹툰 산업의 경제적 효과와 가치, 원혜영이 그린 만화도시 이야기, 메디치, 2020.05.25

원혜영 의원 퇴임에 붙여-만화웹툰 산업의 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들어가며

 

202047일 현재.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있지만 지난해 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UID-19)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것 같다. 자신의 메시지를 하나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들은 마스크를 한 채 거리로 나서지만 과거와 같은 군중을 만날 길 없다. 마스크에 얼굴이 가리고 감염증 사태에 정책이 가리면서 인물과 지역은 사라지고 정당과 패권만 남겨진 것 같다. 거기다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과 수십 개의 비례정당까지 합세하면서 정치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상황이다.

그래서 원혜영의 21대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과 예고된 정계 은퇴가 아쉽다. 원혜영은 풀무원 창업자로 유기농 식품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문화도시 부천의 설계자로 작지만 강한 도시를 경영했다. 부천을 지역구로 한 5선 의원으로 당대표 등을 역임하며 기부정치를 실천한 품격 있는 지도자였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그의 혁신의지는 유지되고 있다. 여야 중진 의원들과 뜻을 모아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고 라떼는!유세단단장으로 거리에 나서 선거를 돕고 있다. 그간의 역할에 대한 성찰과 훈수가 덜하지도 넘치지도않을 만큼 적절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원혜영은 민선2기 부천시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살기 좋은 도시 구축의 일환으로 문화도시를 표방했고 그 중에서도 만화를 선택했다. 세계적 만화도시로 정평이 나있던 프랑스 앙굴렘을 모델로 삼아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를 설립하고 만화도서관, 만화박물관, 만화창작스튜디오,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만화대상 등을 이끌어 냈다. 이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모태가 됐고 부천이 한국 만화산업의 심장부가 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십년 하고도 몇 해가 더 지난 지금, 한국 만화계가 일군 웹툰은 전 세계 만화팬의 지지를 받으면서 일본의 망가, 미국의 코믹북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의 만화산업계가 웹툰을 사기 위해 한국을 찾고 부천에 오고 있다. 창업자, 설계자, 지도자였던 원혜영의 만화농사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김평현 작가가 그린 만화도시 부천(출처 : 디지털만화규장각)

 

웹툰의 클라쓰보여준 <이태원 클라쓰>

 

얼마 전 JTBC에서 방송된 <이태원 클라쓰>의 후폭풍이 드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2020131일부터 321일까지 2달 간 16부작으로 방영됐다. 1회 방송 시 5%로 시작된 시청률은 5회 차에 10% 고지를 넘었고 16회 종방 시에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16.5%(닐슨코리아, 수도권 18.3%)를 기록했다. 주말 드라마 중 1위였다.

시청률뿐만이 아니다. 리서치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지수(217일부터 315일까지)에서도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부문 1, 2위는 이 드라마의 남녀 주연을 맡은 박서준과 김다미였다. 음원차트에서는 드라마 OST ‘시작(가호)’1위를 찍었다. 하현우, 김필, 윤미래 등이 부른 노래도 탑10에 오래 머물렀다. 영컴에서 출간 된 8권짜리 단행본 박스 세트는 예스24 국내도서 부문 탑100에 선정됐다.

원작 웹툰을 연재한 다음웹툰은 드라마 방송 전 특별편을 추가 게재해 관심도를 높였고 카카오페이지는 전방위적 프로모션으로 자사의 웹툰 미디어믹스 전략을 홍보하는 한편, 원작이 드라마의 전개와는 다소 다르다는 점을 부각해 작품의 유료 결재 수익을 극대화 시켰다.

광진 작가의 화제작 <이태원 클라쓰> 홍보자료

익숙한 풍경이다. 한 편의 TV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화제성이 생기면 출연 배우는 스타가 되고 주제가를 담은 음원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방송사는 횟수를 늘리거나 재방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광고수익을 올렸고 배우들은 CF로 수익을 올렸다. TV애니메이션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화 전략을 펼쳤던 일본만화산업, 허리우드 영화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만화산업처럼 한국도 TV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만화산업의 가치사슬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방송콘텐츠 비즈니스는 더 복잡해졌다.

PPL(Product Placement)과 중간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인식이 긍정적인 쪽으로 변했고 OTT(Over The Top)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입 창구가 다각화 됐다. 반면, 방송사가 편성과 초기 투자로 콘텐츠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던 관행은 줄어들었다. 방송 채널의 다양화로 방송사의 독점적 지위가 분산된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드라마 제작자의 지위가 상향됐고 참여인력의 꿈과 열정에 호소했던 제작환경도 얼마간 개선됐다. 콘텐츠를 가진 쪽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그 전에도 있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 적도 있었다. <이태원 클라쓰>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이 인기를 얻었고 방송 중에 등장한 상품 광고의 수요 역시 높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다면 작품의 주 배경이 됐던 포차’, 핵심 소재였던 청년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도 활성화 됐을 것이다. 더불어 복수극의 원인이 됐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 경영, 법무 행정의 공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졌을 것이다. 이처럼 잘 만든 콘텐츠 한편은 그 자체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연관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산업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의제를 설정하기도 하고 긍정적 변화를 추동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인기작과 같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클라쓰> 흥행 요인에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낸 대형 작가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TV드라마의 극본을 원작자가 직접 썼다는 점이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작가 광진이 TV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도 썼다. 또 하나는 카카오페이지의 광고이다. 드라마 방송 전후로 브랜드 광고를 실시했고 드라마 엔딩신에는 웹툰 구독을 독려하는 팝업 광고를 실시했다. 그리고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기간부터 슈퍼웹툰프로젝트-2이라는 타이틀로 광고를 집행했다. 윤태호 작가의 신작 <어린>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게재된다는 내용의 티저 광고였다.

통상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TV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극본이 중요하고 작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TV드라마 극본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웹툰작가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쇼박스가 이 드라마에 투자한 금액은 127억 원이다. 누군가의 이나 도전, 실험 같은 단어로 헐 수 있는 자본이 아니다. 시청자와 구독자가 다르고 웹툰과 드라마의 소비 방식도 다르다. 특히, 원작의 서사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높을 수 있지만 해당 배역을 맡을 배우나 제작 환경, 스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쇼박스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웹툰 원작 드라마가 차고 넘치고 많은 수의 작품이 투자 대비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공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하는 연출가는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거기에 카카오페이지는 무슨 배짱으로 이 드마라에 올인 하는 듯 자사 프로모션을 전개했을까?

윤태호 작가의 신작 <어린> 홍보 자료

드라마 시청이 끝나면 원작 웹툰을 자사 플랫폼에 와서 보라고 광고하는 것 정도야 일종의 협찬금 같은 것일 수 있다. 실효가 없더라도 원작 플랫폼사와 방송사가 서로 돕자는 수준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를 이 드라마 뒤에 광고로 붙이는 판단과 실행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카카오페이지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 명확히 성공했다. 하지만 이 건은 윤태호의 신작이다.

웹툰 <미생><내부자들>의 히트로 원작 드라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작가에 오른 이의 신작이다. 남극을 무대로 펼쳐지는 웅장한 배경과 기대감을 상승시키기 충분할 정도의 스케일이 광고를 통해서도 시청자를 압도했고 그 수치는 그대로 웹툰 조회수로 이어졌다. 다행히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고 그 흥행의 파장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지만 굳이 <이태원 클라쓰>의 지원을 받아 주목도를 올릴 아이템은 아니었다. 윤태호의 신작 <어린>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빛나는 기획이다. 그런데 굳이 카카오페이지는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쇼박스의 결정, 카카오페이지의 결정에는 나름의 판단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경험이 없는 극작가를 쓰고 이슈가 분산될 수 있는 광고를 집행한 데에는 그만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무리해보이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이 결국 시청률 16%의 멀티크리에이터를 만들고 자신의 신작을 프라임 타임 때 TV에 광고하는 대형 웹툰작가를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만한 확신을 어디에서 찾았을까?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시장에 대한 신뢰로 보인다. 데이터화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쇼박스와 카카오페이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요소가 됐을 것이다.

 

윤태호의 웹툰 <미생>2014년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누적 조회수가 6억에서 10억으로 올랐다. 1회 방송 시 1.6%였던 시청률은 8.2%까지 올랐고 단행본 판매, 출연 배우들의 CF, 작중 캐릭터의 상품화 등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했다. 일본에서는 리메이크 드라마 <hope>가 제작되기도 했다. 화제성과 함께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른바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다음웹툰컴퍼니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슈퍼IP의 탄생에 집중 투자한 카카오페이지의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성공의 경험이 후속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에 대한 확신을 부여하기에 이 보다 더 강력한 조건은 없을 것이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 역시 덜하지 않았다. 방송 전 이 작품은 900만 독자, 26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방송작가 경험이 없지만 최소한 900만 독자의 시선을 쥐락펴락했던 성과가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자본과 인력으로 메꾸고 작가의 재능과 성과에 투자한 것이다.

 

웹툰으로 판을 바꾼 한국만화산업의 패러다임 쉬프트

 

만화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하에 1차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 것이 2003년이다. 당시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만화시장의 규모는 제작시장과 소비시장을 포함해 7,598억원(2001년 기준)이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만화산업을 지원했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2008년 기준 만화산업의 매출액은 7,232억원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이전보다 감소했다. 그나마 1차 중장기 계획 시 지표는 학습만화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였고 2008년 매출에는 학습만화가 포함된 것이었다. 참고로 2005년 학습만화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매출은 4,362억원이었다. 이른바 만화산업 반토막설이 퍼지고 시장이 크게 위축되던 시점이다.

무료만화 서비스를 실시하던 당시의 라이코스

전조는 이전부터 있었다. 199771일 만화를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이 실행됐다. 성인만화의 판매가 제한됐고 성인만화잡지가 한꺼번에 폐간됐다. 같은 해 12월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했고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소자본 창업 열풍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만화책대여점이 생겨났다. 판매시장은 위축되고 대여시장이 활성화됐다. 1998년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됐다. 일본만화가 금지되던 시기에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발전한 한국만화산업은 또 한 차례 크게 긴장했다.

국내 작가 중심의 창작 출판이 위축되고 저비용 구조의 일본만화 수입 출판이 확산됐다. 유통은 제한됐고 소비수요는 대여로 대체됐고 창작은 최소화됐다. 성별, 연령별로 촘촘하게 설계됐던 만화시장은 아동청소년물 시장으로 재정비됐다. 일본만화가 집중하지 않던 시장이고 창작과 유통, 소비가 담보되던 그야말로 틈새였다. 일반서적 출판사들의 주력 아이템이었던 학습만화가 만화전문출판사들에 의해 발행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기존의 만화산업이 아동만화잡지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를 소년, 청소년, 청년,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면 이 시기 한국만화산업은 유입된 소비자를 지킬 상품도 유통망도 만들지 못했다. 특히 1999년 초고속통신망이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스타크래프트와 인터넷카페, 메신저로 상징되는 커뮤니티성 콘텐츠와 미디어가 만화의 소비자들을 송두리째 뽑아갔다. 세기말,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을 인터넷PC와 핸드폰에 내준 한국만화산업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전통적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계가 생겼고 기존 시장을 위협할만한 새로운 시도와 파괴적 혁신이 공공연하게 자행됐다. 판이 바뀐 것이다.

 

2000년 만화전문출판사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만화서비스를 시작했고 IT분야로 몰린 자본을 중심으로 신생 벤처기업들이 인터넷만화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중 학산문화사는 자회사격인 D3C를 통해 당시 대표 포털사이트였던 라이코스에 자사 발행 만화 수 백편을 무료로 공개했다. 서점에서 판매되던 책을 인터넷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출판만화생태계 전체가 흔들렸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라이코스로부터 그만한 비용을 받아 진행한 이벤트성 계약이었고 소비자들 역시 혜택을 받았지만 만화산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마치 아군 진영 내에서 함께 싸우던 병사가 자폭을 한 것 같은 형국이었다. 라이코스의 선방에 당대 최고 포털사이트였던 다음이 가세했고 네이버를 비롯해 파란, 엠파스, 네이트 등이 유사 서비스를 개시했다. 소비자들은 무료로 보는 대신 인터넷 광고에 노출됐고 포털사이트는 트래픽에 따른 수익을 얻었다. 광고 수익 기반의 무료 만화 서비스 모델이 일반화 된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출판 만화산업 영역의 반발도 거셌다. 특히 기성 만화가들은 출판사의 배신과 포털사이트의 과도한 공짜 마케팅에 반발했다.

 

90년대 초 소년챔프창간 시 기성 만화가들의 반발로 작가 섭외에 난항을 겪던 출판사가 공모전을 통해 신예 작가들을 전면 배치했던 것과 같이 2000년 대 초반 포털사이트도 신예 만화가들을 찾았다. 전통적인 만화시장에서 활동하지 않고 인터넷을 무대로 활동하던 젊은 작가들이다. 마침 트랜드에 밝은 신문사들이 인터넷신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독자적으로 영입한 작가군들이 있었고 포털사이트는 이들과 함께 인터넷에서 회자되던 몇몇 작가들을 영입해 독자적인 섹션을 만들어 갔다.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이 만든 만화 속 세상이 시작이었다. 컴퓨터 그래픽과 인터넷에 익숙한 새로운 작가군, 인터넷 브라우저와 스크롤마우스를 이용해 보기 편하도록 구성된 형식, 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유통망, 인터넷 사용에 거부감이 없고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색다른 유형의 소비자까지. 전통적인 만화산업과는 전혀 다른 쪽에서 새로운 만화산업의 기반이 구축됐고 이를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보는 만화라는 의미에서 웹툰이라 명했다. 패러다임 쉬프트가 발생한 것이다. 판이 바뀌고 그 판이 커지면서 웹툰산업은 전통적인 만화산업의 진입을 유도했고 현재는 만화산업 전반을 리드하는 장르로 성장했다.

 

매출 1조원 시대 연 웹툰산업 현황과 만화산업의 파급효과

 

웹툰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인사말 하는 원혜영 의원(출처 : 탑데일리)

만화산업에 대한 정부 통계는 2000년 초부터 조사됐다. 이후 만화산업의 매출 규모는 통상 7천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4년 국내 만화산업 매출이 8,548억원으로 성장했고 20171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 웹툰의 유료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 소비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2018년 만화산업 매출은 지난해 대비 5.7% 성장한 1.1조 원이다. 민간조사기관인 웹툰가이드는 2018년 웹툰산업 규모를 4,692억원으로 추정했다. 네이버웹툰주식회사,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컴퍼니 등의 플랫폼 매출이 2,615억원, 61개 웹툰에이전시와 스튜디오 매출이 2,077억원이었다. 두 지표의 기준이 달라서 이를 만화산업 전체 매출 중 웹툰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볼 수는 없다. , 기존 만화산업 매출에 웹툰산업 매출을 단순 합산하는 것도 어렵다. 각 통계에 중복된 매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천억원 규모였던 만화산업이 웹툰시장 활성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전통적인 출판만화시장이 일부 조정되긴 했지만 웹툰시장으로 인해 만화산업 전체 매출이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주요 웹툰 플랫폼 매출 현황, 웹툰가이드

플랫폼

매출액

네이버웹툰

72,200,963,689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

55,219,738,866

탑툰

40,422,877,510

레진

37,443,012,046

봄툰

18,620,207,000

투믹스

17,505,563,256

케이툰

12,313,659,079

저스툰

6,693,631,745

 

2018년 주요 웹툰 플랫폼 PV 현황, 웹툰가이드

플랫폼

연간PV

연간PV점유율

네이버

17,287,539,990

67.68%

카카오페이지

2,428,097,997

9.51%

레진코믹스

1,730,478,977

6.77%

다음 웹툰

1,246,105,519

4.88%

탑툰

630,402,119

2.47%

투믹스

608,982,571

2.38%

케이툰

485,956,193

1.90%

베틀코믹스

200,422,203

0.78%

봄툰

189,404,537

0.74%

코미카

119,741,710

0.47%

저스툰

108,586,560

0.43%

 

2019년 현재 전체 서비스 중인 웹툰플랫폼은 56개로 한 때 급속하게 증가했다가 감소하고 있다. 기업 간 생존 경쟁이 강화됐다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시장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한국 웹툰의 총 조회수는 255억회이고 총 방문자 수는 22억명이었다. 플랫폼은 줄고 있지만 웹툰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201910월 말 기준 누적 집계한 국내 웹툰 수는 10,082편이다. 이중 2018년 등록된 작품 수는 1,467편이었다.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만화산업의 이 같은 신작 생산규모는 만화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만화 시장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일본만화시장의 신작 생산은 만화잡지가 전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 해 170종 가량의 만화잡지가 발행되고 있는데 종당 10편의 만화가 게재된다고 가정하면 신작 생산량은 1,700여 편 수준이다. 매출 규모로는 4배 이상, 연관 산업 효과 등을 포함한 체감 지표로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웃한 일본이 전 세계 만화소비 시장의 신작 수요를 휩쓸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만화산업은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웹툰이라는 신흥 만화 상품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웹툰전시회(출처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에서 올 해 거래액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카카오페이지도 올 해 글로벌 시장 거래액이 전년도보다 48% 증가한 4,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는 2020신성장산업 투자포럼에서 네이버웹툰(5.7조원, 라인망가 1.8조원)과 카카오페이지(2조원, 픽코마 1.4조원)의 적정 가치를 총 10.9조원으로 전망했다. 그간 만화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숫자들이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양대 플랫폼이 만화어플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고 네이버웹툰 어플은 전 세계 100개 국가에서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사람들만 한국만화계가 도출한 웹툰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만화팬이 열광적으로 웹툰이라는 색다른 세계만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작가들의 수익선도 크게 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자사에서 연재하는 작가들의 연 평균 수익이 31천만원이라고 했다. 20위 작가들의 평균 연 수익은 175천만원, 신인작가 평균 연 수익도 16천만원이라고 했다. 연재작가의 84%가 연 5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지급받고 있고 62%는 연 1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여전히 인기 작가에 수익이 집중되어 있다고는 하나 최저 연재고료의 기준이 높아졌고 상위 플랫폼의 원고료정책에 따라 중소 플랫폼의 고료도 결정되는 만큼 작가들의 수익 역시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연구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만화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98(평균 1.95),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83(평균 0.82), 취업유발계수는 15(평균 14)이었다. 출판, 영화, 게임 등 14개 콘텐츠 분야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생산유발계수란 최종 수요 1단위가 발생했을 때 각 산업부문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산업에 파급시킨 직간접적 생산효과를 계수로 나타낸 것이다. 만화산업의 생산 유발효과가 타 콘텐츠분야에 비해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유발계수에 만화산업 매출액을 곱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데 만화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21,428억원으로 도출됐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8,982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6,233명이었다. 여타 콘텐츠산업의 규모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콘텐츠산업의 후광효과를 나타내는 영향력 계수는 1.04로 콘텐츠 산업 전체 평균 1.0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웹툰 1편이 생산 될 때마다 한국의 문화산업 전체가 함께 작동하고 그 원심력이 한국의 부를 확대 재생산 시키고 있는 것이다.

 

만화 같은 일, 한국만화의 세계는 더 확대될 것

전 세계 만화팬이 찾고 있는 라인웹툰(출처 : 네이버웹툰주식회사)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세계 만화의 변방이었던 곳, 일본만화의 아류로 평가절하 되던 한국만화계에 세계가 주목하고 세계만화의 미래를 한국만화에서 찾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헛된 망상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흔히 무슨 만화 같은 소리냐고 꾸짖었다. 어찌 보면 그 덕에 한국만화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서도 늘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자본에 종속된 노동자의 편에 서 함께 싸우다가도 쉽게 잊혀졌다. 불가능 할 것 같은 소년의 꿈을 담금질하고 불공평한 세상에 맞선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고서도 통과의례의 도구처럼 쓰이고 버려졌다. 쉽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나름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청춘과 성인들의 곁에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워졌다. 하지만 만화는, 정말 만화처럼 다시 일어섰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키고 비사실적인 것들을 사실적인 것으로 과장하며 세상의 인식을 비틀고 변화시켰다.

만화에 담긴 이 같은 정서와 특징화된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전통미디어가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었고 뉴미디어가 탐내는 것이다. 그래서 웹툰을 이끌어 낸 한국만화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또 다른 무엇을 끄집어 낼 것이다. 세계만화계에서 한국만화는 가장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원혜영은 그런 만화를 발견하고 도시 행정의 중심에 만화를 세운 혁신적 정치인이었다. 그의 수고를 한국만화는 오롯이 기억할 것이다.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후기]

원혜영 의원의 퇴임식은 5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원혜영이 그린 만화도시 이야기'의 한 챕터를 담당한 필자로서, 만화행정의 선도사례를 보고 익힌 사숙으로서 기념식장에 함께했다.

30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마당에 자신의 성과보다는 '만화와 만화로 그려낸 도시 부천'을 이야기하는 노 정치인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늘 새로운 것을 그려냈다'는 이낙연 당선인의 축사에 의원님은 답사에서 '논리보다는 궁리에 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게는 '만화의 가치와 기능을 가장 잘 활용'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부천시장 재임시절부터 마지막 자리까지, 지금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탠 원로만화가들을 챙기는 모습은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

좋은 날, 좋은 기억이 될 것 같아 의원님을 사이에 두고 함께 책을 쓴 한창완 교수님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주헌 보좌관님이 보내준 사진^^

당일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님이 잘 정리해주셨다. 아래 링크 참고~~

http://www.bucheon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567

 

http://www.bucheon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567

 

www.bucheo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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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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