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웹툰산업, IP 비즈니스로 전환
2018년 9월 카카오페이지는 대원씨아이에 150억 원, 학산문화사에 146억 원, 서울미디어코믹스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각사의 지분을 인수(순서대로 19.8%, 19.8%, 22.22%)하는 방식이다. 3사는 흔히 대원, 학산, 서울로 불리는 국내 대표 만화기업이다. 카카오페이지는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확보를 통해 원천 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함’이라며 ‘IP의 해외 수출 및 2차 판권화 등’에서 긴밀한 사업적 제휴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카오페이지의 투자에 대한 평가는 양분됐다. 부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은 3사가 국내 만화를 대표하는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잡지만화를 중심으로 ‘코믹스 붐’이 일던 90년대 대표 기업이라는 점, 3사가 메가 히트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망가의 한국어 판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3사가 2000년 이후 웹툰을 중심으로 변화된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긍정적 평가를 하는 쪽에서는 국내 만화 시장은 여전히 출판만화가 시장의 절반 수준인 5천 억 원 규모를 이루고 있다는 점, 일본 망가의 수입출판이 주가 되고 있지만 창작아동만화/학습만화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높다는 점(저연령 독자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연령층 확장 기반 충분), 비용 투입이 큰 웹툰플랫폼은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수익성이 안정적인 웹툰제작과 유통분야에서는 훈련된 인력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만화3사가 역량 있는 편집진에 의해 기획된 우수 콘텐츠의 유입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해 있는 일본 망가 산업계와 출판만화 3사가 긴밀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 일본 망가의 국내 유통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고 국내 콘텐츠의 해외 유통이나 출판 시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 망가 <GON>을 대원미디어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해외 배급을 한 것처럼 카카오페이지가 일본 망가 IP를 기반으로 2차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이는 곧 세계적 콘텐츠 상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네이버가 웹툰과 웹소설을 직접 생산하고 유통까지 한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설립 시부터 전문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콘텐츠를 유치했다. 모든 역량을 유통에만 집중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공개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네이버웹툰주식회사(2017년5월 설립)의 영업수익은 340억 원이었다. 반면, 카카오페이지(구 포도트리)의 영업수익은 1,318억 원이었다. 참고로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영업수익은 449억 원이다. 네이버웹툰의 영업기간이 8개월에 불과한 이유가 크지만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툰과의 유료 매출 경쟁은 끝났다는 듯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나섰다. 카카오페이지의 만화3사 지분 인수는 카카오페이지가 웹툰, 웹소설 유통회사에서 만화와 웹툰 IP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웹툰산업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의 경쟁 지형이 변화되고 있거나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2. 웹툰산업의 시기별 경쟁 국면 변화
20세기 말, 한국 만화는 빠르게 디지털화 됐다. 매체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기존의 출판만화를 디지털 방식(CD롬, 인터넷만화)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면 신문과 잡지를 중심으로 디지털 화 된 만화창작도구(멀티미디어PC, 포토샵)를 활용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검색서비스나 메일서비스, 커뮤니티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한 포털사이트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프라인에 없는 인터넷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2003년 웹툰의 등장을 알린 다음의 만화속세상 서비스는 그 같은 맥락 아래 탄생했다. 다음 만화속세상은 전통적인 신문과 잡지를 통해 색다른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 인터넷 홈페이지나 카페에서 색다른 만화를 공개하고 있는 작가를 섭외했다. 2004년 오픈한 네이버 만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이점도 명확했다. 다음이 일상의 공감에 무게를 둔 작품 편성으로 20대 사용자층을 형성했다면 네이버는 일상의 폭소를 내세운 작품 편성으로 10대 사용자층을 유입시켰다. 1980년대 극화 붐 시대의 독자층, 1990년 대 코믹 붐 시대의 독자층과는 거리가 있었다. 새로운 도구, 새로운 매체, 새로운 작가, 새로운 독자가 새로운 만화 생태계를 만들었고 새로운 경쟁의 규칙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의 웹툰문화와 산업이 구축됐다.
첫 번째 경쟁은 새로운 작가의 유입이었다. 다음은 강풀을 이끌었고 네이버는 조석을 탄생시켰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한 강풀의 웹툰은 다음을 내용 중심의 매체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조석의 웹툰은 네이버를 형식 중심의 매체로 발전시켰다. 전 시대에 활동하던 강도하, 윤태호, HUN이 다음에, 김진태와 양영순, 김규삼이 네이버에 자리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창작’에서 내린 분류대로라면 다음에는 고전주의자와 영혼주의자들이, 네이버에는 형식주의자와 우상파괴자로 불릴 법한 작가들이 자리를 잡았다. 첫 번째 경쟁은 다음의 승리였다. 2006년 ‘아파트’를 시작으로 강풀의 웹툰 대부분이 영화화 됐고 단행본 판매 실적도 높게 나타났다. 무료 웹툰 시장에서 독자들의 지지로 성장한 강도하, 윤태호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두 번째 경쟁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광고매출이었다. 새로운 작가들이 쏟아낸 새로운 작품은 새로운 독자를 불러왔다. 독자들은 무료로 웹툰을 봤지만 사업자들은 독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매출을 확보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방문자가 작품과 광고를 봐줘야 했다. 방문자 수, 작품과 광고의 노출 수가 중시됐다. 한 회라도 빼고 보면 이야기 연결이 안 되는 내러티브 중심의 콘텐츠 보다 한 회만 봐도 이야기를 소비할 수 있는 에피소드 중심의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었다. 내러티브 콘텐츠는 충성도 높은 독자의 체공율과 재방율을 높였지만 에피소드 콘텐츠의 독자 확장력과 노출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거기에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지식검색포털을 표방한 네이버의 순방문자는 이메일, 카페, 뉴스를 중심으로 미디어포털을 표방했던 다음에 비해 높았다. 네이버의 승리였다.
세 번째 경쟁은 차별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유료매출이었다. 이는 2013년 레진코믹스의 등장과 함께한다. 웹툰의 가능성은 높게 평가됐지만 무료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창작자의 노동 시간과 비용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투자가 제한되고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 질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레진은 이를 명분으로 다음과 네이버 중심의 웹툰 시장에 참여했고 웹툰의 유료화, 유료 수익의 분배, 기획 개발 웹툰의 등장을 위한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다음과 네이버 모두의 패배였다. 다음은 내러티브 중심 콘텐츠로 모은 작가 선호도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빼앗겼고 네이버는 에피소드 중심 콘텐츠로 얻은 트래픽과 예비작가들의 기대감을 잃었다.
이제 네 번째 경쟁이다. 웹툰 유료화는 카카오와 한 몸이 된 다음에게도 기회가 됐다. 카카오페이지는 내러티브 콘텐츠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유료 시장의 승기를 잡았다. 네이버는 트래픽을 통해 확장된 독자층을 중심으로 콘텐츠의 양적 성장을 주도해 웹툰 장르의 백화점을 구축했고 카카오페이지(다음), 레진으로 발길을 돌렸던 작가와 독자를 재집결 시켰다. 그리고 유료 매출과 트래픽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레진과 레진 이후 시장 진입에 성공한 다수의 플랫폼들 역시 유료 고객을 위해 장르화 된 콘텐츠의 기획 개발과 해외 시장으로의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웹툰산업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경쟁이 다각화 되고 참여 그룹들의 개체수가 많아진 것이다. 이 같은 경쟁 국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웹툰IP(지식재산권) 활용 시장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웹툰에 담긴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을 이용하거나 연장해 영화, 드라마, 게임, 공연, 음원 등의 연관 콘텐츠를 만들고 각종 라이센스 상품을 유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저작권 거래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단순한 권리 판매 방식이 아니라 권리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자체 제작 및 배급까지 관여하고 있다. 영화제작사에 웹툰 원작의 영화판권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화제작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해서 웹툰 원작 영화를 직접 만들고, 연예기획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해서 소속 배우를 출연시키고, 소속 가수가 OST를 내게 해 이를 자사 또는 관계사 플랫폼을 통해 확산 시키는 방식이다. 이처럼 웹툰IP 활용 시장 경쟁은 이른바 웹툰산업의 규모를 확장하고 웹툰산업의 종합 엔터테인먼트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3. 웹툰산업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사례
기실 웹툰 시장이 웹툰콘텐츠 생산과 유통 중심 시장에서 IP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논의이고 다양한 시도와 사례들이 있어 왔다. 이는 회사들의 작명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대체로 웹툰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생산 관리하는 측면에 특화된 회사들, 통상 제작사로 볼 수 있는 회사들은 ○○미디어라는 회사명을 취했다. 재담미디어, 유주얼미디어, 디엔씨미디어 등이다. 반면 생산과 유통을 일원화 한 회사들, 통상 플렛폼으로 분류되는 회사들은 ○○툰이라는 회사명/서비스명을 택했다. 네이버나 다음처럼 모기업의 웹툰서비스 채널로 운영되다 분사한 경우는 서비스명을 그대로 사명으로 정하기도 했다(네이버웹툰주식회사, 다음웹툰컴퍼니). ○○툰은 웹툰 붐 이후 등장한 회사들이다. 탑툰, 봄툰, 케이툰, 버프툰, 폭스툰, 피너툰, 피키툰, 애니툰 등이다. 그런데 ○○툰 작명 붐이 일던 시기를 전후로 몇몇 회사들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사명을 들고 나왔다. 대표적인 회사가 레진엔터테인먼트이다. 웹툰콘텐츠의 생산과 유통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 영역을 사업 범위로 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코미카엔터테인먼트, 투니드엔터테인먼트, 배틀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키다리이엔티, 지티이엔티 등은 엔터테인먼트의 약자(Ent) 또는 엔터테인먼트 앤 테크놀로지(E&T)의 약자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웹툰컴퍼니(카카오페이지)의 사례
다음웹툰컴퍼니는 2016년 설립됐다.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만화속세상이라는 명칭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에 합병되면서 2016년 9월 카카오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회사인 포도트리(현 카카오페이지)의 사내 독립기업으로 설립됐다. 당시 다음웹툰은 네이버와의 트래픽 경쟁에서 밀렸고 레진과의 콘텐츠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었다. 반면, 그룹사 내에서 유료 웹툰 유통에 집중하고 있던 카카오페이지의 경쟁력은 지속 상승 중이었다. 분사 당시 다음웹툰컴퍼니는 ‘카카오페이지에서 검증된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고 다양한 광고 모델을 서비스 내에 접목해 다음웹툰의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는 카카오페이지에 집중되고 다음웹툰컴퍼니는 그간의 서비스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웹툰 콘텐츠를 중심으로 IP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것으로 봤다. 같은 해 다음웹툰컴퍼니는 2차 저작권 판매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개 사이트(http://biz.webtoon.daum.net/)를 오픈하고 ‘한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며 ‘웹툰 2차 저작물에 대한 투자, 공동제작, 판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8년 카카오는 음원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이자 연예인 메니지먼트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를 인수하고 유명 연예기획사의 지분을 다수 확보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구조를 갖췄다. 2018년 11월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는 ‘내년부터 카카오가 가진 웹툰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4~5편의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비디오 플랫폼과의 경쟁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웹툰주식회사의 사례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2017년 설립됐다. 2004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만화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시작, 2014년 독립사업부문으로 운영되다 2015년 사내독립기업을 거쳐 2017년 분사됐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주식회사에 현재까지 총 1,105억 6,000만원을 출자(2018.01.25. 현) 했다. 자본력을 확보한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분사 후 스노우(네이버의 또 다른 자회사)와 함께 동영상 콘텐츠 제작법인 플레이리스트에 공동 출자하고 같은 해 웹툰 및 웹애니메이션 제작사 리코(Life is Comics)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8년 8월에는 웹툰 IP를 중심으로 한 영화제작사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플레이리스트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데 이어 ‘에이틴’ ‘여고생’ 등의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네이버웹툰은 이 중 ‘여고생’을 포토툰 형식으로 서비스하기도 했다. 리코는 PLAY툰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지털콘텐츠제작사이다. 네이버웹툰의 모바일앱에서 서비스되는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귀전구담’ ‘열대어’ 등의 자체 제작 웹툰을 네이버웹툰, 라인웹툰(네이버웹툰의 영어/중국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서비스), XOY(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에 제공하고 있고 오리지널 웹애니메이션 ‘연애하루전’을 제작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주식회사가 IP를 보유하는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튜디오N은 브릿지 컴퍼니로 규정했다. 네이버웹툰의 기존 IP를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와 연결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되 경우에 따라서 기획제작, 투자배급 등의 역할도 한다. 2018년 8월,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영화사 울림과 함께 웹툰 원작 영화 ‘여중생A’를 공동 제작해 공개했다. 네이버웹툰의 행보는 경쟁 구도를 취하고 있는 카카오와의 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의 제작과 유통은 물론이고 자체 제작 웹툰을 도전만화를 통해 선 공개 한 후, 기존 원칙에 따라 베스트도전을 거쳐 정식 연재로 승급되지 못하면 카카오페이지 등을 통해서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사례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사이트 오픈 시부터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추진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단계(OSMU, 원소스멀티유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웹툰의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미디어에 적합한 이야기와 소비층을 염두에 두고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지닌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연계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레진은 출범시부터 ‘웹툰에서 출발,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구분 |
OSMU |
트랜스미디어 |
공통점 |
다양한 미디어로 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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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점 |
동일한 이야기 반복 사용 |
각각의 미디어에 다른 이야기 |
이미 완결된 구조 |
미디어 조합을 통한 완결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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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주인공 |
미디어마다 다른 주인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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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스토리 중요도 낮음 |
배경 스토리 중요도 높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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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스 충성도에 따른 거의 동일한 사용자 |
새로운 사용자 및 관람객 창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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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와 적극적 상호작용 적음 |
사용자와 적극적 상호작용 |
레진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CJ E&M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김창민 총괄PD의 영입과 업무 제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통해 구체화 됐다. 레진은 하정우 주연의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의 홍보 웹툰 제작을 시작으로 스마트 핑거 무비(10분 분량의 웹드라마)로 명명된 웹툰 원작 영화 ‘나인틴’, ‘먹는 존재’ 등을 제작했고 TV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를 기반으로 한 웹툰 제작 등을 진행했다. 레진은 2018년 11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첫 자체 제작 영화 ‘밤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코미카엔터테인먼트의 사례
레진엔터테인먼트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이 현실화 되면서 업무를 전담했던 김창민 총괄PD가 2016년 코미카엔터테인먼트를 창업했다. 웹툰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에 집중한 코미카는 아이돌 그룹 IOI의 최유정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소년만화 ‘짱’의 인기작가 임재원을 중심으로 한 신작 웹툰 연재와 함께 게임회사 네오바자르, 영화사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등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웹툰 원작 영화화, 게임 원작 웹툰화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웹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육성 사업, 자사 작품의 OST 음원 공개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투니드엔터테인먼트의 사례
투니드엔터테인먼트는 누룩미디어의 박철권 대표가 2014년 누룩코믹스로 분사했다가 법인 명칭을 변경해 설립한 회사이다. 누룩미디어가 인기 웹툰작가의 에이전시 업무에 집중한 회사라면 누룩코믹스는 KT올레마켓웹툰(현 케이툰)에 웹툰 콘텐츠 주 공급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웹툰콘텐츠 제작사 성격을 지니고 출범했다. 투니드는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당신의 하우스 헬퍼’ 등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판권 계약을 체결, 성공적인 웹툰 원작 드라마를 진행한바 있다. 최근에는 웹소설 분야에도 진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배틀엔터테인먼트의 사례
배틀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창업한 더웨일게임즈가 2017년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넥슨코리아,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일했던 배승익 대표는 e스포츠 베팅서비스로 시작했다가 베타 서비스 도중 게임웹툰서비스 배틀코믹스를 오픈하며 피봇팅(Pivoting, 사업 아이템 변경)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배틀코믹스는 일종의 게임 팬아트 서비스로 일반 사용자들이 롤이나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유명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을 등록하고 공유하도록 한 커뮤니티 콘텐츠 플랫폼이다. 게임 관련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인지도가 늘고 트래픽이 확장되자 2017년 사명을 바꾸고 웹툰 전문 플랫폼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 했다. 기존의 게임 소재 웹툰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고 오리지널 웹툰은 유료로 유통하고 있다. 최근 배틀엔터테인먼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사용자 기반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플랫폼이었다는 측면에서 사용자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의 이익을 증진 시켜주는 기술적 에이전시 모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키다리이엔티(키다리스튜디오) 사례
키다리이엔티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스토리웨어(Storywere) 산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비전으로 2016년 설립됐다. ‘독전’ ‘물괴’ 등의 영화 제작 및 배급사로 유명하지만 웹툰, 웹소설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다우키움그룹의 관계사이다. 키다리이엔티의 김영훈 대표는 다우기술의 창업 멤버로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 다우인큐브를 통해 전자책 전문 플랫폼 바로북을 인수한데 이어 2016년 키다리이엔티를 통해 프랑스 웹툰 서비스 플랫폼인 델리툰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7년에는 여성향 웹툰 플랫폼 봄툰을 인수하고 다우인큐브의 사명을 키다리스튜디오(코스피 등록 기업)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키다리이엔티에서 추진하던 웹툰, 웹소설 사업은 키다리스튜디오로 통합 운영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2차 콘텐츠 제작보다는 스토리 기반의 원천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통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지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와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4. 웹툰산업 엔터테인먼트화의 긍정적 효과와 문제점
스토리작가가 자신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웹툰 작화 팀을 구성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와이랩의 경우), 콘텐츠 기획 개발 양을 확대해 웹툰프로덕션(전문 제작사)이 되는 일은 출판만화 시절에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웹툰기획자가 웹툰작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작가와 작화가를 섭외 해 웹툰프로덕션(투유드림의 경우)을 차리는 것 역시 흔한 사례였다. 웹툰프로덕션이 독자적인 웹툰미디어(재담미디어의 경우)를 운영하고 웹툰플랫폼을 꿈꾸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런데 웹툰스튜디오가 게임을 개발하고 웹툰매니지먼트사가 영화를 제작하고, 웹툰프로덕션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웹툰 아티스트,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프로덕션, 미디어 등으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고 유통에 집중해야할 웹툰 플랫폼사들이 경쟁하듯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각종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고 권리 활용 사업에 뛰어 드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금 웹툰산업계에서 일반화 되고 있다.
웹툰산업계 측면에서는 우선 반가운 일이다. 인기 웹툰을 만들면 반드시 2차 콘텐츠가 제작되고 원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부를 창출 할 수 있다. 2차 콘텐츠 시장이 기존 웹툰 시장의 규모보다 크고 소비층도 넓은 만큼 웹툰 시장의 파이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몇 차례 성공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웹툰 기업을 찾을 것이고 웹툰 기업은 전문 분야의 파트너사와 진행하던 일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총합은 웹툰 기업과 인력의 내부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다. 마블스튜디오가 마블엔터테인먼트가 된 것처럼 인기 웹툰을 지닌 회사가 더 큰 기업 비전을 지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가령, 네이버웹툰이 자체 기획 개발한 웹툰콘텐츠를 만들고 카카오페이지가 권리를 지닌 웹툰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한다는 것은 웹툰시장의 경쟁과 긴장을 강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겠지만 자사가 권리를 지닌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 내에서 좀 더 노출한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외부 공급자들은 많지 않다. 노출도가 달라지면 인지도도 달라지고 직접적 매출과 IP활용 가치도 달라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산업계 전체가 과점 구조를 취한 몇몇 플랫폼에 종속 될 수도 있다.
기실, 콘텐츠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용어상의 의미와 정서적 이해 차이만 존재할 뿐 크게 다르다 할 수 없다. 대량소비를 목적으로 생산을 관리하고 촉진활동을 전개한다는 측면에서 두 산업은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엔터테인먼트화라는 용어에는 부정적 의미도 다소 담겨있다. 특정 분야의 연성화가 심화 될 수 있고 오락성과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기존 가치들이 분산되거나 단일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웹툰산업의 경우는 영화나 방송, 음반 산업에 비해 작은 규모를 지니고 있다. 저비용으로 원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 고비용 구조가 형성될 것이고 그 경우 투자 대비 수익을 맞추기 위해 최종 소비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즉, 웹툰산업으로 출발했지만 엔터테인먼트화가 강화되면 웹툰만으로 투자 대비 수익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영화나 방송 콘텐츠 제작이 주가 되고 웹툰 제작은 한 분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웹툰이 영화나 방송 콘텐츠의 인지도를 확대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콘텐츠로 제한 될 수도 있다.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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