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웹툰콘텐츠제작사 투자 활성, 2017만화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03.26

1. 주요 웹툰 기업의 변화

웹툰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03년 ‘다음(DAUM)’이 웹툰 콘텐츠 플랫폼 모델을 제시했다면 후발로 참여한 ‘네이버(NAVER)’는 이를 대중화하고 산업화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네이버의 웹툰사업부문은 검색과 서비스플랫폼 중심의 네이버에 콘텐츠플랫폼 회사로서의 비전을 심어줬다. 2013년은 웹툰산업의 거대한 분기점이 됐다. 웹툰의 이용 기반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네이버와 한 배를 탔던 ‘NHN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의 웹툰 서비스를 ‘망가 천국’ 일본에서 서비스했다. 그리고 레진코믹스가 서비스를 개시하며 무료로 인식되던 웹툰 서비스 시장을 유료 시장으로 변화시켰다. 웹툰 콘텐츠를 이용하는 디바이스가 바뀌고 유통 범위가 글로벌화 됐다. 이용 방식이 무료에서 코인제로 바뀌면서 ‘웹툰콘텐츠플랫폼비즈니스’의 모델이 다각화 되고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확대됐다. 웹툰 산업 생태계의 큰 그림이 변화된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한 웹툰유통플랫폼이 있지만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유통플랫폼의 영향력이 아니라 웹툰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2016년 다음웹툰을 품고 있던 ‘카카오’는 자회사인 ‘포토트리’를 통해 ‘다음웹툰컴퍼니’라는 신설 법인을 탄생시켰다. 2017년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웹소설CIC를 ‘네이버웹툰주식회사’로 독립시켰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NHN재팬 소속이었던 ‘NHN코미코’를 독립 법인으로 만들었다. 웹툰의 유통플랫폼 역할을 했던 포털사(社)와 제작플랫폼 역할을 했던 기획개발부서(部署)가 분리 된 것이다. 예컨대 네이버라는 플랫폼에 네이버웹툰주식회사가 콘텐츠를 공급하고 웹툰서비스 운영을 대행하는 형식이다. 플랫폼 안에 있을 때 가려졌던 모든 지표들을 독자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통해 증명해 보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용자 누출 방지, 플랫폼 경쟁력 강화, 매출 확대 등의 측면에서라도 외부 기획 개발 콘텐츠의 확대 유입이 필요해졌다. 이들은 모회사의 영향력 아래에서 성장, 신규 자본을 확보한 후 분사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투자처와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부 요인에 차이는 있지만 레진코믹스, 투믹스, 탑툰 등 전문웹툰플랫폼에서도 동일한 이슈로 떠올랐다. 플랫폼 중심 경쟁이 아닌 콘텐츠 주도형 경쟁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개인 작가가 주도했던 웹툰콘텐츠 공급자 시장에서 웹툰콘텐츠제작사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2. 유통플랫폼과 제작플랫폼 분리한 포털웹툰플랫폼



1) 카카오의 경우

다음은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해 ‘다음카카오’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1년 뒤인 2015년에는 회사명이 다시 카카오로 바뀌었다. 다음과 카카오가 독자적인 웹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고 서비스 모델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다음웹툰 서비스가 카카오페이지 내 웹툰서비스로 흡수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페이지는 2010년 설립된 ‘포도트리’가 운영하고 있었다. 2015년 카카오는 포도트리 지분을 인수, 카카오의 콘텐츠 비즈니스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와 함께 다음웹툰 사업부문은 포도트리의 사내 독립 기업 형태로 분사했다. 2016년 9월 설립된 신설 법인명은 ‘다음웹툰컴퍼니’이다. 포도트리는 같은 해 12월 글로벌 투자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1250억 원을 유치 한다. 이 투자회사는 싱가포르의 국부 펀드가 참여하고 있을 만큼 국제 공신력이 높은 회사이다. 포도트리 관계자는 투자 유치 시 자사의 기업가치가 5000억 원 규모로 평가 됐다면서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콘텐츠가 거래되는 카카오페이지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향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IP(지적재산권) 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도트리는 다양한 파트너사를 통해 카카오페이지의 웹툰과 웹소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파트너사를 통해 수급 된 콘텐츠만 유통하고 판매 수익을 나누고 있다. 반면, 다음웹툰컴퍼니는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기획·개발해 유통은 물론이고 2차 저작권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포토트리가 판매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파트너사의 콘텐츠를 확대 수급해서 유통하고 다음웹툰컴퍼니는 독자적인 사업권을 확보해 IP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부터 신규 콘텐츠 확보를 위해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공모 사업을 추진해왔다. 플랫폼이 주가 되는 일반적 형태의 작품 공모전이 아니라 카카오페이지의 지원 아래 콘텐츠 제작사가 주도하는 형식이다. 웹툰 제작사들의 성장을 지원해 유통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진출 전략에서도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다음웹툰은 해외 현지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해왔다. 2014년에는 미국의 타파스미디어, 2015년에는 중국의 큐큐닷컴, 요유치 등에 콘텐츠를 공급했다. 반면, 2016년부터는 ‘카카오재팬’이 운영하고 있는 ‘픽코마’를 통해 웹툰을 유통시키고 있다. 일본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픽코마 서비스를 다국어 버전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콘텐츠 중심 해외 전략이 유통플랫폼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 역시 웹툰콘텐츠제작사들의 기회를 확대해 줄 것으로 보인다. 


2)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는 2016년 11월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손잡고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에 5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에스비 넥스트 미디어 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400억 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45억 원을 출자했다. 콘텐츠 분야에 다양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펀드 조성 발표회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준표 이사와 함께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CIC’ 대표가 투자자문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스노우는 사진과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네이버 계열사인 캠프모바일에서 출발해 독립법인화 됐다. 네이버 웹툰&웹소설 CIC는 회사 내 회사 성격의 독자적 사업부 체제로 있다가 2017년 5월 1일 ‘네이버웹툰주식회사’라는 신설 법인으로 독립됐다. 이 펀드가 네이버에서 독립 된 두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반 확보에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펀드 조성 발표회에서도 ‘국내 웹툰과 웹소설, 동영상 등 콘텐츠 분야에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2017년 5월 16일 이 펀드에 500억 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로 인해 펀드 규모는 973억 원으로 증액됐다. 증액 이유로 ‘기존 미디어 콘텐츠에서 인공지능(AI) 분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 했다. 이 펀드는 얼마 전 ‘미국의 AI 기반 음성 변조 기술 업체인 오벤과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펀드의 증액 사유가 스마트폰 카메라 기반 채팅 어플리케이션인 스노우,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주식회사의 차세대 융복합형 서비스와 관련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2017년 9월 웹툰플레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웹툰을 원안으로 무빙과 사운드 효과를 가미한 짧은 애니메이션 형식을 취한 콘텐츠이다. 개인 창작자 중심의 웹툰 제작 환경이 복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네이버 웹툰 효과 에디터’ 같은 새로운 ‘기술 플랫폼’의 등장이 예고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이든 개인보다는 집단을 이루고 있는 웹툰콘텐츠제작사의 역할이 강조되는 변화이다. 


3) 코미코의 경우

일본의 NHN코미코는 2017년 6월 27일 NHN엔터테인먼트의 판교 사옥에서 한국의 웹툰 제작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코미코는 2013년 한국의 웹툰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이다. 한국의 세로스크롤 연출 형식을 적용한 전면 컬러 작품 280여 타이틀을 연재하며 출판만화 중심의 일본 만화계에 웹툰 콘텐츠와 사용자 문화를 전파했다. 일본 서비스를 시작으로 한국판, 대만판, 태국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6월 1일 NHN엔터테인먼트가 100% 출자해서 만든 NHN재팬에서 분사해 독립 법인이 됐다. 신설 법인명은 ‘NHN코미코’로 한국계 일본기업인 셈이다. 



설명회에는 와이랩, 누룩미디어 등 코미코에 웹툰 콘텐츠를 공급해 온 국내 웹툰 기획·개발사 30여 업체가 참가했다. 장현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코미코 어플의 누적 다운로드가 2500만 건이라고 밝히며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 확대 진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내 웹툰 기획·개발사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했다.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과 직간접적 투자 의지도 밝혔다. 그간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출판기업들은 만화의 디지털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디지털 유통이 출판 유통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NHN코미코가 일본 디지털만화 시장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출판기업들이 만화잡지 출판 중단을 선언하고 IT기업과 연계해 디지털만화잡지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시장 지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유형의 웹툰콘텐츠제작사를 통해 다수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3. 유통플랫폼화 되고 있는 전문웹툰플랫폼

1) 외부 콘텐츠 유통 확대한 전문웹툰플랫폼

카카오, 네이버, NHN은 자회사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웹툰콘텐츠 기획 개발 부문과 외부 웹툰콘텐츠 유통 부문을 구축했다. 레진코믹스, 투믹스, 탑툰으로 대표되는 전문웹툰플랫폼 역시 이 같은 구조를 강화했다. 독자적인 웹툰콘텐츠 외에 외부 기획 개발사를 통해 수급한 콘텐츠를 자사 사이트 고객에게 유통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형태의 콘텐츠 정책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포털의 웹툰 플랫폼이 출판만화 열람 서비스를 전신으로 했고 출판만화의 디지털 유통을 위한 전송권리는 전통적인 만화출판사가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대원씨아이가 보유한 출판만화콘텐츠의 디지털유통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공급됐다. 마치 출판사가 다수의 서점에 도서를 공급하는 형식과 같다. 반면, 웹툰의 경우는 각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웹툰콘텐츠는 플랫폼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만화콘텐츠는 여러 플랫폼에 동일한 콘텐츠가 공급됐다. 디지털만화 시장에서 웹툰은 플랫폼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구조가 와해되고 있다. 특정 플랫폼이 기획 개발한 웹툰콘텐츠가 복수의 다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또, 다수의 웹툰콘텐츠제작사가 자사 콘텐츠의 복수 플랫폼 공급을 기본 사업 모델로 택하고 있다. 특정 웹툰콘텐츠의 경우 어떤 플랫폼에서든 볼 수 있게 됐다. 웹툰콘텐츠의 유통 활성화 측면, 콘텐츠 중심의 시장 구조 재편 측면, 고객의 이용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과거 만화콘텐츠의 사례에 비춰보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콘텐츠가 매출을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매출의 규모는 플랫폼의 규모에 따라 달랐다. 콘텐츠의 복수 플랫폼 유통은 결과적으로 규모가 큰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2) 웹툰콘텐츠를 통한 차별 요소 둔화 

레진코믹스는 2013년 포털웹툰플랫폼 서비스의 문제점을 개선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서비스를 개시했다. 콘텐츠의 연재주기를 늘리고 소재와 표현의 자유도를 높임으로서 성인 고객 중심의 유료 웹툰 서비스 모델을 구축했다. 전체 연령대 서비스를 유지했던 포털이 성인용 콘텐츠를 유통하고 유료 웹툰의 범위를 확대한 것, 베스트도전이나 웹툰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예비작가들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고 일종의 활동 장려금 등을 지급한 것 역시 레진코믹스의 등장에 따른 대응이었다. 레진코믹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다수의 기업이 웹툰산업에 뛰어들었다. 투믹스(구 짬툰), 탑툰 등은 레진코믹스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취하면서 포털웹툰플랫폼과는 다른 전문웹툰플랫폼 사업군을 만들었다. 포털웹툰서비스는 대체로 세 가지 메뉴로 구성됐다. 첫째, 기존의 출판만화 유료서비스 채널. 둘째, 직접 작품 계약을 체결한 신규 웹툰 무료 연재 채널. 셋째, 사용자가 창작한 웹툰을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채널이다. 포털은 출판만화 채널을 통해 만화 및 웹툰 기획개발사 또는 제작사와 거래를 했고 웹툰 무료 연재 채널을 통해 기성 웹툰작가와 거래했다. 그리고 사용자 웹툰 등록 채널을 통해 신예 작가와 창조적 소비자를 관리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수의 사용자와 콘텐츠를 유입하고 이를 유·무료로 배포해 광고매출과 콘텐츠 이용 매출을 확보했다. 반면, 전문웹툰플랫폼은 플랫폼의 성격이나 등록 콘텐츠의 타겟 소비층에 집중했다. 유료 결재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용자만 유입했고 웹툰콘텐츠 열람 서비스 외에 다른 영역은 최소화했다. 포털웹툰플랫폼이 직영 샵과 함께 입점 샵을 운영하는 대형 몰이라면 전문웹툰플랫폼은 작지만 테마가 명확한 직영 샵 형식을 취했다. 레진코믹스, 투믹스, 탑툰이 성인 웹툰 중심이었다면 봄툰은 여자성인, 배틀코믹스와 코믹GT는 소년, 폭스툰은 소녀, 아이나무툰은 아동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콘텐츠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과 플랫폼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웹툰정보사이트 웹툰가이드에 의하면 인기랭킹 13위(10.12 기준)에 오른 이유정, 도가도 작가의 <구미호>는 투믹스, 케이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다. 14위에 오른 오늘만 사는 형제 작가의 <남첩>은 봄툰, 피너툰, 레진코믹스 등에서 연재되고 있다. 민, 백승훈 작가의 <통 시즌2>는 탑툰, 투믹스, 조아라, 원스토어 등에 연재된다. 순서대로 웹툰콘텐츠제작사라고 할 수 있는 케이코믹스, 유주얼미디어, 투유드림이 제작해 각 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는 콘텐츠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만화출판사가 전송권을 가지고 복수의 플랫폼에 공급하는 만화콘텐츠, 일본만화 수입사들이 복수 플랫폼에 공급하는 성인콘텐츠 등을 포함하면 상당수의 콘텐츠가 복수의 플랫폼에 중복 공급되고 있다. 


3) 수익다각화에 치중하고 있는 전문웹툰플랫폼



2016년 이후 전문웹툰플랫폼은 외부 제작 웹툰콘텐츠의 유통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고료를 지급해야 하는 자체 제작량은 줄이고 판매이익만 배분하면 되는 외부 제작 웹툰콘텐츠를 늘렸다면 전문웹툰플랫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금 다르다. 주요 전문웹툰플랫폼의 경우 자체 제작 웹툰콘텐츠의 규모는 유지하면서 외부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 이용 고객에게 외부 웹툰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사 고객의 외부 플랫폼 유출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체 제작 웹툰콘텐츠를 외부 플랫폼에 유통하고 있는 플랫폼 입장에서 보면 타사 고객이 자사 플랫폼으로 유입 될 수 있는 기회도 차단하고 있다. 플랫폼의 성장보다는 콘텐츠를 통한 가치 창출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전문웹툰플랫폼 비즈니스의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상위권 플랫폼과 하위권 플랫폼 간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음을 알게 한다. 2013년 이후 본격화된 전문웹툰플랫폼은 현재 3~4년가량 운영됐다. 오프라인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로 제한해 보면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다. 한 때 40개를 넘었던 웹툰플랫폼 중 현재 유의미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20개 내외. 20여 개에 이르는 전문웹툰플랫폼이 서비스 오픈 후 본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플랫폼의 인지도, 회원수, 결재규모 등을 통한 순위 경쟁이 일단락됐다. 즉, 중하위권 플랫폼의 경우 자체 제작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 둠으로서 얻는 이익보다 인기 플랫폼에 유통해서 얻는 이익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상위권 플랫폼은 웹툰콘텐츠의 유통플랫폼 역할을, 하위권 플랫폼은 웹툰콘텐츠의 제작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상위권 전문웹툰플랫폼이 플랫폼 간 경쟁보다는 수익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진코믹스는 2017년 3월 사업발표회를 통해 ‘글로벌사업 확대, 웹툰IP 확대, 영화 제작 본격화, 웹툰 저작권 보호 강화, 공모전을 통한 작가 발굴 투자 지속’ 등 5대 사업 정책을 발표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영상 콘텐츠 분야에 집중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 해 레진코믹스가 웹소설 연재 코너를 중단한 것도 이 같은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탑툰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탑툰은 2016년 제53회 무역의 날에 웹툰산업계에서는 최초로 1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일본, 대만, 프랑스 시장에서의 진출 성과를 공인 받은 셈이다. 2017년에는 영화제작사 키다리이엔티와 100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사의 대표 콘텐츠인 <편의점 샛별이> <청소부K> 등을 영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변화가 코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웹툰산업계에서 상장된 회사는 (주)미스터블루가 유일하다. 2호 웹툰 상장사 타이틀을 두고 양사가 수익다각화를 통한 경쟁에 나선 셈이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500억 원을 투자해 주요 주주가 된 IMM PE가 3년 내 상장’ 계획을 밝혔고, 탑툰도 상장을 위해 투자유치(프리IPO)에 나섰다. 



4. 웹툰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웹툰콘텐츠제작사



1) 웹툰콘텐츠제작사의 유형

웹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포털이 담당부서를 분사했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모회사인 포털이 운영하는 웹툰플랫폼에 자회사가 웹툰콘텐츠를 공급하고 서비스를 대행 관리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웹툰플랫폼 운영사라면 네이버웹툰주식회사는 웹툰콘텐츠제작사가 됐다. 전문웹툰플랫폼의 경우는 플랫폼 간에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각자 독자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통 경쟁력이 확인 된 상위권 플랫폼이 유통플랫폼 역할을 하고 하위권 플랫폼은 웹툰콘텐츠를 제작해서 외부 플랫폼에 공급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웹툰산업 생태계가 보다 탄탄해 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일군의 기업들을 웹툰콘텐츠제작사라 할 수 있다. 웹툰산업의 제작시장에는 다양한 역할과 규모의 개인 또는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세분해 보자면 아티스트, 스튜디오,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아티스트는 웹툰작가로 일반적 의미의 창작자이다. 웹툰이 별도의 제작공정 없이 완성된 창작물 상태로 유통된다는 측면에서 웹툰산업계에서는 창작자와 제작자를 동일 시 하기도 한다. 스튜디오는 통상 복수의 인원이 팀을 이뤄 창작 환경이 모두 갖춰진 공간에서 공동 창작을 하는 형태 또는 조직을 의미한다. 복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창작의 영역과 제작의 영역을 분리해 생산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통적 만화산업에서는 작가 이름을 앞에 붙여 아무개 작가화실로 불렸고 규모에 따라 사무를 관리하는 실장이나 경리를 둔 곳도 있었다. 에이전시는 창작자 또는 창드작물의 사업적 대리인을 뜻한다. 작가의 활동과 관련된 계약, 작품의 창작 및 유통, 작품의 권리 활용과 관련된 계약을 대리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창작된 작품의 유통을 위한 재제작이나 변형 이슈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편집 조직(편집, 채색, 번역, 식자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매니지먼트는 작가를 발굴, 육성해 관리하거나 작품을 기획하고 창작과 제작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에이전시가 업무 지원과 대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면 매니지먼트는 투자한 비용과 시간만큼의 권리와 책임을 창작자나 제작자와 공유한다. 에이전시가 매니지먼트를 겸하거나 업무 영역이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매니지먼트는 일반적으로 에이전시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내부에 스튜디오 제작시스템을 두고 인재 교육을 병행하는 경우는 프로덕션이라 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통상 종합회사로 불린다. 내외부에 스튜디오 제작시스템이나 콘텐츠 유통시스템을 두고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를 뜻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계 분야로의 확장에 집중한다. 


2) 유형별 웹툰콘텐츠제작사의 역할과 대표기업

현재적 의미에서 웹툰산업계는 다수의 아티스트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창작자와 제작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이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 업무를 대행하기도 하지만 플랫폼과의 관계에서는 대리인이 없는 만큼 아티스트가 모든 역할을 혼자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문제와 분쟁이 발생했고 몇몇 사안들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기도 했다. 스튜디오,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은 이 같은 내부의 문제와 필요에 의해 등장했다. 



스튜디오는 작품의 창작과 제작 영역을 세분화해 문하생 및 어시스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작품을 생산한다. 기획자, 글작가, 그림작가 중 1인이 리더가 되어서 작품의 세부과정을 전담하는 복수의 인력과 함께 작품을 진행한다. 통상 숙련도를 중심으로 업무 과정이 분할되고 데생, 배경, 채색 등의 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교육이 병행된다. 최근 웹툰 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튜디오로는 <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의 드림커뮤니케이션(윤석환 대표), <고요새>의 유주얼미디어(김유창 대표), <친구아빠>의 웹툰코이콘텐츠(이준형 대표)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내부에 기획팀과 작가팀을 두고 자체 기획한 작품을 내부 작가들이 참여해 창작과 제작 과정을 마무리해 플랫폼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외부 작가들을 참여시키기도 하지만 스튜디오가 리더십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된다. 웹툰스튜디오는 유료 웹툰플랫폼이 본격화 된 2013년 이후 활성화 됐다. 플랫폼 증가로 인해 콘텐츠 수급이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작가들의 경우 정기 연재를 위한 규칙적 생산성에 문제가 있었고 플랫폼이 요구하는 특정 성향의 콘텐츠가 의도대로 도출되지 않았다. 웹툰스튜디오는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등장했고 플랫폼과 교육을 원하는 예비창작자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장하고 있다. 

에이전시는 웹툰산업 초창기부터 존재했다. 창작계와 산업계를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과거 만화에이전시의 경우는 주로 영상과 광고, 해외 분야에서 경륜을 쌓은 이들이 참여해 만화 원작의 영상화나 캐릭터 활용권리 판매, 해외 수출 대행 등을 해왔다. 웹툰에이전시의 경우는 IT트랜드와 비즈니스에 밝으면서 작가들과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에이전시로는 스투닷컴 만화서비스를 담당하다 창업한 이종수 대표(케이코믹스), 코믹타운 만화서비스를 담당하다 창업한 유택근 대표(투유드림), 야후 웹툰 서비스를 담당하다 창업한 김동우 대표(만화가족) 등이 있다. 이들은 근무하던 회사의 업무로 연을 맺게 된 웹툰작가들을 중심으로 에이전시를 업무를 수행하다 이를 사업화한 경우이다. 초기에는 담당 작가의 연재처, 작품의 활용처를 제안하거나 작가가 제안 받은 계약 진행 업무를 대행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웹툰 시장이 구체화 되던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산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계약의 규모나 방식, 협상 능력 등에 있어서 경험이 없었다. 산업계 역시 작가 영입과 작품 편성 전략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웹툰에이전시는 이 같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 등장해 양자 간의 요구를 조정하고 합리적인 계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는 스튜디오나 에이전시가 시장의 요구나 사업의 필요에 의해 업무 영역을 확장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내부에 창작과 제작시스템을 구축한 스튜디오가 복수의 작품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부 작가팀을 관리하게 된다. 또, 여러 플랫폼과 다양한 유형의 기업 간 거래 관계가 형성된다. 에이전시 역시 작가의 활동이나 창작된 작품과 관련된 계약을 대행하다보면 담당 작가의 차기 작품이나 활동 방향에 대해 관여하게 된다. 또, 외부 기업으로부터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제안 받게 된다. 이 같은 기회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튜디오나 에이전시의 업무 영역이 매니지먼트 분야로 넘어오게 된다. 에이전시가 기업의 요구에 따라 작가와 건별로 계약을 추진한다면 매니지먼트는 전속작가 형식을 취하고 기업의 요구를 만들어낸다. 스튜디오가 필요한 인력을 찾아 내부 교육을 통해 업무에 배치한다면 매니지먼트는 인력의 기초 교육과 발굴 그리고 진로와 취업 관리까지 겸하기도 한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매니지먼트로는 유명 웹툰작가들이 주주로 참여해 창업한 누룩미디어(대표 윤태호), 스토리작가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창업한 와이랩(대표프로듀서 윤인완), 편집자가 중심이 되어 창업한 재담미디어(대표 황남용) 등이 있다. 이들은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창작과 제작, 유통과 저작권 관리 등 웹툰산업 관련 업무 전반을 수행한다. 내부에 사업기획팀과 작가관리팀, 작품운영과 판권관리팀, 편집팀과 해외팀 등을 두고 있다.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의 근본적 차이는 선투자라고 볼 수 있다. 매니지먼트는 작가에게 전속계약금을 지급하고 사전 기획된 작품의 창작과 제작에 따른 비용을 투입한다. 이를 기반으로 에이전시와는 다른 규모의 수익배분과 권리를 확보한다. 그만큼 작품의 권리 활용에 대한 적극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 우수 인재를 조기 발굴하고 내부로 영입시켜야 하는 필요성도 높다. 

와이랩은 사업의 구조가 본격화 된 후 곧바로 와이랩아카데미를 설립했다. 프로 지향 웹툰작가를 양성하는 학원이다. 재담미디어는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왔고 최근 추계예술대 평생교육원과 함께 웹툰작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웹툰매니지먼트는 웹툰산업분야의 인재발굴과 양성, 작품기획과 창작, 제작과 콘텐츠 운영, 저작권 활용 기획과 관리 등 산업 전반의 기능과 역할을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웹툰플랫폼에 몰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최근 1~2년 새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랩은 2015년 벨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180억 원 규모였다. 재담미디어도 같은 해 엔씨소프트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75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2017년 와이랩은 캡스톤파트너스,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40억 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했고 재담미디어는 엔씨소프트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의 업무가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에이전시로 출발한 투유드림은 사업성과 확대와 함께 매니지먼트 사업 영역을 거쳐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했다. 와이랩과 재담미디어 역시 매니지먼트 사업 분야의 성과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투유드림은 2016년 자사의 대표 작품인 <통 메모리즈>를 모바일영화로 제작해 공개했다. 이를 시작으로 웹드라마, 극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와이랩은 웹드라마 <툰드라쇼>, 영화 <패션왕>, TV드라마 <프린스의 왕자> 등을 제작했다. 재담미디어는 JTBC드라마 <청춘시대2>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IP)을 영상이나 게임 관련 업체에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으나 최근에는 판권료를 받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영역 확장은 기업 가치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웹툰콘텐츠제작사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

웹툰콘텐츠제작사라고 볼 수 없지만 이 분야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투니드엔터테인먼트(대표 박철권)는 누룩코믹스로 출발했다가 상호를 바꾼 기업이다. 초기 기업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누룩미디어와의 연계성을 지닌 회사였다. 누룩미디어가 작가 중심 에이전시라면 누룩코믹스는 신작을 기획 개발하는 제작사였다. 현재는 KT가 운영하는 케이툰의 운영 대행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케이티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자체 제작한 웹툰콘텐츠를 케이툰을 통해 집중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는 카카오페이지 등을 통해 유통하기도 한다. 씨엔씨레볼루션(대표 이재식)은 디지털만화 초창기부터 코믹뱅이라는 유료만화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사의 대표 작품인 <허니블러드> 등을 카카오페이지 등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미스터블루(대표 조승진)도 디지털만화 초창기부터 유료만화사이트를 운영했던 기업이다. 대표적인 무협만화가들의 작품을 제작해 출판과 디지털 유통을 하고 있고 기업공개 후 웹툰 서비스를 강화한바 있다. 자사 제작 만화와 함께 웹툰콘텐츠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국내 1위 전자책 업체 북큐브가 오픈했던 코믹큐브, 일본성인만화 서비스 중심이었던 망가짱(넥스큐브)이 새롭게 오픈한 피너툰 등은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만화 플랫폼을 볼 수 있는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도 각종 플랫폼에 웹툰 형식의 콘텐츠를 공급하며 제작사로서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5. 웹툰산업,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

웹툰산업 생태계는 ‘제작→유통→소비’라는 콘텐츠 산업의 가치사슬과 동일한 형식을 취했다. 웹툰작가(제작)가 웹툰플랫폼(유통)을 통해 고객(소비)을 만나는 구조였다. 작가가 직접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만난다는 설정은 웹툰산업을 기존의 만화산업과 다른 것으로 인식시켰다. 책이나 잡지 형태의 물리적 상품을 제작해 유통했던 만화산업은 작품을 만드는 것(창작)과 함께 작품을 어디에 담아(제작) 유통시키느냐가 중요했다. 반면, 물리적 상품을 제작하지 않는 웹툰은 책이나 잡지 같은 매체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유통망이 곧 매체였고 창작이 곧 제작이 됐다. 전통적인 만화산업 내에서의 기획개발사나 제작사의 역할이 사라졌고 중소규모 유통기업(만화서점, 대여점 등)의 역할도 사라졌다. 창작자가 곧 제작자가 됐고 복잡했던 유통망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단순화 됐다. 이 같은 산업 구조의 변화는 시장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단점도 많았다. 

제작이 창작자를 중심으로 개인화 되면서 콘텐츠의 연성화 현상이 강화됐다. 제작자의 역할이 유통사로 넘어왔지만 작가관리와 작품관리 영역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제작자의 역할이었던 편집권이 사라지면서 작가의 창작 자유도가 높아졌고 독자의 요구가 즉시적으로 반영되며 공감을 얻는 사례도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 상황도 다수 도출됐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휴재 공지는 플랫폼과 작가의 신뢰도를 낮췄다. 독자의 선택과 판단에 집중했던 작품의 질은 기대만큼 유지되지 못했다. 연재를 시작할 때는 전혀 달랐던 장르와 타겟층이 연재를 하면 할수록 다른 장르의 인기작품과 유사해지기도 했다. 

전문웹툰플랫폼의 등장은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포털웹툰플랫폼이 독자에게 선택 받은 웹툰이 정식 연재되는 구조를 취했다면 전문웹툰플랫폼은 제작자의 편집권을 회복시켰다. 편집자에게 우선 선택 받은 웹툰이 독자에게 선보여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른바 관리된 작품과 관리 받는 작가가 활동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일부 전문웹툰플랫폼은 편집권을 과도하게 활용해 작가들의 조정 요구를 받기도 했고 연재 작가의 외부 활동이나 사생활 문제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객(이용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계약서와 다른 내용의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고 협의 되지 않은 저작물의 활용으로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제작자가 된 창작자, 제작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유통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리인 또는 조직을 필요로 했다. 

웹툰콘텐츠제작사의 등장은 시장의 변화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플랫폼과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지만 계약 과정과 이행 과정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대리인이 필요했다. 또, 연재 기간에만 수익이 발생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후견인도 필요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콘텐츠 운영과 작가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플랫폼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했다. 웹툰콘텐츠제작사는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스튜디오,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등 여러 유형의 사업자 형식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웹툰산업 전반의 시장 활성과 함께 ‘웹툰콘텐츠제작사’라는 단일 사업군을 만들어 냈고 엔터테인먼트사라는 성장 모델도 제시됐다. 이 같은 변화는 웹툰산업의 가치사슬을 세분화하고 산업 전반을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고도화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에이전시가 웹툰콘텐츠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아티스트나 스튜디오가 창작하고, 매니지먼트가 제작해 플랫폼이 유통하는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웹툰콘텐츠의 생산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은 시장변화가 특정 플랫폼 기업의 사업 전략에 의해 주도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지는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서비스 콘텐츠를 개편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웹툰 분야에서 다수의 유명 작품들을 확보해 유통했다. 전통적인 만화출판사, 웹툰플랫폼 운영사, 웹툰에이전시사, 웹툰매니지먼트사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콘텐츠 영입 마케팅을 전개했고 콘텐츠 노출도를 확대해 줌으로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비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플랫폼과 동시에 유통했지만 다른 플랫폼에 비해 매출 규모가 월등히 높았다. 이에 고무된 콘텐츠 공급사들은 카카오페이지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갔다. 카카오페이지는 타 플랫폼에 비해 선공개 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추가 이익을 배분했고 독점 콘텐츠에 대해서는 제작비를 선지불하는 등 공급사 친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만화가족, 미스터블루, 투유드림 등 주요 공급사와는 신작을 확보하기 위한 콜라보 이벤트(공모전)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이 같은 운영 정책은 ‘카카오페이지 유통만으로 웹툰콘텐츠제작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지니게 했고 결과적으로 웹툰콘텐츠제작사가 활성화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웹툰콘텐츠제작사 활성화에 카카오페이지의 역할이 있었다. 이전과 형식은 달라졌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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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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