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만화=무료'?... 살기 위해 진보하는 '웹툰',2010.02.12

4년 만에 7배 증가한 웹툰 만화가, '제2 도약' 꿈꾼다  
 
4년 만에 7배 증가. <다음>의 웹툰 서비스 '만화속세상'에 웹툰을 연재하는 만화가 수가 크게 늘었다. 2006년 9명에 그쳤던 만화가 수는 2009년 65명으로 껑충 뛰었다. <네이버>에도 80여 명의 만화가가 활동 중이다. 종사자가 늘수록 모습도 다양해진다. 영상과 접목한 웹툰, 애니메이션화한 웹툰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황미나, 원수연 등 기성작가들도 웹툰으로 진출해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출판 만화계 시장이 침체되며 함께 풀죽었던 만화가 포털 웹툰으로 제 2의 도약을 하는 것이다.



포털 웹툰 증가... 낮은 고료, '만화=무료' 공식 각인은 문제

웹툰 만화가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데뷔가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웹툰 만화가 A씨는 "포털을 통해 만화가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새롭게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의 '나도 만화가', <네이버>의 '도전 만화' 등 아마추어 작가들의 데뷔 공간이 포털 사이트 내에 마련되어 있어 기존 잡지 만화 때보다는 데뷔가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포털을 통해 넓어진 독자층 역시 만화가들을 이끄는 데 큰 몫을 한다. 만화가 A씨는 "만화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만화를 보는 시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은 월평균 약 350만 명이 방문한다.

웹툰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가지만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인 문제는 강도 높은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웹툰 만화가 A씨는 "회사원으로 치면,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작업하고도 야근까지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한 번, 포털 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하기 위해 일주일을 모두 쏟아 붓고 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이처럼 쉼 없이 일하지만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작가는 한 달에 50만 원 가량 고료를 받는다. 생계를 이어가기엔 극히 적다. 웹툰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된 고료 현실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김원 <다음> 만화속세상 PD는 고료 현실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원고료 외에 작가의 사기 진작과 창작 욕구를 위해 후원활동을 하고 있어 만화속세상이 작가들에게 정상적인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낮은 고료에 대해 만화가 A씨는 "작가들이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포털 쪽 입장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쉽게 개선되기는 힘든 문제"라며 "고료가 현실화되어 있는 포털도 있고 아직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만화가들이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창구가 포털밖에 없기에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만화가 A씨는 "'툰도시'와 같이 만화포털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포털이 만화 서비스 사업을 접는다고 할 경우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포털 연재의 또 다른 문제는 '만화=무료'라는 공식을 독자에게 더 깊이 각인시킨 데 있다. 웹툰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도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을 때 반응은 차갑다. 이용환 '중앙북' 사원은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온 것 중 성공한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포털을 통해 더 다양한 작가들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들은 10년이 흐른 웹툰 역사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포털에만 의지해야 하는 단일한 수익 구조의 문제고 포털과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만화가들의 좁은 입지의 문제다.


"웹툰의 변신... 포털과의 우월적 지위 형성이 관건"

정체되어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시도된 변화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만화가 A씨는 "영상과 만화를 접목한 윤태호 작가의 'SETI' 반응이 정말 좋았다"며 "만화 자체를 이용한 수익 모델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다음> 웹툰에 올려진 윤 작가의 작품 'SETI'는 전반부 내용은 만화로 처리했고, 후반부 내용은 연예인이 실제로 등장해 드라마처럼 영상화 했다. 그 영상화된 부분에는 이 작품을 협찬한 카메라 업체의 제품이 그대로 노출되는 'PPL'(Product Placement. 제품 간접 광고) 방식을 사용했다.

또 다른 대안은 캐릭터 사업이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은 "캐릭터 비즈니스 시장에 가능성이 있다"며 "이야기가 있는 웹툰에서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웹툰으로 흐름이 옮겨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웹툰 <와라! 편의점>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을 내세워 편의점 업체 브랜드 우유가 출시되기도 했다. <와라! 편의점>은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웹투니메이션'으로도 연재되고 있다.

박 팀장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폭넓게 확산될 것"이라며 "캐릭터 판매 등 다양한 수익 창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도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 웹툰. 웹툰의 변신이 성공할수록 웹툰 작가들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 있다. 박 팀장은 "성공적인 퍼포먼스가 나올수록 만화가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확산되어 포털과의 관계에서도 우월적 지위 형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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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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