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의 역사가 오래인 만큼 만화기획, 만화이론, 만화비평의 역사도 오래입니다.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 역사의 출발 지점이 공식화 된 것은 동아일보 창간 멤버였던 김동성(1890~1969)으로 부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자, 만화가, 만화기획자, 만화스토리작가, 추리소설가, 번역가, 영한사전편찬자 등 수 많은 최초의 역할을 해냈던 김동성은 미국 유학 중 경험한 4칸 신문만화를 밭전자 형식, 눈목자 형식으로 재창안했고 만화작법을 연재해 만화창작의 대중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머리와 손에서 당대 최고의 인기만화였던 [멍텅구리 헛물켜기]가 조선일보에서 연재됐던 것도 의미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후 만화에 대한 이론과 비평은 상당부분 '부정론'에 입각해 있었고 관급 '통제와 심의'의 이론적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만화평론은 만화가 시대를 반영하는 의미있는 표현물로서 대중이 넉넉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완적이고 방어적 장치로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본격적 만화평론은 여러 이론가와 비평가들에 의해 진행됐지만 매체중심의 만화비평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는 시인으로 유명한 오규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규원이 만화비평을 연재한 매체가 당시 만화에 대해 매우 급진적인 편집정책을 펴고 있던 [뿌리 깊은 나무]였다는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만화평론이 신춘문예의 한 부문으로 지정되어 공식적으로 첫번째 당서자를 배출했던 매체가 [스포츠서울]이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1990년 [스포츠조선]이 창간되면서 일간과 서울로 대표되던 양대 스포츠신문의 대립이 3사 경쟁 체제로 전환됐고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신문사들은 만화를 집중 배치하면서 이른바 '타블로이드판 만화부록'을 발행했습니다. 많아야 2~3편에 불과했던 연재극화가 신문사마다 10여 편이 게재되는 상황이었고 과도한 경쟁은 과도한 표현물을 등장시켰고 결국 여론의 못매를 맞게 됐습니다. 1993년 [스포츠서울]이 신춘문예에 만화평론부문을 신설하고 만화평론가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의 정상화 또는 보완적이거나 방어적인 장치로서의 역할이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후 만화평론은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의 만화정책, 만화축제, 만화박물관, 대학의 만화교육, 이론연구 등의 영역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긍정적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더디고 성과는 확산되지 못하고, 시도는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만화평론은 그 시간만큼의 내공은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역사서가 나왔고 사전이 편찬됐으며 만화아카이브도 만들었지요. 최초의 시도들은 보완적 시도들을 낳았고 이는 또 다른 과정들을 통해 체계화를 거쳐 지식화 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필요에 목말라 있던 이들이 모여서 만화를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소기의 성과물들을 발표해오던 곳이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이었습니다. 50여 명의 멤버들이 함께 공부하고 글쓰기를 했지요.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 때의 열정과 문제의식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연말. 그들이 다시 모여 만화평론을 외쳤습니다. 이론적 연구보다는 대중적 비평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만화비평지'라 명한 엇지를 냈지요.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엇지라는 명칭은 순 우리말로 만화라는 형식을 규정했던 다음엇지에서 따왔습니다.
아래는 보도자료입니다. ^^
만화비평지 엇지
- 창간호 -
정말 오랜 만에 읽는 100% 만화비평지!!
“한국 만화비평문화에 밑거름이 되다!”
- 만화가 허영만도 표절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 러시아 네티즌이 가장 사랑하는 웹툰 작가는 이종범이다?
- 시사만화계의 40대 원로 장도리 박순찬의 꿈은 늙지 않았다!
- 명동 만화거리 재미로에 재미가 사라졌다
- 디지털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융합과 표절의 경계는 없다?
- 프랑스에서 한국만화의 경쟁력은 만화 번역에 있었다!
- 응사 세대 만화독자들은 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웹툰은 흥하지만 만화비평문화가 사라졌다
올해로 한국만화는 105살을 먹었다. 나이만큼이나 한국만화는 영광도 누렸지만 환란도 많이 겪었다. 세계만화사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핍박과 천대, 멸시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서 성장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인터넷 환경의 기반으로 급성장한 만화는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전 세계의 만화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만나고 있다. 아시아의 변방에 지나지 않던 한국만화, 일본 망가의 아류에 지나지 않았던 한국만화가 이제는 지구 반대편 만화의 탄생지인 유럽에도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만화는 인터넷 환경에 맞는 디바이스 덕분에 출판만화의 틀을 벗어나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었다.
더 이상 먼지 날리는 골방 같은 만화방을 가지 않아도 내 손 안에서 매일 업데이트 되는 만화를 맘껏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만화를 보기 위해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포털사이트에서 언제든지 만화를 볼 수 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더 이상 만화용지에 손때 묻어가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문하생으로 뼈 빠지게 지우개질을 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다. 더 이상 만화가를 꿈꾼다는 핀잔을 듣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만화가 돈 안 되는 싸구려 상품이라는 구박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허한 것은 왜일까? 한국만화 100년을 넘어서는 이 시점에 아직도 우린 만화문화에 대한 눈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 아니, 문화상품으로서 만화를 추앙해오면서 한국만화를 제대로 된 관점에서,다양한 시각으로 평가하고 비평할 공론장이 부재해온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1990년대 중후반 체계화되지 않았지만 만화에 대해 서슴없이 논했던 만화비평문화가 있었다. 아직도 혈기왕성했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잊지 않고 있다.
다양한 만화비평문화에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만화비평지 《엇지》의 창간 욕구는 만화비평문화에 대한 굶주림에서 시작되었다. 전례 없는 웹툰의 호황시대에 오히려 비평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만화비평지 《엇지》 창간을 실행하게 되었다. 예술작품과 예술비평은 악어와 악어새와 같다. 상대의 존재가 있기에 서로가 존재하는 법이다. 최근 들어, 만화계에 만화비평문화와 문예만화 등 만화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무크지들이 출간되면서 만화비평의 춘풍이 일고 있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아울러 만회비평지 《엇지》도 사막에서 만난 생수 한 병이 되길 기원한다. 앞으로 만회비평지 《엇지》는 다양한 만화비평문화에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만화비평지《엇지》창간호를 엿보다
계간희망 만화비평지 《엇지》창간호는 인터뷰, 문화읽기, 평론, 발언대 그리고 리뷰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한국 웹툰의 현황부터 한국만화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주제 등 다양한 만화문화에 대한 비평을 담았다.
엇지 인터뷰에서 한국 만화계의 진주라고 할 수 있는 3명의 인터뷰이를 만날 수 있다.
신문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사만화계에서 촌철살인의 그림맛을 보여주며 《경향신문》에 19년째 연재되고 있는 네 컷 시사만평 <장도리>의 박순찬 작가, 한국을 자랑하는 웹투니스트로 유럽 네티즌은 물론, 러시아 네티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이종범 작가, 다음으로 지금 프랑스에서 한국만화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 만화 전문 번역가 강미란 씨를 만났다.
박수찬 시사만화가에게 장도리만의 시사만평 뒷이야기와 재미를, 웹투니스트 이종범에게는 세계 속에서 한국 웹툰의 경쟁력을 물었다. 특히 국내에 처음 알려지는 강미란 프랑스어 만화 번역가는 프랑스에 한국만화가 처음 출간되던 2002년부터 유명한 한국만화(천계영, 강성수 등의 만화)를 거의 다 번역했으며, 왕따와 이지메의 뉘앙스를 구분하여 번역할 정도로 만화를 통해서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한국만화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엇지 평론에는 한국만화계가 당면한 문제에서부터 한국만화의 근현대사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주제가 담겨 있다.
먼저, ‘별그대’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표절 문제와, 만화가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더 파이브>의 정연식과 <변호인>의 양우석 작가를 통해서 디지털 시대 영상 콘텐츠 시대에서 융합의 의미를 분석했다.
1970년대 잡지 《뿌리 깊은 나무》에 실린 문학가 오규원의 만화비평을 통해서 한국만화의 비평문화사를 되짚어 본다. 군사정권 시대에 사회악으로 취급을 받던 만화를 대중예술로서 높이 평가한 문학가 오규원의 만화사랑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규원의 비평 때문에 만화가 허영만이 표절 사건에 휘말리는 일화를 소개한다.
그 외에도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명동의 만화거리, 즉 재미로와 재미랑 사업의 결과를 예술 디자인 관점에서 평가했으며, 만화가 김원빈의 《주먹대장》으로 살펴본 한국만화 복간사업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고 뜨고 있는 포툰의 교육적 의미, 만화의 그로테스크에 숨겨진 미학적 고찰, 만화와 그림책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연출기법, 하일권의 성장 만화 3부작에 대한 비평 등을 다루었다.
엇지 발언대에서 한국 만화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26대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선거로 본 한국만화계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아울러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이충호 만화가와 임원진에게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을 담았다.
엇지 리뷰에는 1980년대 순정만화로 살펴본 ‘응사’ 신드롬과 ‘오빠 열풍’에 대한 단상, 푸드 포르노라고 할 정도로 먹보 전성시대를 만든 만화 《맛의 달인》과 《심야식당》의 의미, 프랑스 미술만화의 선구자인 만화가 자크 드 루스탈의 작품으로 본 예술만화 등이 소개된다.
발행자
만화문화연구소 엇지
2013년 겨울 만화문화와 만화비평에 대해 목마름을 가진 비평가, 연구자, 교수, 평론가, 이론가 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다양하면서 전문적인 만화비평문화를 추구하는 연구소입니다. 만화문화연구소 엇지는 한국의 다양한 만화비평문화를 이루기 위해 계간희망 만화비평지 《엇지》를 창간하여, 만화계는 물론, 다른 영역에서 만화와 대중문화 관련 연구를 하는 다양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비평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아울러, 만화문화연구소 엇지는 앞으로 만화비평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중을 위해 만화비평 강좌를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은이(가나다순)
고미영 * 출판사 이봄 대표
김경임 * 만화평론가, 네이버캐스트 세계만화정전(일본만화) 필자
김상희 * 만화연구가, 네이버캐스트 세계만화정전(제3세계 만화) 필자
김성훈 * 만화평론가, 크레이지캐럿 대표, 네이버캐스트 세계만화정전(미국만화) 필자
김정영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콘텐츠스쿨 교수
김치훈 *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교수, 단비쓴비 에디터
박석환 * 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 교수, 네이버캐스트 한국만화정전 필자
박세현 * 만화이론가,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외래교수, 네이버캐스트 세계만화정전(유럽만화) 필자
이재식 * 만화평론가, 씨엔씨레볼루션 대표
조윤숙 * 만화가, 전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차례
프롤로그 : 만화비평지《엇지》창간 인사
- 창간 기념 떼담
한국 만화비평의 현실과 만화비평지 엇지를 ‘엇지’ 하오리까.
- 엇지 인터뷰 1
시사만화계의 촌철살인자 장도리 박순찬
시사만화의 표현방식은 변해도 그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
- 엇지 초대 평론
하일권의 성장 드라마 3부작 論 : <삼봉이발소>< 3단합체 김창남><안나라수마나라>
김치훈(상명대학교 만화학과 교수, 단비쓴비 에디터)
- 엇지 문화읽기
재미가 아쉬운 재미랑
김정영(청강문화산업대학교 콘텐츠스쿨 교수, 조형예술학박사)
- 엇지 인터뷰 2
글로벌 웹툰 붐이 점화됐다, 웹툰 작가 이종범
한국, 독보적 선점효과 최대한 활용하자
- 엇지 평론 1
영상 콘텐츠 시대의 만화산업 또는 웹툰 플랫폼 : <더파이브> <변호인>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보는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경상대학교 만화창작과 교수)
- 엇지 평론 2
‘한국만화걸작선’ 복간으로 되짚어보는 작가와 작품 : 《주먹대장》, 40년 간 4번의 도전과 긴 여행은 계속된다
이재식(만화평론가, 씨엔씨레볼루션 대표)
- 엇지 평론 3
만화와 그림책의 연출에 대한 비교
김상희(만화연구가)
- 엇지 인터뷰 3
프랑스어 만화 번역가, 강미란
프랑스인들에게 한국 만화의 뉘앙스를 알리는 게 정말 재미있다
- 엇지 평론 4
만화, 미학을 삐딱하게 만나다 : 그 첫 번째, 만화는 그로테스크다
박세현(만화이론가,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외래교수)
- 엇지 평론 5
오규원, 만화비평가로서 재조명한다 : 《뿌리 깊은 나무》에 발표된 비평들을 중심으로
김성훈(만화평론가)
- 엇지 평론 6
만화 교육 시리즈 #1 : 대중적 교육 도구로서의 포툰
조윤숙 (전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 엇지 발언대
신임 한국만화가협회 이충호 회장과 임원진에게 바란다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 교수)
- 엇지 리뷰 1
응답하라, 오빠 만화!
고미영(출판사 이봄 대표)
- 엇지 리뷰 2
우리는 음식왕국에 살고 있다
만화 《맛의 달인》《심야식당》> 다시보기
김경임(만화평론가)
- 엇지 리뷰 3
팝아툰의 예술성을 보여준 프랑스 만화가 자크 드 루스탈
박세현(만화이론가,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외래교수)
팬덤북스 (우)121-868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275-60번지 교홍빌딩 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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