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과 당시 담당했던 '부림사건'을 극화한 영화 '변호인'이 화제다.
2014년 1월 4일 기준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올 해 첫 1천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가 될 전망이다.
개봉 전부터 '노무현 이야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네티즌들이 영화정보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하기도 했고 개봉 후에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일부 사람들과 단체가 객석을 사전 예매 후 취소하는 방식으로 방해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얼핏 정치사회적 이슈를 기회요인으로 삼으려는 그저그런 상업영화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우리가 사랑한 배우' 송강호의 선택과 역할이 있었다.
그가 언론 인터뷰와 공개 시사회에 나서기 시작했고 본명을 언급하지 않은채 '그 분을 연기하기 위해 큰 용기를 냈다'는 언급을 하면서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정치적 논란에서 송강호의 연기로 옮아갔다.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눈물지었고 시대의 불안에 분노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상을 적어냈고 이는 1천만 관객을 맞이하기 위한 결정적 장면이 되었다.
대중의 관심은 송강호의 연기에서 '다시 찾은 그 분'으로 이어졌다.
지지리 가난했던 건설노동자
자식이 생기면서 생계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절대 포기 할 수 없게 된 남편
사법고시 패스 후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판사직을 던지고 돈 밝히는 세무 전문 변호사가 된 수완 좋은 사내
상고 출신 변호사로 SKY를 뚫고 실력만으로 최고가 됐지만 열등감을 버리지 못했던 속물
살만해지자 올림픽 나가겠다고 경주용 요트를 사서 연습하며 현실을 잊고자 했던 취미인
그리고
자식의 억울한 옥살이를 지켜봐야 하는 은인을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한 변호인
그 분은 그렇게 송우석 변호사가 됐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지만 신념있는 인간상을 연기해 왔던 송강호는
바보라는 애칭을 지녔던 그 분과 자신의 연기 이력을 일체화하는데 성공했다.
역사적 진실과 허구적 이미지가 겹쳐졌고
바보 노무현과 송우석변호사 그리고 송강호가 하나가 됐다.
실존 인물과 극중 인물 그리고 실존하지만 극중 인물로 각인되어 있는 세명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절망하고 있는 우리의 변호인이 되겠다고 손을 내민다.
법대로 하자고.
법이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국민이 국가라고.
공권력은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그게 안되면 나라도 나서겠다고.
우린 그런 세상을 살아왔다고.
그런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된다고.
그런데 세상은 조금 더 낳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송우석은 오늘 그 세상 앞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한다.
세상의 반이 걱정했을 대목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정치적 지도자가 아니라 아버지를 봤다.
내가 40대 초반의 가장이라서 일까.
감독이 그만한 시기를 살고 있는 386이어서 일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지도자의 젊은 시절이 아니라
작은 성취를 이루며 아둥바둥 살아왔던 나의 아버지 그리고 가장이 된 나의 모습을 봤다.
그 분이 어떻게 정치적 지도자가 되었는지가 아니라
부랄 두쪽이 전부인 사내가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세상의 벽을 어떻게 타고 넘었는지를 봤다.
그리고 유리천장 아래서 자신을 다독이며 세상을 살아내는 모습을 봤다.
한 장면, 한 장면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이 또한 절반의 세상이 걱정할 대목이다.
공감과 자책 그리고 작은 참여가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 정치의 한 지점에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웹툰작가 양우석이 영화감독이 되어 제시한 우리 시대 공감 키워드 '변호인'
신문만화 <또디>와 웹툰 <더파이브>의 정연식 작가의 영화감독 데뷔작 <더파이브>를 본 것 처럼.
웹툰작가 양우석의 감독 데뷔작 <변호인>을 본 것이다.
물론, 양우석은 꾸준히 영화를 꿈꿔왔던 사람이고 스스로의 정체성도 영화에 더 가까울 것이다.
2004년 MBC 프로덕션 피디로 국내 첫 장편 HD영화 <욕망>에 참여했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에서 일하면서 제작과 연출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였고
영화시나리오 작가그룹인 올댓스토리에서도 일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작업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8년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제피가루 작가와 함께 작업한 <브이>를 연재하면서부터이다. 물론 이 때도
<로보트 태권브이 3D> 영화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 일환으로 함께 했던 것이다.
<브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양우석은 영화인이 아니라 웹툰스토리작가로 유명해졌고
2009년 풍경과 함께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2011년 다시 제피가루와 함께한 <스틸레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http://comicspam.com/140050768689 (양우석/제피가루 작가의 '브이' 리뷰)
영화적 소재와 연출, 대중적 흥미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설정과 캐릭터의 힘은
만화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까웠다.
즉, 만화를 위한 스토리가 아니라 영화를 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 <변호인> 역시 그 단계에 있던 작품일 것이다.
먼저 웹툰을 연재하여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영화화를 전개하겠다는 전략 말이다.
양우석의 이 같은 전략과 접근은 지금의 여러 웹툰이
조금 더 영상서사에 근접한 형태, 공감 키워드에 집중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연식의 도전에 이은 양우석의 성취는 우리 만화판에 색다른 자극과 사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만화의 웹툰 플랫폼은 새로운 만화가를 불러 모으기도 했지만 타분야의 스토리텔러들을 집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스토리텔러들의 운집은 다시 웹툰 플랫폼을 멀티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 시켜가고 있다.
[영화 변호인 그리고 웹툰작가 양우석 이야기, 나중에 계속]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