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까치’ 무림영웅으로 돌아오다!,2009.08.21

스포츠동아가 24일부터 한국만화계의 ‘절대거장’ 이현세 화백의 신작 ‘창천수호위(蒼天守護衛)’를 연재한다.

사실 창천수호위는 ‘거장의 신작’ 정도로 치부될 작품이 아니다.

창천수호위는 한국만화사에 굵은 한 획을 그을 만한 기념작으로, 이현세 화백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거장의 신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거장의 귀환’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평론가들은 창천수호위에 대해 ‘전형적인 이현세 류(流)’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현세의 야성이 다시 한 번 포효하는 작품이다.

부드럽게 깎였던 펜선은 날카롭게 벼려져 독자의 가슴을 후벼 팔 듯 날뛴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피와 땀이 튀어 오른다.

창천수호위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재차 확인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만화의 도도한 공세 앞에 맨 몸으로 우뚝 선 한국만화의 자존심.



이현세가 돌아왔다. 제왕이 돌아왔다!

모험, 추리, 공포, 액션, 로맨스, SF, 탐정, 서부극 등을 소재로 값싼 목재펄프 종이에 인쇄돼 대공황 시대를 살아야 했던 미국의 독자들에게 희망과 로망이란 구명줄을 던져 주었던 대중 통속소설, 펄프픽션.

창천수호위는 20-40대 성인 남성을 위한 현대의 펄프픽션이다.

창천수호위의 장르는 복합적이다. 하드보일드와 퓨전의 베이스에 무협을 가미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미래무협수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만화사 최초의 기념비적 실험작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틀이 근미래의 용광로에 녹여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까치의 복귀다. 언제부터인가 이현세는 까치를 그리지 않았다.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까치가 상징하는 이현세풍 마초의 세계는 조금씩 세인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져 갔다.

까치 오혜성의 복귀는 이현세의 귀환을 의미한다.

거칠고 억센, 암울하기 짝이 없는 미래상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오혜성을 다시금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화평론가 박석환(36)은 “한 동안 거세되었던 이현세의 판타지가 돌아왔다. 창천수호위는 이현세 만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스포츠동아는 새로운 연재만화를 위해 다수의 후보 작품을 놓고 숱한 회의와 고민의 시간을 보낸 끝에 이현세 화백의 창천수호위를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이제 진정한 선택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새로운 연재작 창천수호위가 독자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창천수호위 줄거리]

세상은 암암리에 무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사건들은 현대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흔과 시체를 남긴다.

살인과 암투의 장막 너머에는 고대 이래로 전해 내려오는 무림종가들과 방계의 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들은 이제 세상 바깥으로 나와 자신들의 실체를 증명하려 한다.

2030년 서울. 인구 8000만의 완전 중립국인 통일한국.

국회는 수십 년 간 진통을 겪던 ‘무림법’을 통과시키게 되고, 그 동안 은둔의 굴레를 쓰고 살아오던 무림인들은 마침내 자유를 찾는다.

주인공 오혜성은 무림인들의 사건 사고를 총괄하는 무림소요 수사대 ‘창천수호위’의 일원이 된다.

가문의 신검(神劍) 교천을 통해 세상의 패악에 정면으로 맞선 검객, 오혜성. 그리고 푸른 하늘을 지키는 붉은 피, 창천수호위.

가공할 무공실력과 천재적인 두뇌로 뭉친 창천수호위는 무림인들의 범죄를 척결하는 푸른 하늘의 수호신이다. 세상의 폭력을 없애기 위한 더욱 거대한 폭력. 이들이 지닌 상처와 딜레마. 창천수호위는 마침내 영웅의 길과 인간의 길 사이에 놓인 가교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


[스토리작가 최성현과 함께 하는 창천수호위 Q&A]

창천수호위의 스토리를 쓴 작가 최성현(40)은 1994년 만화스토리 작가로 데뷔했으며, 1996년 하이텔문학관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6년 ‘컬렉터’로 제2회 부천만화스토리공모 우수상을 수상했고, 이현세 화백과는 2007년 골프만화 ‘버디’로 인연을 맺었다.

현재 이화백과 창천수호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Q. 창천수호위란 작품 제목에 담긴 뜻은?

A. 말 그대로 푸른 하늘(창천)을 지키는(수호) 특수부대 또는 사람들이다. 온갖 액션과 무협, 피부림이 난무하는 속에서 세상의 안녕을 지키는 사람들. 혼탁하고, 붉고, 어두운 세상을 푸르게 정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Q. 창천수호위는 경찰인가?

A. 경찰일수도 있고, 무림으로 치면 정파의 개념일 수도 있다.

Q. 창천수호위의 작품 배경이 매우 독특하다. 2030년 통일한국이라는 시공간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창천수호위는 가까운 미래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미래의 이야기지만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에 기반을 두기에 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세계관이다.

Q. 무림법이란 개념도 생소한데?

A. ‘수 천 년 전부터 무림은 세상 속에 존재해 왔다’는 것이 설정이다. 존재해 왔지만 숨어있었다. 마치 UFO처럼. 무림이란 세상을 사람들이 접해 알고는 있지만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국회가 무림법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이 무림을 제어할 수 있는 공식기관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창천수호위인 것이다.

Q. 액션신이 하드고어(잔혹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창천수호위는 몇 세 이상 ‘관람가’인가?

A. 요즘 청소년 수준으로 본다면 15세 이상만 되어도 소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20대 이상은 정서가 보다 빨리 와 닿을 것이다. 대사 외에, 행간이 읽힐 수 있는 작품을 시도하고 싶었다.

Q. 창천수호위는 일종의 히어로(영웅)물로 보이기도 한다.

A. 맞다. 창천수호위는 생명력이 긴 작품이 될 것이다. 슈퍼맨, 배트맨 등 외국의 히어로 시리즈를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쭉 이어 가면서 하나의 역사가 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창천수호위를 시작할 때 이현세 선생의 구상도 그런 것이었다. 창천수호위는 느리게 나오겠지만, 쌓이면 스스로 생명력을 갖는 작품이 될 것이다.

Q.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A. 주인공 오혜성의 세계관이었다. 오혜성은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순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마적이지도 않다. 아주 혼탁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이현세 선생의 오혜성이 다 들어가 있다. 나는 작가지만 내가 그리는 캐릭터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때때로 작가조차 관찰자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 캐릭터를 내가 쥐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게 오히려 매력적이다. 오혜성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Q. 처음 창천수호위를 구상했을 때 이현세 선생의 반응은 어땠나?

A.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새로운 연출, 그래픽 노블(소설 같은 만화란 뜻으로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스타일로 가기로 했다. 다만 무협이란 부분이 그다지 살갑게 느껴지지는 않으셨던 모양이다. 처음 구상했을 땐 좀 더 무협성이 강했다. 1회 에피소드가 딱 나오니까 그 안에서 전체 질서가 잡혔다. 이후 믿고 맡고 주셨다.

Q. 무협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신 것 같다.

A. 하하! 사실 나는 무협 난독증이 있다. 만화 스토리하면서 몇 년 정도 무협만화를 했다. 이후 자잘한 단편들을 쓰면서 무협 안에서 내가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현세 선생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내게는 행운이다.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면 창천수호위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Q. 창천수호위를 ‘무협’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A. 사실 무협이란 소재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할리우드에서도 무협은 동양적 소스로 자리 잡았다. 관건은 등장하는 칼이 아니라 정서다. 그쪽 작가들이 내지 못하는 것을 담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참 좋다. 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나 돈의 개념을 떠나 창천수호위를 쓸 때는 신이 난다. 공사다망한 틈에서 이현세 선생도 혼자 다 그리고 계시다. 창천수호위는 땀을 흘리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아마 선생도 그러하실 것이다.

Q. 창천수호위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암울하다는 시각이 있다.

A. 제목은 푸른 하늘(창천)인데 실제로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것 아시는가? 내내 비만 내리다가 하루 반짝 맑으면, 그렇게 하늘이 파래 보일 수 없다. 오혜성의 행복은 이런 것이다. 일상 속에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단 한 번의 창천을 위해, 짙은 어둠이 설정됐다.

Q. 창천수호위는 몇 명으로 구성돼 있나?

A. 아직 완전히 설정하지 않았다. 펜타곤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법무부 직속기관이니 지금의 시청 정도 건물과 인력은 근무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은 나도 모른다. 하하하! 조직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도 작가의 콘셉트라고 봐 주시라.

Q. 마지막 질문이다. 창천수호위 대원 중 누가 가장 센가?

A. 글쎄 … 아무래도 오혜성이 아닐까. 팀장 차린의 능력도 만만치 않다. 두산은 지적인 캐릭터지만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다. 대원들의 능력은 비슷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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