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영화사연구소 특강 후기 - 4컷 속에 그린 식민지 근대의 자화상, 2013.12.1


지난 금요일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특강을 했다.

영화사연구소가 진행하는 월례포럼 중 하나로 진행된 이번 특강의 주제는 '만화, 식민지 근대를 그리다'.

영화사연구의 한 측면으로 당시 인쇄매체의 시각물을 담당했던 만화를 선정하고 나선 것이다.

멋진 일이다.  

20~30년대 만화는 영화와 함께 호흡했다.  

영화적 문법을 칸 안에 제시하기도 했고 만화적 요소들이 영화 안으로 스며들기도 했다.

특히 당대는 만화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화도 찍고 작곡도 하던 '멀티미디어적 인간'들이 만화와 영화판을 주름잡고 있었으니 영화사연구소의 판단은 명확했다. 당시 영화를 보면 만화가 보이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만화를 보면 영화사의 감추어진 1인치가 드러난다.

물론, 요청한 강의 주제에 맞춰 "4컷 속에 그린 식민지 근대의 자화상: 1920~30년대 신문, 잡지 만화"에 대해 소개했지만 그들과 영화와의 관계성에 대해서 내심 신경쓰며 전했다.  

만화사나 영화사에 관심있는 이들이 모여 소담스럽게 진행된만큼 강의내용에 대한 관심과 주고 받은 질문의 격이 상당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연구가로서의 열정이 업된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건강한 긴장과 보람의 에너지를 주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더군다나 당일 연구소에서 준비한 피피티용 노트북은 2008년 산업체 근무를 그만두고 연구집필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구입했던 센스가 부족한 삼숑노트북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의 인터넷강의용으로 쓰고 있는데. 그를 만나고 보니 더욱 즐거웠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모처에서 열린 모임에 참가했다.

신촌에서 함께 만화공부를 하던 이들과 최근 다시 만나고 있다.

만화공부를 더 하기에는 머리들이 굳었을지 모르지만 그 시절의 열정을 바탕으로 만화를 논하고 평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핑계차 모여서 맛난 술과 고기를 먹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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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에서 소개했던 근대만화 10편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원고 링크를 참고하시길(맨아래가 가장 오래된 순)


 만화요지경일제 말기의 아이러니를 담아낸 신문만평박석환 의견4

 복남의 탐험기아동을 위한 신문 연재만화박석환 의견6

 모던 춘향전한국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만문만화박석환 의견7

 마리아의 반생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연재만화박석환 의견25

 허풍선이 모험기담신문 간 경쟁을 촉발시킨 만화박석환 의견8

 멍텅구리 헛물켜기철저하게 기획개발 된 최초의 캐릭터만화박석환 의견9

 이야기그림이라밭 전(田)자로 그려낸 최초의 신문 4칸...박석환 의견3

 다음엇지순 우리말로 정한 만화의 형식박석환 의견21

 해화만화에 대한 첫 번째 정의박석환 의견15

 삽화최초의 한국만화



**아래는 특강 관련 영화연구소 게시물



연구소 11월 포럼이 오는 29일(금) 오후 3시부터 시네마테크KOFA 3관에서 열립니다.

하반기 월례포럼 "만화, 식민지 근대를 그리다"의 세 번째 주제는... "4컷 속에 그린 식민지 근대의 자화상: 1920~30년대 신문, 잡지 만화"입니다.

11월 포럼에서는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교수) 선생님을 모시고, 1920~30년대 근대만화의 성장과 변화 일면을 살펴봅니다.


- '동아일보'의 창간과 근대만화의 설계자 김동성

- '조선일보'의 상업 캐릭터만화와 노수현

- 만화를 통한 부수 경쟁과 멀티 크리에이터 안석주

- '시대일보'의 차별화 전략과 르네상스맨 최남선

- 아동독자의 발견과 만문만화가 최영수 등...

근대 조선의 주요 매체와 그 속에 연재된 만화들, 주요 만화작가들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물론 엄청난 시각자료와 함께 말이지요.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11월포럼 | 4컷 속에 그린 식민지 근대의 자화상: 1920~30년대 신문, 잡지 만화

1920년 ‘동아일보’의 창간과 함께 본격화된 한국의 근대만화는 미국에서 신문을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파 김동성에 의해 설계됐다. 김동성은 미국 신문에서 봤던 허리띠처럼 옆으로 늘어선 서양식 4칸 만화를 동양의 세로쓰기 전통에 맞춰 밭전(田)자 형태로 창안했고,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시사만화를 발표했다. 김동성은 정부수립 후 초대 공보처장을 지냈다. 현재적 개념으로 보자면 만화가 출신 문화부장관인 셈이다.  

‘조선일보’는 김동성을 스카우트해 최초의 상업적 캐릭터만화를 발표한다. 당대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멍텅구리 헛물켜기’는 김동성의 기획 하에 소설가 출신이었던 이상협과 안재홍이 스토리를 쓰고 화가였던 노수현이 그림을 맡아 탄생한 오락성 신문연재만화이다.

이로 인해 ‘조선일보’의 판매고가 높아지자 20년대 중반 ‘동아일보’는 이에 대한 대응 카드로 문단과 화단, 언론계와 영화계까지 폭넓게 활동력을 펼쳤던 멀티 크리에이터 안석주를 기용해 ‘허풍선이 모험기담’을 연재하기도 했다.

‘동아’와 ‘조선’이 만화를 통해 최고 판매지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시대일보’는 조용히 3대 신문으로 떠올랐다. 물론 제3의 신문으로서 지녀야 할 차별성을 미덕으로 했다. 특히 최초의 여성 주인공 연재만화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의 반생’을 연재하며 신여성으로 대표되는 독자층을 모았다. ‘시대일보’는 한국잡지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는 최남선이 발행했다.

신문만화의 이 같은 역동성과 매체 간 대립구도는 언론의 상호적 발전뿐만 아니라, 만화의 형식과 내용적 발전을 빠르게 앞당겼다. ‘동아일보’는 또 다른 신문 독자층 확보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30년대에는 어린이만화를 장기 연재하기도 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처럼 역동성을 보이며 발전하고 사회문화적 역할에 충실했던 20~30년대 만화에 대해 알아보고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ㅇ 강 연 :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교수)
ㅇ 일 시 : 11월 29일(금) 15시~
ㅇ 장 소 :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3관
ㅇ 참가비 : 무료
ㅇ 참가 신청 및 문의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사연구소 (02.3153.2089 / wagahai@koreafil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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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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