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힙합(김수용 글그림), 한국만화정전, 네이버캐스트, 2013.01.01

만화로 배운 B-boy의 세계-힙합, 김수용 

[그림 1] 김수용, 힙합, 1997년 [아이큐점프] 연재 개시

 

■ 작품에 대하여 : 대한민국 힙합의 기초를 정립한 취미소재만화

김수용의 <힙합>은 1997년 12월 [아이큐점프]에 연재를 시작해 2004년 6월 완결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힙합>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재의 특이성으로 인해 전문만화 또는 취미만화로 분류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주먹으로 활동했던 홀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주인공 성태하는 단순 무식한 문제아이다. 싸움 때문에 고등학교를 1년 쉬어야했던 태하는 복학한 날 복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바비를 만난다. 단숨에 춤에 매료된 태하는 바비를 쫓아서 연습실로 갔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 댄스팀 B-boy의 비정식 단원으로 춤을 배우게 된다.

[그림 2, 3] 성태하와 바비의 브레이크댄스 묘사 

싸움 외에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은 걸핏하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성격이었지만 춤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댄서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태도에 대한 자각을 해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지닌 열정과 재능을 쏟아 부을 곳을 찾은 태하는 이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 리더를 섬겨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럿이 뜻을 모아서 함께해가야 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는 팀원 간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화는 브레이크댄스에 심취된 주인공이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 즉 비보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일본 망가 <슬램덩크>처럼 재능과 열정을 쏟아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소년만화의 전통적 테마를 다루고 있다.

<힙합>은 90년 이후 새롭게 대두된 대중문화와 대중문화 추종자 그룹의 등장과 함께 탄생한 작품이다. 마이클잭슨과 박남정, MC헤머와 현진영으로 시작된 미국의 춤 문화가 한국으로 유입되는 과정과 국내최초의 힙합듀오 듀스를 통해 확산된 힙합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힙합의 원어적 의미는 ‘엉덩이를 흔들다’는 뜻이지만 랩, 디제잉, 브레이크댄스, 그라피티 같은 여러 가지 표현영역이 융합되어 나타난 음악, 댄스, 패션, 의식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힙합>은 이처럼 급속하게 확산됐던 힙합문화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기술한 ‘힙합의 바이블’이다. 물론 <힙합>은 단순한 힙합 입문서가 아니다. 춤이라는 놀이에 대한 애정의 서이고, ‘일이 된 삶의 놀이’를 포착한 문화예언서이며, ‘하고 싶은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전하는 잠언서이기도 하다.

[그림 4] 극중 이야기 전개와 함께 제시되는 춤 기술

작품 전편에는 힙합의 역사와 성장 배경, 힙합문화에 대한 이해와 진짜 춤을 추는 방식 등이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이 작품 이후로 비보잉 기술과 용어가 전국적으로 통일되기도 했고 이 작품을 접한 한국의 비보이들이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 영국의 ‘유케이(UK) 비보이 챔피언십’, 미국의 ‘프리스타일 세션’ 등을 석권하는 일도 벌어졌다. 춤을 소재로 한 최초의 전문 만화이자, 취미소재 기획만화의 성공적 개막을 알린 <힙합>은 서울문화사에서 전24권이 발행되어 약 150만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2000년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됐고 2004년 부천만화대상 청소년만화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과 연관된 작품으로 <힙합>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비포 힙합>(2004년), <힙합>의 후속편격인 <위킷>(2006년) <부갈루>(2007년) <스트리트잼>(2008년)이 발표됐다. 춤에 집중된 김수용의 만화세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림 5] 김수용, 스트리트잼, 표지 일러스트 

[그림 6] 애니메이션 ‘힙합’의 콘셉트 포스터

 

■ 작가에 대하여 : 힙합정신으로 무장한 자유인 김수용

[그림 7] 김수용

만화가 김수용(1972년, 서울 출생)은 경서고등학교 출신으로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오합지졸’에서 활동했다. 무용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춤을 섭렵했던 그는 만화와 춤의 접목을 꿈꿨다. 고교 졸업 후 1991년 김종한, 김준범의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입문했고 1992년 SBS 댄스팀의 리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만화계로 돌아와 1996년 코믹로봇만화 <나간다 우라팡>으로 데뷔했다.

김수용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유’이고 자유가 곧 ‘힙합정신’이라 말한바 있다. 춤과 만화로 대변되는 그의 삶과 창작활동은 철저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춰져 있고 이를 자유롭게 구현하기 위한 실험과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다. 얼마 전 <좌우>라는 작품으로 웹툰 신고식을 치룬 작가는 ‘힙합 투 더 뉴클래식’이라 명명한 작품을 웹툰 형식으로 기획하고 있다. 현재의 작가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힙합>을 리메이크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용은 작업 환경을 늘 최신의 기술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가장 실감나는 연출방식을 찾아 고민하는 작가다. 자칫 이전 작품의 명성을 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힙합>을 과거의 틀에 가두지 않고 최신의 것으로 재창조해 보이겠다는 것 역시 새로운 도전이고 김수용 식의 자유의지가 아닐까. 인덕대학교에 출강하고 있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만화가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어서 2010년 대만국제만화가대회에서 우정상을 받기도 했다. 2011년에는 어린이 드라마의 방송대본을 쓰기도 했다.

 

■ 명장면 명대사 :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것 하나도 나의 것은 없다

가정사에 대한 불만과 세상의 무관심을 주먹에 담아 표출했던 주인공 성태하는 춤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가는 이로 탈바꿈한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삶에 대한 자각을 풀어내지만 세상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전하는 탓에 의미있는 명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그림 8, 9] 애송이였던 성태하가 노력 끝에 완성한 쓰리킥을 바비에게 선보이는 장면 

바비는 유명 가수의 백댄서로 무대에 오르며 “지금 이 순간 그 어는 것 하나도 나의 것은 없다”며 자신의 자존감을 되살리고, 태하는 자신의 생일날 “기쁠리가 없잖아. 나 같은 놈 낳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 제삿날이니까”라며 비뚤어졌던 자신의 삶을 반추해내기도 한다. 미국으로 떠나는 바비의 비행기 아래서 힘들게 연습했던 비보잉 기술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또래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후 쉬지 않고 펼쳐지는 비보잉 대결은 마치 대전격투만화의 그것처럼 독자들을 긴장 시켰다.

[그림 10] 비보이주니어 팀의 멤버들 

 

 

참고자료

위키백과, 김수용에 대하여
http://ko.wikipedia.org/wiki/%EA%B9%80%EC%88%98%EC%9A%A9_(%EB%A7%8C%ED%99%94%EA%B0%80)

네이버 지식백과, 비보이에 다하여
http://terms.naver.com/entry.nhn?cid=200000000&docId=1255837&mobile&categoryId=200000969

인터뷰 '힙합'만화가 김수용씨 , 한겨레, 1999.03.04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9030400289114003&edtNo=5&printCount=1&publishDate=1999-03-04&officeId=00028&pageNo=14&printNo=3441&publishType=00010

김수용 만화 ‘힙합’ 6년6개월만에 완결, 동아일보, 2009.10.09
http://news.donga.com/3//20040620/8074342/1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부장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세종대학교 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후기] 만화를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닥친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서 내 삶을 되새김질 할 때가 있다. 글을 쓸 때 역시 읽는 사람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찾다가 그 것이 곧 내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도 있다. 2012년 말 그리고 2013년 초의 나는 더더욱 그랬다.  

모든 것을 쏟아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믿었으나 결국 내게 주어진 사명은 타인의 무대 뒤에 서는 것이었고 소리없이 그 무대를 정리하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내 잘못이 크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믿었다. 우린 <힙합> 세대였음으로.  

원고 집필 당시 인터뷰 전화에서 김수용 작가는 <힙합> 리메이크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결과가 최근 한 편의 티저 영상으로 구체화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jPtVH5PGsv4&feature=youtube_gdata_player   

네이버 캐스트 게재문 보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6&contents_id=18239&leafId=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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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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