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슈팅(전세훈 글/그림), 한국만화정전, 네이버캐스트, 2013.01.08

도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 슈팅, 전세훈

[그림 1] 전세훈, 슈팅, 1996년 [소년챔프] 연재 개시 

 

■ 작품에 대하여 : 축구경기보다 통쾌한 스포츠대전서사 

전세훈의 <슈팅>은 1996년 [소년챔프]에 연재를 시작한 축구 소재 만화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6월, 총29권 분량으로 완결된 작품이다. 여느 스포츠만화처럼 아직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어설픈 천재 고교생이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0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8권)를 거쳐 대망의 2002년 한일월드컵(~29권)에 출전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라는 엄청난 결과를 예견하는 듯 한 내용 전개로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그림 2] 주인공 나동태

주인공 나동태는 193cm의 장신으로 만년 꼴찌인 우수고교 축구부의 골키퍼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한 해 동안 무려 52점의 골을 내준 형편없는 골키퍼지만 80m까지 뻗어나가는 강력한 킥과 골대 위까지 솟아오르는 점프력, 장신임에도 빠른 순간 질주 능력 등 선천적 축구 재능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의 후배인 구천산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나동태의 이 같은 재능을 발견하고 대표팀 공격수로 발탁한다.

나동태는 대표팀에 소집된 실력파들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재능을 발견하고 경험을 늘려가며 축구 실력을 쌓아간다. 그러나 강점이 주어졌다면 약점도 있게 마련, 나동태는 폐기능이 약해 한 경기에 20분밖에 뛰지 못한다. 이를 알고 있던 아버지는 그를 ‘축구를 즐기는’ 골키퍼로 둔 것이다. 그러나 냉혹한 승부사인 구천산 감독은 그를 ‘모든 것을 걸고 골을 따내야 하는’ 조커로 기용한다.  

[그림 3] 세계로 나가자고 말하는 구천산 감독 

역대 한국 축구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장신 고공 슈터이자 장거리 슈터가 된 나동태는 강찬, 전도현, 현철석, 천인성 등 톱플레이어들과 함께 국제 경기에 임한다. 작가는 벤치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주인공을 만들었고 그가 뛸 수 있는 20분은 극적 긴장감을 강조하는 장치가 됐다. 이로 인해 중국의 축구 공한증은 더욱 확대됐고, 동포애로 가득한 남북한전의 감동은 더 절절해졌다. 숙명의 한일전 역시 더욱 장대하고 통쾌하게 펼쳐내는데 성공한다. 일본과 아시아 최강자전을 펼친 나동태와 대표팀은 브라질과 세계 최강자를 겨루고 팀을 재정비하여 이탈리아와 월드컵 최강자를 겨룬다. 연재 중에는 다소 황당하고 현실성이 없는 내용 전개로 평가되기도 했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이 16강 진출에 이어 8강, 4강전을 치르면서 <슈팅>의 세계는 ‘만화가 아닌 현실’ 그 자체가 됐다.

[그림 4] 청소년 대표 시절의 나동태

[그림 5] 구천산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 

1980년대는 스포츠만화의 전성기였다. 스포츠가 들어가지 않은 만화가 없을 정도였지만 스포츠를 벗겨내면 가족사와 연애사에 주목한 비장미 넘치는 드라마가 있었다. 반면 90년대 스포츠만화는 운동경기만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했다. 경기장면은 TV중계보다 역동적이고 섬세해졌고, 전술과 기술에 대한 설명은 TV해설보다 흥미롭고 깊이가 있어야 했다.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케이블TV 등을 통해 해외 유명 리그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면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톱 플레이어들의 만화 같은 플레이를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대중을 상대로 과거 같은 방식의 ‘드라마가 담긴’ 스포츠만화로는 팬들에게 환상을 제공하지 못했다. 만화가들은 80년대 스포츠만화 전성시대의 환상을 버렸고 다른 장르를 찾아 떠났다. 그 빈자리를 전문지식과 현장취재, 심층연구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90년대식 스포츠서사가 치고 들어왔다. 대부분 일본망가였지만 <슈팅>이 그 틈에서 토종 스포츠서사의 자리를 지키며 ‘진짜 같은 거짓말’을 해냈다.

[그림 6] 한일전에서 역전골을 넣은 나동태 

<슈팅>은 대원씨아이에서 총 29권의 단행본으로 발행되어 중국 등지에 수출된 바 있다. <슈팅>과 내용상 연결성은 없지만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유럽 진출기를 다룬 <슈팅코리아>가 2002년부터 스포츠신문 연재를 거쳐 삼양출판사에서 총 32권으로 완결됐다. 2006년부터 <슈팅월드컵>이 명성출판사에서 총 4권, <킥>이 삼양출판사에서 총 2권으로 발행됐다. 어린이용 축구만화로는 박지성의 자서전을 만화화 한 <꿈을 향해 뛰어라>가 현재 6권까지 발매되어 있다.

 

■ 작가에 대하여 : 한국만화계의 트랜드세터 전세훈 

[그림 7] 전세훈 

전세훈(1962년 충남 출생)은 경희대 조경학과 출신으로 대학신문사에서 만화기자로 활동하며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1컷 만평과 4컷 만화를 담당했는데 주변의 평가가 좋아서 만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정통극화풍의 ‘구룡군단’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던 이성우 문하로 입문했다. 입문이 늦었던 만큼 만 30세가 되는 1992년 주간만화잡지 [소년챔프]에 <노노보이>를 발표하며 늦깎이로 데뷔한다.

작화보다는 소재 선정과 극적 설정, 서사 전개력 측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 온 만화가이다. 데뷔작에서는 육체가 뒤바뀌는 빙의라는 설정과 아이돌, 록음악이 소재였고, 후속작인 <삐삐쳐>에서는 학원액션물에 추리 요소를 가미했다. <장난아니네>는 무협물과 학원물을 묶어냈고 <손금>, <신의가면>은 수상과 관상을 소재로 성인 취향을 반영했다. 웹툰 붐과 함께 네이버에 연재한 <사랑in>은 감성에세이 형식을 취했고 아동만화 붐이 일자 과학소재 만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세훈은 만화팬들의 정서와 사회적 이슈를 찾아내 창작 활동에 빠르게 반영해 온 만화계의 트랜드세터이다. 다수의 작품이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선택을 촉진하는 기획이었고 추종 창작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6년 <슈팅코리아>로 부천만화대상 청소년만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 만화진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2012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선배 만화가들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그림 8] <슈팅>에 이어서 태극전사들의 유럽진출을 다룬 <슈팅코리아> 이미지 일러스트

[그림 9] 박지성 선수의 일대기를 다룬 어린이만화 <꿈을 향해 뛰어라> 중 1컷 

 

■ 명장면 명대사 : 무모함이 도전과 신화를 낳는 법 

만화가 전세훈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문전에서 두려움 없이 돌파하고 과감하게 슈팅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처럼 <슈팅>은 절대 강호들과의 축구대전을 펼쳐가는 주인공들에게 두려움이라는 망령을 씌우지 않았다. 오히려 구천산 감독의 입을 통해 ‘내 목표는 세계 정상이요.’라고 말하게 한다. 다소 황당해하는 상대에게 ‘무모함이 도전과 신화를 낳는 법이요.’라며 한국 축구의 수준을 일반적인 기록과 사실에 근거해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처럼 <슈팅>은 무모하지만 한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하나씩 공개되는 필승기법과 경기를 통해 나동태와 대표팀의 도전을 신화로 만들어간다.

  

[그림 10] 무모한 장거리 슛에 도전하는 나동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는 구천산의 무모함이 나동태로 전이됐다. 자신의 한계보다 많이 뛰어서 심장이 터질 지경이 된 나동태는 구천산에게 마지막까지 뛰겠다는 의사를 표한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선수의 상태를 생각해 교체를 해야할 상황이다. 팀 스탭 역시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교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진언하지만 구천산은 끝내 나동태를 불러들이지 않는다. 힘겨워 보이지만 뛰고 있는 그를 보며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눈앞에 보이는 지금뿐!’이라고 말한다. 이기고 싶다면 지금 이겨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결승전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무모할지 모르지만 ‘지금’이라고 생각된다면 <슈팅>은 도전하라고 말한다.

 

참고자료

네이버 N스토어, 전세훈, 슈팅, 대원씨아이
http://nstore.naver.com/comic/detail.nhn?productNo=46995

디지털만화규장각, 전세훈에 대하여
http://www.kcomics.net/Artist/view_magazine.asp?cdidx=1161&i=3

디지털만화규장각, 슈팅에 대하여
http://www.kcomics.net/Comicinfo/review01_view.asp?in_outorder=2002062706&seq=343&i=4#REVIEW13079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경향신문, 전세훈-나의수습시절, 1996.09.24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6092400329128001&editNo=40&printCount=1&publishDate=1996-09-24&officeId=00032&pageNo=28&printNo=15892&publishType=00010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한겨레, 스포츠만화 가눔에 콩나듯, 1999.07.27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9072700289122001&edtNo=5&printCount=1&publishDate=1999-07-27&officeId=00028&pageNo=22&printNo=3565&publishType=00010

네이버뉴스, 내일신문, 한국팀 월드컵 우승 만화만은 아니다, 2006.06.1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6&aid=0000039557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부장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세종대학교 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후기] 90년대 코믹스만화를 수 놓았던 걸작, 그 중에서도 소년만화를 대표하는 작품 10편을 꼽으면서 마지막 작품으로 <슈팅>을 골랐다. <슈팅>은 전세훈 작가가 가장 오랫동안 연재한 작품이고 축구전문 만화가로서 각인되게 한 작품 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가 그린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 모른다. 전반부를 뺀 <노노보이>는 당대를 대표하는 걸축한 신인의 데뷔작으로 손색이 없고 <삐삐쳐> <장난아니네> 등은 작가로서의 롱런을 기대하게 만드는 후속작이었다. <신의 가면> <손금> 등도 소재주의 만화가로서 그의 가치를 명확히 한 작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뭔가 조금 더 강한 한 방이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선정하고 글을 쓰면서 그의 또 다른 슛을 기대했다. 그 처럼 이제는 중견이 된 코믹스만화 시절의 작가들 그리고 웹툰의 시대에도 코믹스만화를 꿈꾸는 이들이 다시 한번 슛 찬스 앞에 서기를 기대해봤다.  

물론 내게도 슛이 필요했다.  

 

네이버 캐스트 게재문 보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6&contents_id=18517&leafId=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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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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