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총 연구가가 되어 소설을 낸 손상익 선생님, 2013.03.23

한국만화통사와 만화인명사전 등을 집필하시고 

만화문화연구원을 설립하여 후학을 양성했던 만화평론가 손상익 선생님께서

오랜 연구와 집필기간을 통해 소설 타이거헌터(총의울음)를 전자책으로 출간하셨다.

왜 그랬을까. 소설 자체에 대한 궁금증보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가 더 궁금했다. 

왜 만화관련 저술활동은 더하지 않는가.

왜 연구원 운영은 중단했을까.

왜 온라인만화사업체를 나와서 다른 비즈니스를 했을까.

왜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많은 토픽과 이슈가 머리 속에 엉켜 사라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왜 소설을 썼을까.

알수없었다.

동의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중에 청년시절의 멘토이자 롤모델이었던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회사에는 이제 직원이 없었다.

처음 선생님의 비즈니스모델을 들었을때 많이 당황했다.

사회학자이자 천상 기자였던 선생님은 디지털인류의 신소비성향과 오프라인 활동을 연계하는 사이버아이템을 논했다. 재미있는 한 편의 칼럼이었고 풍요롭게 해석될수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개념이 실체로 변하는 순간 그 같은 아우라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냥 흔한 쇼핑몰과 답사여행 프로그램만 남아있었다. 스텝과 시스템의 부재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선생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계획했다는듯 쇼핑몰에서 유물을 건져내고 답사프로그램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 과정 역시 스케일 큰 그 다웠다. 조선시대 때 쓰던 화승총을 찾아내 이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회를 만들고 국립박물관에 있는 화승총의 유물복제를 추진했다. 그리고 세계사 속에서 홍어X 처럼 취급 받았던 강화도를 탐사했고 처참한 수성의 역사를 찾아냈다. 거기로부터 선생님의 소설이 출발했다. 

화약냄새가 자욱한 회사는 선생님의 개인집필실이 됐고 복원에 성공한 화승총과 미국정부가 공개한 양요와 관련된 인터넷 자료, 당시 한국의 지형을 보여주는 고지도가 밑천이 됐다. 

대중소설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목 타이거헌터는 미군 자료에 등장하는 용어로 당시 조선군의 특등사수를 의미했다. 미군이 조선의 문을 열지 못하고 물러간 이유로 지목했던 이들이 곧 타이거헌터. 범포수였다. 

이 소설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강화를 지켰던 어재연 장군이 미군에 맞서기 위해 호랑이사냥꾼들을 군인으로 양성해 전투를 치뤘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픽션이라기보다는 팩션이고 이야기라기보다는 논증적 서술과 재현된 상황의 연결로 다큐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한 저작이다.

20여년 기자 생활을 하고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팩트의 중요성과 논증에 대해 설파했던 그 다운 소설이었다.

재밌는 소설을 읽어냈다는 성취감보다 이 소설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내야할까라는 기대감이 더 큰 흥분과 반가움을 줬다. 활어처럼 펄뜩이는 살아있는 원천 콘텐츠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왜 만화를 떠났는지 다 묻지 못했고 그 답을 소설에서 찾지도 못했다. 그저 한잔 훅 털어 넣은 소주의 쓴맛과 이를 분산시키려 밀어넣은 활어 한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 같았다.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조선의 위대한 힘. 유일하게 조선의 문을 열지 못했던 그들의 패배. 하지만 통쾌함 없이 유지되는 한의 역사. 그 개운하지 못함이 이 콘텐츠의 원심력이 되어줄수 있지 않을까.

파란눈의 적을 향해 화승총을 겨누고 두려움없이 맞섰던 그 시대의 주인공을 만나보는 것 만으로 기쁘지 않을까.

그의 소설을 느껴보자. 더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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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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