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굿모닝!티처(서영웅 글그림), 한국만화정전, 네이버캐스트, 2012.12.11

첫사랑 멘토가 들려주는 방법사전 - 굿모닝! 티처, 서영웅


[그림 1] 서영웅, 굿모닝! 티처, 1995년 [소년챔프] 연재 개시

■ 작품에 대하여 : 반항과 대립이 없는 착한 학원만화


서영웅의 <굿모닝! 티처>는 만화잡지 [소년챔프]에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여자선생님 정경희와 고등학교 신입생 박영민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만화이다. 80년대의 학원만화가 스포츠와의 결합을 통해 소년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우정을 그려냈다면 90년대 코믹스는 규칙 없는 동성 간의 대결(<진짜사나이>)과 구속 받지 않은 이성 간의 사랑을 묘사(<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하는데 주력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판타지성을 가미하기도 했고(<마이러브>) 아이돌, 힙합, 무술 등등 색다른 소재를 결합시켜가면서 조숙한 독자들의 욕망을 어루만졌다. 이처럼 당시 소년만화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 꺼리를 학원을 중심으로 펼쳐 내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통과 결별하거나 새로운 문화코드를 결합하면서 ‘학원만화’라는 거대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림 2] 서영웅, 굿모닝! 티처, 대원동화, 1996년 발행본

[그림 3] 서영웅, 굿모닝! 티처(완전판), 대원씨아이, 2002년 발행본


반면 <굿모닝! 티처>는 90년대 학원만화가 찾아낸 자극적 요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우 소소한 학교생활을 소재로 했다. 고등학교에 모인 낯모르는 학생들이 자신들을 대표할 반장을 뽑고, 끼리끼리 모여 소풍 가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보고, 맥없이 방학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야기는 영민이 고교에 입학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진행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이고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사건이다.

극하게 싸우고 심하게 사랑해야 ‘만화적 재미’가 있다는 일반적 주장을 이 만화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성장드라마의 성격을 지녔지만 성장통을 심하게 겪는 이도 없다. 가장 불안한 나이의 등장인물들이지만 ‘모범생’ 마냥 튀지 않는다. 물론 갈등 없는 드라마가 존재할리 없다. ‘반항’이 없는 대신 이 작품에는 ‘고민’이 있다. ‘대립’이 없는 대신 ‘방법’이 있고 ‘승자와 패자’가 없는 대신 ‘멘토와 멘티’가 있다.


[그림 4] 굿모닝! 티처의 여주인공 정경희 체육선생님

[그림 5] 개방적이며 긍정적 에너지로 가득한 인물


주인공 영민과 또래들의 선생님이자 멘토인 여주인공 정경희는 체육선생님이다. 활달하고 개방적이며 긍정에너지로 넘치는 인물이다. 사춘기 소년 영민에게는 ‘언제나 가슴 설레도록 유혹하며 다가와서…! 모든 걸 받아줄 것 같이 하시다가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엔 벽을 쌓고 다가가지 못하게 하시’는 정숙한 여성이다. 그러면서도 정경희는 ‘스스로 강한사람이 되어보세요! … 책임감 있고 냉정한 판단력을 지닌…. 그리고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하는 바른 선생님이다.

정경희가 또래들의 감성과 정서를 어우르는 역할을 했다면 영민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 개입하면서 좋은 친구이자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영민이 여자친구에게 알려준 ‘~로써’와 ‘~로서’의 맞춤법 표기 구분법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명장면이다. ‘~로써’라고 쓸 때는 방법이나 수단, ‘~로서’라고 쓸 때는 자격이나 지위를 뜻하기 때문에 ‘써방과 서자’로 외우면 된다는 식이다.

이처럼 <굿모닝! 티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연애사전이기도 했고 방법사전이기도 했다. 단행본은 도서출판 대원에서 전16권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발행됐다. 2002년 대원씨아이에서 완전판이 5권까지 발행됐다. 2008년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다시 보는 걸작만화’ 형식으로 전권이 한시적으로 공개되면서 세대를 넘어 회자되는 콘텐츠가 됐다.


[그림 6]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정경희 선생님

[그림 7] 하고 싶은 일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정경희 선생님


■ 작가에 대하여 : 동아리 활동과 공모전을 통해 등장한 신세대 만화가 서영웅


[그림 8] 서영웅 작가

서영웅은 1974년 생으로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4년 ‘챔프만화대상’에서 <수호천사 마니또>로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수상 후 곧바로 [월간챔프]에 <못 말리는 수호천사>를 연재했다. 서영웅은 단국대부속고등학교 만화동아리 ‘해오름(창조지대의 후신)’ 출신으로 고교축제나 소규모 전시회, 회지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한 준프로 만화가였다. 90년대 초는 만화잡지 창간이 붐을 이루던 시절이다. 만화산업계는 역설적으로 ‘만화가 기근’에 빠져 있었고 만화동아리 출신 아마추어만화가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서영웅과 함께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손희준, 박상용 등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 연재를 시작했다.

1995년 신세대 선생님을 등장시킨 <굿모닝! 티처>로 소년 독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풋풋한 학원물로 명성을 쌓은 서영웅은 판타지물이 주목받던 시기였던 1999년 거대로봇물 <레이븐>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전작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군 제대 후 인 2006년부터는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를 소재로 한 동명의 판타지만화 <마비노기>를 발표한바 있고 2007년 웹툰 <페르소나>를 미디어다음에 연재 했다.


■ 명장면 명대사 :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라


알로에를 뒤집어 쓴 것 같은 헤어스타일과 거꾸로 세운 오각형 모양의 얼굴, 큰 눈에 작은 코, 늘씬한 9등신 체형 등 90년대 초 유행했던 작화 스타일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망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2등신이나 5등신으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 같은 형식의 캐릭터는 개그 컷이나 일러스트 컷을 연출하는데 유용했고 팬시상품화 되기에도 용이했다. 서영웅의 만화 스타일 역시 90년 대 초 만화동인들 사이에서 매우 선호됐다. 많은 이들이 간결한 터치와 컬러마커를 사용한 효과 등을 따라 그렸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도 많았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뭔지 알고 게으름 부리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일’은 뭐고 할 수 없는 일은 뭔지…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잊지 않는 사람이 되라구요.”

정경희 선생님은 또래 친구들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애가 아니니까요’라며 이 대사를 던지고 윙크를 하며 나가버린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퇴장이지만 또래 친구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 한 장면이다. 다소 정돈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작가 자신이 직접 개입해 그 시절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대사로도 읽힌다. 해야만 하는,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작가도 고민했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림 9] 대학생이 되어 만난 박영민과 정경희 선생님

정경희 선생님은 그 때도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따로 있다기 보단 사는 것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멋진 멘토의 자세를 유지한다. 아름다운 선생님의 선문답에 질풍노도의 소년들은 가슴이라도 내려치며 답답증을 호소했을 법도 한데 주인공들은 더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순한 양이 되어 대학으로 인도됐고 성인이 됐다.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삶이 됐다.



참고자료

네이버책, 굿모닝! 티처(완전판), 대원씨아이, 200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57319

박석환만화연구소, ‘이 만화를 발견하다-서영웅의 굿모닝! 티처’

http://comicspam.com/140035714983

<굿모닝! 티처>에서 배우는 '-로서'와 '-로써'의 구별법

http://newtype.gloos.com/104549

수능 끝난 학창시절 만화로 되돌아본다, 경향신문, 1999.11.18.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9111800329137001&editNo=40&printCount=1&publishDate=1999-11-18&officeId=00032&pageNo=37&printNo=16908&publishType=00010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부장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세종대학교 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후기] 이제 얼마있으면 겨울방학이다. 그리고 졸업식 시즌. 학창시절의 시작과 끝을 알려준 것은 교문이었고 독한 선생님과 선배, 그리고 마지막 순간 교문을 함께 나섰던 친구들 등등이었다. 17년을 살아 놓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뿐인데 하나같이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것 뿐이었다. 그중 두번 세번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뭐가 그렇게 다 낯설고 다 힘겨웠는지 ... 결국 하나도 다 이겨내지 못하고 그런 것도 있을 뿐이라고 동의하며 넘어왔으면서 그 때 그 시절은 그런 것들이 왜 그렇게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 모를 일이다. 모두의 겨울, 모두의 청소년기를 생각하며 적었다.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