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100년 사는 한류스타, 만화가 만들겠습니다. 2011.11.3

100년 사는 한류스타, 만화가 만들겠습니다.


박 석 환(만화평론가)

한류스타가 펼쳐 준 새로운 기회

한류(韓流, Korean wave), 한류스타가 관용어로 쓰이고 외국어 사전에 신어(新語)로 등장할 만큼 한류열풍이 거세다. 한류는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와 연속극을 시청하고 한국식 패션의 의상을 입고, 한국 화장품을 구입하는 등의 조류를 가리킴’으로 정의되고 있다(네이버 중국어사전). 중국에서 먼저 쓰기 시작한 ‘한류’라는 저널식 관용어는 홍콩, 대만 등 동남아 전역으로 퍼졌고 일본을 넘어 북미, 남미로 확산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대장금>의 이영애, <가을동화>의 배용준, 최지우를 시작으로 아시아인들은 TV연속극이 보여준 한국과 한국문화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장동건, 이병헌, 비가 출연한 글로벌 영화는 아시아권을 넘어선 한류스타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대중문화의 본 고장이랄 수 있는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한국가요 이른바 K팝이 아이돌 스타군단을 내세워 세계인의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의 젊은 스타가 군에 입대하는 날 세계 각국의 팬들이 신병교육대 앞으로 몰려드는 풍경은 익숙한 것이 됐고, 초대형 무대에서 전 세계인의 열광 속에 노래하는 K팝 스타의 모습도 낯설지 않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한류’를 주제로 한 대국민 광고를 내보내고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나 소상공인들도 적극적으로 한류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한류’는 우리가 느끼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빛과 기회를 주고 있다.

세계가 함께 보는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그림 : 호랑 작가의 <봉천동귀신>의 한 장면과 이를 본 해외 이용자의 반응]


만화분야에서도 만화한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호랑(본명 최종호) 작가의 ‘봉천동귀신’과 ‘옥수역귀신’은 네이버 웹툰에 게재된 다음 날 미국의 만화사이트 코믹얼라이언스(Comics Alliance)에 번역본으로 재게재 됐다. 이른바 펌질이다. 이 작품을 접한 외국인들은 자신 또는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한국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호랑 작가는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웹투니스타(webtoonistar) 중 한명이 됐다. 현재 호랑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외국의 웹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 있다. 가수 윤아와 공동작업을 하는가 하면, 영화 ‘위도’를 웹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또 한명의 스타 만화가를 얻게 될 것 같다.

호랑 외에도 손재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 지강민의 ‘와라 편의점’ 등 수 많은 한국 웹툰이 해외 사용자들에 의해 망가폭스나 코믹리소스, 웹툰라이브(www.webtoonlive.com) 등의 만화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웹툰을 교재용도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간혹 있었으나 특정 작품이 사용자들의 자체 번역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 집중 소개되거나 전문 번역 사이트가 생긴 것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만화평론가인 스콧 맥클루드까지 나서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웹툰 붐에 주목할 만큼 한국이 만들어낸 ‘웹툰’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를 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일본만화 무단번역본의 범람이 한국출판만화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화가 해외시장에 무단으로 번역 소개되는 것을 기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막는다고 될 일도 아니니 이 같은 현상을 문화전파나 확산의 초기단계로 접근해서 이를 공식적인 비즈니스 영역으로 유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찍부터 웹툰 영문판을 유료서비스하고 있는 넷코믹스(www.netcomics.com)나 얼마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아이폰용 유료어플 등으로 웹툰을 판매하는 아이씨유(www.iseetoon.com)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이와 함께 한국의 만화가 지닌 긍정적 의미를 알리고 이를 홍보하거나 상품화하는 방식 역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 무단으로 복제되어 웹툰이 전제되고 있는 미국 사이트]


Manhwa, K툰으로 재탄생되어야

일본의 Manga, 미국의 Graphic Novel이나 Hero Comics, 프랑스의 Bande Dessinee처럼 한국은 2003년을 전후해서 ‘Manhwa’를 한국만화를 뜻하는 국제적 일반명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등을 통해 ‘Manhwa’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작품군으로 분류되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유럽에 첫선을 보였던 Manhwa는 문예성과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담아낸 중견작가의 걸작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들은 한국만화의 정체를 알리는 역할은 해냈다. 그러나 대중적 히트작이 되지는 못했다. 또, 동일 성향의 걸작은 양적으로도 제한적이어서 후속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출판시장이 한국만화에 주목하게 만드는 성과를 달성했고 Manga스타일의 한국만화가 수출되는 데에 주도적 역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들어 영국의 만화평론가 폴 그라빗은 한국이 ‘Manhwa’를 브랜드화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만화의 차별적 특성’이 명확하지 않다고(망가와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림 : Manhwa라는 브랜드로 소개된 한국만화와 소개책자]

반면, 웹툰은 시쳇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국적 상황과 정서 속에서 태어났다. 정보통신 대국의 인터넷 사용자환경이 전통적인 만화의 변신을 촉진시켰다.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들 역시 Manga스타일에서 탄생한 이들이 아니라 인터넷과 포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그렸던 이들이다. Manga에 대한 빚이 없는 이들은 캐릭터와 작품설정, 이야기 전개와 연출방식 등에 있어서 색다른 해법을 제시했고 독자들은 이를 독특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Manhwa 대신 Webtoon으로, 세계인들은 이를 Korea Webtoon으로 받아들였다. 문예성이 강한 한국만화가 아닌, Manga스타일 한국만화가 아닌 Webtoon을 온전히 새것의 만화로, 세계만화의 한 장르명칭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만화를 일본식 조어로 구성된 만화(漫畵)의 영어식 표기인 Manhwa로 지속적으로 브랜드화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계에 소개되고 있는 Manga스타일 한국만화와 학습만화, 웹툰을 Manhwa의 하부 장르로 두어야 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웹툰을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한국의 만화로 논해야 하는지. 용어에 대한 고민은 너무 늦지 않게 정리되어야 한다.

100년 사는 한류스타, 만화가 만들어야

고민은 용어에서 멈추지 않는다. 일본의 Manga는 TV애니메이션이라는 우군을 세계 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사용했다. 미국의 경우는 허리우드 영화를 앞세워 위축기에 접어들던 Hero Comics를 본 궤도에 올려놨고, 프랑스는 특유의 예술적 성취를 기반으로 Bande Dessinee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만화는 아직 쓸만한 우군을 찾지 못했다. 문화콘텐츠의 무한경쟁 시대에 자가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여실하다. 출판시장의 소비자 구매 파워가 대중문화 전반의 트랜드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만화는 세계시장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즉, 신문이나 TV가 주목도를 높여줘야 서점에 깔린 책이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가수 비와 송혜교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원수연의 만화 원작 TV드라마 <풀하우스>, 박소희의 <궁>, 형민우의 <프리스트> 정도가 세계 시장에서 대중문화적 이슈가 되면서 책의 판매를 견인했다. 대다수의 수출만화는 서점의 매대 한 구석에서 ‘자체발광’으로 구매를 요청하고 있는 꼴이다. 잘 될 일이 없다. 그래서 이제 한국만화도 나름의 우군을 만들어 가야한다. 1년에 10여 편 미만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화 원작의 영상화에만 목을 맬 일도 아니다. 미국의 마블코믹스처럼 스스로 영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공중파 드라마가 여의치 않다면 종편과 케이블방송 드라마와 공동 전선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세계가 바라보고 있는 한류스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림 : 이병헌이 등장하는 만화판 <아이리스>와 투애니원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100년 사는’ 한류스타는 한 때의 추억으로 잊혀 질 수 있다. 그러나 한류스타가 만화캐릭터화 되면 그 이미지는 오래도록 지속 관리될 것이고 영생하게 된다. 1919년생인 고양이 패릭스, 1928년생인 미키마우스, 1929년생인 틴틴, 1938년과 1939년생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세계인들은 나이 먹는 한류스타보다 늙지 않는 한류스타를 원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류는 만화와 함께해야 하고, 한류스타의 스토리는 만화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한국만화는 그들을 지렛대로 활용해 용어 그대로의 만화한류를 만들어내야 한다. 늙지 않는 한류스타인 오리지널 만화주인공, 만화한류, K툰을 만들어 가야 한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칼럼, 2011. 11. 1 http://www.kocca.kr/gallery/column/1325604_1381.html 


@@@ 관련 세미나 11월 3일 만화의 날, 한국관광공사 B1층 상영관에서 15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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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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