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논쟁이란 건 의견이나 입장 차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만화계가 취해야할 정책적 입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차 때문이죠.
그런데 정책적 입장이란 건 원론적일 수 밖에 없어요.
이번 논란도 "만화의 저작권리는 창작자에게 있고 그 유통의 허락권도 창작자에게 있다"는 것이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한 창작자들의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없고 그 것을 비판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게 원론이니까요. 하지만 논쟁은 원론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죠.
'총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회의장의 유행어가 있잖아요.
원론적 정책을 기초로 세부실행안 등이 수립되게 될텐데... 이 세부안의 논의 방식이나 수립 과정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번 논쟁 역시 원론적으로는 간단합니다. 하지만 세부실행안들, 정책입안에 따른 변화들을 예측해보면 매우 복잡다단한 이슈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결과적으로는 '저작권 계약의 문제'로 봅니다.
제 경우에는 그 중에서도 '최초 콘텐츠 투자비(연재비용)를 댄 기업의 유통권리를 어느 플랫폼까지 인정해줄 것인가'로 제한해서 고찰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 논의는 디지털매체가 등장하고 새로운 유통플랫폼이 쏟아지던 2000년 대 초입에 '상호간의 계약문제'로 일단락됐던 것입니다. 역사나 경험을 이유로 드는 것은 그것이 반복적인 결과를 낳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가라종이만화'를 집필하던 시기만하더라도 유통플랫폼별로 디지털만화의 장르를 나눴습니다. 지금도 그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기술의 진보가 기기의 차별화, 콘텐츠 유통과 이용 환경의 통합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U북(어떤 기기에서도 볼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 등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죠. 이를 마치 “새로운 기기가 새로운 유통플랫폼을 만들고 기존 저작물의 저작권리가 신설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논의를 이끌면... 괜한 시비거리만 양산 시킬 수 있습니다.
유통망과 기기환경의 분할을 기초로 '저작권에 대한 재인식'을 요구하는 것이 한시적으로 창작자에게 이로울지 모르겠으나, 앞서 제기한 것과 같이 이는 원론적으로 나누어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지요. 결과는 작가와 기업간 계약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콘텐츠 창작/ 유통을 위한 실 계약 시에는 오히려 기존에 나뉘었던 부분(과거에도 ‘유무선전송권’이라는 식으로 표시했죠. 지금은 '무선'에 2G, 3G, wibro 등을 표시합니다)까지 통합해 계약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죠.
창작자의 권리는 계속 신설되는데 기업의 계약 상 권리는 계속 위축된다면 기업의 기획창작, 투자창작이 이뤄질까요. 작가의 자율창작, 자비출판의 모델로 가겠죠. 앱스토어의 모델은 기실 이 부분에 있다고 봐야할 겁니다. 이 시스템 역시 미래지향적이고 아름다운 가능성의 세계 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원론이죠. 창작자나 기업에게 더욱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만화시장의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참여를 확장하려는 원론적 입장입니다. 여기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필요한 사람, 이 시스템에서만 가능한 사람이 있고, 이 시스템은 하나의 사례나 형식으로 알고 있으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 논의 촉발의 지점, 또는 제가 집중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프로작가들, 웹툰에서 명성을 얻어 자유로운 창작자의 권위를 확보한 작가들의 경우입니다.
그 작가들은 지금 계약에 임해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 대비해야 합니다.
서로 눈치 보기에 들어간 상황이죠.
그래서 논의가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라고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서 지금이 더더욱 신중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창작자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지금은 미래에 대한 희망적이고 원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지금 꼭 필요한 현실적 견해와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판단해야죠.
창작자라면 이익이 많은 곳에 사인해야 합니다.
기업이라면, 신규 창작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더 많은 유통 권리를 얻으려고 애써야 합니다.
창작이 아닌 유통권한만 달라고 한다면...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창작자와 기업, 둘의 기대치가 상승했을 때
현재의 시장도 유지되고 미래의 시장도 열릴 겁니다.
작가는 기대감을 감추지 말고 조건을 표현하고
기업은 가능성을 감추지 말고 유통권한에 투자해야죠.
그럼 커지는 겁니다.
>> 경우에 따라 계속^^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