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네이버가 애플의 엡스토어에 아이팟용 웹툰 서비스를 론칭했다는 소식이다.
아이팟 이용자는 아니지만 PDA유저였고 스마트폰과 이북디바이스를 통한 디지털만화서비스 사업을 추진한 경험도 있어서 적당한 수준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휴대용 미디어 기기를 통한 만화서비스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한 유료웹툰서비스모델은 기실 업계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것이었고
적당한 시기에 업계의 참여가 본격화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시장과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웹툰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엡스토어를 공략해야 할 때라 여겼다.
개별 공략을 통해 작가들이 선구 사례를 만들고
이 사례를 수집해 관이 정책을 제안하고
육성정책과 지원사업을 추진한 후
신규 시장에 대해 합당한 룰을 성립시킨 후
민간 기업과 기업자본의 규모 있는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장 형성과정이 아닐까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네이버의 행보는 빨랐고
디지털 시장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던 작가들의 움직임은 느렸다.
<아래는 서비스 홍보 페이지>
네이버 웹툰의 아이팟 버전은 콘텐츠와 수익모델이 동일하지만 서비스와 미디어는 다르다.
겉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세세한 부분을 따져보고 조금만 변화된 올드 미디어환경에 대해 고찰해보면 그 큰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의 유선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보는 것과 아이팟 버전의 웹툰을 보는 것은
신문사에서 뿌린 호외와 서점에 꽂힌 책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방송과 원하는 사람만 댓가를 치르고 대여하거나 소장할 수 있는 비디오테잎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정기적 업데이트, 이동성, 다운로드를 통한 소장의 개념 등은 이 서비스가 전통적인 출판만화시장의 소비 요구 수준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대체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디지털만화 서비스의 신유형 또는 미래형 비전으로 논의 가능한 요소들도 내포하고 있다. 즉, 지금 여기서 상상할 수 없는 색다른 수준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네이버는 그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에 덩치 큰(?) 기업다운 방식으로 진출했다.
다음에 비해 늦게 모바일 포트폴리오를 수립했지만
다음 보다 효과적이고 규모있는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누군가의 의견에 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만 론칭'하는
'어떤 것도 성공하게 만들어 버리는' 네이버의 위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난 네이버의 신규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표할 수 없다.
친 네이버적 정서(?) 탓일 수도 있지만
그 불만의 궁극적 표적이 어디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떄문이다.
판은 네이버가 짰을지 모르지만 이를 수용한 것은 작가들임에 분명하다.
정책은 네이버가 수립했을지 모르지만 이를 이용해 독자를 만나는 이들은 작가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약은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계약으로 인한 잠정적 피해자는 그 피해의 규모를 과학적으로 산출해 내지 못하는 한
가타부타로 끝나고 말 공산이 크다.
네이버는 이기는 사업만 하는데 우리는 질 수밖에 없는 불평불만을 쏟아내서야 게임이 되지 않는다.
늘 그렇듯 방법은 세가지다.
첫째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
둘째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
셋째는 적극적으로 절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찬성한다는 것은 아이팟 서비스를 비롯 뉴미디어(각종 개인 휴대용 미디어 기기)에서의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에 동의하는 것이다.
재미라는 재화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공짜로 내줄 때는 그만한 혜택이나 효과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운로드를 포함한 무료 서비스 정책을 수용한다면 유무선 통합 원고료를 재조정하는 정도 외에는 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다. 낙관론적 견해라면 과거 뷰어만화, 스클롤만화, 모바일만화가 모두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출판만화를 스캔해서 편집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점진적 발전과 함께 그 형식에 적합한 신규 콘텐츠 창작 수요를 발생시켰고 그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들을 확대 발전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한다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 기기 환경, 특히 소장의 개념이 있는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무료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시장이나 신규로 육성 발전 가능한 시장의 기능을 사전에 차단하기 때문에 당장 중지되거나 빠른 속도로 유료서비스로 전환해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대를 위한 비관적 견해라면 무료 모델이 기존 시장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고 대체 수요를 이끌어 내면서 신규수요로 확산되는 지점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메이저 기업의 전략에 따라 위축되는 작가의 수익 규모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절충안은 현재 무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적당한 시기에 유료화를 추진하며,
유료서비스의 경우 상당 부분을 해당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신규 창작 콘텐츠로 구성해 가자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네이버는 현재 론칭한 형식에서 별다른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유료 모델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무료 모델에 비해 규모있는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수익정산 등에 있어서 복잡다단한 운영부담을 껴안아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 (기실 이 같은 요소로 인해 아이팟 콘텐츠 시장은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참여한다기 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중소 콘텐츠 기업이나 생산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상당기간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네이버의 신규 서비스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왕에 오픈 한 것이기 때문에
갑과 을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웹툰 서비스 모델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것이고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면 결과적으로 총알 싸움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탄피 회수 차원의 수익화 모델 논의 및 유료화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유료화에 따른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름의 룰을 수립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 만화계와 만화를 하는 기업들이 그만한 지혜와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웹툰에 대한 연구와 논의 그리고 전자책만화 시장에 대한 확대 연구와 논의가
좀 더 규모있게 진행될 필요는 존재한다. 늘 그렇듯 이론은 실전보다 늦게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현실을 쫓아가며 미래를 변화시켜가야 하는 것이 또 이론의 역할이다.
특정 기업의 일시적이거나 제한적 서비스 모델을 중심으로
공격적 논의를 확산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같은 사례를 통해 관련 산업 전반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포괄적 논의 테이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논의 테이블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
기업의 사업전략을 범만화계가 지향하는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요구하거나 압박해 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 또 한번 .. 모여야 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빠르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