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밖, 지붕 없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이런 것이 날아왔습니다.
지붕이 없기 때문에 간혹 나뭇잎이 날아들기도 하고
새 때가 날아다니며 고약한 콩알탄(?)을 뿌려대기도 합니다
또 어느어느 통닭집이나 배달전문 음식점의 전단지가 거센 바람과 함께 비행을 하다가 불시착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는 처음입니다.
딱 보니까 부적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옥상에 올라와서 자신 또는 타인의 소망을 빌면서 부적을 태운 것이 분명합니다.
TV에서 보면 불을 붙여서 화르륵 탈 때 공중에서 완전히 타도록 손으로 툭툭 쳐주는 것 같은데...
아마 그러다가 완전히 타지 못한채 바람에 떠 밀려 제 연구실 앞에까지 날아온 것 같습니다.
무슨 소망이었을까요?
타인의 사사로운 소망을 궁금해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텐데...
뭔가 저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해서 유심히 살펴 봤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한자로 벼슬 관(官)자가 써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 관직에 대한 소망 또는 관운을 빌면서 부적을 태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곽에 그려진 동그라미의 크기로 볼 때는 벼슬 관자 오른쪽에 뭔가 한자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벼슬관자가 붙은 한자를 찾아봤더니...
헉... 시체를 넣을 때 쓰는 널 관(棺)자가 눈에 확 들어오는군요...
누군가 관직에 등용되기를 빌었거나 죽어서 관에 들어가기를 빌었거나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 전자라면 매우 흐믓한 광경이었을 것 같고, 후자라면 뭔가 음모가 있는 듯한...^^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무언가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
벼슬을 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직업을 가지기 이전에 형성한 자신과는
단절해야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만화평론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서
손모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일한지도 그렇게 되어서
마침 현대만화100주년이라 역사서를 쓰고 싶어서
디지털만화의 이론과 실제도 체계화하고 싶고
만화가연구와 약전의 새로운 사례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이 같은 역할을 정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만화정보매거진을 만들기 위해서
회사를 떠났고, 서울을 떠나서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한지 6개월이 흘렀습니다.
이 같은 비전과 미션이 있어서 회사를 떠나 혼자서 만화연구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그 비전과 미션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그 곳에 들어가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을 하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는 통에 저런 부적이 날아드니까 뭔가 묘한 기분이...^^
어디냐고요?
부천만화정보센터입니다.
다음주 월요일 첫출근입니다.
오래 전부터 외곽에서 그 곳 일을 해온 터라 낯선 공간도 사람도 없습니다만...
이전과는 다른 관계 속에서 일을 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잘해봐야지요.
센터는 오는 9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체제를 개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개원 후 나름의 역할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리라 믿고
다른 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공채에 임했습니다.
면접 때는 좀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합격했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동기화 시켰다는 측면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만화적 상상력과 열정으로 가득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랑스러운 만화문화와 매력적인 만화산업 형성을 위해
출동대기 중 입니다^^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