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평론가, 칼럼리스트, 서평가
만화에 대한 글쓰기는 대체로 만화가, 평론가(문학, 미술, 영화 등), 기자, 교수, 학자(사회학, 교육학 등)에 의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되는 글쓰기의 형식은 대동소이했지만 필자의 전문분야나 역할, 활동 방식 등에 따라 미비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 차이에 따라 바이라인에 이름과 함께 명기되는 타이틀이 달라지기도 한다.
만화평론가가 가장 일반적인 명칭이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화이론가, 만화비평가, 만화칼럼리스트, 만화서평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의 명칭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나는 000가 아니다’라며 스스로의 역할과 활동을 부정하거나 특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만화에 대한 글쓰기 현장에서 필자를 구분 짓는 명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만화 평론가(Critic)
관용적으로는 만화비평가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평론가의 역할을 비평과 이론 연구라고 본다. 비평이 분석적 글쓰기라고 한다면 논문은 학술적 글쓰기다. 비평이 역사적 사례에 견주어 현재의 상황이나 대상을 분석해 주관적 견해를 객관화 시키려 한다면, 이론은 현재의 상황이나 대상을 보편적 가치로 분석해 학술적으로 개념화 시키려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비평가는 언론 쪽에 이론가(Theorist)는 학계 쪽에 적을 두고 있는 이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 둘의 역할을 하나로 묶거나 대표하는 명칭을 평론가다.
물론 글쓰기의 성과물을 기준으로 볼 때 비평가가 이론을 내놓기도 하고 이론가가 비평을 쓰기도 함으로 이 같은 역할 나누기는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정체성이 성과물에 대한 외적 판단 기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만화 칼럼리스트(columnist)
일반적으로 칼럼리스트라고 하면 특정 지면에 고정 란을 둔 시사비평가를 뜻한다. 각종 사회문화적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개념대로라면 만화계 내외부의 정치적 지형이나 문제에 대해서 시론적 평가와 대안을 내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만화 문화적 환경에서 만화칼럼리스트는 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대중문화사적 트랜드 또는 문화소비 현상을 중심으로 만화문화나 산업, 작품 등에 대해 대중적 필치의 글을 발표하는 이들의 통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화 서평가(reviewer)
아직 널리 쓰이고 있지 않지만 몇몇 매체에서 사용한 사례가 있다. 문학 분야 글쓰기를 예로 든다면 문학평론가(문학이론가와 비평가), 출판평론가, 서평가가 있고 최근에는 북코치까지 등장했다. 문학평론가가 만화평론가, 출판평론가가 만화칼럼리스트에 대응하는 개념이라면 서평가는 만화서평가와 대응한다. 서평가의 역할은 말 그대로 특정 작품에 대한 소개와 감상을 적어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논술, 자기계발, 독서치료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북코치 등과 함께 문학적 평가에서 실용적 평가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화서평가, 즉 만화리뷰도 작품성이나 예술성, 산업성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논의보다 삶의 가치와 의미 또는 실리적 용도에 입각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이들도 만화서평가다.
이 밖에 만화계 내외부의 특정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평을 제공하는 만화논평가(commentator), 다양한 만화작품 및 만화전문 잡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만화해설가(publicist)의 등장도 기대된다.
* 백무현 작가 작품 관련 토론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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