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는 꿈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인공의 꿈은 독자를 설득하고 동경하게 만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만화리뷰는 그 꿈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다."
<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리뷰쓰기> 책에 실린 선언문입니다.
머리말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이 게시판에서 진행할 강의에 대해 소개드리겠습니다.
강의 주제는 만화리뷰를 쓰는 방법입니다.
만화를 어떻게 읽고 만화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소개할 것입니다.
좀 더 정리된 표현으로는 만화작품의 감상과 분석, 평가와 작문을 위한 방법론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1. 한 주에 한 꼭지 이상은 써야
나는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으로 등단했다. 이후 평론가라면 ‘한 주에 한 꼭지’ 이상은 써야한다는 선배의 충고에 따라 만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평론을 발표해 왔다.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원고는 400여 편 정도지만 각종 단행본 집필과 연구논문 등을 포함하면 얼추 기준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신춘문예에 당선한 원고는 군대에서 써둔 것을 제대 후 정리해서 공모했던 것인데 덜컹 당선이 됐다. 당시 확산되고 있던 일본만화가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우리 청소년의 상상력을 왜색으로 만들지 모른다는 걱정을 담은 내용이었다. 본격 비평이라기보다는 시론적 성격이 강한 글이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원복(만화가, 덕성여대 교수) 선생님께서 당선작으로 뽑아주셨다. 신문에 원고가 발표되고 당선 인터뷰와 시상식을 할 때는 기뻤다. 그런데 ‘원고 좀 써 달라’는 청탁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
만화 감상이야 다섯 살 때 이두호 선생님의 작품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소년기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만화방을 유람하며 이상무, 허영만, 이현세 선생님의 전작읽기를 시도했고 어느 시기까지는 ‘신간 모조리 읽기’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작품 평가 역시 술자리를 주름잡을 정도는 됐다. 하지만 데이터만 차고 넘쳤을 뿐 정확한 분석과 글쓰기 공부는 부족했다. 생애 두 번째 평론(?)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군에 재입대해서 한편 더 써오겠다고 하기도 했다.
얼마간 고민하던 차에 손상익(만화평론가, 현 엔조이삼육오 대표이사)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문화일보 기자로 재직 중이던 선생님께서는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 퇴근 후 일정을 쪼개서 사비로 평론가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후배로서 함께 일해 줄 것을 권했지만 부족한 공부를 매울 수 있는 기회라 여겨 연구생 중 한명으로 지도를 받았다. 이때 배운 것이 만화리뷰 쓰기다.
2. 200자 원고지 8매를 쓰는 일부터(A4 1매)
손 선생님은 ‘200자 원고지 8매를 쓰는 일’부터 천천히 해보자고 했다. 직업적 글쓰기를 위해서 ‘1시간 이내에 쓸 수 있는 것, 2~3분 내에 읽을 수 있는 것’을 쓰라고 했다. 한 주에 한 편은 써야한다고 했던 것도 손 선생님이다. 손수 글쓰기 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필자가 쓴 글을 빨간펜으로 다시 써주기도 했다.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 될 수 있는 분량과 형식 속에서 소재(글감)를 찾고 주제(주장)를 드러내는 방법도 가르쳐줬다.
만화평론을 위한 본격 이론비평의 자리가 마땅하지 않던 때라 만화리뷰와 칼럼은 만화평론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이면서 가장 전문화 된 영역이었다. 그만큼 손 선생님이 지적해준 작은 부분들이 큰 차이를 만들어 줬다. 1년간의 교육과정 이후 한 신문에 만화리뷰를 연재했는데 고비 고비마다 선생님의 거친 꾸지람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3. 젊은 작가는 칼등으로 치고, 중견작가는 칼날로 쳐라
교육과정 중에 만화가 김동화, 백성민, 이원복, 허영만 선생님 등이 찾아와 만화평론에 거는 기대와 가치, 정서 등에 대해 말해주기도 했다.
‘좋은 작품은 오래 읽힐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독자가 좋은 작품을 추천해주듯 좋은 평론이 좋은 작품을 기록해야 한다’,
‘젊은 작가는 칼등으로 치고, 중견 작가는 칼날로 쳐라’,
‘오래 하는 것이 진짜 재주다’ 등의 가르침 역시 현재까지 소중히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이 교육과정은 7~8년 여간 운영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만화 전문 인력을 배출했지만 현재는 손 선생님의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운영되지 않고 있다. 우리 만화계 입장에서는 중요한 인력 배출처 하나를 상실한 셈이다.
4. 강의 개설 이유
이 강의를 계획하게 된 계기는 때마침 집필 요청이 있었던 탓도 있지만 이 같은 교육과정이 현재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만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평론의 실제를 가르치고 있지 않다. 평론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 실제적인 연구수업을 개설하지 않고 있는 점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 강의는 당시의 교육과정을 모델로 하고 있지 않다. 또 그만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만화리뷰를 쓰는 것과 만화리뷰를 쓰는 방법론을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게 허락된 재주는 뒷부분보다 앞부분에 있는 모양이다. 때문에 이 강의 내용을 책으로 집필하면서 당시 교육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다만 내가 느꼈던 과거의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조그만 해소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내 홈페이지를 통해 만화평론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문의하는 이들이 있다. 만화계의 일원으로서 고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한 관심이다. 이 같은 관심이 결국 내게 적당한 용기를 줬고 책 집필에 이어 강의 카페까지 개설하게 만들었다.
최근 우리 만화계의 소비문화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대여 소비 중심에서 구매 소비로 바뀌면서 출판사의 프로모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중심으로 글쓰기 공간이 확산되고 개인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서 블로그(Blog)를 중심으로 한 만화리뷰 쓰기가 대중적인 문화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수의 만화 블로거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만화작품을 추천하고 있고 이들을 주축으로 한 동조 소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와 현상들은 만화리뷰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더 강조하게 만든다.
. 전설의 만화애니메이션 동호인 모임 http://cafeanimate.net/
. 블로그계의 만화명인 http://blog.daum.net/kori2sal , http://blog.daum.net/mirugi
. 만화리뷰스타들의 연대 http://mahn.co.kr/
. 만화리뷰어들의 모임 http://www.comixest.com/
. 디지털 시대의 대표 만화리뷰어 http://capcold.net/blog
. 인터넷만화서점 리브로가 운영하는 만화카페 만장일치 http://cafe.naver.com/manjang17
이제 만화리뷰는 취미생활에서 전문 영역으로 확대됐고 나름의 성전을 구축하고 있는가하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앞에 놓여있다.
5. 리뷰는 창작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긍정적 소비문화의 출발점
만화리뷰는 만화창작과 제작에 대한 피드백이다. 물론 리뷰에 대한 피드백은 해당 만화를 소비하는 것이고 소비에 대한 경험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경험에 대한 공유는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 낼 것이다. 또 이를 위한 글쓰기는 맹목적 소비가 아니라 분석적 소비문화를 만들어 낸다. 이는 분명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만화소비 문화를 발전시켜 갈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강의에서는
만화를 감상하고 분석하는 방법,
만화를 평가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물론 이 강의가 일반적인 글쓰기 강의처럼 문법과 작문을 다루지는 않는다.
만화리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글쓰기 과정 그리고 사례를 소개하는데 집중한다.
6. 강의의 구성
이 강의는 크게 7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체 횟수는 20회 분량이다.
먼저 첫번째 섹션에서는 만화평론이 소비자 중심의 만화리뷰로 전개되고 있는 과정과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둘째 섹션에서는 만화에 대한 분석적 글쓰기의 현재와 발전과정 그리고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알아본다.
셋째 섹션에서는 만화작품의 감상과 평가 과정을 소개한다. 단계별로 리뷰어(Reviewer)가 꼭 알아야할 만화상식에 대해 검토한다.
넷째 섹션에서는 매체별 만화리뷰의 기본 구성과 리뷰쓰기의 요령에 대해 짚어본다.
다섯째 섹션에서는 본격적으로 만화리뷰의 실제 사례를 통해 어떻게 만화리뷰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만화리뷰는 짧다. 명확한 분석도구와 과정, 결과를 제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리뷰어의 이론적 지식과 분석적 관점이 중요하다. 특정 리뷰를 예시로 리뷰어의 주관적 견해를 객관화시키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특정 이론적 관점의 유형에 대해 알아본다.
여섯째 섹션에서는 만화리뷰를 쓸 때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테마별 리뷰의 사례를 통해 작품선정과정과 배경에 대해 알아본다.
일곱째 섹션에서는 만화리뷰를 쓸 때, 발표할 때, 그리고 그 뒤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만화에 대한 글쓰기를 하는 이가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어야 할 만화 관련 도서에 대해 검토해본다.
이렇게 강의가 다 끝나면... 뒷풀이 겸 정모도 한차례 가져볼까 한다^^.
7. 강의의 기대효과...
이 강의는 만화리뷰를 쓰고자 하는 만화평론가, 칼럼리스트, 리뷰어 지망생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망생들의 열정만 하지는 못하겠지만 진행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볼 참이다. 또 지금 당장 만화리뷰를 써야하는 각종 매체의 기자들에게는 작품 분석과 평가를 위한 작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강의는 리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본격 비평과는 거리가 있다. 카페 게시판을 통해 본격 비평에 대한 진전된 논의를 전개해보는 것도 좋겠다.
>> 오늘의 짤방은... 만화가 석정현 선생과 함께 했던 제주도 특별강좌 사진이다.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