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제3회 국제학술회의 후기, 국제만화연구센터, 세이카대학교, 2011



3회 국제학술회의 만화의 사회성 경제주의를 넘어서후기

 

만화연구의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것

 

1. 개최 배경 - 교토의 의미 있는 제안

 

교토 세이카대학교 국제만화연구센터(이하 IMRC)가 주최한 제3회 국제학술회의가 2011914일부터 15일까지 대한민국의 만화도시 부천에서 양일간 개최됐다. 부천에 위치한 부천대학교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KOMACON) 등에서 열린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IMRC의 제안과 KOMACON의 동의에 의해 진행됐다.

그간 IMRCKOMACON은 양국의 만화를 수집·보존하고 일반에 전시·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만화를 연구·육성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기초적 교류와 왕래를 해왔다. KOMACONIMRC의 제안이 양국 만화연구자들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상생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IMRC의 제클린느 베른트(독일, 세이카대학교 교수)KOMACON의 한창완(한국, 세종대학교 교수)은 한국에서 열린 사전 회의를 통해 각 국가별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와 양 기관의 학예적 요청 사항들에 대해 논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학술회의 주제를 만화의 사회성-경제주의를 넘어서로 선정했다.

IMRC는 세이카대학교와 국제만화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을 엄선하여 만화가 소비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중점 분석했고 이 같은 환경 하에서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논하기로 했다. KOMACON은 만화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과 연구자들을 통해 한국만화계의 역사와 최근의 디지털 트랜드를 중점 분석했고 박물관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하기로 했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 독일, 벨기에 등 7개국의 만화연구자 16인이 주제발표를 했고 총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2. 젊은 학자 세미나 - 연구자 간의 교류 증진

 

첫날 세미나는 부천대학교 예지관 6층 합동강의실에서 진행됐다. 학술회의 참가자 간 상견례를 겸해서 열린 이 자리에서는 젊은 연구자 5명이 각자 진행 중인 연구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승진(한국,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온라인만화의 쌍방향성을 위한 발전방안 모색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은 만화의 생산과 유통환경이 급격하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자의 유입과 사용자의 평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승진은 이를 구조화하여 온라인만화의 쌍방향적 모델로 제시했다.

간쇼휘(말레이시아, 세이카대학교 만화학부 비상근강사)말레이시아 만화에서의 혼효성에 대해 발표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면서 일본식 가명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카오루의 이력과 작품경향에 대해 논하면서 만화가 이문화간 교류와 이해증진 등에 활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임혜정(한국, 세이카대학교 만화전공 박사후기과정)일 신문 극화의 비교론이라는 주제 하에 고우영의 <임꺽정>과 코이케 카즈오/코지마 고우세키의 <보우하치무사도>를 비교 분석했다. 유머, 해설문, 액션, 성표현이라는 4개 항목에 걸친 섬세한 비교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적 배경이 작품의 표현수위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김동범(한국, 부천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과 교수)지역사회와 지역작가의 이상적인 협력관계에 대해서 발표했고, 백종훈(한국, 가톨릭대학교 문화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만화를 활용한 정책을 통해 구축된 문화도시라는 주제로 만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부천시의 현황과 다양한 정책 사례, 그리고 이상적인 만화도시 구축을 위한 발전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각 연구자들이 진행 중인 논문의 중간발표 성격으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는 IMRCKOMACON의 관계자 및 만화관련 연구자 100여 명이 참석해서 연구자들의 연구 전개 방식과 제언에 대해 의미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연구방향에 대해 지적하는 등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3. 기조연설과 리셉션 만화연구 주제의 다양성 논의

 

4시간 동안 진행된 젊은 학자 세미나에 이에 부천대학교 밀레니엄관 13층 이벤트홀에서 국제학술회의 개회식이 진행됐다. 츠보우치 시게아키 세이카대학학장의 개회인사로 시작된 개회식은 한방교(부천대학총장), 요시무라 카즈마(세이카대국제만화연구센터장), 김병헌(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의 축사에 이어 학술회의 개최를 주도한 제클린느 베른트 교수와 한창완 교수의 기조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제클린느 교수는 세이카대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학술적 만화 연구에 대한 개념과 이번 학술회의의 개최 취지, 주제발표 구성 등에 대해 소개했다. 오타쿠, 야오이, 후조시로 대표되는 일본인의 만화 소비 성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일본인이 느끼고 있는 지진과 재해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만화에 반영되어 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곧 만화연구이고 만화의 사회성이라고 말했다.

한창완 교수는 디지털만화의 융합화가 갖는 만화장르의 사회문화적 가능성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디지털화와 가치융합을 통해 한국만화계의 대안적 장르로 떠오른 웹툰과 학습만화를 중심으로 만화연구의 새로운 주제가 설정되고 연구방법론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경청한 만화연구자들은 부천대학교 총장이 마련한 리셉션에서 자신의 연구주제와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며 연구자간 학술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4. 메인 심포지엄 만화연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둘 째 날 열린 심포지엄은 한국만화박물관 1층 디지털상영관에서 진행됐다. 한창완 교수와 이노마타 노리코(일본, 세이카대학교국제만화연구센터)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는 만화관련 연구자와 언론사 기자 등을 포함 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요시무라 카즈마(일본, 세이카대학교)<맨발의 겐>을 중심으로 만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1천만부가 넘게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지만 이런 작품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방치한 일본의 위기관리 의식을 비판하는 한편 이 같은 아이러니에서 만화의 사회적 기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하(한국, 청강대학교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학습만화 붐을 배경으로 학습만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발표했다. 지식정보 전달형 만화의 학습효과는 반복학습에 의한 단순 암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하며 놀이의 요소가 강한 일반적인 스토리 만화를 통해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경래(한국, 경민대학교 교수)한국 카툰의 현실과 새로운 카툰의 모색에 대해 발표했다. 만화의 기초 단위라는 측면에서 카툰은 대학의 만화교육과 만화공모전의 다양화 그리고 만화페스티벌의 번성으로 한때 활성화되는 듯 했으나 현재는 많이 위축되어 있고 디지털 방식을 통한 새로운 카툰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시카 보웬스 스키모토(일본, 세이카대학교)사회 비평과의 관계로 본 글로벌 한 후조시(腐女子) 만화문화의 가능성과 한계’, 다섯 번째 발표자인 패트릭 W. 갈브레이스(00, 세이카대학교)순수 판타지의 힘-후조시(腐女子) 간의 놀이와 친밀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 중 가장 흥미로운 주제였던 후조시는 여성 작가가 그린 남성 간의 동성애만화를 즐겨보는 여성독자를 뜻한다. 제시카는 후조시가 일본 내의 특수한 성향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만화팬에게 나타나는 현상임을 밝히고 패트릭은 자신의 후조시 연구 사례를 제시하며 후조시 연구의 다양한 주제 개발과 가능성에 대해 제언하기도 했다.

이토유(일본, 세이카대국제만화연구센터 연구원), 야마나카 치에(일본, 진아이대학 전임강사), 한상정(한국,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은 각각 만화뮤지엄이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만화박물관인가’ ‘한국만화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만화박물관의 자료수집과 보존, 열람서비스와 교육서비스 등에 대한 사례와 발전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고 서지정보학과 도서관학 차원에서 참여한 방청객 간에 다양한 질의응답이 진행되기도 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진중위(대만, 펑지아대학 객원교수)는 대만 만화의 역사와 만화계 사정을 중심으로 만화가 정치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했다.

 

5. 개최 성과 만화연구 주제 설정의 다양성에 기여

 

3회 국제학술회의는 7개국의 만화연구자 16인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한 간 만화연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과 한국은 근현대 만화 역사를 공유하며 세계적인 만화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성장해있다. 그러나 만화에 대한 연구는 역사적 접근이나 매체학적 접근 이상의 성과를 내놓고 있지 못했다. 이는 만화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관심이 산업적 맥락에 집중해 있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학술회의는 만화에 주어진 경제주의적 입장을 벗어나 사회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따라 16인의 연구자들은 만화와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의미들을 나름의 시선으로 찾아냈다. 디지털화된 사회, 이문화 간 교류, 정치 환경과 표현수위, 지역사회와 문화정책, 재해와 위기관리, 소수 여성 독자의 문제, 박물관의 문화사회적 기능 등의 연구는 만화연구의 다양성을 실천적으로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이번 학술회의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과 한국 외의 다른 나라 연구자들이 참여한 것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연구자들이 기존 만화연구의 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에 비해 타국의 연구자들은 매우 신선한 연구주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연구주제의 다양성은 만화연구의 향후 주제설정과 전개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석환(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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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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