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의 이해, 중학교만화교재, 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06


1. 우리의 일상생활과 만화


     가. 쉽고 재미있는 만화

만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으로 엮인 만화책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길거리의 간판이나 광고전단에서도 만화그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듯 만화가 우리 생활주변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1-1> 만화그림이 활용된 각종 상품 포장

<그림 1-2>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 속의 만화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그 속에는 만화도 포함돼 있다.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잡지와 참고서, 인터넷과 게임 등에서도 만화는 포함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든 그렇지 않든, 우리 생활 속에서는 만화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를 띄게 된다. 거기에 따라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이나 생활정보도 점차 증가하게 된다. 만화는 글자로만 구성된 문장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된다. 이런 장점으로 말미암아 만화는 날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그림 1-3> 만화그림 이미지로 표현 된 통계 그래프

<그림 1-4> 교과서 속의 만화


    나. 만화의 쓰임새

우리 주변의 만화를 살펴보자. 

서점에는 온갖 종류의 만화책과 잡지가 판매되고 있으며, 도서대여점은 싼 값에 만화책을 빌려주기도 한다.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에도 시사만화와 만평이 게재된다. TV프로그램에도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며 만화영화만 전문으로 방영하는 케이블 방송도 있다. 


<그림 1-5> 서점의 만화 판매 코너

<그림 1-6> 신문의 시사만화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


이밖에 인터넷이나 휴대폰에서도 만화그림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각종 아이콘은 물론 생활통계 그래프, 교과서와 참고서에도 만화그림은 삽화로 쓰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상품디자인, 광고, 온라인게임, PC게임 등에도 만화를 발견할 수 있다.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상품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공원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도 등장하고 있다. 


<그림 1-7> 만화분장 대회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출하고 있는 사람들

 2. 다양한 만화의 세계


    가. 만화의 뜻

사전에는 만화를 ① 풍자나 우스갯거리 등을 주로 선으로 그린 그림체를 사용하며, 내용은 경쾌하고 익살스럽다. ②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연속된 그림과 대화로 엮은 것.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만화의 형식과 내용이 다양한 모습으로 창작되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사전의 내용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림 1-8> 사물의 형태를 선화로 그리는 만화

<그림 1-9> 연속된 그림 칸으로 구성된 만화


현대만화가운데에는 예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선화(線畵)가 아닌 그림도 있다. 또 말 풍선이나 설명 글이 없는 그림을 연속으로 배치하면서도 훌륭한 이야기구조를 보여주는 만화작품도 있다. 내용면에서도 풍자나 우스개그림이 아닌 정보전달이나 학습용 만화도 발표되고 있다. 일부 만화작품은 문학이나 철학보다 심각한 주제를 소재로 삼기도 하고, 마치 추상화 예술작품 같은 만화도 등장하고 있다. 


<그림 1-10> 공부를 도와주는 학습만화 

<그림 1-11> 글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만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만화란 펜과 잉크(먹물)로 종이위에 그린 그림을 의미했다. 이 그림은 주로 신문・잡지・책 등 종이에 인쇄해 발행됐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만화의 창작과 유통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히는 만화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서도 만화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림 1-12> 인터넷 만화작품

<그림 1-13>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의 플래시만화


최근에 우리 주위에서 발표되고 있는 만화종류를 살펴보자.

어디에 발표되고 있는가에 따라 신문만화, 만화잡지 또는 잡지연재만화, 만화책, TV만화, 인터넷만화 등으로 나누어진다. 또 독자계층에 따라서는 어린이만화, 청소년만화, 성인만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밖에도 만화의 내용이나 생산 및 유통과정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림 1-14> 각종 만화책

<그림 1-15> 19세 이상 성인용 만화


    나. 형태에 따른 분류

만화는 창작형태에 따라 인물풍자화(Caricature), 카툰(Cartoon), 띠 만화(Comic strip), 만화책(Comic book)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물풍자화는 주로 유명인사의 얼굴을 풍자한 사회비평 만화로 16세기경 유럽에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신문 만평에서 인물풍자화는 두루 쓰이고 있다. 카툰은 한 칸의 선화로 만화적인 재치와 위트를 드러낸다. 카툰은 만화작가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만화의 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띠 만화는 그림 칸이 마치 띠처럼 연결돼있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띠 만화는 미국의 신문연재만화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한 쪽을 넘기지 않는 지면에 2칸 - 수 십 칸의 연속된 그림 칸으로 구성된 만화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하고 있는 간단한 연재만화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극화는 ‘만화의 소설’에 비유될 수 있다. 청소년이 주로 구독하는 대부분의 만화는 극화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림 1-15> 신문에 게재된 인물풍자 만평

<그림 1-16> 카툰 작품

<그림 1-17> 신문의 띠 만화

<그림 1-18> 극화형태의 만화


우리 청소년이 구독하는 대부분의 만화는 만화책(Comic book)의 형태로 발행된다. 만화책은 유통과정에 따라 서점판매용 만화, 대본만화(만화방공급만화), 성인만화(19세 이상 성인용)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림 1-19> 서점판매용 학습만화

<그림 1-20> 성인만화책의 표지


    다. 내용에 따른 분류

만화는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독자의 연령층과 기호에 따라 명랑만화, 시사만화, 학교소재만화(학원만화), 순정만화(여성만화), 무협판타지만화, 성인만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직업 만화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발표하는 만화와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만화도 있다. 언더그라운드 만화란 기존의 상업만화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출판하거나 발표되는 특성을 갖는다. 때에 따라서는 직업만화작가가 이 부류의 만화를 창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1-21> 순정만화(여성만화)

<그림 1-22> 아마추어 만화작가의 작품

<그림 1-23> 아마추어 만화작가의 작품

 3. 만화의 발전   


가. 만화의 기원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만화(漫畵)라는 용어는 중국의 한자어다. 그러나 이 단어가 만들어진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19세기 후반에 만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으며, 우리나라는 1920년대 초반, 신문과 잡지 등에서 만화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만화와 같은 의미를 희화(戱畵)라고 표현해왔지만,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처럼‘만후아’(漫畵)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 만 년 전 인류의 선조들이 동굴이나 바위에 새겨놓은 선화 그림을 만화의 기원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인쇄에 의해 그림이 대량복제 된 근대만화의 시작은 16세기 이후 유럽에서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인쇄기계가 발명되고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면서 그 속에 인물풍자화 같은 만화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초반부터 상업신문연재를 중심으로 만화가 발달했다. 20세기 초반에는 서구와 일본에서 만화책 발행을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만화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그림 1-24> 고대의 풍자그림 

근대만화 창작의 선구자들을 살펴보면 영국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1697~1764), 인물풍자화의 기법으로 정치만평을 그린 프랑스의 석판화가 오노레 도미에(1808~1879), 해학적인 생활상을 그린 일본의 풍속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 우리나라 개화기시절 일제의 침략야욕을 강하게 비판했던 한국의 동양화가 이도영(1884~1933)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 1-25> 윌리엄 호가스의 풍자화 


    나. 우리 만화의 역사

우리 역사에서 만화형식의 그림창작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왔다. 1천5백 년 전에 그려진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 때 간행된 목판본 삽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민화나 풍속화 등에도 만화와 유사한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대량 인쇄에 의한 근대만화의 출발점은 1909년 6월2일에 창간된 ‘대한민보’의 만평을 꼽을 수 있다. 1920년에는 민간상업신문이 창간돼 대중만화시대가 열렸다. 만화책은 1945년 해방전후에 발행을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만화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1) 초창기(1909년 ~ 1945년)

  1909년 ‘대한민보’ 만평으로 우리 만화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러나 1910년 일본의 한반도 강점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한국문화말살 기도로 말미암아 암울한 초창기를 맞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신문과 잡지가 만화발표의 주무대였으며, 시사만화를 비롯하여 어린이용 명랑오락 만화, 성인용 만화 등이 발표됐다. 

일제 강점기간 동안에는 조선총독부가 만화의 내용까지 원고검열을 시행해 자유로운 창작이 불가능했다. 또 1940년에는 우리 글로 된 신문을 강제폐간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신문만화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우리만화 초창기에 활약했던 대표적인 만화작가로는 이도영(‘대한민보’ 만평)을 비롯하여 김동성(‘동아일보’ 시사만화) 노수현(‘조선일보’ 성인만화) 최영수(‘동아일보’) 안석주(‘조선일보’) 등이 있다.


<그림 1-26>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시사만화 (‘대한민보’ 1909년 6월2일)


2) 도약기(1945년 ~ 1960년)

해방과 함께 우리말 신문과 잡지가 발행됐고 그 속에는 만화가 실리기 시작했다. 해방을 전후한 시기에는 최초의 어린이용 만화책 ‘토끼와 원숭이’(김용환)도 발행됐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도 피난지인 대구와 부산에서 만화책 발행은 계속돼 우리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웠다. 

1953년 휴전이후에는 어린이만화 중심으로 모험심과 반공의식을 함양하는 만화책이 많이 발행됐으며, 소수에 불과했지만 소녀취향의 순정만화도 처음 등장했다. 우리만화 도약기의  대표적인 만화작가는 ‘코주부 삼국지’의 김용환을 비롯하여 신문시사만화 ‘고바우’의 김성환을 들 수 있다. 또 어린이 만화를 주로 발표한 최상권, 고일영, 고상영과 순정만화를 창작한 김정파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 1-27> 한국전쟁 중에 발행된 ‘학원’잡지의 연재만화 ‘코주부 삼국지’

<그림 1-28> 1955년 ‘동아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4칸 시사만화 ‘고바우영감’


3) 만화방 전성기(1960년 ~ 1985년) 

초창기의 어린이만화책은 서점판매를 했다. 그래서 당시의 가난했던 우리 서민가정의 어린이들은 용돈으로 만화책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196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만화방이 생겨났다. 만화방은 만화책 정가의 10%도 안 되는 싼 대여료로 어린이 독자를 끌어모았다. 1970년대 말에는 전국에 약 3만개소의 만화방이 생겨날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만화방은 당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유일한 오락, 문화공간이었다. 

만화방은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중추적 유통구조가 됐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2005년에는 전국에서 영업 중인 만화방 수가 2천여 개소로 줄고 말았다.

1970년대에는 ‘일간스포츠’와 ‘선데이 서울’ 같은 성인용 신문과 잡지에 성인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만화방 전성기에는 다양한 내용의 만화작품이 창작되었고, 청년층과 기성세대들도 만화독자대열에 합류했다. 이 기간의 대표적인 어린이만화작가로는 김경언, 김종래, 산호, 박기당 등과 엄희자, 민애니 등의 여성순정만화 작가를 꼽을 수 있다. 성인만화작가로는 박수동, 고우영, 강철수 등이 있었다.


<그림 1-29> 1960년대 인기 어린이 만화

<그림 1-30> 1970년대의 대표적인 순정만화작가 엄희자의 작품


4) 다양한 만화의 등장(1985년 ~ 1990년)

만화방 중심의 어린이만화가 쇠퇴하면서 우리 만화는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소재개발을 시작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극화체 만화가 등장했으며, 순정만화를 중심으로 한 여성만화잡지도 이 시기에 발행됐다.

대표적인 극화체 만화작가로는 이상무, 이현세, 박봉성, 고행석, 허영만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어린이 명랑만화창작분야에서는 윤승원, 신문수 등이 활약했다. 또 순정만화(여성만화)작가로는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림 1-31> 이상무의 청소년만화

<그림 1-32> 순정만화 잡지


5) 새로운 변화의 직면(1990년 이후)

이 시기 초반부에는 학교소재와 무협만화가 유행했고 또 주간 혹은 월간만화잡지 발행이 성행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이후에는 전자게임 등 만화를 대체할만한 청소년용 오락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인터넷 보급이 대중화되었다. 이에 따라 출판만화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교양학습만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판만화가 경영위기를 맞았다. 만화잡지의 상당수가 폐간을 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인터넷의 대중화는 만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00년 이후에는 만화방을 대체하는  온라인 만화포털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사이버 만화 웹진이나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연재만화가 발표되기도 했다. 거기에다 휴대전화 등 개인 형 미디어가 속속 대중화하면서 만화의 창작-유통-소비과정은 종전의 인쇄만화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시기의 대표작가로는 양영순, 윤태호 등 성인만화작가와 김준범, 이충호, 박산하, 이명진, 박성우, 양재현, 이유정 등 학교소재・무협판타지 만화작가가 있다. 또 여성만화작가로는 천계영, 이은혜, 박희정, 홍은영, 권윤주 등이 활동하고 있다. 


<그림 1-33> 2000년대의 주요 만화

<그림 1-34> 인터넷의 만화전문 포털 사이트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중학교 만화 교재 연구, 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0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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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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