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만화-엽기ㆍ코믹물, 2004.11.20

미치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불만 있으면 보지마라, 모범생도 보지마라, 비평은 사절한다”고 엽기만화 ‘멋지다 마사루(Sexy Commando Gaiden)’의 작가 우스타 쿄스케는 말했다. 엽기?코믹물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등장인물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코믹한 대사로 ‘엽기적인’상황을 연출하는 만화를 일컫는다. 박성봉 교수는 “일상에서는 엽기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독자가 온갖 더러운 행동을 하며 난리 블루스를 추는 만화 속 캐릭터를 통해 배설 욕구를 충족시키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만화의 엽기코드는 1960년대에 출판된 일본 언더그라운드 만화 잡지 「가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엽기 코드는 1980년대 명랑만화의 침체와 함께 서서히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장르간의 혼합이 시도되면서 액션에 개그가 첨가되고, 순정만화 주인공에 엽기성이 더해지는 등 엽기물은 다양한 발전을 거듭했다. 1995년도에 나온 ‘멋지다 마사루’는 국내 독자들에게 엽기만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이 후 ‘이나중 탁구부’나 ‘괴짜가족’등 여러 색깔을 가진 엽기 캐릭터가 등장했다. 엽기ㆍ코믹물 대해 박인하교수(청강문화산업대)는 “유형화된 줄거리와 인물을 보여주던 기존 만화의 틀을 깨려는 시도로 만화계에 참신한 파장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엽기물 만화 주인공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일반인에게 좀 더 쉽게 사는 법 알려줘


‘멋지다 마사루’는 주인공 마사루가 우연히 무술서 ‘애교코만도’를 발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마사루와 그 일당의 엽기적인 행각을 다루고 있다. 마사루는 도전자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바지 지퍼를 열어 꽃을 내놓는다던지, 팬티차림으로 바둥거리며 적을 황당하게 하고는 펀치를 날리는 식으로 ‘애교코만도’를 수행한다. 박성봉 교수는 이에 대해 “달관한 듯한 마사루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은 항상 심각하게 인과관계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사는 법을 알려 준다”고 평했다.


엽기ㆍ코믹물 중 빠질 수 없는 ‘이나중 탁구부’(후루야 미노루 작)는 음흉한 6명의 ‘변태’ 청소년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으로 동년배들의 우정을 보여준다. 주요 소재는 똥, 콧물, 암내 등 온갖 지저분한 것으로 소심하고 싸이코적인 ‘다나베’와 쌍팔년도 머리스타일을 유일한 자랑거리로 하며 다니는 ‘이자와’, 언제나 여자를 갈구하는 ‘마에노’까지 그들의 행동은 엽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 ‘괴짜가족’(하마오카 켄지 작)도 대표적인 엽기ㆍ코믹물 로 볼 수 있는데 똥만 싸면 동네가 넘치도록 싸는 ‘더러운’ 국회의원이나 오줌참기 놀이를 통해 혼자 노는 무료함을 달래는 ‘고테츠’, 언제나 콧물을 흘리고 다니면서 따뜻한 곳으로 놀러 다니는 가난한 아이 ‘진’ 등 등장인물 모두 엽기적인 캐릭터다.


엽기ㆍ코믹물은 일반 장르에 비해 넓은 독자층이 형성되지 않는 대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인하 교수는 “엽기적 장면의 ‘어처구니 없음’에 적응하면 그 만화를 즐길 수 있고 적응하지 못하면 혐오감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림도 엽기적이다. ‘멋지다 마사루’에선 붓으로 마구 휘갈겨 쓴 글씨가, ‘이나중 탁구부’와 ‘괴짜가족’에서는 지나치게 섬세하게 그린 인물의 표정과 행동 묘사가 난무한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요즘은 만화가 미처 보여주지 못한 엽기적 발상을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더 재미있어 한다”며 “작가의 지위를 갖게 된 독자들이 더 참신한 엽기물을 창작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11월 20일 (토) 00:00:00 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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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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