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상무의 한국인, 코믹플러스, 2008.6.24

독고탁 만화를 유쾌 통쾌한 명랑극화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이상무는 '눈물의 제왕'이다. 가족 소재의 드라마, 그중에서도 눈물을 동반하는 이야기에서 독고탁 만화는 가장 빛을 발한다. 당대의 인기 작가였던 엄희자가 소녀들을 울음바다에 빠뜨렸다면 이상무는 소년들을 울게 했다는 평가가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를 울리는 것과 혈기 넘치는 소년을 울게 하는 것에는 당연히 이야기 전개상의 차이가 있을 법하지만 이상무 만화의 '눈물탄'이 상대적으로 강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 한국인>에서 탁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재일교포 기업인이다. 일본인 어머니와 결혼을 해서 준과 탁을 낳았으니 두 주인공은 절반은 한국인이고 절반은 일본인인 셈이다. 준은 자기 집에 붙어있는 아버지 독고룡의 문패를 못 마땅해 한다. 그 스스로 일본인으로 귀화했고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상징적 야구명가인 자이언츠의 타자로 활약한다. 반면 탁은 한국인 아버지의 아들로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다져지지 않았지만 강력한 어깨 힘으로 투수로서의 자질을 지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탁은 집 안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고 전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 자수성가 한 부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독고탁은 여전히 풍족한 삶을 살지 못하는 외톨박이이다. 프로야구단 타이거즈에 입단해서 특급 투수로 발돋움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천대를 받는다. 야구천재인 형 마사오와의 대결에서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 비둘기 합창>이 이상무표 독고탁 만화가 지닌 모든 테마의 시작점을 알린 작품이라면 <한국인> 시리즈는 이들 테마의 극한을 실천해 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족 간의 대립과 화해를 기본 골조로 한 가족 드라마이다. 거기에 야구를 소재로 한 열혈대전물이고 마구를 등장시킨 극기물이다. 한일 감정이 중심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만큼 반일 민족주의 장르이기도 하다. 독고탁이 항상 웃고 있어서 명랑만화이지만 슬픈 현실과 형의 애인이었던 여자와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감추고 있으니 멜로드라마이다. 이들 테마는 이상무의 작품세계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이 작품 이후 강렬한 '극적 반전'은 이상무 만화가 보여준 또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는다. 

1981 년 삼현출판사 판은 총 11권으로 1권 '나는 한국인' 편을 시작으로 '영원한 한국인' 편으로 끝을 맺는다. 기실 <한국인>은 11개의 부제가 달린 11개의 독립된 작품 형식을 취하고 있는 시리즈물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된 단일 작품이다. 1975년 배달문화사에서 초판이 발행되던 시기에 '만화는 한 작품이 50페이지 분량에 3권을 넘으면 안 된다'는 출판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부득불 부제를 다는 형식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지닌 11개의 작품을 시리즈로 작업한 것이다. 이후 삼현출판사가 독고탁 브랜드를 이용한 '탁이네문고' 시리즈를 발행하면서 달라진 출판 규정에 따라 '나는 한국인' '의지의 한국인' '불굴의 한국인' 등의 작품을 <한국인>이라는 단일 작품명으로 출판한 것이다. 


코믹플러스, 2004. 02. 18, 이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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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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