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때 TV에서 ‘복면달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개그맨 이경규씨가 두 번째로 제작한
영화죠. 영화는 트로트를 무시하던 락 밴드의 리드보컬이 트로트 가수가 되는 과정을 그립
니다. 이경규씨의 인터뷰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내가 영화를 만든다니까 코미디 하냐’며 영
화제작자들이 무시하더란 이야기였습니다. 영화 내용과 인터뷰 장면이 겹쳐서 그랬는지 눈
물을 훔치며 봤습니다. 주인공은 음악에 대한 스스로의 편견을 깨고 뽕짝가수로 성공했고,
이경규씨는 웃기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사람을 울리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편견과 싸운다는 것은 외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할 겁니다. 남들의 생각
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일 테니까요. 만화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창석씨도 그 중 한명일 겁니다.
‘나는 만화를 미술과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만화 읽는 방법을 찾아냈다. 약간의 미술사 지식
과 만화이론이 필요하지만 만화를 미술처럼, 미술을 만화처럼 읽을 수 있다.’
<만화가 사랑한 미술>이라는 책의 한 대목입니다. 만화는 미술에 비해 저급하다는 것이 일
반적 평가입니다. 만화도 ‘뽕짝’이나 ‘코미디’만큼 무시당해 왔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데 드러내 놓지 못하고 즐깁니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사건을 뜻
하는 관용구로 쓰일 만큼 만화는 부정적 편견에 쌓여 있습니다.
특히 미술에 비해 만화는 저급하다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꾸준히 반대 의견을 펼
쳐 왔습니다. 전작 <미술 속 만화, 만화 속 미술>에서는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을
소개했습니다. 미술과 만화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죠. 새 책에서는 미술 같은 만화를
그린 만화가들을 소개합니다.
‘인체의 극단적인 변형과 왜곡, 그리고 과장이 돋보인다.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한 평면적인
장식이 만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이처럼 유창운(만화가)은 피카소(화가)의 눈을 닮으려
한다.’
얼핏 만화가들이 유명 미술작품을 모사하거나 패러디 한 것을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술작
품에서 찾을 수 있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만화작품에도 담겨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
다. 미술이 그리 고급한 것도, 만화가 결코 저급하지도 않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화
가들의 작품보다 흥미로운 이야기 형식을 도입한 만화가 더 뛰어난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만화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
이 알려졌기 때문에 보상적 차원에서 한 주장일 겁니다.
곧 봄이네요. 이 책을 통해 미술사 지식도 키우고 만화의 새로운 가치도 발견해 보면 어떨
까요. 저자처럼 우리 사회의 여러 편견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박석환(만화평론가, (주)시공사 전략홍보팀장)
게재 : 아침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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