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신영우의 더블캐스팅, 동아일보, 2007.04.06


‘낮엔 경찰, 밤엔 조폭’ 엽기발랄 코미디


영화 ‘수’에선 하드보일드 액션물 변신


신영우의 만화 ‘더블캐스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수’가 개봉됐다. 조폭들의 육아 일기라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전작 ‘키드갱’도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어서 만화계에서는 ‘타짜’로 시작된 ‘허영만 효과’를 잇는 ‘신영우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기실 소설을 영상화하거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전통은 ‘쉽게 읽히기’, ‘넓게 읽히기’라는 대중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에 영화는 문맹자가 읽는 소설이었고 애니메이션은 여러 명이 함께 보는 만화책이었다. 좀 더 많은 대상을 찾아서 대량 소비를 하게 만드는 이 같은 전통은 지금도 원칙처럼 지켜진다. 그런데 만화 ‘더블캐스팅’과 영화 ‘수’의 관계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더블캐스팅’은 엽기 발랄한 코미디와 신체 절단이라는 잔혹극의 설정을 더한 코믹 액션물이다. 폭력조직의 보스인 장만수는 헤어졌던 쌍둥이 동생을 찾고 있다. 애타게 그리던 동생을 찾는 순간 형의 눈앞에서 동생이 테러를 당한다. 복수를 위해 만사를 제쳐 둔 형은 동생이 경찰대를 막 졸업한 신임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인 형은 범인을 잡기 위해 동생의 신분으로 경찰 행세를 시작한다.

신영우는 쌍둥이, 분신이라는 테마를 이용해 ‘낮엔 경찰, 밤엔 조폭’이라는 기막힌 설정을 만들어 냈다. 거울을 보면서 지금과 다른 삶을 그려 보듯 쌍둥이 테마는 ‘왕자와 거지’처럼 신분과 역할이 바뀐 삶에 대한 동경을 반영한다. 물론 주인공의 생각과 달리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코미디의 강도는 더해지고 범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반면 영화는 원작의 핵심 가치인 코미디를 버리고 잔혹을 집중적으로 부각해서 정통 하드보일드 액션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주인공 이름도 희극적 느낌의 만수에서 비극적 여운이 있는 태수로 바꿨다. 조폭만 나오면 코미디가 되는 우리 영화의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직업도 보스에서 청부살해업자로 강등시켰다. 이래저래 원작의 힘이었던 코미디는 비정한 킬러의 잔악무도한 칼질과 화면을 가득 메운 피로 물들었다.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산 쌍둥이처럼 원작 만화 ‘더블캐스팅’과 영화 ‘수’는 다르다. 

‘더블캐스팅’이 희극이라면 ‘수’는 비극이다. 앞쪽이 기쁨과 통쾌함을 준다면 뒤쪽은 분노와 당혹감을 준다. 원작 만화는 영화를 통해 이 이야기가 더 쉽고 넓게 읽히기를 원했을 터이다. 그런데 이를 비튼 영화는 더 어렵고 좁게 보인다. 창작 분야에서 이건 쉽고, 저건 어렵고를 두부 자르듯 나눌 수는 없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구분하는 대중적 기준은 소비 사례를 통해 증명된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 때는 익숙한 것 속에서 적당히 낯선 것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른 삶을 꿈꾸되 내 모습을 지키기를 원하듯 원작도 지켜줘야 할 정체성이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동아일보, 2007. 03. 3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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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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