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의 선별과 평가, 중학교만화교재, 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06

1. 좋은 만화 읽기

만화책의 선별 수용 능력은 일종의 훈련된 감수성과 같아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유형의 만화책을 직접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과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다 보면 좋은 만화를 고르는 방법도 깨닫게 된다.

가. 어떤 만화가 좋을까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만화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만화 작품의 성격도 매우 다양해졌다. 어린이나 청소년 만화, 성인 만화 정도에 불과했던 만화의 종류도 최근에는 독자의 취향이나 독서 목적에 따라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다. 

만화책을 구할 수 있는 장소도 다양해졌고 한 해 동안 발행되는 만화 작품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에는 좋은 작품도 있지만 나쁜 작품도 있게 마련이다. 좋은 작품은 독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나쁜 작품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매년 주요 언론이나 관련 협회, 시민 단체 등이 좋은 만화를 선정해 시상하고 널리 홍보하고 있다. 반면 성인 대상의 만화책은 청소년의 구입과 구독을 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에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와 성인 대상의 만화책이 잘못된 경로를 통해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경우이다. 일부 작품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자 스스로 좋은 만화를 선별해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종 대회 수상작이나 신문・잡지 등에 소개된 만화책을 먼저 읽어 보고 관련 작가의 작품, 관련 출판사의 작품 등을 읽는 것도 좋은 만화를 감상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만화책을 고를 때는 책 표지를 주위 깊게 살펴서 제목과 작가 이름, 출판사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제목은 주제나 소재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내용 설명문 등을 함께 읽어 보면 작품의 줄거리를 알 수 있다. 

만화책은 적당한 시간을 정해서 서점에서 사서 읽는 것이 좋다. 집 근처의 만화방에는 많은 양의 만화책이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지만 잘못된 독서 습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이 구독하기에 적합한 만화 작품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나. 선정 기준

좋은 청소년 만화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평가 항목을 들 수 있다(YWCA 좋은 만화 선정 기준 인용).

1) 주제나 이야기 구성(내용)에 포함되는 항목

(a) 건전한 상상력과 창의력 

(b) 재미와 감동, 교훈 

(c) 민주 사회 시민으로서의 건강한 생활 방식 

(d)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 

2) 만화에서 사용하는 언어 

(a) 표준어 사용과 맞춤법에 맞는 문장 

(b) 일상 생활의 바른 국어 생활을 도와 줄 수 있는 글 

(c) 정확한 내용을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 

(d) 비속어나 은어를 남발하지 않을 것 

3) 그림 

(a) 작가의 개성이 살아나고 이야기 전개에 적합한 그림체 

(b) 안정감 있고 밝은 분위기 

(c)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심한 왜곡과 과장을 피할 것 

2. 만화 작품 평가

만화 독후감 쓰기는 주의 깊게 만화를 읽는 습관을 길러 준다. 또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분석력, 작문실력과 발표력 등을 향상시켜 준다.

가. 평가 기준

만화 작품에 대한 평가는 ‘왜 평가 하는가’하는 이유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작품성에 초점을 맞출 때는 전체의 이야기 구조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되며, 누구의 만화 그림이 뛰어난가를 중심으로 평가할 땐 당연히 펜 선 터치 기법이나 데생 실력이 기준이 된다. 만화 작품을 평가하는 이유와 방법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일종의 독서 일기처럼 자신이 읽은 만화 작품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록해두기 위해서이다. 만화책은 많은 양의 작품이 출간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작품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연재되는 만큼 어떤 작품을 몇 권까지 읽었고 줄거리와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읽은 만화 작품에 대해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만화 독후감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품 소개 기사가 예가 될 수 있다. 작품의 독서 동기나 출간 배경, 작가나 주인공에 대한 소개, 작품의 줄거리와 독서 후 느낌, 주요 장면과 대사 분석, 독서 후 생각의 변화나 작품의 의미 등을 적는다. 만화 독후감 쓰기는 주위 깊게 만화를 읽는 습관을 길러 주고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분석력, 작문 실력과 발표력 등을 향상시켜 준다. 

세 번째는 여러 만화 작품 중 특정 작품을 고르거나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각종 만화 대회에서 수상작을 선정할 때나 특정 단체에서 여러 만화 작품 중 좋은 만화를 선정해서 추천하는 경우이다.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거나 작품의 우열을 가릴 목적으로 만화 작품을 평가할 때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화의 평가 항목을 분류 기준에 따라 나누고 평가 요소별로 비율을 정하여 분석하는 것이 좋다.

나. 세부 평가 요소

만화 작품을 평가할 때는 내용과 형식적인 면을 구분하여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내용면에서는 만화의 주제 선정이 명확하며 그 뜻이 잘 전달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그 다음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이나 역할, 사건 전개 과정이 만화 내용에 걸맞은가를 평가한다. 

만화 내용은 작가가 선정한 이야기 주제를 얼마나 치밀하고 정확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는가를 살피는 과정이다.

또 형식면의 평가 항목으로는 등장인물이나 배경 그림이 만화 내용에 얼마나 어울리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림 칸을 이용한 이야기 흐름은 적절하며 각종 만화적 표현은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나를 평가한다. 그리고 만화에 포함되는 글과 문장이 올바르게 쓰였나 살펴야 한다. 효과적인 의성어나 의태어의 삽입, 한글 맞춤법에 맞는 문장인가를 평가한다.

좋은 만화를 창작하는 노력은 작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만화 독자의 꼼꼼한 눈길이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할 때라야만 비로소 우리 만화는 올바른 창작 환경을 가지게 된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중학교만화교재연구, 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06년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