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소년한국도서/ 1974년 초판 1권 발행
< 각시탈> 시리즈는 작가의 첫 번째 히트작으로 허영만 만화의 출발점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각시탈 끝없는 투쟁' '각시탈과 곡예단' '각시탈 물 속의 싸움' 등 30여 권의 시리즈가 발표됐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시대. 주인공 이강토는 평소에는 바보 같은 떠돌이로 행세하다가 일본군의 만행이 벌어지는 장소에는 탈을 쓰고 나타난다. 민중의 편에서 싸우고 광복군과 함께 일본군을 물리친다.
태양을 향해 달려라/ 어깨동무/ 1979년 연재 개시
< 태양을 향해 달려라>는 월간 아동교양잡지 '어깨동무'의 부록 형식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 주인공의 고민은 코믹하게, 이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허영만식 아동 만화의 대표작이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강토는 실력은 없으면서 허풍만 센 떠벌이 야구선수이다. 명포수 출신인 강산의 전학으로 포지션을 빼앗긴 강토는 투수로 전향하여 세계대회에 출전한다.
무당거미/ 대룡사/ 1981
< 무당거미> 시리즈는 <각시탈>을 잇는 대작으로 80년대식 영웅서사의 전형을 구축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복수, 복수는 복수를 낳고 싸움은 끝없이 이어진다. 4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원한과 보복은 모두 무당거미의 1회 KO승으로 끝난다. 도전자였던 이강토는 어느덧 통합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으나 ‘무당거미와 노랑머리’ 편에서 충격적인 패배로 챔피언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다시 한번 한계를 초월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쇠퉁소/ 소년한국/ 1982년부터 발행
<쇠퉁소>는 <각시탈>의 뒤를 잇는 항일 히어로만화이다. <각시탈>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류작품들이 많아지자 심의처에서 ‘탈’ 쓴 주인공의 등장을 금하자 작품 제목을 주이공 이강토가 들고 다니던 퉁소로 바꾸고 탈 대신 복면을 쓴 영웅을 그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이름 리에스찌로 살고 있는 주인공 이강토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콘셉트와 포맷이 <각시탈>과 동일하지만 본인의 정체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히는 주인공의 내면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작품이다.
카멜레온의 시/ 민들레문화사/ 1986
< 카멜레온의 시>는 시인이기도 한 만화스토리작가 김세영의 시적 감수성이 허영만의 연출력을 통해 극대화 된 작품이다.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의 악무주의적 시 세계를 널리 알린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이강토는 고교시절 나라와 장미를 만나게 되면서 사랑과 우정, 인생과 삶에 대한 갈등에 사로잡힌다. 나라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장미의 허영과 기만 속에서 청춘의 한 때를 보낸 주인공은 프로권투 선수가 되어 4체급 석권에 도전한다.
고독한 기타맨/ 민들레문화사/ 1987
< 고독한 기타맨>은 서사적 감동이 넘쳐나는 전문소재 만화의 초기 형식으로 허영만 팬들이 기억하는 대표작 중 한편이다. 가난 때문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버지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주인공 이강토는 가난과 고통뿐인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대물림 받는다. 의붓형에게 사랑하는 애인마저 빼앗긴 주인공은 방황의 나날을 보낸다. 고단한 운명이 음악에 대한 갈증과 도전으로 승화되면서 주인공은 세계무대에 우뚝 선 대중음악 아티스트로 성장한다.
오, 한강/ 만화광장/ 1987년 연재 개시
<오, 한강>은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해방, 남한만의 임시정부 수립과 한국전, 휴전과 군사정권, 경제성장과 민주화 투쟁 등으로 숨 가쁘게 전개 된 한국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1945년 해방 전후를 시작으로 연재개시 시점인 1987년 6월 항쟁으로 결말을 맺는다. 연재 당시 군사정권이 대통령 직선제를 발표하고 민주화 열기가 퍼지는 등 정치적 현실과 맞물려 폭넓은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념적으로는 ‘좌익 공산주의자의 변절과정을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날아라 슈퍼보드/ 요요코믹스/ 1989년 연재 개시
<날아라슈퍼보드> 시리즈는 중국 명대의 소설 <서유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아동 대상의 퓨전 SF만화이다. 1부 <미스터 손>, 2부 <날아라 슈퍼보드>, 3부 <슈퍼보드>로 이어지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여의봉 대신 쌍절권을 들고 근두운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탄 손오공과 바주카포를 든 저팔계, 뿅망치를 든 사오정은 기존의 서유기가 지닌 고정적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캐릭터성을 부각시켰다. 출판만화를 소재로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모범사례 중 하나이다.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방송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이 소개 됐다. 주인공 손오공의 마법 주문 “치키치키 챠카챠카 쵸코쵸코 쵸!”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가수 김수철의 주제가도 한 몫 했다). 또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오정 캐릭터가 유행하면서 ‘사오정 시리즈’ 유머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망치/ 예원/ 1990년부터 발행
<망치>는 아동용 공상과학만화이다. 모든 대륙이 잠긴 바다에 잠겨버린 먼 미래의 지구.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한 촛대마을에는 꼬마 대장 망치와 마을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이 곳에 정체 불명의 비행정이 떨어지고 망치는 거기서 자미리우스 제국 총독의 딸 포플러를 도와주게 된다. 망치는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의 정의를 지켜가기 위해 모험의 세계로 뛰어든다. 허영만 작가가 손주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린 작품이라고 명명했던 것과 같이 소년의 꿈과 도전이 가득 담겼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
아스팔트 사나이/ 스포츠조선/ 1991
<아스팔트 사나이>는 자동차 디자인실에 취직한 신입사원 이강토가 혁신적인 형태의 자동차 기업을 만들어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와 대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재능 있는 허풍쟁이, 노력하는 몽상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쟁가, 냉혹한 민족주의자 등 90년대 이전의 허영만 만화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걸작이다. 이후 허영만 만화는 일상과 전문소재를 다루며 소시민적 영웅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병헌, 최진실 주연의 TV드라마로 제작되어 세계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미스터큐/ 스포츠조선/ 1993 연재 개시
<미스터 큐>는 속옷 회사의 기획부를 무대로 직장인들의 도전적 삶과 피곤한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스포츠대전, 이념대결, 기업전쟁 등 당대의 성인극화가 거대 담론과 초월적 영웅을 다룬 것과 달리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신입사원 강토가 부서에 떨어진 문제를 직장 동료들과 해결해가는 과정과 성인들의 연애담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김민종, 김희선 주연의 TV드라마로 제작되어 35% 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트/ 영챔프/ 1994 연재 개시
< 비트>는 청소년들의 가치관 확립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데뷔 20년을 넘긴 작가가 기존의 창작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새롭게 시도한 모험작이다. 허영만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이미 성인이 된 고정 독자층 외에 신세대 독자층을 확보한 중년 작가로 거듭났다. 학력제일주의 풍토와 비뚤어진 교육열 속에서 성장한 주인공들의 성장과정과 사회비판의식이 깊게 깔려있다. 김성수 감독, 정우성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닭목을 비틀면 새벽은 안온다/ 스포츠조선/ 1995년 연재 개시
<닭목을 비틀면 새벽은 안온다>는 정치비화를 소재로 성인만화이다. 시사프로그램 ‘이것이 진실이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신석기는 친구 각기의 권유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10대 시절 숨겨둔 비밀이 있다. 성폭행 당한 친구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가해자를 폭행하던 중 살해하게 된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이 모두의 죄를 뒤집어 쓰고 자수했으나 이 사건은 정치인이 된 신석기를 계속 따라다닌다. 김영삼 정부시절 발표된 이 작품은 시궁창보다 더 지저분한 정치권의 이면을 섬뜩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타짜/ 스포츠조선/ 1999 연재 개시
<타짜>는 도박 소재 만화이다. 1부 '지리산 작두'를 시작으로 '신의 손', '원아이드 잭', '벨제붑의 노래'까지 총 4부로 구성된 대작 장편 만화이다. 화투, 포커 등 도박의 고수들을 집중 취재하여 드라마로 재구성했다. 현실감 넘치는 상황 전개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승부의 세계가 매일 아침 신문에 연재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연재 종료 후 2년 여 만에 같은 신문에 1회부터 재 연재되고 있다. 온라인 보드게임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최근 영화로 제작 중에 있다.
살라망드르/ 회원사/ 2000년부터 발행
<살라망드르>는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만화이다. <타짜>와 유사한 콘셉트를 지닌 이 작품은 스토리작가 김세영의 스타일이 유독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브 본느프와의 시 ‘살라망드르(도마뱀)가 사는 곳’을 인용하며 시작된 작품은 미국으로 유학 간 주인공이 바둑이라는 세계에 빠져들면서 암과 투쟁하며 바둑을 두는 스승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내기바둑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돈과 명예, 사랑과 생명이 걸린 내기 바둑을 벌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타짜> 5부의 소재를 바둑으로 하려했다거나, 전혀 다른 바둑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으나 <타짜>와 유사한 작품을 원한 매체의 요청에 따라 이상한 작품이 되었다거나, 스토리가 잘 안 풀려서 선정적인 컷을 많이 넣었다거나 하는 식의 후일담이 가장 많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그만큼 많은 애정을 담은 작품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랑해/ 스포츠조선/ 2000
<사랑해>는 육아 장르 만화이다. 초보부부인 주인공 철수와 영희 그리고 이들의 아이 지우가 펼쳐가는 생활담을 소재로 한다. 스토리작가 김세영과 허영만이 사랑과 육아에 대해 격은 에피소드와 감상이 드러나 있어서 작가들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소재는 세계적인 문인들의 유명한 문장이다. 에피소드 하나에 명문장 하나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만화로 그려진 잠언록이기도 하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따듯한 감동을 찾길 원하는 인터넷 시대의 독자들에 대한 허영만 식 실험이기도 하다.
식객/ 동아일보/ 2003년 연재 개시
<식객>은 요리 소재 만화이다. 일간신문 <동아일보> 문화면에 연재된 이 작품은 한 가지 요리나 음식을 소재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펼친다. 김치, 삼계탕, 부대찌개, 매생이, 전어, 빙어, 홍어 등 일반에게 익숙한 음식의 재료와 제조법을 소개하고 음식 안 밖에 잔잔한 드라마를 곁들였다.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여러 현장을 뛰어다닌 작가의 땀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곁들여진 드라마는 톡 쏘는 홍어처럼 강렬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아리고 깊게 기억되는 우리 내 이야기이다. <식객>은 허영만 만화가 90년대 이후 추구해온 바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거대한 낭만과 신적 영웅이 넘쳐나는 시절에 허영만은 두려움에 떠는 영웅을 그렸다. 그리고 ‘주인공을 일상으로 인도’했고 ‘독자를 주인공의 일상으로 유인’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주인공의 ‘일’ 속으로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 갔다. 자동차를 파는 주인공, 음료수를 파는 주인공에 이어 식료품을 파는 주인공까지 왔다. 그가 또 무엇을 파는 주인공을 그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작품이 유쾌한 웃음과 극적 감동에 지식과 정보까지 담고 있음은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노력과 도전, 승부하는 순간이 다른 무엇보다 아름답게 묘사된다.
꼴/ 미디어다음/ 2005년 재 개시
<꼴>은 관상 소재 만화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속세상 코너에 웹툰 형식으로 연재된 작품이다. 실존하는 관상가 신기원에게 마수걸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관상을 배우는 과정을 작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관상을 배우면서 자신의 ‘탈’을 관상가에게 들키기 싫어해 항상 썬캡을 쓰고 다닌다. 정치인, 연예인, 경제인 등 실존하는 인물의 관상을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풀이하면서 관상의 이론과 실제는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허영만 작가가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실제 구성했던 스터디모임을 모델로 했다. 어른들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미디어다음/ 2010년 연재 개시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칭기스 칸의 인생을 다룬 전기만화이다.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의 지배자로 평가받는 칭기스 칸의 일생을 재조명했다. 칭기스 칸에 대한 역사적 사료가 대부분 정복 받은 민족에 의해 쓰인 것이라 칭기스 칸은 무자비한 학살자, 잔인한 지배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칭기스 칸은 ‘탁월한 리더’로 불리기 시작했고 허영만은 철저한 취재와 몽골인이 집필한 ‘몽골비사’를 바탕으로 쉬는 동안에도 말에서 내리지 않았던 위대한 리더 칭기스 칸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허허 동의보감/ 시루/ 2013년 발행
<허허 동의보감>은 건강 소재 만화이다. 허준이 쓴 동아시아 최고의 의학서 ‘동의보감’을 허영만 작가가 현재적 관점에서 만화화 한 것이다. ‘동의보감’의 내용을 단순히 만화로 옮긴 것이 아니라 최근의 사회문화적 소재를 곁들여 건강과 의학상식을 챙길 수 있도록 구성한 실용만화이다. '의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꿨던 허준의 애민정신을 기초로 ‘허허동의보감’ 역시 일반인들이 ‘돈 없이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글/ 박석환 | 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유년시절 이두호의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이상무의 만화로 울지 않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현세의 만화를 보며 도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았고 허영만의 만화를 통해 현명한 어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았다.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친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부천만화축제, 부천만화정보센터 전시도록 2005 게재
임프레션 바이 36.5도씨(롯데카드 멤버십 잡지), 2014.02.01 수정 보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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