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용하다용해의 만화가 강주배, 만화규장각, 2004.05.14


만화작가 강주배(1961년 생)는 1999년 「스포츠서울」에 연재를 시작한 직장인 소재 만화 『용하다 용해』가 인기를 끌면서 오랜 무명의 생활을 청산하고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1980년 독고탁 시리즈의 이상무 문하로 만화계에 입문한 강주배는 서울문화사의 ‘점프’ 계열 만화잡지에 연재를 시작하며 독자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서울문화사의 김문환이 독립하여 설립한 아선미디어 계열의 드림필드에서 무협소재 아동만화 『소년협객 용』을, 아선미디어에서 무협소재 청소년만화 『주먹』을 발표한다. 

『소년협객 용』은 이상무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등 스승 격인 작가의 인지도와 후학으로서의 프리미엄을 활용했지만 별 성과를 얹지 못했다. 아동용이지만 무협만화라는 장르적 속성을 고려한 탓인지 거친 펜 선을 사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으나 이상무 만화에서 느낄 수 없는 투박함을 확인 시켜주는데 그친다. 『소년협객 용』이 아동 대상이었다면 『주먹』은 대상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높였다. 작화법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하면서 이상무 문하라는 프리미엄을 버리고 정통 극화체를 구사한다. 작가의 거친 펜 선이 매력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지만 드라마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일시기에 서울문화사에서 발표한 판타지만화 『거꾸로 가는 동화』와 『이君 쇼』는 만화작가 강주배를 대중에게 각인 시킨 역할을 한 장기 연재작 중 한 편이고 출세작 격인 『무대리, 용하다 용해』를 견인한 작품이기도 하다. 『거꾸로 가는 동화』는 강주배의 전작들이 보여주지 못한 깔끔한 작화법과 옴니버스식 이야기 구조, 패러디 수법을 통한 유머 등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당시 초대형 히트를 기록한 일본만화 『드래곤볼』의 영향권 하에 있다. 일명 ‘알로에 헤어스타일’로 불리는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재해석한 판타지액션 등은 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상당부분 훼손시키는 것이었다. 만화가 문하생의 에피소드를 짤막한 형식으로 담아낸 『이군 쇼』는 만화가와 만화가 문하생 간의 상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유머를 그려냈지만 캐릭터 설정의 투박함은 청소년 독자층에게 상큼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의 성과는 1999년 스포츠서울에 연재를 시작한 『무대리, 용하다 용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강주배 만화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90년 대 말 이른바 ‘만화세대’로 일컬어지는 386세대의 막내둥이들이 직장인이 되면서 직장인 소재 만화는 새로운 장르만화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직장인 소재 만화의 큰 줄기는 기업극화와 셀러리맨 드라마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80년대 초 박봉성의 『20세 재벌』을 필두로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 등 영웅적 주인공이 등장해서 직장인으로서 거대한 꿈을 이뤄 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70년대 말 박수동의 『월급쟁이 만세』를 출발로 김수정의 『날자 고도리』 등 볼품없는 소시민으로서의 직장인이 지니는 삶의 애환을 개그터치로 담고 있다. 

강주배의 『무대리, 용하다 용해』는 서울문화사에서 작가의 담당기자로 근무했던 김기정이 스토리작가로 공식 데뷔하면서 공동작업을 한 작품으로 박수동, 김수정의 노선을 잇고 있다. 같은 시기 큰 선풍을 몰고 왔던 아무추어 작가 홍윤표의 『천하무적 홍대리』와 기업극화에서 직장인 소재 전문만화라는 또 하나의 영역을 구축한 허영만의 『미스터 Q』 『오늘은 마요일』, 또 미국의 『딜버트』나 일본의 『시마과장』과 비교되며 대중적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다. 이 작품은 연극 드라마 CF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었고 주인공 ‘무대리’는 각종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는 등 만화 안팍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보듬고 있다. 

강주배는 이 작품의 성공이후 ‘장애인 먼저 운동’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점자 명함을 사용하면서 장애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한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4-05-1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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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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