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만화를 발견하다]이충호의 까꿍, 한국일보, 2007.3.14

너무 너무 귀여운 캐릭터, 깔끔한 펜화·탄탄한 구성…한국적 판타지요소 가미도

우리 만화의 해외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이충호(36)가 1995년에 낸 ‘까꿍(글 엄재경· 전13권)’이 그렇다. 데뷔작 격인 ‘마이러브’의 성공 후 곧바로 발표된 이 작품은 1990년대에 등장한 작품들 중 가장 높은 캐릭터성을 지녔다. 

신족과 인간족에 의해 대마왕이 봉인된 후 평화로워진 세상. 12살 소년 까꿍은 애견 슈바와 함께 하늘 위에 떠있는 구름섬의 귀여운 독재자로 살고 있다. 이 판에 일부 마족이 대마왕의 봉인을 풀기위해 구름섬에 몰려들고 까꿍과 그의 친구들은 이를 막기 위해 대립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악당이 수없이 등장하고 잔인하지 않은 통쾌한 액션이 이어진다. ‘까꿍’은 일본만화 ‘드래곤볼’로 대표되는 액션 판타지 장르에 게임 요소를 삽입한 전형적인 작품. ‘드래곤볼’로 익숙한 만담과 코미디가 주를 이루지만 우리 만화‘주먹대장’을 연상시키는, 한국적 판타지 요소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무엇보다 너무 귀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캐릭터와 깔끔한 펜화,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 구성 등은 일본 만화를 닮은 작품 설정을 문제 삼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구미인들은 이 작품을 포함해서 대다수의 우리 만화를 ‘망가’로 인식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화’라고 부르는 만화책 만화의 세계적 명칭이 곧 ‘망가’(Manga·‘漫畵’의 일본식 발음)이다. 미국 만화는 ‘코믹(Comic)’이고 프랑스 만화는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이다. 이들 두 나라 만화에 비해 스토리성이 강한 망가는 TV용 저가 애니메이션으로 구미권을 장악함으로써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지 시장에서 우리 만화를 보는 시각은 아쉽게도 거물이 된 일본 만화의 대체품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우리만화가 ‘망가’의 이름으로 출판되기도 하고 서점에서도 같은 코너에 진열된다(때문에 오래 전부터 망가가 아닌 ‘Manhwa’로 표기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망가 꼴을 한 만화가 세계무대에 나가는 것에 딴지를 걸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일류상품으로서의 망가를 인정하고 우리 만화가 우선은 ‘2등 상품’이라는 점에 솔직해져야 한다. 2등 상품임을 인정한다면 우리 만화는 망가에 비해 많은 강점이 있다. 망가와 흡사하면서도 폭력과 성적 표현 수위가 낮고, 로열티도 싼 편이다. 최근 10년간 매년 3만권 이상의 작품을 발행했기 때문에 수출 가능 상품의 기준치를 조금 낮춘다면 물량도 충분하다. 

‘까꿍’이 캐릭터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적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뜻하고 출판물 이외의 상품군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까꿍’ 같은 작품이 한국적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 자체로 높은 상품성을 지닌 우리의 자산이다. 우리 만화계에 쏟아진 세계의 관심을 한국적인 1등 상품에 연연하다 돌려 세울 것이 아니라 ‘세계적 2등 상품’을 대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 www.parkseokhwan.com)


한국일보, 2003-11-0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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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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