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맨발의겐/베가본드/20세기소년/마니/마팔다, 틴플, 2007.3.7

맨발의겐 10권(완결)

나카자와 케이지, 김송이 이종욱 역/아름드리미디어/5천원

이 작품은 1973년 일본의 만화잡지 <점프>에 연재되면서 세상에 나왔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의 의도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인 만화가의 자서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징가 같은 거대 로봇 만화가 판을 치던 상황이었으니 엉뚱한 발명가의 우습고 도전적인 인생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선정 작가는 1938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이 쏜 원자폭탄 세례를 받은 원폭 피해자였다.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그곳에 있었던 작가, 그리고 그가 주인공이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 주인공 겐의 인생은 기술발전시대의 미래를 꾸며내는 만화가의 신나는 유년시절이 아니라, 폭탄이 터지고 바로 곁에서 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고통의 세월이었다. 그 어떤 카메라도 잡아내지 못했고, 그 어떤 문장가도 기록하지 못한 전쟁과 원자폭탄의 공포. 만화가는 겐의 경험을 통해 이를 들려줬고 그 작품은 가장 위대한 반전˙반핵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작품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미국의 잔혹성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잘 못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인공 겐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본의 천황제, 군국주의, 아시아침략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전쟁, 핵의 야만성에 대한 고발로 가득하다. 일본인이 진술한 원폭 피해라는 점에서 그동안 출판되지 못했고 그 기간만큼이나 작품의 빛깔은 퇴색했지만 참혹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겐의 드마라는 여전히 감동적이다. 


베가본드 14권

이노우에 다케히코/학산문화사/3천5백원

우리는 아직 <슬램덩크>의 재미와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많은 국내 작가들이 이 작가가 소개한 그림 스타일과 만화문법을 배우고자 했지만 모방 아니면 따라 하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부끄럽게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작가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이 작가가 워낙 뛰어난 탓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다. 타고난 검객이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약한 주인공. 타케조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무사수련을 강행한다. 일반적인 무협만화에서 나오는 무슨 무슨 권법, 또는 이러쿵 저러쿵 필살기라고 소리 지르며 싸워대는 우스운 꼴을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 등장인물의 대사로 극적인 순간을 과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림은 정교하고 연출은 생생하다.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스스로 철학을 만들어가는 등장인물들은 칼질이나 해대는 검객이라기보다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20세기소년 9권

우라사와 나오키/학산문화사/3천5백원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문구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TV드라마나 연재만화에서는 이야기가 흥미 진진 해 질 때쯤이면 이 문구가 꼭 등장한다. 어떤 이들은 다음 편을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한번에 끝나는 영화나 연재가 완결 된 만화만 본다고 한다. 다음 편에 계속은 보통의 자신감으로는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창작자의 필살기인 셈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이 문구를 가장 멋지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이다. 꼬맹이 시절 친구들과 모여 비밀기지를 만들고 정의를 위해 싸우자며 전쟁놀이를 해 본 대다수의 이들에게 이 작품은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성인이 된 주인공들이 진짜 비밀기지에서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면, 그리고 1차전에서 패배했다면.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마니 2권(완결)

유시진/시공사/9천원

한 권에 9천 원짜리 만화책이 나왔다. 작품만 좋다면 가격이 무슨 소용이겠나 싶지만 그래도 만화책 3권 가격이라면 좀 비싸다. 하지만 이 책을 실제로 본다면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신라시대의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한국적 환타지 만화의 한 형식을 보여준 이 작품은 작품 자체도 매력적이고, 애장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양장본과 연재 당시의 컬러 지면을 그대로 수록했다. 무엇보다 2권 분량을 한권에 묶고 독자들을 위해 별도의 원고를 수록하는 등 책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마팔다 4권

퀴노/비엔비/3천5백원

아르헨티나에도 만화가 있었나? 물론 있었겠지만 우리가 볼만큼 유명한 작품은 없었겠지?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만 못 봤을 뿐 전 세계가 60년대부터 함께 보고, 돌려 보고, 또 다시 보기를 반복한 명작이다. 8살짜리 꼬마 아이 마팔다는 스프 먹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리고 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하기를 가장 좋아한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는 물론이고 국제 인종 문제 등에 걸쳐 궁금증이 마르지 않는 꼬마 소녀. 유쾌한 웃음을 주는 네칸 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100%의 웃음을 찾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백과사전을 뒤적여할 듯 하다. <반쪽이의 육아일기>로 유명한 만화가 최정현이 이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틴플, 20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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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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