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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우 세이사쿠의 실험인형 더미 오스카
만화가는 만화주인공을 만든다. 반면 독자는 단순히 주인공을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스스로 만화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만화가·만화주인공·독자 등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가 되자`며 치르는 제의가 `만화 읽기`다. 천재적인 만화가들은 이 제의에 또 하나의 주인공을 초대하곤 한다.
<실험인형 더미 오스카>는 일본만화의 황금기를 견인한 대표적 스토리작가 고이케 가즈오와, 그의 이야기에 긴장감과 에로틱함을 부여하는 그림작가 가노우 세이사쿠가 탄생시킨 걸작이다.
교통사고 실험 때 진짜 사람 대신 차에 타는 더미(Dummy)를 만드는 인형사 도쿄우 스케. 그는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만든다. 그가 자신이기도 하고 타인이기도 한 이 인형과 벌이는 사건이 주된 내용. 이 작품은 변신 영웅물의 `가짜 영웅`이나, 드라마 장르의 `쌍둥이`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에 대한 재해석을 담고 있다.
주인공과 더미 오스카를 지켜보는 동안 독자는 스스로에게 이중성을 부여한다. 나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니기도 한 사람이 또 한명 있는 것이다. 내가 한 일이지만 내가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상황. 이 때 사회성은 사라지고 공격성이 살아난다. 더구나 공격성은 강간으로 표출된다.
18세 미만의 구매나 구독을 금하는 `성년지정 마크`가 생기기 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비윤리적인 섹스행각·사지절단 등 잔인한 장면으로 유명했지만, 재판본이 출간되면서 성표현 수위가 높은 장면을 일부 삭제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먹칠투성이의 해적판과 가위질 당한 정식판이 나와 있다.
그림작가 가노우 세이사쿠는 미국의 정통 극화 데생법,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일러스트, 컴퓨터 그래픽 활용 등 만화작법의 새로운 유형과 사례를 구축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주로 요부의 이미지를 다루는 작가의 일러스트는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핀업걸과 당당히 맞설 만큼 높은 경쟁력을 지녔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굿데이, 2002-02-1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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